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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유럽연수(2007년)

밀라노 가는 길

by 연우아빠. 2008. 2. 11.
2007.12.20 이탈리아에 들어서다

브릭(Brig)에서 이탈리아 기차를 갈아 탔는데 이탈리아에 대한 첫 인상이 확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기차 겉모습을 보니 언제 청소를 청소를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 쓴 채였다.
너무 깔끔하고 산뜻했던 독일, 스위스 기차와 비교가 된다.

출발 1분전에 간신히 탄 관계로 우리 자리를 찾아 몇 칸을 걸어 갔다.
2등칸을 한참 지나서 우리가 예약한 1등칸에 자리를 잡았다. 26세 이상 외국인에게는 무조건 1등칸을 기본으로 파는 유레일패스 시스템.


알프스를 관통하는 긴 터널을 지나 남쪽으로 경사진 산길을 내려간다. 차장은 청소를 하지 않은데다 눈이 녹으면서 흐른 물기로 얼룩이 졌다.



국경을 넘은 것 같다. 시뇨르, 씨뇨리따로 시작하는 이탈리아어 안내방송과 평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국가간 이동열차인데도 오직 이탈리아어로만 안내를 한다. 이건 유럽 여행 중에 지나갔던 나라가 다 그러하였다.



브릭 남쪽 40km쯤 도모도스솔라(Domodossola)에서 안내방송도 없이 40분 넘게 마냥 서 있다.
처음 정차하고 20분쯤 있다가 이탈리아 국경경찰 2명이 올라와 우리 일행에게 한마디 한다. 아주 딱딱한 어조로..
"패스포트(Passport)!"

기분이 팍 상한다. 그러더니 일행 중 한명에게 캐리어를 열어보라고 한다.
불친절함이 몸에 베어 있는 경찰에게서 오랫만에 고향의 냄새를 느꼈다. "G7 별 것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는 후진국이라는 느낌이 확 밀려온다.
한참을 뒤지고 나서 이상이 없자 그냥 간다.

북위 46도. 우리나라 최북단 보다 3도나 더 위쪽인 이곳에 가로수가 야자나무였다. 게다가 오렌지 나무가 집집마다 보인다.
"사진 찍을 필요없다. 사진만 보면 중앙선 타고 가는 길에 보이는 김천이라고 해도 믿겠다"



40분 넘게 기다리던 기차는 다시 출발했다. 대체 40분 동안 뭘 한 것일까?

우리가 탄 기차에는 2등칸에만 사람이 좀 있을 뿐, 1등칸은 우리 일행을 빼곤 2명만 있었다. 
밀라노 도착할 때까지 이렇게 사람이 없었는데 초록색 상의를 입은 저 여자분이 예약한 자리는 원래 우리 자리 사이에 있었다.
두명씩 마주 볼 수 있는 자리에 3명은 우리 일행, 한 좌석은 저 여자분, 그리고 우리 일행 중 1명은 전혀 다른 자리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텅 빈 1등칸에 어떻게 동시에 예약한 우리 4명 좌석은 3:1로 흩어놓고 그 사이에 저 여자분 자리를 끼어서 예약이 되었는지
이탈리아 기차의 이해 불가한 좌석 예약 방식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저 여자 분은 우리가 일행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자 마자 자기 일행이라 저쪽으로 옮겨 자리를 잡았다.



남쪽으로 내려 갈 수록 눈은 산 정상에만 조금 보일 뿐 우리나라 겨울같은 풍경이 계속보인다.



이 곳은 스트레사(Stresa)를 지날 때 보이는 보로메오섬.
마찌오레 호수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곳으로 섬 안에 17세기 궁전과 정원이 유명한 건물이 있다.



14:40 벨바니아(Verbania) 도착, 멋진 골프장이 보이더니 갑자기 우리 일행의 눈을 확 끌어당기는 풍경 엄청나게 큰 호수가 나타났다.
마찌오레 호(Lago Maggiore),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3대 호수 가운데 제일 큰 호수다.
이탈리아의 풍경은 참 독특하다. 높은 산 꼭대기에는 눈, 평지에는 야자나무, 오렌지 나무가 널려있다.
이탈리아가 이렇게 따뜻한 지역인가? 여긴 우리나라랑 위도가 거의 같은데??




정말 바다 같은 호수다



호수에는 요트도 많이 보이고



무려 30분이 넘게 계속 호수가 기찻길과 나란히 보인다.


우리가 탄 기차안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갑자기 짐을 챙겨서 문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웬일인가 햇더니 했더니 15분쯤 지나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한다는 얘기 같다. 참 성미 급한 사람들.
산악 지형, 그리고 성질급한 이탈리아 사람들을 보고는 우리나라와 심한 동질감을 느꼈다. ^^ 



밀라노 중앙역의 크리스마스 장식

민박집에 전화를 걸려고 공중전화를 찾았는데 여행 안내서와 조금 다르다.
역시 유럽100배 즐기기는 때로 유럽 100배 고생하기가 되기도 한다.

공중전화 안으로 동전이 들어가지 않았다. 몇번을 해 보다가 도저히 해결이 안되서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남학생들은 모두 도망가고 여학생들이 수줍어하면서도 다가와 설명을 해 준다.
얘네들에게도 영어는 괴로운 외국어일 뿐.
이탈리아말로 손짓발짓 섞어가며 설명해 준다.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너희들이 제일 예쁘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근처에 숨어 있었는 지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서 우리를 도와준 학생들을 둘러싸고 뭔가 물어보고 웃음이 넘친다.
아이들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우리나라 전화기와 달리 이태리 전화기는 동전을 동전자리에 끼우고 손으로 꾹 눌러 넣어야 하는 것.
민박집 주인과 통화한 뒤 지하철을 타고 두오모로 갔다.



하얀 달이 동쪽에 뜰 무렵 밀라노 중앙역(Milano Centrale F. S.)에 도착했다. 밀라노의 중심지 두오모 성당.
  
거기에서 민박집 주인을 만나기로 한 것.
밀라노에만 두오모가 있는 줄 알았더니 웬만한 도시마다 다 두오모 성당이 있다.
중세 이탈리아에는 도시의 중심에 두오모를 두었단다. 크리스트교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던 시대이니 도시 중앙에 두오모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저 안에 네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두오모 광장에는 근대 이탈리아를 통일한 빗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임금의 기마상이 자리잡고 있다.

민박집 주인을 기다리며 광장에 서 있는 동안 이탈리아가 정말 정신없는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뒤죽박죽으로 모든 게 얽혀 있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도 정말 급하다.

민박집 주인은 결혼도 하지 않은 노총각이었는데 이탈리아에 음악공부하러 왔다가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 그냥 눌러앉아 살게 된 모양이다.
민박집까지 트램을 타고  가야하는데 여긴 무임승차자가 거의 대부분이란다.
물론 가끔 검색을 하는데 그 때는 4~5명의 공무원이 모든 출입구에서 동시에 들어와 검사하기 때문에 도망을 갈 수도 없고
꼼짝없이 30배를 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표를 거의 끊지 않는다고 한다.

민박집 주인은 표를 끊고 다녀 본 적이 없단다.
우린 밀라노 역에서 끊은 표가 있었으므로 트램에 올라 표를 체크기에 확인했다.
그런데, 그 많은 승객 가운데 표를 끊는 사람이 없다. 세상에...이러고도 나라가 굴러가다니...




민박집에 짐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은 다음 시내로 나왔다.
트램으로 6 정거장인데 걸어가는 시간이나 트램을 타고 가는 시간이나 비슷하게 걸렸다.
저 길은 트램,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통행자가 마구 뒤엉켜 다니는 길이다.
트램이 오건 말건 길을 비켜주는 사람도 없다. 무단 횡단은 기본이고..이거 G7국가 맞냐?



다시 도착한 두오모. 밤이 되니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이탈리아는 정말 우리나라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 같다.
이 길 위로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 전차, 승용차, 버스가 같이 다닌다. 얼마나 정신이 없이 다니는지 호떡집에 불난 것 같다.
공기도 탁하고, 도시도 더럽고, 무질서하게 보이는 이 나라가 어째 G7인지 이해가 안갔다.



숙소 근처의 성당
로마시대 부터 있었던 성당인 모양인데 너무 유적이 흔한 곳이라 별다른 대접을 못 받는 듯..
도시가 통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도 많아서 거기 사는 사람들에겐 생활에 무척 불편한 듯...



어딜가나 크리스마스 별장식



트램 궤도. 길바닥은 2천년 이상 오래된 전통적 방식으로 포장했는데 그 위에 아무런 구분도 없이
트렘 궤도를 설치해 놓았다. 교통사고가 안나는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도로 포장 때문에 자동차가 지나갈 때 소음이 아주 크다.
이런 도로를 주행하려면 자동차 쇽업소버 성능은 굉장히 좋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래된 나라, 오래된 아파트. 거기에 있는 민박집
엘리베이터는 무성영화 시대에 나오는 모습. 1인당 하루 25유로에 아침과 저녁을 준다.
참 물가가 비싼 대륙에 와서 경험하는 색다른 숙박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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