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에 나라를 구했으니.....

(2018.10.03 개천절)


 

다시 지방근무를 하게 된 지 어언 100일이 다 돼간다.

10월 징검다리 휴일 때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를 생각을 했다. 그러나 무릎 수술한 뒤로 등산은 해도 하산은 하지말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트래킹만 해 왔기에 솔직히 1915m 천왕봉을 오른다는 건 벅찬 느낌이었다.

 

천왕봉 등산 계획을 얘기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해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를 알려 주었다. 계획을 미루지 않으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천왕봉 간다고 얘기하며 헛계획이 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했다.

 

몇일간 지리산 정상의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바람도 강하고 기온도 최고 기온이 12도 내외로 서늘한 날씨. 배낭 무게 때문에 고민을 하게 만든다.

 

3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물, 사탕, 충무김밥식 김밥, 굵은 대추, 삶은 달걀, 치즈조각 등을 챙기고 중산리로 차를 몰았다. 새벽부터 안개가 너무 심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해가 뜨지 대부분 사라졌다. 중산리 안내소 근처에 다다랐을 때 로드킬 당한 고라니가 길 한가운데 누워 있었다. 사람들이 산을 계속 파고 들어가니 동물들의 이동로가 단절되어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안내소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국립공원 직원이 내려와서 주차장이 만차라 올라갈 수 없으니 도로에 바짝 붙여서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가라고 안내해 준다.

 

여기 주민 가운데 한 분이 자기 집 담벼락 옆에 차를 대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셔서 차를 대고 고도를 재보니 497m. 중산리 안내소까지 걸어오르는데 30분이나 걸렸다. 해발 681m. 안내소에 있는 지도를 보고 장터목 대피소를 통해 올라가는 길 대신 법계사 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하는 등산이라 체력에 자신이 없어서 가까운 길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 좀더 완만한 장터목 대피소 길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국립공원 앱을 이용해 네비게이터를 켜고 천천히 길을 올랐다. 지루하고 지리한 길의 연속이었다. 다만 하늘이 너무나 맑은 파란색이었고 1500m 이상 올랐을 때 드문드문 단풍이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 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수행과 같았다. 1,000미터 이상을 지나면서 서서히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들어서 2~5분씩 짧게짧게 쉬면서 탈진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다. 마치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경험한 고산지대 걷기 같은 느낌이었다.

 

, 내 체력이 많이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서두르지 않고 쉬고 쉬면서 힘을 비축해 한 단계 한 단계 계단 구간을 통과했다. 땀을 식히며 올라온 길을 되돌아 보고 고도가 계속 높아지는 것에 한 걸음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면서....

 

1800미터 지점에서 다시 마지막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1200미터 지점부터 천왕봉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가파른 계단이 하늘 높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마지막 기운을 비축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저 정도야 못 오를까?

멀리서 봤을 때는 너무 가팔라서 한숨이 나왔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래도 생각보다는 오를만한 계단이었다. 인생은 역시 포기하면 안되는 것이다. 정상에 도착해서 계산해보니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무려 5시간이나 걸렸다. 안내도에는 3시간 50분이 적혀 있었는데 내 체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렸다.

 

힘들게 올라온 정상에는 수십명이 모여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었다. 차례로 줄을 서서 찍으면 좋으련만 꼭 줄을 하나 더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자기만 급하지 절대 남에 대해서는 배려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반절은 넘는다. 해서 기다리면서 매너 없는 사람들을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단체로 온 사람들일수록 머릿수를 믿고 그러는지 더욱 배려심이라고는 없다. 정상석 앞 뒤를 배경으로 찍고 배너들고 찍고 누구랑 같이 찍고 ... 찍고 찍고 또 찍는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죄송할 짓을 계속한다. 그리고는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정상도착의 기쁨을 만끽한다. 추가적인 인증샷은 밥 다 먹고 해도 되겠구만 매너가 그 모양이다.

 

줄서서 겨우 인증샷 찍고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천왕봉의 탁트인 하늘과 풍경을 감상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맑은 날씨는 당대에 나라를 구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풍경이라 자위하며 천천히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다. 티 하나 없이 맑은 가을하늘에 상승기류를 타고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 3명이 보인다. 풍경이 너무 광활해서 내려갈 생각을 잊고 사진을 찍다보니 40분이나 지나버렸다.

 

240분 장터목을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죄다 화강암 덩어리로 된 산길이다. 무릎보호대와 마운틴폴을 양쪽에 들고 하산을 시작했으나 고행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됐다. 1시간 만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는데 마치 5시간은 걸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질 시간을 고려해 보니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걸어가면서 사탕을 물고 물을 마셨다. 무릎의 고통은 발목에서 엉덩이 그리고 허리까지 올라왔다. 등산하기에는 최악의 바윗길이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산 그림자가 깊어져 해가 진 것처럼 어두워진다. 발바닥에 불이 날 것처럼 화끈 거렸고 무릎도 아팠다. 연골파열이 걱정스러워 등산로 옆 개울에서 신을 벗고 발을 담궜다. 얼마나 차가운지 발을 집어넣고 열을 세기도 전에 꺼내야 했다. 그래도 물집이 생기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물에 담그기를 여러 번 하고 등산 수건을 물에 적셔 양쪽 무릎의 열을 식혔다. 새벽 일찍 등산을 시작했더라면 이렇게 고통을 참으며 하산을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려오던 사람들 가운에 청년 3명이 있었는데, 예전에 1100미터 부근에서 곰을 만난 경험을 이야기 해 준다. 곰을 보고 먼저 피했는데 곰이 따라와서 바위 위에서 뛰어내린 아찔한 경험을 들으니 마음이 더 급해졌다. 게다가 그 청년이 얘기한 바위에 곰을 주의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니 머리카락이 쭈뼛선다. 칼바위 근처에 와서는 완전히 어두워졌다. 마운틴폴 두 개를 쓰고 있으니 배낭에 있는 플래시를 꺼내 들 수도 없는데, 뒤에 내려오던 젊은 친구가 일부러 등을 비춰주며 내 보조에 맞춰 천천히 내려와 주었다. 감사를 표하는데 한참 뒤에서 일행인 듯한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혼자 가냐고 등을 비춰주던 젊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등을 비춰주던 젊은이가 대꾸를 하지 않자 , 여자랑 가는 거구나!” 이러더니 뽀뽀 해! 뽀뽀 해!”를 연발한다.

 

청년과 나는 피시시 웃었다. 마침내 칼바위에 도착해 한숨을 돌리고 바로 중산리 탐방안내소를 향해 내처 걸었다. 무릎은 말할 수 없이 아팠고, 마운틴폴에 의지해 겨우 겨우 걷는 상태였다. 하산을 시작한 지 3시간 30분 정도 걸려 탐방안내소에 도착했다. 비로소 곰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했다. 얼굴에 흐르는 물에서 짠맛이 났다. 군복무 중에 20km 행군할 때가 생각났다. 다행히 중간중간 고열량 간식을 섭취한 덕분인지 아니면 기초체력이 아직 쓸만해서인지 탈진하지 않고 잘 내려온 셈이다.

 

너무 어두워져서 빨리 자동차에 가고 싶은 맘에 쉴 생각 따위는 아예 하지 못했다. 그런데 자동차까지 가는 길은 왜 이렇게 먼 것인지, 산 모퉁이를 몇 개를 돌아도 차는 보이지 않았다. 바람에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산 짐승들 움직이는 소리 같아서 길 바깥쪽으로 멀리 피해 걸었다. 깜깜한 길에 걸어가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다.

 

하늘에는 토성과 화성이 뚜렷하게 보였다. 탐방안내소에서 거진 30분 가까이 걸려 자동차에 도착했을 때는 만사가 귀찮을 지경이었다. 저녁 7, 이 장소에서 등산을 시작한 것이 아침 845분이었으니 10시간 15분을 걸은 셈이다.

 

등산화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은 뒤 병에 남아 있는 물을 마음껏 마셨다. 세상 어떤 맛보다도 훌륭했다. 차에 올라 진주로 돌아오는 길은 시원한 가을 저녁 공기 덕분에 상쾌했다.


8시 30분경 중산리 안내소 아래 쪽 마을에 도착해 고도를 측정



중산리 안내소까지 20분 정도 걸어 올라갔다.

주차장은 이미 가득찬 상태라 20분 이상을 걸어 올라올 수 밖에 없었다.



안내판을 보고 코스를 가늠해 본다.

아주 오랜만에 등산이라 다른 사람들이 권유해 준 중산리>장터목>천왕봉 방향을 생각했으나

같은 길을 왕복하는 건 싫고, 힘이 남아 있을 때 오르는 길이 좋을 것 같아 중산리 > 로타리 > 천왕봉 방향을 선택했다.

이 안내판은 탐방지원센터 근처에도 있고 중턱인 법계사 근처에도 있는데 중턱에서 찍은 사진.

소요시간은 적어도 주말마다 산을 다니는 사람 기준으로 작성된 것.



통천길을 지나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갈수록 고도계를 자주 쳐다보게 되고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으나 

실제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을 느끼며 올라간다.



삼릉석처럼 생긴 칼바위

이 곳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장터목 대피소 방향으로 해서 천왕봉에 오르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가장 가파르지만 짧은 길로 오르게 된다.



중산리 탐방센터에서 1.1km 오르는데 42분 소요.



예상과 달리 바람한점 없이 쾌청하고 따뜻한 날씨여서 준비해 간 옷이 오히려 짐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나무 그늘이 짙어서 햇빛으로 인한 고통은 없었으나 전망이라 할 것도 없다.




해발 1177미터 망바위 통과. 탐방 안내소에서 1시간 33분.

쉬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해발 1,200미터 정도에 오르자 조금씩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여름 풍경 그대로다.

몇일간 일기예보를 봤는데 이날도 최저 1도에서 최고 14도까지 바람은 초속 4미터로 예보되었으나

남쪽 사면이라 그런지 바람한점 없이 등산하기 좋은 서늘한 기온이었다.



국립공원 산행 앱을 다운 받으면 이렇게 등산 네비게이션으로

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체력 안배를 해 가며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으니 더더욱 좋다.

다만 이 걸음은 자주 등산을 다니는 사람의 페이스일 거다.

덕유산 향적봉 등산을 마지막으로 3년 반이나 지났으니

10분 걷고 1~2분 휴식하는 형태로 올라갔다.



해발 1,200m쯤 오르자 천왕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은 정말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그런 하늘이다.

안내소에서 여기까지 소요시간 2시간 20분 정도





5분뒤 로타리대피소에 들러 화장실에 다녀왔다.

여기 통과 제한시간은 오후 1시, 1시가 지나면 정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하산시간 때문에 한라산처럼 시간 제한을 하는 듯.




5분 정도 쉬고 천왕봉을 향해 다시 길을 오른다.

여기는 샘물이 있기 때문에 물병은 하나만 준비해도 당일치기 등산객은 충분할 듯.

1g이라도 무게를 줄이려고 행동식은 사탕, 깐 밤, 작은 덩어리 치즈 이렇게 준비했다.



1,500미터를 넘어서자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은 정말이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쉬는 시간은 늘어나고 능선 사진을 의미없이 찍어 둔다.




산악 네비게이션은 남은 거리와 시간을 알려주는데,

정상으로 갈수록 소요시간은 앱이 알려주는 시간보다

2배는 늘어나는 느낌이다.





탐방안내소부터 벌써 3시간 30분이 지났다.

기온은 여전히 10도 아래쪽이라 생각보다 땀도 덜나고

걷기에 좋은 날씨



심장마비를 조심하라는 경고문구가 곳곳에 나 붙어 있다.

심장마비로 사망자가 발생한 지점이라는 경고문과 함께.

마치 고산병이 생겨서 걷지 못하는 것처럼

계단 구단을 통과할 때마다 3~7계단 오르고 숨을 한번 고르고 오르기를 반복한다.




국립공원 안내도라면 이미 천왕봉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도 단풍과 능선의 모습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법계사에서 1시간 10분을 걸어왔는데 겨우 1.3km를 걸었을 뿐이라니!!!!!




개선문을 통과하고....



하늘은 새털구름으로 곧 가을이 온 세상을 덮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바닥은 죄다 바윗돌.

쉬면서 무릎보호대를 착용해 부상을 예방한다.




이제 저 까마득히 보이는 계단만 통과하면 천왕봉 정상이다.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아득해 보인다.

예상보다 많이 늦어져 점심시간도 꽤 지체가 되었다.

중간 중간 열량을 보충했기 때문에 3년반만에 오르는 산인데도 잘 올라왔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아주 급한 경사로에 설치한 계단을 타고 천천히 천천히 천왕봉을 향해 올라갔다.

음, 생각해보니 나이가 드니까 고소공포증 같은 것도 둔감해 지는 것 같다.



중산리 안내소에서 무려 5시간만에 정상에 올라왔다.

이제 한반도 대륙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올라온 셈.



인증 사진을 몇장 찍고 장터목 방향으로 내려가는 쪽에 앉아 

김밥, 삶은 달걀, 치즈, 사탕을 먹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행글라이더 타는 사람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시야는 정말 좋은 날씨였다.

하늘이 열린다는 개천은 이런 날씨일까?




생각해보니 짧은 가을 해가 지기 전에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장터목까지 1.7km는 온통 바위로 길을 만들어 놓아서 그런 것인지 원래 바윗길이었는지

무릎, 발목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마치 등대처럼 바위가 우뚝 솟았는데 무릎관절이 염려가 되어

출발 30분만에 다시 쉰다.



이런 길은 두터운 등산화를 신더라도 고통을 참기 어렵다.

차가울 것을 대비해 가져온 옷은 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았지만

쇠퇴해진 체력을 더 소진하게 만든다.



오래전 사진으로 보았던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를 통과.

도벌꾼의 탐욕으로 불탄 사진속의 고사목은 30년 넘는 세월동안 많이 사라졌다.



겨우 흔적만 남았고 산림청에서 식생 복원작업을 하느라 심어 놓은 나무들이 다시 자라고 있다.



하산길의 제석봉은 황량하고 힘든 돌길이었지만 좌우에 식생 복원용 나무들 덕에 미래의 희망을 본다.




하산 1시간만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하산 한계시간을 넘긴 시각.

쉴 틈 없이 다시 남은 길을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이 후에는 사진 찍을 시간도 아껴가며 하산을 서둘렀다.

무려 3시간이나 더 지나서 중산리 안내소에 도착했다.


다녀본 산 가운데 이 길을 최악의 등산길 조건을 갖춘 곳이다.

그래도 한반도 대륙 남쪽의 최고봉을 다녀 온 것에 의의를 둬야겠지?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왕봉(1,915m) 등산  (1) 2018.10.04
하이킹  (0) 2017.11.05
황정산자연휴양림에서 아버지 생신  (3) 2016.06.05
박달재자연휴양림 정모  (1) 2015.11.11
영인산 자연휴양림  (0) 2015.07.05
용봉산 등산  (6) 2015.07.05
Posted by 연우아빠.

하이킹

숲여행 2017.11.05 14:29

반월저수지 하이킹

 

 

세월이 지나면 사람은 점점 게을러지는 듯.

아이들이 자라고 휴양림 여행이 끝나고,

여행에 대한 의욕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세월이 가는 거겠지?

 

 

왕복 16km 거리, 10여년 만에 찾은 반월저수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다.

 

 

자전거 일주도로는 없어서 여긴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며 찍은 사진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기 좋게 다듬어 놓았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금빛으로 반짝인다. 

 

 

 

 

반대쪽 하늘은 아름다운 가을 하늘

.

1시간 15분 정도 자전거를 탔는데 소모된 열량은 310kcal 정도

밥 한공기보다 조금 많은 열량.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보다는 적게 먹는게 더 효과가 있을 듯.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왕봉(1,915m) 등산  (1) 2018.10.04
하이킹  (0) 2017.11.05
황정산자연휴양림에서 아버지 생신  (3) 2016.06.05
박달재자연휴양림 정모  (1) 2015.11.11
영인산 자연휴양림  (0) 2015.07.05
용봉산 등산  (6) 2015.07.05
Posted by 연우아빠.

황정산자연휴양림에서 보낸 아버지 생신


2016. 6. 4~6. 5(1박 2일)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휴양림 여행은 물론 가족여행은 꿈도 못꾸는 상태가 되었다.


올해 아버지 생신 역시 집에서 보낼 생각이었는데

제수씨들이 고등학생 빼고 모이자고 해서 부랴부랴 휴양림을 알아 보았다.


다행히 사전추첨에서 당첨되지 않은 빈방을 선착순 예약하는 날이

지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1년 동안 쉬었다가 예약을 하는 것이라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8인실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느즈막히 출발했는데도 차들이 많았다.

집에서 청북IC까지 무려 2시간이 걸렸다.


그 다음부터는 안성에서 잠깐 막혔을 뿐

다행히 평소보다 1시간 반정도 더 걸리는 정도로 준수하게 황정산 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휴양림 들어가는 길이 생전 처음 와보는 길처럼 낯설었다.

이번이 세번째인데....



후기를 검색해보니 2~3년전에 왔었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6년전에 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세월 참 빠르다.



휴양림 다니길 뜸하게 한 사이에 황정산휴양림 입구는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포장을 해 놓았다.

예전에 울퉁불퉁 들어가던 길이 아니라 왠지 유원지에 들어가는 느낌은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편안한 접근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예약한 방에 들어와서 파노라마로 찍어 본다.

일체형 통나무 집이라서 많이 울리는 편이니 아이들이 뛰지 않도록 해 달라고

관리사무소 직원이 여러번 당부했다.


우린 이제 뛸 아이들이 없어요. ㅠㅠ




삼형제와 부부가 다 모였다.

저녁 먹기 전에 산책이나 하자고 해서 숙소를 나왔다.

숙소 드나드는 길에 놓인 디딤돌들.




우리가 예약한 연립동 숙소



경내에 핀 함박꽃(일명 산목련)

그러고 보니 계절이 산목련이 한창 피었다가 질 때구나.

휴양림을 열심히 다닐 때는 꽃이름도 많이 알고 식물들을 보며 계절이 움직이는 것도 알았는데...



물푸레나무 꽃.



2000년 이후에 개장한 국립휴양림은 초창기에 개장한 휴양림에 비해 경내가 좀 옹색하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이 정도 휴양림도 감탄을 자아내니 사람의 눈은 상대적인 것.



6년전에는 없던 계곡 탐방 나무 데크도 만들어 놓았다.



6년 사이에 나무도 많이 자라서 이제는 숙소동 대부분이 나무에 가려서 더 멋있어졌다.



계곡 옆으로 낸 산책로를 따라 밑으로 내려간다.

바위산이라 계곡물은 바위 아래로 흐르는 소리만 날 뿐 겉으로 보이진 않았다.

비가 온 지 매우 오래된 듯



휴양림 경내가 좁고 경사가 심한 편이라 청태산이나 대관령과 비교할 때 좀 옹색하지만

이렇게 해 놓으니 나름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작은 휴양림을 아기자기 가꾸느라 휴양림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그동안 애쓴 흔적이 보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 숙소로 돌아왔다.



그동안 숲을 다니며 원없이 숯불바베큐를 해 먹었으니

이제 조용히 숙소에서 전기그릴로 고기를 구워먹을 요량이다.

이런 시원한 풍경을 바라보며 베란다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숙소에 음식냄새 베이는 것도 막을 겸...




널찍한 발코니를 보니 한참 휴양림 다닐 때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매트 가지고 올 걸" "그러게?"

"벌레 유인할 전등을 가지고 올 걸" "그러게?"

"야전침대랑 침낭 가지고 올 걸, 여기서 별 보며 자면 좋은데" "그러게?"

.

.

.

아, 우리의 여행감각이 무지 녹슬었음을 깨달으며 아쉬운대로 신문지를 깔고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다.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우리를 어루만져준다.

머리 아프고 힘든 느낌이 바람과 함께 멀리 사라졌다.






먼 산을 바라보며 1년만에 휴양림의 맑은 공기를 느껴본다.



일요일 아침

아버지의 78번째 생신을 축하하는 케이크 절단식을 하고 다시 산책을 하러 나섰다.


6년전에 비해 야영장은 데크 숫자가 2배로 늘었다.



일요일 아침, 우리는 102번째 국립자연휴양림 여행을 확인하는 스탬프를 찍었다.

산책로 중간에 1개, 야영장에 1개 이렇게 2개가 있는데 이 곳은 야영장 앞에 있는 장소.



그런데 어떤 싸기지 없는 인간이 여기에 쓰레기를 넣어두고 갔다.

아마 아이들이 장난하다가 잊어버리고 간 것이겠지?

스탬프를 찍고 쓰레기를 들고 집하장에 갔다 분리수거통에 넣었다.



야영장 앞에는 이렇게 멋진 샤워장도 생겼다.



내부는 이렇게 깔끔하다.

다시 야영 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일어난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아내와 함께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10여년전 우리 아이들이 그러했듯이

아이들이 다람쥐를 좋아라하고, 나비를 쫒아다니며 즐거워한다.

귀한 제비나비를 잡은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이 녀석 이름을 아니?"

"그럼요, 제비나비예요."


"오호! 대단한 걸. 아저씨 아들이 너만했을 때 제비나비 알을 키워서 제비나비를 산에 날려보내곤 했지."

"와! 정말요?"


"그럼! 그런데 너 이 제비나비 집에 데리고 갈거니?"

"아뇨! 이따가 집에 갈 때는 여기 놔주고 갈거예요."



"오호! 그렇구나! 제비나비가 다치지 않게 잘 데리고 다니렴"

"그런데 할아버지. 여기에 왜 제비나비가 많나요?"

"그건 여기가 숲이 좋아서 제비나비가 살기에 좋은가 보구나"

"아항! 그렇구나."

.

숲을 나와 장다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는 각각 자기 집으로 출발했다.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왕봉(1,915m) 등산  (1) 2018.10.04
하이킹  (0) 2017.11.05
황정산자연휴양림에서 아버지 생신  (3) 2016.06.05
박달재자연휴양림 정모  (1) 2015.11.11
영인산 자연휴양림  (0) 2015.07.05
용봉산 등산  (6) 2015.07.05
Posted by 연우아빠.

박달재 자연휴양림 정모(2015.10.31.~11. 1.)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래가 명맥을 이어가는 10월의 마지막날에

솔바람 식구들이 박달재 휴양림에 모였다.



소백산 등산을 마치고 제천에 있는 박달재 자연휴양림에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도착했다.

날씨가 차갑고 해가 일찍 지는 계절이라 5시부터 숯불을 피웠다.

박달재 휴양림의 바베큐 통은 너무 커서 국립휴양림의 2배 이상이다.

유진아빠가 가져온 숯이 적어보일 정도로 너무 컸다.



다들 주은아빠 지시에 따라 각각 밥, 반찬, 고기, 음료수, 과일, 군것질거리 등을 챙겨 한 군데 모으고



그 동안 격조했음을 탓하며 권커니 잣커니 이야기 꽃을 피웠다.

밤에는 각자 돌아가며 개인 신상을 이야기하며 같은 중장년 세대로서 유대를 키웠다.



11월 1일 아침 박달재 쪽으로 산책에 나섰다.



조금 경사가 있긴 했지만 지는 단풍은 오랜만에 맡는 휴양림 공기의 달콤함을 선사해 주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떠오르는 풍경



헤먹 안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찍는 아빠를 보면서 우리 동호회도 세월이 많이 지났음을 실감한다.

엊그제 저렇게 놀고 있었던 듯 한 우리 애들이 벌써 고2, 중3인데 벌써 대학생과 고3이 된 녀석들도 상당하다.



늘 가족이 함께 다니던 휴양림 여행을 혼자 하는 여행이 되어 버린 것이 못내 아쉽지만

세월은 흘러가고 또 새로운 가족들이 이 아름다운 숲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기를 기도한다.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이킹  (0) 2017.11.05
황정산자연휴양림에서 아버지 생신  (3) 2016.06.05
박달재자연휴양림 정모  (1) 2015.11.11
영인산 자연휴양림  (0) 2015.07.05
용봉산 등산  (6) 2015.07.05
덕유산 향적봉에서 하늘이 열리다  (0) 2015.05.31
Posted by 연우아빠.

영인산 산책(2015. 7. 5.)



최근 1년 사이에 완벽한 산악인으로 변신한 은주아빠가 아침 일찍 서울행 전철을 타고 떠났다.

서울에서 다른 등산 약속이 있다고.


은주아빠가 떠나고 아침을 먹으로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독일의 공식유스호스텔이 생각나는 훌륭한 식사였다.

잠을 9시간이나 잤는데도 피곤한 느낌이 남아있다.


그냥 서울 올라가기는 아쉬우니 가까운 영인산을 한번 가보자고 길을 나섰다.


영인산 주차장 위로 네비가 계속 안내를 해 줘서 차를 몰고 2km를 더 올라 갔는데

거기에 영인산자연휴양림 주차장이 있다.


7월 중순까지 입장료는 받지 않고, 주차비만 받는다는 안내에 감사함으로 표시하고 휴양림 안으로 들어갔다.


 

용봉산과 비슷한 높이와 면적을 갖고 있는 영인산은 아산 지역에 공원과 같은 느낌이었다.

휴양림 숙소는 휴양관과 숲속의 집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아쉽게도 야영장은 없었다.

이맘 때 만발하는 자귀나무 꽃이 아름다운 휴양관.



안내도를 보니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여럿 있는데, 도시락을 싸서 가족과 함께 하루종일 다닐만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험한 곳도 없고, 겨울에 눈이 오면 눈썰매 타기도 좋은 그런 곳이 많다.




가볍게 산책만 하자고 왔는데 봉우리가 하나 보이니 일단 올라가보자고 여길 왔다.



이 지역 산이 갖고 있는 특성 가운데 하나는 넓은 평야에 홀로 솟아 있어서

해발고도는 낮지만 전망은 정말 끝내준다는 점이다.



저 건너편에 영인산 정상이 보이는데, 능선길을 따라 거리가 2km 남짓하다. 

봄 가을에 휴양림에 숙소를 잡아 주말에 다녀가면 정말 좋겠다고 유진아빠가 얘기했다.

여름에는 침낭을 들고 와서 일출, 일몰, 밤하늘의 별을 보며 누워서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긴 야영 금지.

야간에 올라와도 풍경이 정말 아름다울 듯 하다.



멀리 보이는 산에 대한 안내판


채석장이 산 한쪽을 완전히 파먹고 있다.

이래저래 지난 30~40년간 남쪽 땅에서 없어진 산지 면적이 약 5%정도 된다.



휴양림 안에는 가을에 국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는지, 국화를 키우는 화분이 하나가득 하고

작은 전시관, 박물관, 식물관이 있어서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족이라면 편하게 다니러 올 만한 곳이다.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정산자연휴양림에서 아버지 생신  (3) 2016.06.05
박달재자연휴양림 정모  (1) 2015.11.11
영인산 자연휴양림  (0) 2015.07.05
용봉산 등산  (6) 2015.07.05
덕유산 향적봉에서 하늘이 열리다  (0) 2015.05.31
덕유산 자연휴양림  (0) 2015.05.17
Posted by 연우아빠.

용봉산 등산

숲여행 2015.07.05 20:53
용봉산 등산기(2015. 7. 4.)

5월말 덕유산 등산 이후 주말마다 집안에서 뒹구는 생활의 연속이다.

메르스가 창궐하는데다 딱히 여행을 해야할만한 동력도 없었다.


집 뒤에 좋은 산을 두고 있으나, 가까이 있으면 보물인 줄 모른다. ^^


집과 회사만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

그리고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주말에는 왜 그렇게 솔솔 잠만 오는 것인지.


기한이 형님이 불러 주시니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용봉산 등산에 따라나섰다.


토요일 아침, 솔바람 네사람이 만나 용봉산으로 출발했다.

맛있는 버섯전골을 시켜먹고 용봉산자연휴양림을 통해 산으로 올라갔다.


해발 381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내포 평야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있어서

전망은 정말 훌륭한 산이다.


산 안내문에 제2금강산이라고 한다는데

규모는 작은 산이지만 산에서 보는 전망과 기암괴석은 그리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싶다.


능선을 보면서 1999년에 가 보았던 금강산의 산세가 생각날 정도로

금강산의 미니어처 같은 느낌을 준다.



해발고도가 381m에 불과한 산이지만 바위 산이라 중턱부터 전망이 너무 좋다. 



멀리 내포신도시(충남도청)가 보인다.

넓은 평야에 연필을 꽂아 놓은 듯한 아파트 군락을 보면 우리나라 계획도시 행정과 미적 감각이 얼마나 후진국인지 느낌이 팍 온다.



금강산 만물상에서 보았던 기암괴석이 생각나는 능선모습



금강산 상팔담 올라가는 길에 보았던 바위산 모습이 떠오른다.

북한산 같기도 하고, 금강산 같기도 한 바위.


산 높이가 낮아 별 생각없이 왔다가 등산 초반에 매우 힘들었다.

더위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뒤늦게 아침에 먹은 감자국이 살짝 상했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놓아두었던 감자국이 하룻밤 사이에 상했던 모양이다.

은주아빠에게 이래가지고 앞으로 같이 등산 다니겠냐는 놀림을 받았다.

결국 출발한 지 1시간 정도만에 그늘에 앉아 쉬었다.

땀에 쩔은 등산용 내의를 벗어 배낭에 집어 넣었다. 그제서야 조금 기운이 돌아왔다.



원래 접근하기 힘든 바위산이었던 듯.

나무데크로 등산로를 정비해 놓았는데 아찔하게 가파른 경사지가 곳곳에 있었다.

하고 많은 장소를 놔두고 이 소나무는 바위 틈에 자리를 잡아서 옆으로 자라고 있다.

수령이 100년 정도 되었다는 안내판이 옆에 있는데, 나무가 고생이 많다.




소원바위.

저 바위 위에 잔돌을 던져서 올리는데 성공하면 소원성취를 한다는데,

아서라! 잘못되어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질 확률이 훨씬 높다.

 


지나온 정상이 저 건너편에 보인다. 아찔하게 가파른 계단이 방송에서 보았던 촉의 잔도가 생각난다.



물개를 닮은 물개바위.

작은 산이지만 곳곳에 재미있는 것들이 숨어 있다.

바위 산이라 그런지 무릎이나 관절이 받는 피로도는 큰 산에 못지 않다.


등산 하는 가운데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 단단한 아이스케키를 파는 분이 계셨다.

아이들 처럼 한개씩 물고 달콤한 에너지를 보충했다.




등산을 하며 걸었던 길은 고작 6~7km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산의 장점이라면 등산하는 내내 정말 멀리까지 탁 트인 시야와 풍경이 좋다는 점을 꼽고 싶다.

이 산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겠다.


이 산 주변에 도시를 건설하는 사람들에게 

산 위에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좀 고려해서 디자인을 해 주었으면 부탁하고 싶다.


기한이 형이 도고에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로 들어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었다.

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수영장은 수리중이었다.

땀 뻘뻘 흘리며 등산하는 동안 수영을 할 생각에 견뎠는데.....


저녁을 먹으로 시내로 걸어 내려갔다.

도고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불과 한 세대 만에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다.

주말인데도 오가는 관광객이나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인구밀도가 높다지만 유럽국가처럼 전국토의 산과 평야의 지형규모에 맞게 사람이 골고루 거주하고

1~3층짜리 건물이 골고루 분포한다면 지역마다 일정한 규모 이상의 상주인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상주인구가 있어야만 지역 경제가 쇠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국가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이 나라가 동맥경화가 악화되어 가는 나라 같아서 슬프다.


쓰러질 것 같이 힘들어 7시부터 자고 싶었는데

치열한 '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우리는 불꽃튀는 토른을 벌이고 말았다.


답답한 이 섬나라에 언제 다시 활력이 찾아 들 것인가?


밤 10시, 가뭄이 계속된 탓에 더운 기운이 훅하고 도는 산 속에서 잠을 청했다.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달재자연휴양림 정모  (1) 2015.11.11
영인산 자연휴양림  (0) 2015.07.05
용봉산 등산  (6) 2015.07.05
덕유산 향적봉에서 하늘이 열리다  (0) 2015.05.31
덕유산 자연휴양림  (0) 2015.05.17
남해편백휴양림  (0) 2015.05.17
Posted by 연우아빠.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다(2015.5.30)



오랜만에 솔바람 가족(cafe.daum.net/foresttour)에게 덕유산에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전후좌우 가릴 것 없이 무조건 OK


다들 미리 계획을 짜 놓고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지 물어본 것.

무릎 수술한 지 3년이 되었지만, 남한 제 4봉인 덕유산 향적봉 등산이 가능할 지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널 위해 준비했어! 하산은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금요일 저녁, 1년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한 저녁 약속이 생겼다.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 하필 등산 하루 전날.


밤 11시에 집에 들어가 씻고 11:30분쯤 잠을 자기 시작했지만 토요일 05:00에 일어나야 해서 잠은 고작 5시간 반 정도 잔 셈.

잠을 못자면 등산하는데 발이 무거워져서 걱정스러웠지만, 하산 부담이 없으니 그래도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비가 오더라도 1mm 내외일거라는 예보와 달리 우산을 쓰지 않고는 약속장소에 갈 수 없었다.

인덕원 역에서 06:20에 4사람이 모여 출발.


비가 살짝 오는 관계로 나들이에 나선 사람이 줄었는지 덕유산까지 2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길을 나섰다.

 


무주 구천동 33경을 하나씩 찍으며 올라가는데

비가 오락가락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면서 그치질 않는다.

백련사를 향해 가는 길에 이른 점심 삼아 송어회를 먹는데 비가 더욱 굵어졌다.

비가 그친다는 예보 때문에 비옷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난감하다.


1시간쯤 머무르며 파전과 송어회를 먹고 있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이제 비는 다 왔어. 더 안 올거야!"라고 하셨다.







덕유산 백련사 일주문

비가 계속 오락가락하니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간간히 올라오는 사람들도 백련사에서 모두 되돌아 가는 분위기.

식당 할머니 말씀처럼 비가 조금씩 잦아 들어서 다행이었다.




원래 11시에 출발해 상대적으로 더 완만한 백련사 > 오수자굴 > 중봉 > 향적봉 > 설천봉 > 곤돌라 하산을 할 계획이었으나

일행 중 한명과 길이 어긋났는데 뒤늦게 전화로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코스를 선택해서 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수자굴 방향으로 500m 쯤 올라갔다가 백련사 쪽으로 다시 내려와 올라가기 시작했다.



웅장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한동안 날씨가 더웠다가 비가 와서 그런지 산은 온통 안개에 둘러싸였다.

백련사부터 정상까지는 2.5km, 우리는 체력 안배를 위해 가파르고 단이 좁은 계단을 5백미터씩 쉬면서 올라가기로 했다.




5백미터씩 쉴 때마다 고도를 확인해보니 거의 1백미터씩 올라간다.

비 때문에 생긴 안개로 경치는 볼 것도 없고 계속 오르기만 하니 힘이들고 재미가 없었다.

능선을 타지 못한 것을 투덜거리며 올라가다가 우리는 짧은 경로로 올라가니 마지막 곤돌라 운행시간까지 여유가 좀 생겼다고 위로했다.


마침내 마지막 이정표가 나왔다.

이제 2백미터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다.

3시가 넘어가니 배가 고파서 올라가기 더 힘들었다.


입구에서 산 김밥을 나눠 먹으며 한참을 쉬다가 다시 길을 올라갔다.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땀은 생각보다 적게 나서 1리터씩 준비한 물은 절반 밖에 쓰지 않았다.

인생사 모두 일장일단이 공존하는구나. 생각하며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마침내 해발 1,614m 덕유산 향적봉에 도착했다.

표지석을 보다 더 높은 저 바위 위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 보았다.



사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그저 안개와 바람 그리고 입김이 나올 정도로 기온도 낮았다.

한반도 남쪽에서 4번째로 높은 봉우리에 무사히 올라왔다는 안도감에 서로를 격려하며 간식을 꺼내 한 잔씩 했다.



간식으로 가져온 과자 봉투가 낮은 기압 때문에 부풀어 올랐다.

고도가 높아서 이런 현상도 생기는구나.



마침 남녀 한쌍이 안개를 뚫고 올라오기에 서로 정상 인증샷 단체 사진을 찍어주었다.

4시간 동안 걸어올라와서 이런 풍경을 사진으로만 봐야 하다니...




설천봉 곤돌라 타는 곳까지 6백미터 남았다.

마지막 곤돌라 하강 시간은 오후 5시 30분.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사방은 여전히 안개 뿐이다.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더니 안개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카메라를 들고 사방으로 뛰었다. 이 멋진 장면을 놓치지 않으리라.



비행기 위에서 내다 보는 듯한 구름 바다가 밝은 해와 함께 신비한 풍경을 보여 주었다.



그러다 순식간에 또 안개가 주변을 덮었다.

그러고 보니 목책 바깥 쪽에는 이렇게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다시 하늘이 눈부시게 파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곤돌라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설천봉 쪽으로 이동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리가 아무리 성능 좋은 카메라를 가졌어도 현장의 신비한 풍경을 절대 전달할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 하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뒤돌아 보니 향적봉 쪽 하늘은 그야말로 티 하나 없이 맑은 하늘

정말 20분 전에 그 안개는 다 어디로 갔을까?

기가 막히게도 이 순간에 향적봉을 향해 여러 방향에서 전문 사진가들인 듯한 분들이 몰려 올라왔다.




저 멀리 섬처럼 보이는 저 봉우리는 지리산 천왕봉인가?

구름바다 속에 떠 있는 섬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사진 찍으랴 눈에 담으랴 정신이 없다.


에이! 그냥 이 멋진 풍경을 한 없이 보다가 곤돌라를 보내 버리고 그냥 걸어서 하산할까? 하는 무모한 감상까지 떠올랐다.



설천봉 근처에 주목이 죽은 채 천년을 버티고 있다.

스키 슬로프가 시작되는 곳으로, 아마도 이 슬로프를 개발할 때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

살아 있는 주목과 죽은 주목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욕심을 되돌아 본다.

그리고 평창에서 하룻밤 꿈 같은 동계 올림픽 때문에 죽어간 수만 그루의 나무들을 생각했다.

올림픽 보다 스키 슬로프보다 저 아름다운 주목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주목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그리고 곤돌라를 타고 쉽게 오르내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밟혀 사막처럼 변해가는 설천봉을 밟으며 곤돌라를 타러 갔다.

곤돌라가 없다면 걸어 내려갔겠지만 일몰과 무릎을 핑계로 편리함을 택하고 말았다.

생물종 보호와 산림 복원을 위해 설천봉에서 향적봉 방향으로 통제한다는 경고문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향적봉까지 가는 길에 우거진 초목과, 몽골 사막 같은 황량한 설천봉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오늘 힘들게 올라간 향적봉에서 본, 내 인생 최고의 명장면을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삶과 죽음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설천봉의 주목도...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인산 자연휴양림  (0) 2015.07.05
용봉산 등산  (6) 2015.07.05
덕유산 향적봉에서 하늘이 열리다  (0) 2015.05.31
덕유산 자연휴양림  (0) 2015.05.17
남해편백휴양림  (0) 2015.05.17
운악산자연휴양림 여행  (0) 2015.04.13
Posted by 연우아빠.

10년만에 찾은 덕유산자연휴양림(2015. 5. 6)


5일 저녁, 네비게이션 말을 듣지 않고 길을 잘못 들었다.

지곡 TG를 나와 곧장 휴양림으로 향했으면 해지기 전에 휴양림에 도착했을 것을

순간적인 판단 잘못으로 지곡 TG를 지나쳐 먼길을 돌아갔던 것.


게다가 서상 TG를 빠져나갔다가 덕유산 능선을 넘어 가는 길에 들어섰다가

연료가 간당간당해 주유소를 찾아보니 다시 TG 근처로 되돌아 온 것.


연료를 보충하고 고속도로를 따라 덕유산 쪽으로 가기로 하고 다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이렇게 1시간 가까이 허비해 결국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일보직전에 휴양림에 도착해서

산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6일 아침, 검은등뻐꾸기 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나 머리가 너무 맑고 몸은 개운하다.

연립동 숙소를 나와 산책로를 따라 길을 걸었다. 예전에 연립동 숙소는 가운데 칸막이가 없어서 두 가족이 연립동을 예약하면

가운데 마루에 나와서 함께 식사도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칸막이를 해 놓았다.



국립휴양림 여행을 시작했던 두번째 해에

여름휴가를 어디서 보낼까 하다가 호남지방을 가보지 못했던 우리 가족이 선택한 첫번째 호남여행지가 바로 여기였다.

이 휴양림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예약을 했는데

2005년 기록적인 폭우로 무주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던 그때가 어제 일 같다.  



숲속의 집 옆에 야외 마루와 식탁, 그리고 편안하게 누워 책을 읽을 수 있는 벤치가 있다.




옛날을 생각하며 울창한 숲길을 걸어 간다.



우리가 예약했던 산막은 이제 사라지고, 전체적인 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많은 부분이 조금씩 바뀌었다.



10년전에도 감동을 주었던 독일산가문비나무 숲은 위대한 생명을 바라보는 감동을 준다.

그때 없었던 데크 길이 생겨서 좀 더 편안하게 울창한 가문비나무를 즐길 수 있다.

현재 이 숲에 있는 가문비나무 가운데 가장 큰 나무이다.

가슴둘레 256cm, 지름 81cm, 높이 30m인 100년 가까이 된 가문비나무



어떤 파노라마 사진도 현장에서 본 모습을 대신할 수는 없다.

여름에 여기 온다면 야전침대를 놓고 드러누워 책을 읽으며 한여름을 보내고 싶다.

해발 8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는 이 숲은 달리 설명할 수 없다. 

1920년대부터 조성한 독일 가문비나무 숲은 직접 보는 것만이 느낌을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일 듯.



휴양림 전체를 둘러 볼 수 있는 임도 산책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깊은 감동이다.



중간에 야생화 꽃밭을 만들어 놓아서 꽃이 필 때 보면 정말 좋을 듯



계곡을 건너 야영장과 임도를 오갈 수 있는 사잇길이 아름답다.



우리 아이들이 10년전에 작은 보트를 저으며 놀았던 계곡 속에 작은 웅덩이는 그대로 있다.



폭우에 침수된 산막에 들어갈 수 없어 휴양관에서 좁게 끼여서 잤던 건물도 그대로 있고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온 가족이 보인다.



10년전 한밤중에 깨어 화장실에 가다가 보았던 어마어마한 별빛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산림청에 별빛보기 제안을 해서 무료 숙박권을 받았던 바로 그 장소.

그때도 아름다웠찌만 그때보다 훨씬 더 예쁘게 다듬어 놓은 길이 흐뭇한 미소를 불러온다.



지역마다 휴양림이 있지만 덕유산휴양림은 천혜의 조건에 관리하는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보탠 것 같다.

  


어디를 둘러봐도 예쁜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저 아래 쪽에 야외 식탁이 있는 곳은 이 휴양림에서 야외 숯불구이를 허용하는 유일한 장소

휴양림 여행 초기에는 우리도 숯불구이를 꼭 해먹었지만 지금은 그냥 아름다운 풍경과 숲의 향기가 오래 남기를 바란다.



경사가 급한 길을 따라 숲속의 집이 줄지어 서 있다. 옛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안정감을 준다.



10년전 폭우 피해 때 흙탕물로 변했던 사방댐 아래 물놀이장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여기에서 SBS 8시뉴스 취재팀이랑 인터뷰를 했었는데...

흙탕물로 변한 물놀이장에서 아이들이 잘 놀았었다.



예전에는 없던 숲속수련관. 너무 훌륭한 건물이라 일부러 행사를 만들어 찾아오고 싶다.



아침을 먹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독일 가문비나무 숲으로 올라왔다.


하늘을 향해 20m 이상 쑥쑥 자란 가문비나무. 


시간이 멈춘다면 그냥 이 숲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웅장한 숲.


임도를 따라 난 작은 개천에는 수많은 올챙이들이 자라고 있다.



국립휴양림 야영장 가운데 손꼽히는 입지를 자랑하는 덕유산야영장.

예전에 없었던 가장 현대적인 취사장, 화장실, 샤워장을 새로 만들어 더욱 많은 사람이 찾는다.

그래서 예약하기 더 어려워진 야영장.


욕심 같아서는 120km가 넘는 덕유산 능선 가운데 있는 선인봉(해발 1,056m)을 올라가보고 싶었으나

다음 목적지 때문에 점심 때가 다 돼서 휴양림을 나왔다.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봉산 등산  (6) 2015.07.05
덕유산 향적봉에서 하늘이 열리다  (0) 2015.05.31
덕유산 자연휴양림  (0) 2015.05.17
남해편백휴양림  (0) 2015.05.17
운악산자연휴양림 여행  (0) 2015.04.13
통고산자연휴양림의 가을  (0) 2014.10.22
Posted by 연우아빠.

남해편백휴양림

숲여행 2015.05.17 17:25

남해편백휴양림(2015. 5.5)



■ 9년만에 찾아간 남해편백휴양림


새벽에 밀려오는 추위 때문에 잠을 몇 번 깼다.

한 텐트에 자던 동생은 한밤중에 침낭을 들고 차에 가서 잤다.


한여름 못지 않은 더위를 생각해서 겨울 침낭 2개, 야전침대 2개, 사계절용 침낭 8개를 가져갔었다.

생각보다 많이 추워서 질녀들에겐 사계절 침낭을 두겹으로 만들어 자게하고 침대를 쓰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밤중에 너무 추웠다.


긴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사계절용 오리털 침낭에 들어가 잤지만 생각보다 너무 낮았던 기온.

나무 데크 위에 텐트를 쳤는데도 한겨울 같은 느낌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하늘의 별이 정말 총총하다.


추위 때문에 몇번이나 깼지만 정말 오랜만에 머리가 아주 맑은 상태로 잠이 깼다.

숲속에서 어김없이 지저귀는 검은등뻐꾸기(일명 홀딱벗고 새) 소리.


더 누워 있는 것보다 햇볕을 쬐러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텐트 밖으로 나왔다.


남해편백휴양림 야영장은 편백나무 향기 때문에 더 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9년 사이에 휴양림은 조금씩 변했나 보다. 건물도 몇개 더 들어서고 더 깔끔해졌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은 독일의 흑림지대가 부럽지 않을만큼 멋진 풍경



아이들이 어렸을 때 빼먹지 않고 들렀던 목공예 체험관.

이젠 목공예 체험을 즐기기에는 너무 자랐다. 세월은 이렇게 조금씩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편백나무 숲 속에는 빈 야영장도 있었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야영예약을 받지 않는 데크도 있었다.



아이들이 일어나려면 좀 시간이 더 지나야 할 것 같아 내친 김에 9년전 준기를 데리고 올라갔던 한려정 정자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그때는 한 겨울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신록이 보기 좋은 봄.


전망대 가는 길이 제법 멀었던 예전과 달리 1.5km만 걸어가면 되는 가파른 샛길이 있다.



임도에 올라오니 따뜻한 햇살이 밤새 오그라들었던 몸을 펴 준다.

예전에는 자동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던 임도는 이제 차량 출입을 막아 놓았다.



아름다운 편백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서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저 길을 따라 내려가면 예전에 한려정까지 오르내리던 임도인 듯.

내려갈 때는 저 길을 따라 내려가 봐야겠다.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다니는 차도까지 올라왔다.

남해 금산 보리암으로 유명한 금산가는 방향 표지도 보이고 전망대까지 가는 길이 나타났다.

휴양림 내려가는 길이 2.7km라는 표지는 아마도 9년전에 아들과 같이 걸어 올라왔던 임도인 듯하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400m쯤 걸어 예전 모습 그대로 서 있는 한려정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데 중년 남녀 두 분이 전망대 옆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멀리 남해의 동쪽 파노라마가 눈에 들어왔다.



한 동안 눈을 호사시키고 나서 휴양림 가는 긴 임도를 따라 내려왔다.

짧은 급경사 길보다 널찍한 숲길을 걷는 게 훨씬 편안하다.



이 길을 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쉼터가 있는 지 보려는 것이었다.

어린 준기를 데리고 겨울 아침에 한려정을 올라갔을 때 여기서 잠시 쉬어갔었다.



아침을 먹고 동생 가족은 부산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싫다는 딸과 아들을 재촉해 편백나무 숲길을 한 바퀴 돌아왔다.

옛날에 없던 수련관. 수도권에서 너무 멀어서 자주 못오는 아쉬움이 없다.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유산 향적봉에서 하늘이 열리다  (0) 2015.05.31
덕유산 자연휴양림  (0) 2015.05.17
남해편백휴양림  (0) 2015.05.17
운악산자연휴양림 여행  (0) 2015.04.13
통고산자연휴양림의 가을  (0) 2014.10.22
중미산 야영과 청심ACG역사대회 참가  (0) 2014.08.27
Posted by 연우아빠.

100번째 국립자연휴양림 여행

 

2015. 4.4. ~ 4.5.(1박2일)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아빠와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 생각 했는지 

올해는 가급적 자주 가 보자고 한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여행이 없는 방학이 되었다.

 

이재정 교육감께서 봄과 가을에 단기방학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게 된 덕분에

늦었지만 봄 가을에는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마지막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

 

4월부터 여행을 하려고 계획했지만 4월 마지막 주가 중간고사 기간인지라 

4월 첫째주 여행을 하면 또 한 달 간 여행이 어렵다. 


시험성적과 대학이 골품을 정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사회가 되어 가니 

지금이 신라시대인지 21세기인지 알 수가 없다. 

놀 줄 모르고 책상머리에만 앉아 청춘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만들도록 놔 둔 기성세대로서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오랜만에 예약사이트를 붙들고 도전을 시도했는데, 

무한 루프에 걸려 예약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30분 이상 지났다. 

그 탓에 방 2개가 예약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렵게 예약한 방은 사무실 동료 가족과 함께 가는 것으로 의논을 했다.

 

오랜만에 개기월식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아들은 망원경을 챙기고, 

공부한다고 집에 남겠다는 딸을 혼자 남겨 둘 수 없다는 아내 때문에 

결국 아버지, 나, 아들 이렇게 남자 3대만 운악산휴양림으로 가게 되었다.


광릉, 하마비. 대소인원은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글이 쓰여 있다.


 

일정은 아들이 짜 놓은 대로 먼저 광릉을 들렀다.

조선 7대 임금 자리를 차지한 수양대군.


나는 수양대군을 조선을 망친 악질적인 인간으로 인식한다. 

수양은 사단과 오상, 삼강과 오륜 등을 기본 윤리이념으로 건국한 조선을

개인적 권력욕으로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의 국가로 변질시킨 원흉이다.

 

그가 어떤 문화적 성과와 역사적 업적을 내었건 그것은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인간의 성과에 불과하다.

그는 왕도정치를 지향한 조선의 이념을 패도로 갈아치운 양아치일 뿐이다.


무덤 구조는 동원이강릉. 한 뿌리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형상이라는 뜻.

정면 가운데 정자각을 중심으로 왼쪽은 수양대군, 오른쪽은 그의 부인이 묻힌 곳이다.

역시나 다른 왕릉처럼 마사토가 많고, 물기가 많은 땅인데 물길을 내어 물기가 고이는 것을 방지하였다.


 

세종은 수양대군의 야심을 몰랐지만, 문종과 신하들은 수양대군을 경계했다.

어린 왕을 보좌해 주나라 800년의 기초를 닦은 주공(周公)의 역할을 수양대군이 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수양대군은 파락호와 돈과 권력을 쫓는 부패관료들을 긁어 모아 쿠데타를 저질렀다. 

그리고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문무관료를 제 맘대로 즉결처분했다. 


그 패거리들은 강상의 도를 무너뜨리고 인륜을 파괴할 천인 공로할 짓을 자행했다. 

친구 부인과 딸을 종으로 데리고 놀았고, 자기들끼리 권력을 사유화했다. 

부정하게 권력을 장악한 자들에게 늘 뒤따르는 정통성 시비에 힘으로 대했다. 

왕도를 목표로 하는 왕조에 패도를 자행해 대군 형제들을 죽이고 귀양보냈다.


명나라의 위세가 아직 약한 때였는지, 망한 명나라를 사대하는 정신나간 사람이 적었던 조선 초기여서 그랬는지

<조선국> 위에 대명(大明)이라는 국호는 없는 비석이 비각안에 있다.


 

세종대왕은 왕자와 공주들도 능력이 뛰어나면 일을 시켰다. 

그러나, 수양대군이 왕 행세를 하게 된 이후 역대 임금의 형제들은 늘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 첫 단추를 꿴 것은 태종이었고, 그걸 체계화 시켜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되게 만든 것은 단연코 수양이다.

형제 가운데 한 명이 왕이 되면 나머지 형제는 사회생활을 접고 언제 칼날 아래 죽을지 모르는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그런 인간이 왕이랍시고 이렇게 떡하니 광릉에 누워 있다. 

그는 살아생전에 천벌을 받지 않았지만 그의 자녀들이 천벌을 대신 받은 듯하다.


정자각 기단 위에서 본 광릉 올라오는 길


속리산에 있는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씨앗을 틔워 키운 소나무


 

봉선사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점심을 먹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나들이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밥을 먹고 쉬엄쉬엄 봉선사를 둘러 보았다. 운악산에서 제법 거리가 먼데 이 절의 이름이 운악산 봉선사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절에 한글 현판이 제법 많다. 

대군 시절 석보상절 등 불경 한글화 작업에 참여했던 수양대군의 무덤을 지키는 절로 지정이 되어서 그랬는지

봉선사에는 대웅전 대신 큰법당이라는 한글현판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한글편액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준비하는 지 절 안에는 연등을 다는 작업이 한참이다.


운악산은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데 운악산 봉선사이다.

원래 운악사였는데 세조의 부인이 봉선사로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특이하게 현판이 한글로 되어 있다.



절 안에는 이런 연못도 있다. 오리가 한가로인 헤엄치고 있었다.



수양대군의 부인이 심었다고 전해 오는 느티나무.



수양대군과 부인의 무덤을 지키는 절이라서 왕궁이나 왕릉에 있는 하마비가 이 절 안에도 있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을 위해 준비 중인 연등



절 안에는 이렇게 한글로 된 현판이 수두룩 하다.

살아 생전에 불경을 한글로 번역한 작업에 참여한 수양대군의 영향일까?



세종임금과 같은 당뇨병 합병증을 앓았던 듯한 수양대군은 병치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때문인지, 이 절안데도 대의왕전이 있다.


임금의 무덤을 지키는 절 답게 남아 있는 당간지주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학교 과제물을 많이 내 주는 탓에 예전처럼 휴양림 멀리 유적을 둘러보기 어렵다. 

궁예의 전설이 깃든 성과 산이 곳곳에 있는데 가보지 못하고 휴양림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포천 읍내 식육점에 들러 돼지불고기 재료를 샀다.

 

우리 가족은 운악산자연휴양림 개장 전인 2007년 2월24일 산림청 초청으로 

휴양림 개장 전 고객모니터링을 위해 여기에서 숙박한 적이 있다. 


2003년 <다유네>라는 이름으로 국립자연휴양림 가족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 사이트에는 참여하는 가족이 한 때 3,000가족 가까이 되었는데 국립휴양림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가족이 함께 국립자연휴양림을 즐길 수 있는 방법과 정보를 공유하던 곳이었다. 

당시 운영자였던 다경이 유경이 아빠 엄마는 산림청 자문단으로 활동했는데 

그 때 산림청에서 우리 모임에 운악산 휴양림 모니터링을 맡겼었다.



8년전 개장 당시에는 없었던 연립동


 

그리고 나서 벌써 8년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없던 연립동 건물과 멋진 기와집도 들어서는 등 내부 시설이 많이 다듬어 진 듯하다. 

그러나, 모니터링 때도 지적했었지만 마사토로 된 휴양림 토질 때문인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절개지에 잔디와 관목이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8년전 우리가 묵었던 숙소동. 이 언덕길에서 일행 중 한명이 밤에 넘어져서 무릎수술을 해야 할 만큼 크게 다쳤었다.


 

경내는 작지만 깔끔한 휴양림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들어와 숲을 즐기고 있었다. 

너무 훌륭한 국립휴양림을 많이 본 덕분에 운악산자연휴양림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지만, 

숲 여행을 많이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나름 좋은 휴식처가 되리라 생각한다.

 

비가 올 것 같이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에도 

망원경을 들고 개기월식을 볼 기대를 접지 못한 준기는 8시가 되자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너른 공터에 나왔지만 하늘은 온통 두꺼운 구름에 덮여 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3년 후 다시 개기월식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때는 고등학교 3학년. 여유를 가지고 개기월식을 즐길 수 있을까?


마당에서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생각이 나서 감회가 새롭다.

 

2층 다락에 올라가 준기는 과제물을 처리하고, 공부하기로 한 분량을 소화했다.

저녁을 지어 먹고 별달리 할 일이 없어서 그냥 TV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휴양림 경내가 큰 곳에 가면 트래킹도 하고, 산책도 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일요일 아침,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휴양림의 맑은 공기와 새소리 때문에 늘 일찍 일어나게 되는데, 이제는 좀 게으름을 부려보고 싶다. 

역사과목을 좋아하는 아들이 궁예성터에 가는 것도 마다하고 집에 가서 과제물을 빨리 해야 한다고 조바심을 내서 

근처에 있는 술박물관 산사원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미성년자에게 술 박물관이라니??

 

배상면 주가에서 운영하는 술 박물관은 술 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전시물을 갖추어 놓아서 

그런대로 괜찮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술을 한방울도 못하는 나에겐 그림의 떡이었지만....


야외 전시물을 구경하는 도중에 간간히 보이던 빗방울이 비로 변해 오래 구경할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나름 구경하러 다니기는 편한 여행이었다.



휴양림에서 5km 떨어져 있는 배상면 주가의 술박물관

입장료 2,000원/인. 미성년자 무료. 구경을 마치고 1층에 내려가서 입장료를 내면 미니술병과 잔 하나를 준다.

1층에는 시음장이 있다.



술 내리는 단지 ?


사장님이 경상도 사람인 듯. 안주상 차림에 문어숙회가 들어 있다.


야외 전시장에 있는 술독. 술 익는 냄새가 가득해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냄새 만으로도 취할 지경.



차가운 공기가 산에 부딪쳐 구름과 안개를 일으킨다.

술 도가를 만들기에는 참 좋은 자리인 듯.


야외 전시장 일부 모습.

'숲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유산 자연휴양림  (0) 2015.05.17
남해편백휴양림  (0) 2015.05.17
운악산자연휴양림 여행  (0) 2015.04.13
통고산자연휴양림의 가을  (0) 2014.10.22
중미산 야영과 청심ACG역사대회 참가  (0) 2014.08.27
지리산 5박6일(6) - 함양  (0) 2014.08.26
Posted by 연우아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