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청평사를 다녀오다

 

2012.8.31~9.1(12)

 

주말마다 야영하러 가려고 눈에 불을 켜고 휴양림 예약을 시도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낚이지 않는 수도권 예약.

정말 귀신 같이 빠른 사람들이군. 30초도 안되서 모두 예약이 다 찼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91일 예약을 못한 아쉬움을 갖고 예약사이트를 어슬렁거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월별 예약을 뒤져보니 9, 10월은 야영장 수리한다고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올해 초에 회사 건강검진을 831일에 예약해 두었는데 금요일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야영장 가면 되겠다 싶어

중미산, 유명산, 산음 세 군데를 봐 두었다.

 

예약해 둔 8월말이 다가오는데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쓸고 지나가 한숨을 놓고 있는데

이런! 볼라벤에 밀려 대만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던 14호 태풍 덴빈이 뒤늦게 볼라벤의 뒤를 따라 우리나라로 올라오고 있었다.

다행히 백두대간 남쪽을 따라 동해안으로 빠져 나간다지만 목요일 밤 집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실, 818일 중미산에서 비를 맞았기 때문에 이번 야영에서는 타프를 잘 말려 보려는 생각도 있었는데 

다시 빗속야영이면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 준기 두 녀석은 이제 야영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시큰둥하다

특히 연우는 공부해야 하는데 야영은 무슨...이라며 좀 강하게 저항한다

주말상봉 가족생활을 2년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런 점이다


이제 주변 사물에 대한 기억도 또렷하고 호불호가 분명해지는 이 시기에 주말상봉 생활을 하니 

아이들과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되돌릴 수 없는 귀한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모래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하러 서울에 다녀왔다

매년 딱 하루만 단 둘이서만 있는 시간이지만 어쩐지 낯선 느낌이 든다.

우리 인생이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기울어져 있었나 보다.

 


짐을 차에 거의 다 실었을 때 준기가 돌아왔다.

“‘아빠, 오늘 부회장 됐다

~응!?”

오늘 부회장 후보로 나서서 당선 됐다고!

아니? 어쩌다가?”

 

외사촌 누나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2학기 임원 선거에 스스로 손을 들고 나섰단다

친구가 추천을 해 주기로 했는데 그냥 자기가 먼저 한번 해 보고 싶어서 손을 들고 나갔단다

친구들 가운데 제일 표를 많이 받아 부회장이 되었다는 이야기.

 

작년에도 친구들이 부회장 하라고 추천을 했는데 자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거부를 한 녀석이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

 

해보고 싶으면 해도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부회장이 됐다고 하니 아내와 난 좀 당황스러웠다.

이런 경험 저런 경험 해 볼 수 있으면 하는 게 좋긴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딱히 뭐라 표현하기 곤란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 좀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요즘인데, 

어쨌든 아이는 자라긴 자랐나 보다.

 

휴양림에서 오후에 들어와 달라는 문자가 왔다

야영을 할 수 있지만 태풍 뒷정리를 좀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전갈.

야영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늦은 오후에 길을 나섰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막히지 않고 잘 달렸다.

 

하지만 중미산 보다 먼 길을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길이 이렇게 멀었었나?”

 

야영장에 도착하니 안하던 신분증 검사를 한다.

예약자와 실제 들어오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민원이 자꾸 들어오는 모양이다.

태풍이 두번 연달아 온데다 휴가철 끝물이라 그런지 오늘은 빈 데크가 많은데?

 

예약한 110번 데크에 가보니 경사가 많고 계곡 바로 위쪽이라 물소리가 너무 컸다.

1 야영장은 한번도 캠핑을 해보지 않은 곳이라 휴양림 홈페이지의 개념도만 보고 선택했는데

실제와 차이가 너무 커서 좀 맘에 들지 않았다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 다는 점과 경사가 좀 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이런 데를 예약했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먼저 텐트를 쳤다.

일단, 텐트를 쳐 놓고 휴식을 할 수 있게 해 놓으면 잔소리가 좀 줄어드는 학습이 되어 있어서...

 

잔소리는 했지만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짐을 나른다

지금 라면 먹으면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은데 아이들이 배 고프다고 라면이라도 끓이자며 아우성이다.

텐트를 쳐 놓고 나서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래도 예약을 취소한 데크가 좀 있겠다 싶어서 안내소로 갔다.

 

혹시 계곡 건너편 데크를 취소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 보니 112번 데크가 비어 있다고 한다

그 쪽은 평지인지라 무릎도 아직 좋지 않은데 얼른 자리를 바꾸었다.


텐트는 반만 해체해서 준기랑 들고 가고 나머지 짐은 차에 싣고 옮겼다

한 여름에는 낮에 햇볕이 많이 들어서 조금 덥겠지만 현재는 별로 관계 없는 계절,

취사장이 가깝고 차를 데크 바로 옆에 댈 수 있는 평지라서 아주 좋은 편이다.

 

덴트를 치는 동안 아내가 저녁을 준비했다. 어둑해져서 텐트만 치려고 했더니 비가 내린다.

할 수 없이 타프를 꺼내 텐트를 쳤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저녁 먹느라 바쁘다.

그래도 역시 믿을 사람은 아내뿐,

제비가 박씨 물어다 주듯이 수시로 쌈을 하나씩 들고 와서 먹여 준다. ^^ 

 

어찌됐건 제대로 타프까지 쳐 놓고 나니 기분은 좋은데 

사방에서 숯불구이를 하는 냄새가 계곡 바람을 타고 우리 사이트까지 밀려왔다

그렇게 좋아하던 숯불구이였는데 그을음 타는 그 냄새가 왜 그리 싫은지,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식성이랑 취향도 바뀌나?

운동을 못해서 살도 늘어지고 몸무게도 늘어서 그런지 숯불구이 보다는 다른 것을 찾게 된다.

 

밥을 먹고 데크 주변 정리를 좀 하고 나서 연우가 영화보자고 조른다.

녀석이 가기 싫은 야영을 따라 오게 하려고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저녁 먹자마자 바로 주문을 한다.

 

준기를 데리고 계곡에 가서 시원한 등목을 했다.

이젠 물이 시리다.

태풍이 몰고 온 비 때문인지, 평소에도 맑디 맑은 산음휴양림 계곡물은 생수보다 더 맑고 깨끗하다.

수도권 휴양림 가운데 가장 조용하고 깨끗하고 숲이 깊은 휴양림.

 

사이트 구축하느라 땀에 젖은 머리를 물속에 푹 담궜다.

아빠 등목을 시켜주던 준기는 등목하면 계곡물 오염시키는 것 아니냐며 계속 잔소리를 하다가 자기도 등목을 해 보겠단다.

 

등에 물을 부어주자 너무 차갑다며 비명을 지른다.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상쾌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 이런 게 가족여행의 맛이 아니겠나?

그리고, 아들아! 이렇게 제한적인 사람들이 등목 하는 것으로 물이 크게 오염되는 것은 아니란다.

게곡물은 모래와 자갈 사이를 통과하면서 정화가 되는데 사람이 자정 능력 이상으로 오염시키지 않는 한

계곡물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단다.

 

등목을 하고 나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사이에 졸음이 밀려온다.

준기는 내일 춘천에 통나무집닭갈비 먹으러 가잔다.

산음에서 식당까지 50km쯤 된다.

닭갈비 한번 먹자고 춘천까지?

 

 

계곡 옆은 잠잘 때는 물소리 때문에 성가신데 이웃 사이트에서 나는 웬만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1야영장은 처음이지만, 선택하길 잘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밤중에 아내가 깨웠다. 화장실 가잔다.

캄캄한 밤, 보름달이 떠 있는데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계곡 물소리만 들린다.

! 화장실이 먼 것이 단점이군

 

아침 햇살에 눈을 뜨니 아침 7시쯤 되었다.

아침을 준비하고, 야영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계곡 건너편 처음 예약했던 110번 데크 근처에는 세 동만 들어왔고 10여동이 빈채로 남았다.

태풍 때문에 취소한 사람이 많은가 보다.

 

아침을 먹고 준기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섰다.

산음에 벌써 다섯 번째 인데 숲 산책로는 여전히 새롭다.

준기와 함께 숲 산책로를 올라가다 알탕하기 좋은 곳을 여럿 발견했다.

분명 숲해설 들으며 여러 번 지나간 곳인데 이런 곳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든다.

 

숲 속에서 나무를 묶어 놓았다가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끈을 발견했다.

끈을 풀고 나니 시간이 오래 지났는 지 나무껍질 색깔이 변색이 되었다.

2 야영장 근처에서 돌아 내려와 아침을 준비하고 침낭을 널어 햇볕 소독을 했다.

빨랫줄을 치다가 누군가 나무에 못을 박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

못을 빼려고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맨 손으로는 빠지지 않았다.

장도리가 있었다면 쉽게 뺄 수 있었을 텐데 팩을 박기 위해 망치만 갖고 다니다 보니 해결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 야영 데크 위에 못을 박는 사람들은 가끔 보았지만

살아 있는 나무에 이렇게 못을 박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아침을 먹는데 아이들이 춘천 닭갈비 먹으로 가잔다.

2년 전에 먹었던 소양강댐 앞 통나무닭갈비집을 찾아갔다.

2년 전보다 사람이 훨씬 더 많아져서 대기번호를 받아 기다렸다.

젊은 남녀들과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길을 메울 정도로 많다.

40분 정도 기다리니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예전보다 찾아오는 사람은 더 많지만 음식맛은 여전히 잘 유지하고 있는 듯한데

내 입맛이 변했는지 단맛, 짠맛, 매운맛 같은 자극적인 맛이 신경을 거스른다.

아마도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밥을 해 먹느라 양념이나 간을 덜 해 먹다가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밥을 많이 먹었으니 살 빼러 가야지 하면서 반대하는 녀석들을 끌고 청평사로 차를 몰았다.

6년전 소양강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 갔다가 마지막 배 시간 때문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입구에서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배타고 소양강 댐을 건넜던 것 말고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청평사 들어가는 길, 매표소 앞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를 하자마자 쏟아지는 비.

나와 준기는 판초우의를 꺼내 입고, 아내와 연우는 우산을 쓰고 청평사로 향했다.

청평사 가는 길은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도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2km쯤 걸어서 절에 도착할 때 쯤 비가 그치고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인다.

 

고려 시대 중기에 지은 천년 정도 된 작은 절인데 경내가 깔끔하고 아늑하다.

여행 기억은 남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금방 사라지고 마는 듯하다.

 

산음야영 후에 청평사까지 갔다 온 것이 거리상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들 녀석은 쌩쌩하다

최근에 야영 다니며 숯불구이를 하지 않았더니 2주일 뒤에 예약해 놓은 방태산 야영장에 갈 때는 새우 소금구이를 해 먹자고 한다.

올해는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았었는데 방태산까지 야영하러 가는 것이 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올해 들어 아들의 몸이 부쩍 자랐다.

마음도 같이 자라서 언젠가 어른이 되겠지.

평화롭게 여행 다닐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 1야영장 모습.

예전에 비해 데크를 많이 철거해서 그런지 복잡한 느낌이 없고 쾌적하다.



우리 사이트. 보조 폴은 한쪽에만 세우고 반대쪽은 그냥 팩을 박아 줄 하나만 설치했다.

타프 칠 때마다 느끼지만 타프를 치고 1박2일은 왠지 억울하다.



토요일 아침, 아들과 산책하며 발견한 버섯.



아름다운 색깔을 보니 독버섯이렸다?

그런데 이런 분류도 너무 인간 중심적이 아닌가. 

이 버섯이야 자기 나름대로 생태계에 적응하며 오랜세월동안 진화해 온 위대한 생명체 가운데 하나인데 말이지.



마치 복면을 하고 있는 사람얼굴 같아 보이는 나무.

사람들이 자기 필요 때문에 끈으로 묶어 놓았다가 제대로 자르지 않고 방치한 탓에 이런 흔적이 남았다.

1년 뒤에는 다시 제 색깔을 되찾겠지.



숲해설을 하는 숲산책로 곳곳에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두번 거쳐간 태풍 때문에 계곡 물이 늘어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한여름이라면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기 좋은 곳.

아들과 오르내리다 보니 알탕하기 좋은 곳도 계곡 곳곳에 숨어 있다.



징검다리도 건너서



벤치에 앉아 쉬면서 낙엽송 숲 속에 있는 제2야영장을 찍어 보았다.



토요일, 늦은 점심을 먹고 비를 맞으며 춘천 청평사에 들렀다.

고려 중기, 청평사를 중건한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가 있는 곳.

당시 최고 권력을 누렸던 인주이씨 집안 출신이었음에도 이자현은 평생 벼슬과 권력에 대해 담을 쌓고
이 곳에서 수도를 하며 
청빈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의 사촌 가운데는 고려 중기에 최고 권세를 누렸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난을 일으킨 이자겸이 있다. 




비가 오는 숲길은 나무가 울창해 밤처럼 어둑어둑했다.



청평사 들어가는 계단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커플이지만 다정한 모습이 보기 좋다.





청평사 경내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딸과 뱀이 된 청년 사이에 얽힌 윤회전설이 이 절에 전해 온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연등

단청과 함께 우중충한 날씨에도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세상에는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그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연우 사진 찍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운 요즘

갑자기 준기와 아내가 연우 찍으라고 한다.



    

하늘에 노출을 맞추면 땅이 어둡게 나오고                               땅에 맞추면 하늘이 날아버리는 사진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닫기 훨씬 전에

사람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이유는 때가 되었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늘 색깔이 정말 고왔는데 사진으로 그런 느낌을 살리는 것은 어렵다.



대단한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이 쌓은 듯



절을 내려오는 길에 구송폭포를 다시 찍어 봤다.

역시 폭포는 물줄기가 시원해야 보기가 좋다.



폭포 아래 쪽에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딸이라는 평양공주와 그를 사랑한 청년의 전설을 테마로 한 공주와 상사뱀 모습

전설을 찬찬히 읽어보니 요즘 기준으로 보면 스토커와 스토커에게 시달린 공주의 이야기 쯤 될려나?

집요한 사랑은 당사자들에게 비극이 될 수 있겠다.

암튼 두 당사자가 윤회의 업을 끊을 수 있었다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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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우아빠.

산음휴양림

2011.9.17~9.18 / 소쩍새(숲속의 집)

어머니 제삿날이 추석 연휴가 끝나면 이틀 뒤. 추석과 제사를 연이어 모시는 아내가 힘든 시기다. 핑계 김에 산음휴양림 소쩍새 방을 잡아 두었는데 아버지를 모시고 놀러 가려고 했더니 아버지는 아니 가시겠단다. 아버지는 작년 춘천여행 때 차멀미로 고생을 하신 뒤에는 전혀 여행을 하지 않으려고 하신다.

우리끼리만 떠날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 학교 가는 토요일이라 오전에 준비를 했다. 유진아빠께 물어봐서 안양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우와 조개를 사서 구워먹는 것으로 저녁 준비를 하기로 했다. 새우 1kg(50마리), 조개 1kg. 사우디 산 냉동새우는 1kg에 1만3천원, 국내산 양식 새우는 산 새우인데 kg당 3만원. 일단 국내산에 손이 간다. 간이 부은 게지. 팔려가지 않겠다고 새우들은 사방 팔방으로 튄다. 힘도 좋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간만에 휴양림 한번 가서 쉬다가 오자는 생각. 3년만에 산음에 가는 길이라 준기는 마냥 즐겁다. 이제 여행의 재미를 스스로 알기 시작한 나이기도 하고 부모에게 가장 효도를 많이 한다는 5학년. 반면 사춘기인 연우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문자질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데 액정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하다. 아무래도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휴대폰은 도움이 별로 안되는 물건인 듯. 휴대폰의 노예가 된 것 같아 맘에 안든다.


소쩍새방


소쩍새 방은 숲속의 집 가운데 주차하기가 제일 불편한 곳이었다. 옆 집에 먼저 도착한 가족들이 주차해 놓은 공간에 막혀 차를 제대로 돌릴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3시 좀 넘어 도착한 휴양림에는 야영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너무 복잡해서 스탬프는 퇴실할 때 찍어 준다고 함. 산음에 와서 제대로 둘러 본 것은 숲해설 한번 참석한 것 말고는 없었던 듯. 이번에는 해도 많이 남았으므로 소쩍새 방에 주차해 놓고 산책 겸해서 돌아다녀 봤다. 비탈진 곳에 사방공사 하는 듯. 표토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망을 깔고 식물들을 이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공이랑 배드민턴도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발동물 이름을 달고 있는 집들은 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을 만큼 넓다


계곡을 따라서 만든 2야영장에는 여태껏 산음휴양림에 와서 본 것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들어온 듯. 데크 하나만 남기고 꽉 찼음. 좁고 긴 야영장 구조는 편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구조. 3년만에 왔더니 건강증진센터 건물이 들어섰다. 널찍한 공간에 휴양과 치료를 겸하는 건물. 잣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를 나무 데크로 만들어 놓았다.


약도를 들고 산책 중


새우 소금구이를 하려고 바베피아를 펼쳤더니 빗방울이 잠깐 동안 떨어졌다. 소나기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타프를 가져오려고 했는데 장비에 대한 타박을 하는 아내 잔소리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왔는데...암튼 아내 말을 들으면 안된다는 머피의 법칙. 

다행히 2~3분 뒤에 비가 그쳤다. 야외 식탁에 식탁보를 깔고 바베피아를 꺼내자 준기가 “새우 굽는 거야? 아빠!” 하고 반색을 한다. 요리용 철판을 산 지 몇 년만에 다시 써 본다. 소금을 깔고 새우 상자를 열었더니 그 팔팔하던 새우들이 다 잠잠하다. 몇시간 밀봉된 박스 안에서 질식해서 죽었나 보다. 오와 열을 맞춰 소금 위에 진열하는데 갑자기 한 마리가 펄떡 뛰어 땅바닥에 추락했다. 체력이 좋은 몇 마리가 살아 있었던 것. 


새우가 발그레하게 익었다.


“미안하지만 너희들이 워낙 맛있어서 그냥 먹어야겠다.”

흙을 씻어내고 기절을 시켜서 다시 구웠다. 맛있는 것을 구워서 그런지 연우도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집게를 들고 새우를 굽는다. 간만에 두 녀석 같이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고 했더니 사진기를 본 연우가 냅다 도망간다.


아빠가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을 보자마자 냅다 튀는 연우


누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온갖 포즈 다 잡으며 사진을 즐기는 준기


어머니가 남긴 식탁보. 이젠 가지고 다녀야겠다.


“새우야! 미안해! 하지만, 너무 맛있다.”

우린 이 말을 되뇌이며 잘 익은 새우를 먹어치웠다. 이어서 조개구이까지.
이 정도 양이면 배가 부를텐데 연우와 준기는 배가 고프단다. 자라긴 많이 자랐나보다. 이렇게 많은 걸 먹고도 더 먹어야 한다고 입맛을 다시니.

야외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마쳤는데 시간은 겨우 7시 조금 넘었다. 갑자기 창 밖에서 소나기 오는 소리가 났다. 지나가는 비가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많이도 온다. 저녁 먹는 시간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비 제대로 맞을 뻔 했다. 역시 타프나 대형 비닐은 휴양림 여행에서 필수품이다.


맛있는 조개구이. 뜨거운 열기를 느낀 조개들이 도망을 가려고 관족을 쑥 내밀다가 그냥 익어버렸다. 미안하다.


우산이 없어서 밖에도 못 나가겠고 TV를 보지 않으니 조용한 숲속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 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더욱 심하게 내렸다. 시골에 살 때 비가 오면 후두둑 소리는 늘 듣던 익숙한 소리였는데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비 내리는 소리도 낯설다. 한여름 열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은 서늘한 바람이 상쾌하다. 일기 쓰고 공부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10시쯤 잠을 자기 위해 창문을 닫으니 갑자기 사방이 너무 조용하다. 


열심히 먹고 있는 아기 다람쥐.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아무도 이 다람쥐에게 몹쓸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겠지?


일요일 아침, 습관적으로 잠이 깼다. 5시 조금 넘은 시각.

아! 휴양림이지.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잠을 잔다. 1시간 쯤 더 자다가 휴양림 산책이 더 나을 듯 하여 혼자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비는 어젯밤에 그쳤던 모양이다. 바람이 어제 낮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서늘해 졌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어제 내린 비에 숲은 모두 젖었다. 주변 봉우리는 모두 물안개를 쓰고 있다. 야영장을 지나 건강증진센터까지 내려와 한바퀴 돌고 다시 숙소로 올라갔다. 아침을 해서 아이들을 깨웠다. 숲속에서 이렇게 늦게 일어나기는 처음. 이제 키가 크려고 그러나?

9시 쯤 늦은 아침을 먹고 숲을 한바퀴 산책한 다음 홍유릉을 향해 출발했다.


치유의 숲. 나무 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었다.

Posted by 연우아빠.

다유네 봄 정기모임(산음휴양림). 2008.4.26~27

오늘 어쩌다 해가 환한데 집에 도착했네요.
6번 도로 합류지점, 공포의 양평시내는 비가 온 주말에도
나들이 차량이 바글바글....유진이네 자동차 꽁무니를 쫓아 뒤늦게 U턴을 해서
양근대교를 넘어 광주로 넘어가니 4~5시간 걸리던 귀가길을 달랑 1시간 15분만에 주파 !!!

휴양림 다니다가 이런 날도 있군요. ^^
다유네를 개인블로그로 만드는 일은 그만 해야 하기 때문에
주은아빠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후기는 사양하고 사진만 살짝...
아이디어는 현지아빠님 풍선글에서 차용했는데 재미가 있을라나요?


숲치료사 선생님께서 이끌어 주신 숲해설
숲 해설사님의 해설과는 색다른 분위기라 좋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정말? 하고 놀랐던 귀여운 동글이,
숲해설 들은 분만 압니다. ^^

 


숲 치료사 선생님께서 나무도, 돌도, 물도 말을 한다고
청진기로 들어 보라고 하시데요. 정말 소리가 납니다.

 

 
활달한 정은이, 이날 꼬마야 꼬마야 할 때 줄에 맞아서
많이 아팠을텐데..그래도 쾌활하게 말도 잘 타고....

 
 
산하입니다. 날렵한 몸매로 운동에 관한한 천부적인 자질을 보입니다.

 
 
은주아빠께서 줄돌리랴 전화 받으랴 바쁘십니다.

 


일명 '놀이의 달인' 은주,
한참 넘다가 산하가 들어오자마자 줄에 걸려 아쉬워 하는 산하.

 


운동이라면 일단 해 보고 보는 연우, 말을 겁낼 줄 알았더니 잘 타네요.

 


은주, 채린이, 산하...정말 줄넘기 잘 합니다.

 


승환이는 이제 도가 텄습니다.

 
 
비둘기, 강아지...움직이는 모든 동물을 무서워하는 준기인데 말은 타네요.

 

 
승환이는 달리는 말에 박자를 잘 맞춥니다.
아이들 승마를 미리 마련해 주신 상린채린아빠님,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준기맘 - 은주맘 두 분 맘님께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줄을 넘으며 가위 바위 보까지 하는 기술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깜찍한 주은이, 엄마랑 말을 타니 기분이 너무 좋은가 봅니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넘쳐나던 고기라서 다들 고기는 적게
다른 음식을 많이 가져왔습니다. 고기는 일찍 떨어지고...
덕분에 가자미 찜, 부추전...또 뭘 먹었더라???

 
 
위기 메이커 주은아빠, 맘님들께 인기 짱이지요.

 
 
유진이가 올해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산음에 오니 기특하지요? 똑똑하고 예쁜 유진이... 카메라만 보면 V를 날립니다.

 
 
한 교수님께서 비누방울을 불 수 있는 참나무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계십니다.
준하와 윤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생전 처음 톱질해보는 준기,
칼로 연필을 직접 깎아볼 기회도 별로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자상한 지환이 아빠께서 공구 쓰는 법을 가르쳐 주고 계시네요.

 


똘망똘망한 '김윤' 그리고 부모님...
만들기의 달인 엄마와 함께 윤이도 열심히 목공예를 합니다.

 


정신없이 바쁜 농장일을 접어두고 라파엘아빠님과 함께 행사를 준비해주신
석이 아빠님...중후한 포스가 느껴지는 분입니다.^^

 


톱 잡아볼 기회가 거의 없었을 채린이는
걱정스러운 엄마 표정과 달리 신이 난 표정이네요.

 


건축설계를 하시는 산하아빠께서 산하에게 한 수 지도하고 계십니다.

 


쾌활하고 예쁘고 뭐든 잘하는 서연이.
톱질하다 잠시 생각 중입니다.

 


쾌도난마 김우탁,
단번에 나무를 잘라 나무 망치 만들었습니다.

 


샘플 복사의 귀재 연우, 샘플과 똑같은 것을 만드려고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습니다.

 


목공예 행사를 해 주신 충북대 한규성 교수님.
채린이가 만든 귀여운 동물인형을 들고 칭찬하고 계십니다.

 


윤이를 도와주다 그만 주체할 수 없는 창작의욕을 발휘하신 윤이맘님...
저도 애들 만드는 것 보고 손이 근질거려 혼났습니다.
이날 여러 부모님들께서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났었지요.

 


어린이는 직선 톱질을 잘 못한다고 하시네요.
평소 실력을 감출 수 없었던 산하아빠님 작품 ^^

 


준기가 만든 자칭 코뿔소 인형.
머리가 너무 무거워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톱질과 드릴로 구멍뚫기를 하면서 내내 투덜거리더니 그래도 만들긴 만들었네요.^^;;

교수님의 대략 난감한 표정.

 


모두 함께 웃었던 어묵 3인분
싸늘한 이날 저녁에 함께 먹고 싶었던 음식이었죠.

 


광각렌즈가 없어서 부득이 단체사진을 잘라서 찍었습니다.

 


단체사진 촬영 중에도 산하는 교수님께 받은 설문지 작성하느라 바쁩니다.

 


짧은 순간 연속촬영에도 우탁이는 동작이 계속 바뀝니다.^^

 


일요일 아침, 손수건 물들이기를 할 재료를 찾아 나선 길
준수와 준수아빠입니다. 이젠 제법 잘 걷습니다.

 


산목련님, 유진아빠님
손수건 물들이기 준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수건 물들이기 재료를 찾아 나선 숲속 산책길,
연우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는 버들피리를
윤이와 정은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승목이와 현석이가 비탈길을 달려 내려갑니다.
날씨는 싸늘했지만 연두색이 참 좋습니다.

 


다유네의 식물박사 산목련님
아이들에게 찬찬히 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십니다.

 


작년에는 사탕을 하나씩 물고 손수건 작업을 했는데
올해는 버들피리를 불어가면서 하는군요.

 
 
꼼꼼하게 작업 중인 서연이

 
 
이제 채린이는 뭐든 척척 잘 만드네요.

 
 
남자 아이들은 역시나 손수건 만들기보다는 게임에....

 
 
눈으로도 배우고 말로도 배우고...
정은이는 늘 여유가 있습니다.

 
 
사탕을 물고 열심히 만들고 있는 상린이

 
 
뒷자리에 멀찍이 떨어져서 열심히 작업중인 서연이 아빠님
대단한 작품을 만들고 계십니다.

 
 
친구따라 강남...아니 산음에 오신 태영 아빠님
앞으로도 주~욱 다유네와 함께 즐거움을 함께 하시길....

 
 
게임에 몰입해 있던 남자 아이들..
성영이를 따라 하나씩 만들어 보다가는 이내 사라졌습니다.^^

 
 
현석이가 제일 먼저 완성했습니다.
버들피리 하나 물고 "제 작품 어때요?"

 
 
엄마가 만드는 손수건, 주은이도 열심히 숟가락을 두드립니다.

 
 
정은이 작품 완성!
윤이가 언니랑 같이 찍어야 한다고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사가 그만 노출을 잘 못 맞췄네요. ^^;;

 
 
주은이도 아빠와 함께 만듭니다.

 
 
준기와 주은이도 다 만들었어요....
주은이와 주은맘님이 함께 찍은 사진은 그만 주은맘님께서
눈을 감으셔서....

 
 
서연이와 아빠의 작품
대단한 정호아빠십니다. 박수 ......

 


손수건은 이렇게 스카프가 됩니다.
귀여운 주은이의 센스 ^^

Posted by 연우아빠.

잣으로 불러온 곤줄박이 관찰 ^^


여행컨셉 : 이웃사촌과 휴양림 함께 즐기기
일정 : 2007.10.27~10.28(1박2일)
동참인물 : 우리가족(4명), 이웃사촌1(2명)


* 원래 4가족 14명이 떠나기로 했었는데
이웃사촌1(1명 - 열공 관계로), 이웃가족 2(3명 - 갑작스런 이사), 이웃가족3(4명 - 갑작스런 몸살감기) 등등의 이유로 달랑 6명이 잣나무 방으로 갔습니다. 너무 큰 집이라 좀 썰렁~~~



수리산 단풍이 그 날 따라 너무 예뻤습니다.

방태산의 잔소리를 기억한 우리 마눌님이 목요일 저녁에 묻습니다.

“토요일 몇 시에 출발할거야?”
“8시, 그런데 왜?”
“실천 불가능한 시간 말고....어쨌건 출발할 사람들에게 준비하라고 알려줘야 하니까”

한 달반쯤 전 10월달 휴양림 예약 다 끝난 뒤에 마눌님이 작년에 청태산에 같이 갔던 사람들 + 1가족이 휴양림 같이 가 볼 수 있느냐고 제안이 들어왔답니다. 그것도 10월달 단풍철에...우리가 휴양림을 워낙 뻔질나게 다니니까 남들은 휴양림은 맘만 먹으면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나 봅니다.

Oh my god!
어쩌겠습니까? 마눌님의 사회적 체면을 위해 큰 방이 있는 강원, 충청, 경기 휴양림 다 뒤져 대기를 걸다보니 이상한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산음휴양림의 잣나무방이 전산애러로 예약이 안된채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해 휴양림쪽에 알려주었습니다. 전산애러를 수정하자마다 잽싸게 예약을 했습니다. 로또 당첨된 기분...

그러나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 4가족 14명이 가기로 한 휴양림은 출발 이틀 남겨놓고 2가족 6명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취소하기에는 너무 아깝고...그냥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우리 집 차에 타고..

9시 30분 집을 나서서 이웃가족 2명을 태우러 갔습니다. 아! 그런데 수리산 단풍이 너무 너무 고운 겁니다. 햇빛을 받아 황금같이 오팔같이 비취같이 빛나는 단풍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얼마나 예쁜지...농담삼아 한마디 던져 봅니다. “오늘 여행 그만두고 수리산이나 올라가지!”


수종사와 두물머리



수종사 올라가는 아랫마을 노란 해바라기

이번에는 하남IC를 나와서 팔당대교 앞에서 45번 도로를 타고 팔당댐쪽으로 갔습니다. 강 건너편 밀리는 길과 대조적으로 이쪽은 고작 3~4대만 다녔고 씽씽 잘도 달려서 주말에만 열어주는 공도교를 넘어 수종사로 갔습니다. 4월달 산음 정모때 산목련님네랑 가려고 했다가 못 갔던 곳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유니맘님이 추천한 석창원도 가 볼겸 해서...

차 가지고 올라가는 길이 있지만 등산객에게 엄청난 민폐를 끼친다는 글을 여러 곳에서 본데다가 그닥 높지 않아서 가볍게 등산할 만한 곳이라서 마을 어귀에 차를 대놓고 등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공해 때문인지 따가운 햇살 때문인지 대기는 무엇이 낀 것처럼 쾌청하지 않았지만 단풍을 구경하며 올라갈 만 한 길이었습니다. 역시나 차를 가지고 올라가는 장삼이사 덕분에 별로 유쾌한 등산길은 아니데요.



산악자전거, 자동차, 두발.... 각자 즐거운 방법으로 단풍을 즐기러 수종사로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뛰어서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올라가고 마나님 두 분은 약간 허덕거렸지만 “수종사 가면 공짜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제 말에 힘을 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한강 풍경이 멋있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물머리, 이날 시정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운길산 수종사 산문을 지나 다람쥐 샘물에서 표주박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수종사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섰습니다. 두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확실하게 보이데요. 시야가 깨끗했으면 더 좋으련만...



수종사 부도



나무 사이로 수종사가 보입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포기하고 절을 둘러 보았습니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오밀조밀 아름답게 잘 가꿔 놓은 곳이네요.



수종사 석탑



530년 은행나무


500년을 훨씬 넘긴 은행나무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은행나무 아랫길로 내려오는데 상당히 미끄러웠습니다. “얘들아!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라” 라고 말하는 순간 제가 미끄러져서 왼쪽 다리를 갈아먹었습니다. 피부가 꽤 벗겨져서 아프데요. 연우, 준기, 정모 세 아이가 어른이 넘어진 모습이 우스웠나 봅니다. “괘씸한 녀석들 같으니라구”

생각보다 구경을 오래했나 봅니다. 세미원 가는 것 포기하고 점심 먹고 석창원만 보기로 했습니다. 유니맘님 추천집 기와집순두부(031-576-9009/0117)에 들어갔더니 인산인해입니다. 그래도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아주 신속하게 자리 치우고 음식을 내 옵니다. 맛 죽음입니다. 우리 입맛에 착 달라붙어 결국 과식했습니다. 늘어나는 몸무게 땜시 요즘 고민인데...밥 먹는 사이에 비지 다라이는 텅 비었습니다. 엄청나네요.



두물머리 황포돛배

 
비지 포기하고 두물머리에 갔습니다. 결혼 야외촬영하러 올 뻔 한 곳인데.... 첨 와 봤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맨날 보던 느티나무가 우람하네요. 물배추 둥둥 떠 있는 곳에 황포돗배가 유유자적 하고 있습니다. 엽서에서나 봄직한 각도로 여러장 찍어 봤습니다. 느림이 미학이 사라진 요즘에 보니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저것 타고 이 강을 왔다 갔다 하느라 꽤 고생했겠죠?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과 홀로 핀 연꽃



많은 선남선녀들이 찾는 두물머리 은행나무


아이들은 이제 10월달 메뚜기 떼처럼 자기들 맘대로 뛰어다니느라 기록사진이고 뭐고 없습니다. 아빠는 그냥 파파라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석창원에 들렀습니다. 물론 유니맘님 후기 보고 간 곳입니다. 책과 실내조경이 어우러져 보기 좋습니다. 겸제 정선의 금강전도를 오밀조밀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있고, 조선 초기에 겨울에 채소를 키우던 온실과 왕궁 안 내명부에서 썼던 꽃을 사시사철 조달했던 왕실 온실도 재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지하게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저 혼자 구경하고 다른 5명은 책 끼고 앉습니다.



옛날 우물 펌프


석창원 근처에서 옛날 수동펌프로 물을 긷는 곳이 있어서 아이들도 만져봅니다. 어릴 때 꽤 오랫동안 썼던 펌프였는데....


경악스런 잣나무 방

꽤 시간을 지체해 서둘러 휴양림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6번 자동차전용도로까지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닙니다. 전 국민이 다 단풍여행 나온 것 같습니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습니다. 잣나무방은 꽤 높은 곳에 있어서 컴컴해진 길에 찾아 올라가느라 조금 고생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불을 켜니 이게 뭡니까? 20명은 충분히 자고도 남을 큰 집안에 뭔가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바퀴벌레입니다. 지금까지 20군데 휴양림을 다녔지만 방에서 바퀴벌레는 처음 봅니다. 마나님들 기겁을 하고... 전화를 넣었더니 관리사무소에서 바퀴벌레 스프레이를 들고 오셨길래 접착식 약을 붙여 놓아 달라고 했습니다. 휴양림 쪽 얘기로는 여행객들 짐에 묻어서 들어와 번식을 한 것 같다고 합니다. 완전 박멸이 안된다고....

아마도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지라 여행객들 짐에 묻어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마나님들 기분이 영~~~~(그날 밤 자다가 사람들 위로 기어 올라온 바퀴벌레에 기겁한 마나님들이 일어나서 바퀴벌레 잡는다고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산음 휴양림 큰일 났네요.) 아무튼 이 깊은 산중에도 바퀴벌레가 진출했다니 대단한 적응력입니다.

이번에는 집에서 화덕대용으로 쓸 커다란 황토화분을 가져갔습니다. 그 안에다 숯불을 피우니 아주 좋네요. 화력 보존도 잘 되고 휴양림에서 제 손으로 고기를 구운 중에 이번에 제일 잘 된 것 같습니다. 목살 1kg 굽고, 새우 10마리 호일에 싸서 구워 놓으니 맛있는 냄새가 솔솔납니다. 살찌는 몸을 주체하기 어려워서 조금씩만 먹으려고 무지하게 노력했습니다. 다 굽고 나서도 불이 그냥 남았길래 뒤집어 엎어 놓았는데 뭐가 잘못 되었는지 아침에 나가보니 깨져 있더군요. 옛날 황토화덕을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봉미산 등산



봉미산 가는 길 1


다음날 아침, 늦잠을 잤습니다. 등산을 가려고 짐을 챙겼습니다. 김에 밥을 놓고 말아서 한 줄을 만들어 호일에 싸고 물 한병 챙겨서 길을 나서려는데 준기맘이 실눈을 뜨고 한마디 합니다.


“쌀 씻어놓고 가”

쌀 씻어 놓고 밖에 나와서 차 뒷문을 열었습니다. “왜 열었지?”

다시 닫고 앞문을 열어 등산화로 갈아 신고 산길을 올라 갑니다. 몇몇 사람들이 잣나무 밭에서 잣송이를 주워 까고 있습니다. 등산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산이 몹시 미끄럽습니다. 마사토, 작은 돌, 그리고 그 위에 가랑잎이 두텁게 쌓여 잘도 미끄러집니다. 그제서야 차 뒷문을 열었던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등산용 지팡이를 놓고 왔습니다. 그냥 올라가기로 하고 30분쯤 올라가니 땀이 나고 몹시 힘이 듭니다.



봉미산 가는 길 2



봉미산 가는 길 3


김밥 한 줄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올라갔습니다. 산은 별로 재미도 없고 참나무만 가득합니다. 참나무가 울창하니 하늘도 잘 보이지 않고 나무만 보며 앞으로 갑니다. 사람이 그리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지 길도 희미하고....오래된 리본과 나무에 노란페인트 칠을 해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봉우리 두개를 넘으니 가까이에 봉미산 정상이 보입니다.



봉미산 정상 풍경


856m, 방태산보다 낮다고 편하게 생각했다가 땀 좀 흘렸습니다. 역시나 덕이 부족해 정상 주변은 사방이 희끄무레한 박무가 끼어서 흐릿합니다. 멀리 보이는 폭산(일명 천사산 1,004m) 쪽은 그나마 보이는데 반대쪽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올라와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할 일이 없어서 기록용 셀카를 찍고 준기맘에게 보고하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더 미끄러워서 등산용 지팡이가 더 아쉬웠습니다. 전날 갈아 부친 다리가 상당히 아프네요.



봉미산 정상 


잣 천국, 산음휴양림

내려오는 길에 잣나무 숲에 들어가 혹시나 눈먼 잣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유니맘님네처럼 곤줄박이 불러 볼려구요. 등산 올라가는 일행이 있었는데 60대 아저씨 한분이 저처럼 잣을 찾고 있더군요. 부인같아 보이는 여자 분이 지청구를 하시더군요.

“씰데 없는 짓 하지 말고 얼렁 오시요!” 이러면서....

아저씨가 가신 다음에 저는 바로 눈먼 잣송이 2개를 주웠습니다. 역시 배우자에게 기죽으면 안됩니다.^^

아이들은 산책로에서 뛰어 놀다가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점 먹고 잣송이를 털었더니 꽤 많이 나오더군요. 한줌 쥐어다가 바깥 야외식탁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창문에서 3m쯤 떨어져 있어서 곤줄박이 관찰하기엔 아주 좋은 곳이지요. 잠시 후 마눌님이 설거지 하라고 해서 전 설거지 했습니다. 그 사이에 곤줄박이가 날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소리죽여 부르는 소리에 창문으로 가보니 예쁜 곤줄박이가 날아와 잣을 물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곤줄박이를 본 적이 없었지요. 곤줄박이는 처음엔 아닌 척 시침을 떼고 잣을 지나쳐 앉더니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처음 앉았던 자리와 잣이 있는 곳의 중간쯤 날아가서 다시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잣으로 날아가 한개 물어 갑니다. 그러기를 너댓번 하더니 완전히 안심을 했는지 제 짝을 데려와서 같이 나르더군요. 구경하랴 설거지 하랴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다락에서 양말 던지기 놀이에 신이 난 아이들


곤줄박이 보고 나서 아이들이 다락에 올라가더니 양말던지기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은 아래에서 아이들은 위에서 편을 갈라 신나게 놀았습니다. 느림의 미학을 통달한 준기맘은 12시 45분이 되어서야 라면을 끓여 내놓고 결국 1시 40분이 되어서 퇴실했습니다. 그래도 방태산 보다는 무려 1시간이나 단축한 것입니다.


타프에 숨어 곤줄박이를 기다리다

열쇠를 반납하고 잣나무방 바퀴벌레 박멸을 부탁드리고 다시 야영장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번 여름 한번밖에 펴 보지 못한 타프를 펴고 거기 잠복하면서 곤줄박이를 찍어 볼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잣나무 숲 산책로로 가고 혼자서 타프를 쳐보니 이론과 실제가 영 협조가 안됩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로프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로프를 더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온 아이들 협조로 타프를 대충 치고 돗자리 깔고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개천에 내려가 물고기 관찰에 나섰습니다.



물고기 관찰, 관찰이 끝나고 개울에 놔 주었습니다.


느림의 철학에 관한한 준기맘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 물고기 몇 마리가 준기맘에게 잡혔습니다. 유리병 속에 놓고 관찰하고 나서 풀어주고 타프에 모였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 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잣나무 숲에서 잣송이 2개를 새로 주워서 5미터쯤 떨어진 곳에 잣을 뿌려 놓았는데 30분이 지나도 곤줄박이가 올 생각을 안합니다. 지저귀는 소리는 머리 위에서 들리는데...




곤줄박이를 기다리며, 2번째 쳐 본 타프에 각이 영 안나옵니다


날씨가 추워진 탓에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입니다. 생라면 깨서 먹고 비스켓 몇개 먹고 기다렸지만 곤줄박이는 올 생각이 없나 봅니다. 빗방울이 점점 더 많아져서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포기하고 4시쯤 철수 했습니다. 곤줄박이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제일 알차게 휴양림에서 머무른 것 같습니다. 비를 맞으며 이포대교로 해서 지방도로만 열심히 타고 용인을 지나 집 근처에 도착하니 8시가 되었습니다.

Posted by 연우아빠.

다유네 사람들 산음 정기모임  2007.4.28~4.29(1박2일)

산이 좋고 숲이 좋아 찾아 나서기 시작한 휴양림 여행.

작년 9월 마지막 날, 상린채린아빠께서 주선하신 오서산 정모에 참석하면서 또 다른 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던 산과 휴양림. 빌딩 숲, 아파트 숲, 자동차 소음, 생업에 종사하느라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고 새로운 배터리로 충전하는 것 같은 숲과 다유네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다유네 정기모임이 드디어 4.28일 산음으로 확정되고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그저 즐거웠습니다. 반가운 얼굴을 보기위해, 늦지 않으려고 서둘렀건만 출발은 늘 오전 10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나 6번 국도에 오르자 오른쪽에 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보석 같은 한강이 보입니다. 같은 한강이지만 여의도에서 보는 한강과 참 많이 다릅니다. 용문산 입구 대나무통밥집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 길을 잘못들어 341번 지방도로(말이 지방도로지 완전히 농로였습니다. 차 한 대가 경우 지나갈 정도)를 굽이굽이 타고 말치고개를 넘어 간신히 산음으로 올라가는 345번 길을 찾았습니다. 겨우 15분 지나왔는데 맞은 편에서 차라도 나타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하게 지난 탓인지 1시간은 된 것 같았습니다.



숲해설을 들으려고 모였습니다. 휴양관 앞

산음수련관에 도착하니 상린아빠, 은주네 그리고 처음 뵙는 가족 이렇게 먼저 와 계셨습니다. 2시에 휴양관 앞에 모여 숲 해설을 따라 나섰습니다. 준기는 숲 해설을 많이 해 본 까닭인지 숲 해설에는 관심 없고 일행보다 먼저 올라가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이제 함께 지내는 아버지께서는 시청에서 노인복지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6개월 과정의 “숲해설”을 듣고 계시는데 해설가 선생님께 자세하게 알아보시려고 메모준비를 해 오시고 계속 질문과 메모를 하십니다. 해설가 선생님께서 전공이 아닌 부분에서 가끔 틀린 얘기도 하셨지만 정말 친절하고 훌륭한 해설을 해 주셔서 많이 배웠습니다.(전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폴투갈에만 코르크 나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참나무 종류 껍질에서도 코르크를 채취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다른 수종끼리 연리지 상태가 된 나무도 봤는데 볼 때마다 신기하더군요. 40여명이 출발한 숲해설은 계곡을 계속 올라가면서 따라오는 사람이 줄어들더니 10명 정도만 남아서 듣게 되었습니다.



다른 수종끼리 합쳐진 특이한 연리지 현상.
결혼하기 싶은 선남선녀들이 돌면 혼인이 성사된다는 나무입니다

산림보전과 무장공비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1960년대에 강제로 소개된 화전민 마을입구였던 곳에 자손의 번창을 비는 남근석이 아직 남아 있고 마지막 화전민이 땅이 없어서 모셔가지 못해 남겨놓은 조상의 무덤이 쓸쓸하게 길가에 누워있습니다. 그래도 후손이 명절 때마다 거기까지 찾아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산음에 살던 화전민들이 그 당시에 아주 잘 사는 축에 속했을 거라고 하십니다. 계곡이 깊어 수량도 풍부하고 화전을 일굴 수 있는 땅이 넓은 편이라고 하시면서 옛날 봉화 땅 보다는 훨씬 풍요로운 곳이라고 하시네요.


 
옛날 화전민 마을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남근석. 화전민은 사라지고 마을도 사라지고 이것만 남았습니다



외래종 민들레에 쫓겨 산음 깊은 산골까지 밀려난 재래종 민들레.
이 외에도 소나무, 잣나무가 참나무에 밀려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숲해설이 재미없었나 봅니다. 휴양림 11번째가 되니까 레파토리가 비슷해서 그런건지.
책으로 많이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어려서???



휴양관으로 내려와서 은주남매와 연우남매는 물장난 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날씨가 더울 때는 물장난이 최고

4시반쯤 다시 수련관으로 올라갔더니 반가운 가족들이 거의 다 도착을 했더군요. 오서산에서 본 은주아빠의 특별한 백열등 조명에 덧붙여 주은아빠는 렌턴을 2개 더 널어놓아서(줄어 늘어놓은 것은 널어놓은 것 맞죠?) 낙엽송이 앤트처럼 둘러서 있는 바비큐 터는 환상이었습니다. 먼저 휴양림의 화신(火神)인 은주아빠께서 숯에 불을 내리시고, 주은 아빠는 닭꼬치 50개로 아이들의 입과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실 저도 닭꼬치 무쟈게 좋아하는데 입맛 다셨습니다. 닭꼬치 - 소세지로 시작한 음식잔치는 유니맘이 한아름 안고 온 샐러드와 대형 포도주로 뒤를 잇고 재미있는 말의 성찬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땅에는 숯불이 머리위에는 조명등이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이고 사이에 어우러진 사람들의 웃음은 “웰빙”이라는 단어로는 설명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아이들을 위해 화목을 조달하고 마른 나뭇가지로 불장난(?)을 맘대로 할 수 있었던 아이들에게 이날은 맘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겠지요?

숨겨놓은(?) 술들이 하나씩 하나씩 계속 등장하고 냉동실에서 급속히 차가워진 소주도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고, 덕분에 우리 집에서 1년간 낮잠자던 포도주도 이날 세상에 태어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그 녀석은 스페인에서 건너온 이름없는 녀석인데 이렇게 분위기 좋은 낙엽송 가운데에서 산화했으니 아주 행복했을 겁니다. 비주류 가족들도 한가족씩 잠자리로 들때 슬며시 자리를 떴지만 남은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는 꿈결처럼 계속 들려 왔습니다.


 

또드락뚜드락, 산목련님이 준비한 신나는 손수건 물들이기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서 눈을 떴더니 아버지는 아침 산책을 가셨고 세수하고 임도를 산책하러 나섰더니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 새들이 산벚나무 꽃비를 타고 날아다닙니다. 밤늦게까지 은주아빠가 만들어 주신 불쏘시개로 불장난 원없이 한 준기는 이불에 지도 그리는 일은 하지 않았더라고요. 이제 무슨말로 애들 불장난을 막아야 할지....^^  산책 갔다 와서 치우리라 생각하며 준기와 함께 임도를 잠깐 돌아보고 내려왔더니 그새 바비큐 장소를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셨더군요. 정말 부지런한 다유네 아빠들입니다.

 
막대사탕 하나씩 물고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앤트들이 서 있는 것 같은 낙엽송 숲속에서


아침을 먹고 10시부터 아이들이 기대하던 산목련님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꽃과 나뭇잎을 조금씩 따서 숟가락 소리 요란한 삼각손수건 물들이기를 했습니다. 처음엔 애들이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아빠들이 더 열심히 하고 있더라는 주객전도....(ㅎ|ㅎ) 덕분에 모두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손수건을 가졌습니다. 숟가락으로 밥먹고, 국 떠먹고, 감자는 긁어봤지만 손수건 물들이는 것은 첨 해봤습니다.^^


 
은주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 뭘까요?


 
함께 한 다유네 사람들과 기념촬영


11시30분, 하나 둘씩 귀가 길에 오르기 시작하고 행사를 주관한 상린아빠께서 열쇠를 모두 받아들고 반납하러 떠나시고 아내가 라면을 끓이는 동안 바비큐통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그런데 전날 저녁 때 김치를 몽땅 먹어버린 바람에 “만약에 김치가 없다면 무슨 맛으로 라면을 먹을까? ~ ~ ~”라는 정광태 노래를 생각하며 정말 심심한 김치 없는 라면을 먹었습니다. 라면을 먹고 제일 늦게 수련관을 나와서 산목련님네랑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에 구경을 갔습니다. 작년 2월에는 없었던 물고기 만져보기 체험장을 갔는데 사람들에게 시달린 물고기들이 화상과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물속에 누워 있는 애들도 있고 비늘이 많이 벗겨져 있어서 불쌍하더군요.

물고기 먹이를 사서 물반 고기반인 사육장에 뿌려주니 물고기들이 엄청 몰려옵니다. 이왕 막히는 길 두물머리에 가보자고 나섰더니 입구부터 엄청난 자동차 행렬에 질려 수종사로 방향을 틀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멀미를 심하게 하셨고, 같이 가던 산목련님네랑 얘기하고 결국 집으로 바로 돌아 왔습니다. 4시반 도착. 더위에 시달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 가족들을 먼저 집으로 올려 보내고 수리산에나 갔다오자고 저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1시간 반동안 부지런히 중턱을 돌아 내려오니 등산복은 땀에 젖고 몸은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누군가 후기를 올릴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찍어놓은 사진을 PC로 옮겼는데 이번에는 노는데 열중하느라 사진을 찍은 것이 별로 없네요. ^^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벌써 가을 정모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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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음에는 자작나무가 많습니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말안장을 장식하는 장니에 그려 놓은 것인데 자작나무껍질로 만들었습니다. 시베리아 토착민들은 자작나무를 타고 신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시베리아 샤먼들은 자작나무로 만든 모자를 쓰고 신을 부릅니다. 옛날 중국인들은 백두산, 불함산에 흰나무, 흰노루가 산다고 해서 신령스럽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흰나무가 바로 자작나무입니다.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

Posted by 연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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