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이 아직 생소하던 시절, 다유맘과 다유아빠가 함께 가족의 휴양림 여행을 모아서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휴양림 여행에 막 재미를 들일무렵 이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오랜 눈팅 끝에 2006년부터 오프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었습니다.

국립휴양림 발전을 위해 많은 활동도 했었죠. 휴양림에 대한 만족도 평가, 개장전 휴양림 사전 평가, 그리고 많은 개선의견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하나둘 자라 여행이 뜸해지기 시작한 가족들은 조금씩 조금씩 떠났고, 생각이 달랐던 사람들이 소원해지기도 했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사람들이 채워 넣었죠.

오랜 시간 함께 하기를 세대를 이어가면서 이어지기를 바랬는데 저도 결국 다유네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다유네 덕분에 아름다운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났고 행복한 가족여행의 문화를 배웠고 실천했었습니다.

다유네에서 전국의 국립자연휴양림 38개 모두를 가족과 함께 여행을 했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찾아 간다는 기쁨이 넘쳤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숲이 너무 좋았습니다. 일년에 25번이나 휴양림에 숙박을 한 때도 있었지요.

이제 그 다유네가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지키지 못해 미안하고 생각이 달라서 떠난 것이 미안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기억은 다유네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어울렸던 여행과 캠핑이었습니다.

다유아빠와 다유엄마, 그리고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을 다경이와 유경이
그리고, 함께 했던 수천 가족들 모두 어디에선가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저장해 두었던 다유아빠의 전화번호도 바뀌어 연락이 불가능한 지금, 아쉬운 마음을 담은 마지막 문자를 여기에 담아 둡니다.


연우아빠입니다.
숲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향이었는데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하니
가슴 한가운데가 휑 뚫린 것 같은 저릿함이 밀려오네요.
숲에서 만난 많은 이들과 아름다운 인연을 맺게 해주신 다유네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2011. 6.13

* 다유네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 카페에 있습니다. http://cafe.daum.net/forest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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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우아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일정 : 2007.11.10~11.11(1박2일)
장소 : 운장산자연휴양림
컨셉 : 다유네 사람들 정기모임

다유맘님의
반가운 정모 예고에 수련관에 합류할까 생각했지만 아버지께서 젊은 사람들 속에서 소외감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숲속의 집을 잡기로 했다. 11월 운장산은 인기가 없나? 너무 쉽게 종달새 방을 잡고 보니 조금 싱겁다. 10월달 휴양림 여행이 매주 이어지고 따라다니는 아내는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말은 늘 씩씩하게 하지만 홀로 되신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리라. 게다가 11월에 동화읽는어른모임 연례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느라 몸 상태가 별로였다. 모임날짜는 다가오는데 계획에 없는 외부 행사 관계로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장이 잡혔다. 대전(수,목), 제주(목금토).... 겹치기 행사, 게다가 제주 행사는 토요일에 행사 참가자들이 한라산 등반을 한단다. 대전 행사는 하루만 참가하고 집으로 올라와 제주로 날랐다. 제주 지부에서 근무하는 후배가 "이렇게 제주 자주 오실거면 제주지부로 전보오세요" 한다. 제주 행사는 다행히 금요일까지만 메인행사였고 토요일은 자유참가였다. 게다가 별 다섯개짜리 호텔을 주최측에서 제공해 주는 행사였는데 별다섯개 숙소보다 휴양림 야영장을 더 좋게 느끼는 것은 아마도 심한 병이리라. 예전 같으면 한라산 등산이라면 얼른 따라갔겠지만 지금은 다유네 모임이 먼저니까 망설임없이 한라산 등산은 패스....아이들은 제주 출장이라니까 “아빠! 알지?” 한다. 감귤초콜렛 사오라는 소리. ^^



용담댐


세미나는 예정보다 2시간 쯤 일찍 끝나 저녁 먹기도 어정쩡하고 비행기 시간 당기는 것도 주말 저녁이라 불가능하고...숙소를 정리하고 제주공항까지 해안도로를 걸어가 보기로 했다. 2시간 쯤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해안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5월달에 제주 갔을 때 보지 못했던 ‘용연’을 보고 산하아빠께서 설계하셨다는 용연구름다리도 건넜다. 밤에 보았더라면 더 아름다웠을텐데... 숙소에서 용연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생각 못했다. 지난번 태풍 ‘나비’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용연 근처 마을과 도로는 아직도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용두암에도 그날의 상처가 여전하다. 멀리 공항의 철책이 보이고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르는 비행기가 분주하다. 노을지는 제주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걷노라니 걸어서 제주도를 일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마을에 들러 아이들이 주문한 초코렛을 사고, 공항으로 가는 시내 안쪽길로 접어드니 해가 넘어갔다. 가로등이 하나 둘 불을 밝히고 아무도 걷는 이 없는 긴 공항로를 따라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소요시간이 한시간 남짓... 밤 11시가 되서야 집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그 시간까지 자지 않고 아빠를(아니 초코렛을) 기다렸다. 출발준비를 끝낸 준기맘, 아마 남편의 잔소리가 지겨웠던 듯...암튼 이러면 가끔 잔소리 하고 싶어지는 유혹에 빠지는데... 12시를 넘긴 시간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우리가 머문 숲속의 집. 종달새 방. 

토요일
아침, 사흘간 계속한 지방출장 때문인가 8시가 넘어서 눈을 떴다. 다유네의 새로운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최종적으로 정리해 달라고 주은아빠가 부탁한 게 생각이 나서 PC를 켜고 의견을 스크린 한 뒤 정리 작업을 해 다유네 알림판에 띄우고 집을 나섰다. 의외로 무척 쌀쌀한 날씨에 바람도 많이 불어 겨울 같다. 이번에는 나 때문에 10시 30분이 넘어서 출발한 셈... 조용히 운전만 했다. 운장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볼만한 곳을 사전에 검색해 보았는데 운일암반일암, 대아수목원, 용담댐, 마이산이 나온다. 운장산은 휴양림에서 상당히 멀어 당일 산행으로는 좀 부담스러웠다. 시간이 나면 갈거계곡을 답사하던가 구봉산 정상에 올라볼까 생각하며 일단은 용담댐 쪽으로 길을 잡았다.
 


수련관 아래 계곡에서 소꼽놀이 중인 아이들

대전까지 지지부진한 속도... 차 안에서 여행을 다 보내는 것 같아 답답증이 난다. 한명만 더 타면 전용차선을 탈텐데....달랑 한명만 탄 채 전용차선을 달리는 승합차가 몇 대 보이니 짜증 조금 났다. 그러나 나는 내 길을 가리라. 결국 점심을 휴게소에서 때우는 것으로 해결하고 전북 땅으로 넘어오니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금산 IC를 나와 용담댐 근처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다. 구경을 하려고 차를 세웠는데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준기맘과 아이들은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둘이서 용담대교 앞 망향탑에 올라가 용담댐을 조망해 보기로 했다. 정말 넓은데 다니는 이가 거의 없으니 을씨년스럽다. 저 거대한 물 속에는 옛날 평화롭고 아담한 마을들도 잠겨 있겠지...개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고 이 망향탑에서 옛날을 그리워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더 쓸쓸하다. 길을 재촉해 오후 4시쯤 운장산 휴양림에 도착했다. 종달새방. 검마산 휴양림의 달새님이 생각난다. 아버지께서 종달새 방 앞에 있는 고욤나무(저 어렸을 때는 김나무라고도 불렀습니다)를 발견하시고 즐거워하셨다. 어릴 때 생각하며 한개 따서 맛을 보았는데 역시나 뒷맛이 떫다. 잠시후 반가운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대개 휴양관 쪽이라 숲속의 집을 잡은 사람들이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연우와 준기가 좋아하는 은주와 승환이를 찾아 휴양관 쪽으로 가니 몇가족이 삼삼오오 나와 있고 은주네와 지인이네 우리아이들은 은주아빠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갔다. 계곡물은 수많은 가랑잎에 막혀 거의 흐르지 못하고 있다. 4월달에 산음에서 소꼽놀이 밥상을 차렸던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산중이라 해가 일찍 넘어가서 아이들의 놀이는 아쉽게 완성하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상린이와 채린이를 만나겠다고 휴양관으로 들어가고 다유아빠, 다유맘과 함께 야영장으로 올라갔다.




야영장에 사이트를 구축한 세가족, 승목이네, 우탁이네, 정은이네


우리의 씩씩한 윤이네, 정은이네, 승목이네 세 가족이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영장에 사이트를 구축해 놓았다. 아! 사이트를 보는 순간 어쩔수 없이 밀려오는 야영에 대한 강렬한 유혹! 새롭게 보강한 야영 장비들이 반짝인다. 날렵한 타프를 보니 10월부터는 야영이 불가능한 우리 가족에겐 부럽기만 하다. 온라인에서만 보던 승목이네랑 처음 인사를 하고 같은 수리산파임을 확인했다. 역시나 어린 승목이는 그동안 쌓인 야영경험인지 자연과 함께 놀 줄을 안다. 부러움을 잠시 접어두고 다들 저녁을 먹은 다음 야영장에 모이기로 하고 일단 내려왔다.

삼계탕을 끓여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을 위해 닭개장을 끓여 놓고 야영장으로 올라갔다. 채린이가 배탈이 나서 빠지고 아이들 대부분을 우리집 차에 태우고 올라갔다. 정은이네 식탁은 테이블 장식이 멋진 관계로 맘님들 시선을 끈다. 야영팀에서 멋진 식탁에 어묵을 맛있게 끓이고 있었다. 정다운 얼굴, 반가운 얼굴이 대부분 모이니 스산했던 야영장에 온기가 감돈다. 조상님께 받은 체질이 술을 전혀 못하는 지라 사진이나 열심히 찍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저녁 촬영을 대비해 플래시를 미리 준비해 갔는데 넓은 야영장을 커버하기에는 약간 역부족....(10여년 넘게 장롱 속에서 잠만자던 플래시가 이날 간만에 기지개를 켰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을 넘어가니 사진 찍히는 것을 피해 다닌다. 그래도 윤이랑 정은이는 사진 찍히는 것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 정은이는 포즈까지 잡으며 찍어달라고 해서 웃음을 선사한다. 준수는 쌀쌀한 날씨에도 침낭 속에서 새근새근 잘도 잔다. 플래시를 터트리면 깰 것 같아 준수 사진은 생략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너무나 행복해 한다. 맛있는 어묵, 따뜻한 난로, 오랫만에 보는 동무들......



타프에 모여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아이들에게 이 행복한 순간이 아름답게 오래 남아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차에 싣고 다니던 침낭을 아이들에게 가져다 주고 아이들 모습을 하나씩 사진에 담았다. 에코로그를 도끼로 잘라 화로대에 넣는 손가락장갑 낀 준수아빠가 풍기는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광민아빠의 카리스마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야영 전문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준수아빠와 쌍벽을 이루겠다는 말들이 오고간다.



상린아빠께서 통영에서 공수해온 석화구이, 그리고 야영팀이 내 놓은 맛있는 꽃게해물탕


이날 준수아빠는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활약을 보였다. 다들 저녁 먹으러 내려온 사이에 등산을 하기 위해 야영을 하던 다른 팀 사람들이 가솔린을 잘 못 다루어 옷에 불이 붙었는데 준수아빠가 휴대용 소화기로 불을 제압하고 사람을 구한 것이다. 병원으로 간 그 사람은 화상이 커서 결국 서울 큰 병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준수아빠, 대단해요. 그 분 무사하시길....타프를 아이들과 맘들에게 내주고 남자들은 작은 화로에 준수아빠가 내 놓은 에코로그로 불을 붙이고 상린채린아빠께서 통영에서 공수해온 석화구이에 따끈한 꽃게탕을 더했다. 탐이 나는 야영장비들이 속속 등장하고 다들 탄성을 보탠다. 역시나 좌중을 압도하는 정호아빠의 재담...멋진 사진 부탁하신 맘님께는 따로 사진을 찍어드리는데 슬그머니 다가와 예쁘게 찍어 달라고 부탁하시는 우리의 큰 형님 상린아빠... 아내 사랑은 남다르다.




항정살을 구워 모인 사람들을 먹여 살리느라 바쁘신 정은맘님

조금 늦게 올라온 유진이를 본 정호아빠, 갑자기 삘이 팍 꽂혔는지 유진이에게 정호 자랑을 하면서 말을 건다. 이건 다유네 두번째 예비 사돈이 탄생하는 분위기....^^  하지만 똘똘한 유진이 역시나 대단하다. 어린아이에게 ‘조선시대식 정혼’ 분위기는 사양하겠다는 논리 정연한 대응에 다들 웃음보가 터진다. 연우가 저 또래가 되면 유진이처럼 멋진 소녀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호가 다음 모임에는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운장산 제 1비경(제방바위)에서 숲해설 중인 다유네 사람들

지환이는 우탁이가 오지 않은 것이 못내 서운한 듯 또래 친구들이 오지 않은 탓에 유진이와 지환이는 잠시 후 슬그머니 하산... 다유네 모임이 늘 그러하듯 술이 여기저기서 계속 나오고 맛있는 안주가 속속 등장하니 운장산 밤은 깊어가도 다유네 즐거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초승달이 무척 아름다운 날이다. 라파엘 가족과 석이네 가족도 뒤늦게 합류했다. 라파엘아빠와 석이아빠는 약속이나 한듯이 은발이 섞인 머리를 짧게 깎고 오셨다. 정은맘님은 우우 몰려든 사람들 맛있게 해주려고 항정살 구이를 직접 하시고, 유니맘님은 역시나 통큰 포도주에 맛있는 안주를 계속 조달하신다. 예비사돈으로 확실하게 증거를 남기려는 정호아빠의 요청으로 유진-정호 아빠 증명사진을 찍었다. 사실 아들 있다면 유진이 같은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다. ^^   누군가 부부간 나이차이를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다섯살 차이인 우리 부부가 차이가 제일 많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유네에 6살 차이나는 부부가 왜 그렇게 많은지....대세가 5~6살 차이라는 공통점에 또한번 웃었다. 부인의 나이는 신랑을 따라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 나이를 따라가야 하는 것인가를 가지고 또 한참 설왕설래....



거대한 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는 소나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30살이 된 나무인데도 크기가
5~6년 밖에 돼 보이지 않는 상태


늦은 밤, 하나둘 잠자리를 찾아 내려가시는 분들을 위해 어두운 밤길 대리운전으로 모셔드리고 사진찍기를 대충 접은 후 남은 사람끼리 타프에 모였다. 타프 아래가 참 따뜻하다. 에코로그 위에 챠콜이 더 들어가 밤늦은 시간까지 온기를 더 한다. 새벽 2시 가까이까지 다유네 앞날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답이 없는 일이고 다들 맘이 약해서 쉽게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구봉산 위로 늦가을의 파란 하늘


이날 주은아빠, 정호아빠, 유진아빠가 나를 '형님'이라 부르는 바람에 소외감 많이 느꼈다. 난 아이들 나이 따라 어른 나이를 맞춰 갈랍니다. 초등 3년, 초등1년. 아이들 나이로는 내가 아직도 한창 어린 쪽.^^ 감기 기운으로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취침했던 우탁이 아빠가 뒤늦게 합류하고, 아낌없이 내놓던 준수아빠께서 ‘그것만은 안돼’라는 애원도 무시하고, 우동 사리가 해물탕 속으로 잠수하더니 맛있는 우동으로 변신...다들 한 젓가락씩 거든다. 정말 맛있는 우동....유니맘님 손을 거친 맛있는 우동은 조금 있다가 이 친구인 라면까지 불러낸다. 술이 더 있음을 확인한 라파엘아빠는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소주 한병을 꺼내 놓아 다들 박장대소...2시쯤 내일을 기약하며 야영팀을 남겨 놓고 숙소로 내려왔다. 라파엘아빠와 석이아빠는 산보를 겸해 어두운 밤길을 걸어 내려오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하러 올라와야겠다 생각하며 아래로 내려오니 미리 내려와 있던 맘님들은 휴양관에서 모여 석이맘님의 맛있는 우동을 맛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했다고 한다. 각자 숙소로 돌아와 내일 일정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유명한 소주 광고에 자주 등장한다는 이끼계곡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8시가 넘었다. 휴양림에 와서 제일 늦잠을 잔 것 같다. 역시 4학년 중간반이 되니 밤에 늦게 자면 다음날 표시가 난다. 야영장 청소에 동참하지 못하고 야영팀에게 무지 수고를 끼쳤다. 다시 한번 죄송함과 함께 감사를.....주은아빠에게 아침 드시러 오라고 전화했더니 라면으로 먹었단다. 주은이와 정호네 밥까지 준비했던 터라 밥이 남았다. 닭개장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주은아빠께서 운장산 비경 숲해설에 모이라고 한다. 늦게 일어난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10시 30분 약속시간을 넘겨 안내소에 도착해 숲해설에 동참했다.



야영장 앞에서 단체사진

운장산은 산책로도 길고(2km), 갈거계곡(7km)과 함께 전북지역 최고봉을 자랑하는 운장산 연봉들이 이어진 곳에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많단다. 제방바위(제1비경) 앞에서 아이들은 숲해설 보다는 물수제비 뜨기에 하느라 바쁘다. 라파엘은 역시나 대단했다. 라파엘이 던지는 돌은 일직선을 그리며 힘차게 날아간다. 5학년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힘차다. 야구팀 스카우터가 봤다면 누구나 탐낼만하겠다. 마당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제2비경)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기에 변함이 없단다. 저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박고 살고 있는 소나무를 추석날 송편 찐다고 솔잎을 훑어 가는 사람이 있어서 혼을 냈다는 이야기를 곁들인다. 숱한 주당들의 사랑을 받는 소주 광고의 배경이 되었던 이끼계곡(제3배경)은 많은 아빠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늘이 져서 ASA를 400까지 올렸건만 셔터속도가 확보가 되지 않는다. 결국 찍은 사진마다 다 흔들렸다. 비경구경(어른들)과 숲해설(아이들)을 끝내고 야영장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했다.




북부주차장에서 마이산을 올라가는 유진이네, 은주네, 우리가족

야영팀 사이트에 몇몇이 모여 유니맘님표 커피를 맛보며 가을 정취에 푹 빠져본다. 퇴실시간이 다가와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구봉산 등산을 못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은주네, 유진이네랑 마이산을 가 보기로 했다. 북부주차장이 가까워지자 특이한 산 모습이 보인다. 국민학교 교과서에서나 보던 마이산을 4학년 이 되서야 보다니...아직도 이 땅에 볼게 무궁무진하다. 북부주자창을 출발해 암마이산과 숫마이산 사이로 난 수많은 계단을 걸어 반대쪽으로 넘어가 은수사와 탑사를 구경하기로 했다. 두 산의 사이에는 암굴이 있는데 마치 말 귓속 같다. 우리가 들어가서 이야기 한 것 때문에 마이산 귀가 좀 간지러울려나? 암굴 속에 우물은 사람들 손을 많이 탓는지 오염이 되어서 씁쓸하다. 숫마이산에는 운장산 휴양림 제2비경처럼 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한그루 있고 암마이산 탑사 쪽에는 암마이산을 타고 자라는 능소화 나무가 신비하다.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 등산로


은수사의 큰 북은 소원을 비는 마음을 담아 웅장한 소리를 내고 조선 태조가 심었다는 청실배나무에는 아기 주먹만한 배가 열렸다. 탑사에서 보니 숫마이산은 큰바위 얼굴처럼 보이고 암마이산은 마치 거인이 떠먹다 만 아이스크림 덩어리 같다. 무슨 소원이 저리도 깊어서 저 돌덩어리 위로 기어 올라가 저기 저 자리에 돌탑을 쌓았을까? 암마이산 중간쯤에 난 홈에 나란히 줄서 있는 돌탑은 사람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1920년대 나라 잃은 암울함을 가슴 속으로 삭히는 마음으로 쌓아 올린 것일까? 이갑룡 처사는 무슨 생각에 저 많은 탑들을 쌓아 올린 것일까? 이갑룡 처사의 석상은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섬진강 발원지가 여긴 줄은 미처 몰랐다. 섬진강 발원지 샘물이 용궁까지 흘러간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어디를 가나 소원을 비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탑사 뒷편은 온통 소원을 비는 동전이 바위를 장식하고 있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숫마이산 뒷모습

막힐 귀경길 생각에 더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을 이리저리 궁리해 보지만 요령부득이다. 어찌어찌하면 청태산과 칠보산에서 작은 모임이 다시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유진이, 은주 두 가족과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만나고 나면 더 오래 만나고 싶은 이것도 병일까나.




마이산 은수사 대웅전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



마이산 돌탑을 쌓으셨다는 이갑룡 처사의 귀여운(?) 석상



암바위산을 타고 자라는 능소화



안에 뭐가 있지?



대웅전 앞, 섬진강 발원지 

Posted by 연우아빠.

폭우와 함께 한 첫 번째 야영 2007.6.23~6.24(1박2일)

남들 사진 올리고, 분위기 조성할 때..
사진도 거의 안찍고 거의 업혀서 놀던 저는
이렇게 후기로 첫 테이프를 끊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조상님 말씀이 맞을려나? ^^


野營前史

야영! 설마 내가?
타고난 소심함과 범생이 기질로 30대까지 살았던 까닭에 야영, 배낭, 텐트, 코펠 이런 것은 나와 먼 세계의 이야기였다. 12년전, 늦장마의 비바람을 뚫고 2박3일간 설악산 종주를 해 본 것이 유일한 야영기록이다. 그때 함께했던 숟가락과 포크 세트는 결혼 후 쓰레기 통으로 가고, 코펠은 싱크대 하부장 제일 안쪽 구석에서 주인이 다시 불러줄 날만 기다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버너는 녹이 삭아서 하직을 고하고, 종주하자고 바람넣었던 후배는 다른 회사로 옮겨가고...



청옥산자연휴양림 야영장, 매뉴얼도 보지 않고 친 텐트는 폼이 나지 않습니다.
플라이 폴대를 끼워넣고 플라이를 세팅하지 않아서 찌그러진 텐트. 다 이렇게 어설프게 시작하는 거겠죠?

오랫동안 잠자던 반지의 제왕처럼 꿈을 깨운 사람이 있었으니 유니맘과 주은아빠.

그리고 엄청나게(?) 숙박료를 올려버린 산림청의 도움으로 40대 중반의 나이에 겁도 없이 덜컥 텐트를 사는 용기를 냈다. 평소에는 아닌데 꼭 잠자는 곳과 침구에 대해서는 공주 티를 내는 아내는 절반은 포기, 절반은 다유네 매력에 세뇌(?)되어 약간의 타박만으로 끝나고, 애처럼 들뜬 구랑과 연우 준기 두 아이를 막지는 않았다.

이리저리 머리굴리다 라파엘아빠께서 사용해 본 텐트라는 멘트와 수동식이라는 말에 다유네 식구들을 배신하고 노마드를 선택했다. 아기 다리 고기 다리던 텐트가 도착했다는 전화에 잽싸게 퇴근해보니 애들이 벌써 텐트를 다 풀어 놨다. 아뿔싸! 이럼 나중에 어찌 집어넣어야 할지 고민인데...첨에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잖아?



야영=난민생활 이라는 등식이 실감나는 무척 난민스러운 점심식사 

어떻게 써야 할지 난망한 폴대와 지지대를 보며 이리저리 만지작만지작 하다 치는 법을 깨우치고 텐트를 세웠는데 플라이는 모르겠다... 그날부터 6월21일까지 2주 넘게 우리집 거실에는 텐트생활이 시작됐다. 텐트치고 매트깔고 베란다와 거실문 열어 놓고 침낭 뒤집어쓰고 잤다. 야영가면 새벽에 얼마나 추우려나 가늠해 보면서... 장마 예보 때문에 애들이 비오면 야영 못갈까봐 걱정스러웠는지 20일날 퇴근하자마자 연우와 준기가 묻는다.

“아빠! 장마가 뭐예요?”
“저기 세계지도 가져와 봐라”

“여기 가져 왔어요”
“잘 들어라. 우리나라를 감싸고 있는 큰 공기덩어리(기단)가 4개가 있다. 북서쪽에 시베리아 기단, 북동쪽에 오오츠크 기단, 남서쪽에 중국 기단, 남동쪽에 북태평양 기단. 이 가운데 차가운 시베리아 기단과 따뜻한 북태평양 기단이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 상공에서 씨름을 한다. 찬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서 씨름을 하면서 용을 쓰면 물방울이 생긴다. 시베리아 기단이 힘이 세면 남쪽에서 비가 내리고 북태평양 기단이 세면 북쪽으로 올라와서 비가 내린다. 두 녀석이 씨름을 한달동안 하면서 우리나라에 오르락 내리락 비를 내리는데 이게 장마다”

“근데 찬공기와 더운공기가 만나면 물방울이 생겨?”
“그래. 너 방금 냉장고에서 유리병에 넣어둔 물을 꺼냈지? 물병 속에 물은 차갑고 공기는 따뜻하니까 유리병에 물방울이 맺혔지? 그게 하늘에서 벌어지면 장마비가 되는 거야. 얼른 물병 냉장고에 다시 넣어라. 물 식는다.”

“아항! 그렇구나”
21일 퇴근해서 텐트를 걷고 야영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장마철에 무슨 야영이냐?’고 한마디 하신다.

“할아버지! 장마비 오면 야영 못해요?”
“그래. 비 올 때는 집에 있는 게 좋지” 

그러자 준기가 자기 배낭을 메고 남쪽으로 엎어진다.
“하느님, 제발 비 내리지 않게 해 주세요”

“준기야! 하느님이 비 내리는 것 아냐. 하느님은 다른 일로 바빠”

그러자 준기가 벌떡 일어나 하늘에 대고 한마디 한다.
“얘들아! 우리 야영가게 씨름 그만해!!!!”

우리 식구 모두 뒤집어졌다.


우리를 환영하기 위한 행사처럼 사방댐 위에 분수가 솟아오릅니다. 

출발!

금욜 오후, 6시 땡치면 퇴근하리라. 맘을 먹고 있는데.....
오후 5시부터 갑자기 일이 폭주한다. 돌겠다.
인간들아, 좀 놀 때 놀자. 금욜 저녁에 일 넘기는 니들은 집에서 왕따냐?
결국 7시 반에 도망치듯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니 9시.

옷만 갈아입고 가면서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기로 하고 꼬르륵 소리를 들으며 출발했다. 그래도 구랑의 잔소리에 이력이 난 아내가 상당한 출발준비를 해 놨다. 하지만 너무 늦은 출발로 밤 12시가 넘어서야 영주 사는 막내동생 집에 도착했다.



텅빈 제4야영장, 다유네 가족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준기와 산책 중

퇴근하기 직전 폭주한 일과 김밥으로 간단하게 때운 저녁으로 머리가 아프다. 새벽 5시쯤 새소리에 눈을 뜨니 구름만 있을 뿐 비는 오지 않았다. 기상청 사이트를 보고 토욜, 일욜 날씨를 확인한 다음 다유네를 들여다보니 다들 비소식에 아랑곳없이 오려는 모양이다. 아침을 먹고 아버지는 부산에 사는 둘째네로 내려가시고 우린 11시에 청옥산으로 출발했다. 여차하면 폭우로 휴양림에서 떠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찍 들어가 초록 숲속에서 낮잠을 자보려고 간단한 재료만 준비했다. 늘어나는 체중도 막을 겸 라면 3개, 3끼분 쌀, 낙지볶음 재료, 김치, 참치통조림 1개, 감자 3알, 대파 1개. 끝.

휴양림에 도착하니 12시 20분. 야간 운전과 수면부족으로 머리가 아팠지만 숲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두통은 사라졌다. 가슴이 뻥 뚫린다. 고등학교 고문 시간에 배운대로 이건 천석고황이다. 1야영장에 차를 대고 보니 아무도 없다. 아이들과 함께 이너텐트를 치고 플라이를 덮었다. 수동텐트를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애들에게도 임무를 하나씩 부여해서 동참하게 하려고 그런 것이다. 효과 만점. ^^

헌데 플라이를 치는 방법을 몰라 결국 잘못된 방향으로 덮었고 그것 때문에 비오는 내내 걸리적 거렸다. 라파엘 아빠가 도착하시면 물어보지 뭐... 이러다가 결국 일욜날 집에 돌아와서 플라이 치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 텐트 말리려고 널다가 그 안에 있는 매뉴얼을 뒤늦게 발견했다. 광민아빠랑 산하아빠가 다유네 식구들 플라이 쳐주던 장면이 매치되어서야 알았다. 담에 폼 나게 쳐보리라. **


밤새 비가 100mm나 내려 완전히 젖은 야영장

어쨌거나, 짐을 텐트 안에 옮겨놓고 나니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역시 야간 운전은 너무 피곤하다. 점심으로 맛있는라면을 끓여서 먹고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 “청옥산은 모두 내꺼다~!!” 속으로 이렇게 뇌까리며 털퍽 누웠는데 연우와 준기가 방해한다. 아내는 이미 침낭 속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있건만 두 녀석은 내가 잘 틈을 안준다.

“아빠! 다유네 식구들 왜 안와.. 심심한데...”

그러다가 은주네에 전화해서 은주네가 오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더욱 보챈다.  결국 낮잠을 포기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준기를 데리고 올챙이 건지러 나섰다. 준기는 이날을 위해 양파망 큰 것 하나를 오래 전부터 장만해왔다. 사방댐 아래 물놀이장에는 올챙이가 바글바글하다. 올챙이 잡다가 다 놔주고 준기는 내 손을 끌어당겨 출렁다리를 건너 숲속 산책길을 한바퀴 돌았다. 비가 와서 축축한데다 켜켜이 쌓여있는 나뭇잎이 제법 미끄럽다. 한바퀴 돌아서 제4야영장까지 구경하고 다시 텐트로 오니 여전히 아무도 없다.

한여름 밤,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오후 3시 넘어서 상린채린아빠께서 오시고 주은이네, 화니네, 지혜네, 산하네, 현지네.... 반가운 얼굴들이 잇달아 들어오신다.(근데 산하네는 23일 새벽 1시 직전에 휴양림 들어 오셨다는데 어디 계셨나요?)

언제와! 언제와? 를 연발하던 연우는 완전히 잠들어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광민아빠, 현지아빠, 산하아빠의 도움으로 완전초보 야영팀들도 폼 나게 플라이를 치고 저녁준비에 들어갔다. 자동텐트라 정말 쉽게 친다. 게다가 내가 산 노마드와 달리 바닥에 치는 다용도매트가 세트로 같이 있네? 파일 박는 망치도 따로 있고??? 역시 좀 비싼게 다르구만..

헌데 챙겨온 음식을 풀어 놓는 분들을 보고 당황했다. 맥주, 소주, 포도주, 닭갈비, 삼겹살, 항정살(숯불바베큐 안된다던 주은아빠는 태백가서 항정살까지 사가지고 왔다는 말에 속으로 엄청 황당했다) ...

어, 이거 아닌데! 일단 새로 산 압력솥을 꺼내 쌀을 안쳤다 (야영에 대한 지지를 계속 얻기 위해 이번 야영은 준기엄마 손에 물을 묻히지 않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왔었다. 잔머리 ㅋㅋ) 참치찌개 끓일 준비를 모두 끝내고 나니 주은아빠가 부른다. 그러나, 야영의 베테랑들이 차려놓은 판으로 우리는 모두 자석이 끌리는 쇳가루처럼 붙어 갔다. 등걸이가 나오고 가스등을 켜고 언제나 그렇듯 다유네 식구들의 즐거운 이바구가 시작됐다. 내가 이 모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 하느라 비가 오는지 마는지 밥이 익었는지 설었는지 볼 생각이 없다.


24일 새벽, 비가 온 새벽에 산을 휘감은 물안개는 한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보여줍니다.

주은네 텐트에는 밥을 먹은 아이들이 모두 몰려가 뽀로로(이거 발음 땜시 너무 웃었습니다 ^^), 슈렉 보느라 와글와글...마치 70년대 동네 텔레비전 시청모드였다(이거 때문에 주은이와 주은엄마에게 엄청 미안했다. 주은아빠 아무 일 없었수?


제일 늦게 이번 야영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 유니맘 가족이 도착했다. 역시 통큰 유니맘... 냉장고에서 막 꺼낸 맥주 한아름 안고 등장했다. 하지만 맥주는 먼저 도착하고 유니맘 부부는 한참있다 등장했는데 그사이에 말이 많았다.(유니맘님? 궁금허쥬? 뭔 말이 오고 갔는지? 도착하면 냉큼 오셔야 함다. ^^)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산하아빠께서 타프를 꺼내 데크 위에 쳤다. 우와 멋지다. 우리 같은 야영 초보들에게 보물창고 같은 산하아빠다. 창고하나 들고 다니는 것 같다. 다유맘과 다유아빠가 갑작스런 일로 참석하지 못하고 라파엘 가족들이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봐야 알겠다는 전화를 받고 나자, 이사장님과 교장선생님이 계시지 않음 우리가 범생이가 아니제? ㅎㅎㅎ 하는 분위기다. 이사장님! 교장 선상님! 궁금하제요?



개망초꽃

화니네와 유니맘 사이의 학창시절 이야기, 현지아빠의 재미있는 남해여행기 후기의 후기, 우현맘의 TV케이블 압수 스토리(나는 나중을 대비해 합기도라도 배워 둬야 할려나?), 한 카리스마 하는 경상도 싸나이 광민아빠의 모자이야기와 지혜맘의 닭살기, 주은아빠의 뽀로로에 얽힌 이야기, 야영과 텐트에 얽힌 옛날 추억들....휴대용 바베큐 통에서 감자가 모락모락 익어가고 한여름 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누군가 내일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하자 “이런 빗속에 누가 놀러 다니겠냐 낼 걱정은 낼 하자”... 건배...!!!

10년 넘게 사귄 사람들도 이렇게 재미있게 지내지는 못하리라.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분명 술을 마시지 않은 유일한 사람은 난디??? 다유네 단체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면 후기 읽으면서 후회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느낀다. 요즘 보기 드물게 강수확률 100%라는 예보를 증명하듯 비가 점점 굵어졌지만 여름밤의 추억을 아름답게 만드는 소재일 뿐이었다. 내일이 걱정이 되어 스리슬적 자리에서 빠져나와 텐트에 들어와 모자란 잠을 청한 것이 11시쯤... 바깥에서는 그 뒤에도 한참동안 이어지는 이야기 꽃 속에 잠이 들었다.


비! 비! 비! 그래도 우리는 좋다.

아내가 화장실 가고 싶다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5시가 안됐다. 빗소리가 엄청나다. 마치 종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그런 빗속에서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특이하네....

이너텐트 벽면에 습기가 가득하다. 으잉!? 이거 비가 새는 건가? 그런데 이너텐트 바닥과 바깥 면에는 습기가 없이 뽀송뽀송하다. 음! 안쪽 공기와 바깥쪽 공기의 온도차 때문에 이슬이 맺힌 거군. 안심을 하고 화장실까지 마실다니러 갔다왔다. 그러고 보니 비는 부슬부슬 오는 정도인데 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마치 쇳소리 같다. 준기맘은 그래서 깊이 잠들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 정도 오는 비라서 새가 지저귄 모양이군. 잠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다시 들어가 누우니 그 넘의 빗소리가 잠잘 분위기가 아니다. 비몽사몽간을 오락가락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사람들 다니는 소리에 깼다. 아침 7시 30분.



간밤의 비로 물이 불은 소수서원 징검다리

씻어놓은 쌀을 안치고,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지혜맘이 해 주신 카레밥을 먹고, 어른들은 지혜맘이 준비한 차를 마셨다. 생각보다는 비가 많이 오진 않았다. 지혜네와 현지네에 비가 들이쳤다는 얘기를 듣고 화니네는 빗소리에 한숨도 못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빗소리에 생각보다 깊이 잠들진 못했던 모양입니다. 계속 자고 싶은 생각이 나네요. 우산보다 주은아빠가 추천했던 우비가 훨씬 더 좋겠다 싶네요.



소수서원의 관풍정

아침을 먹고 나니 의외로 잠이 무척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야영인데다 빗속에서 야영을 한 것이 익숙치 않았나 봅니다. 텐트는 탁탁 터니까 물방울이 사방으로 잘 날아가네요. 대단한 텐트입니다. 100밀리 정도 비가 왔다는데 새지 않다니... 라파엘 아빠를 보고 갔으면 했지만 일단 장모님이 오라고 하셔서 아쉬운 인사를 남기고 먼저 휴양림을 나왔습니다. 나와서 10분을 못가고 연우가 멀미를 심하게 합니다. 녀석도 잠을 깊이 못잤나 봅니다. 할 수 없이 차를 세우고 한참 쉬고 있는데 현지네 검은 트라제가 비탈길을 쌩~ 하고 내려 갑니다.(부석사 얘기 쓰셔야 함니다. ㅎㅎ) 30분쯤 쉬다가 연우가 소수서원 가자고 해서 소수서원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작과 끝이 집대성된 곳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오시면 하루종일 구경할 거리가 됩니다.



소수서원에서 선비촌 넘어가는 다리

빗속에서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구경하고 나니 장모님이 왜 여적 안 오냐고 전화하셨습니다. 순흥묵밥집 앞을 입맛다시며 지나서 장모님께서 점심 차리는 동안 저는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일어나보니 오후 4시가 넘었네요. 밥을 먹고 아이들과 아내를 깨워서 5시 20분쯤 귀가길에 올랐습니다. 소백산 연봉들 위로 구름이 밥 짓는 새벽연기처럼 휘감고 솜사탕 같은 날개 짓으로 계곡 사이를 흘러 다닙니다. 연우가 열심히 찍었는데 잘 나왔으려나...


선비촌 안에 있는 오래된 정자. 고즈넉한 풍경





준기맘이 아이들이 야영 다시는 안간다고 했답니다.
“애궁, 너무 힘들었나? 비가 와서 눅눅했나?”

그런데 연우랑 준기가 이러네요.
“아빠, 다유네 야영모임이 아니면 안 갈거야!”


중앙고속도로에서 본 소백산 자락

* 너무 멋진 야영이었습니다. 이거 혼자 휴양림 못 다닐 것 같아서 고민이네요.
* 주은아빠, 는 고생 별로 안했고.. 주은엄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많은 애들에게 텐트도 다 내 주시고, 주은이랑 힘드셨죠. 고맙습니다. 맛있는 항정살 구이 얻어먹고 감사인사도 제대로 안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한여름밤 야영을 즐기게 해 주신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이 글은 다유네(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

Posted by 연우아빠.

다유네 사람들 산음 정기모임  2007.4.28~4.29(1박2일)

산이 좋고 숲이 좋아 찾아 나서기 시작한 휴양림 여행.

작년 9월 마지막 날, 상린채린아빠께서 주선하신 오서산 정모에 참석하면서 또 다른 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던 산과 휴양림. 빌딩 숲, 아파트 숲, 자동차 소음, 생업에 종사하느라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고 새로운 배터리로 충전하는 것 같은 숲과 다유네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다유네 정기모임이 드디어 4.28일 산음으로 확정되고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그저 즐거웠습니다. 반가운 얼굴을 보기위해, 늦지 않으려고 서둘렀건만 출발은 늘 오전 10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나 6번 국도에 오르자 오른쪽에 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보석 같은 한강이 보입니다. 같은 한강이지만 여의도에서 보는 한강과 참 많이 다릅니다. 용문산 입구 대나무통밥집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 길을 잘못들어 341번 지방도로(말이 지방도로지 완전히 농로였습니다. 차 한 대가 경우 지나갈 정도)를 굽이굽이 타고 말치고개를 넘어 간신히 산음으로 올라가는 345번 길을 찾았습니다. 겨우 15분 지나왔는데 맞은 편에서 차라도 나타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하게 지난 탓인지 1시간은 된 것 같았습니다.



숲해설을 들으려고 모였습니다. 휴양관 앞

산음수련관에 도착하니 상린아빠, 은주네 그리고 처음 뵙는 가족 이렇게 먼저 와 계셨습니다. 2시에 휴양관 앞에 모여 숲 해설을 따라 나섰습니다. 준기는 숲 해설을 많이 해 본 까닭인지 숲 해설에는 관심 없고 일행보다 먼저 올라가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이제 함께 지내는 아버지께서는 시청에서 노인복지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6개월 과정의 “숲해설”을 듣고 계시는데 해설가 선생님께 자세하게 알아보시려고 메모준비를 해 오시고 계속 질문과 메모를 하십니다. 해설가 선생님께서 전공이 아닌 부분에서 가끔 틀린 얘기도 하셨지만 정말 친절하고 훌륭한 해설을 해 주셔서 많이 배웠습니다.(전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폴투갈에만 코르크 나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참나무 종류 껍질에서도 코르크를 채취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다른 수종끼리 연리지 상태가 된 나무도 봤는데 볼 때마다 신기하더군요. 40여명이 출발한 숲해설은 계곡을 계속 올라가면서 따라오는 사람이 줄어들더니 10명 정도만 남아서 듣게 되었습니다.



다른 수종끼리 합쳐진 특이한 연리지 현상.
결혼하기 싶은 선남선녀들이 돌면 혼인이 성사된다는 나무입니다

산림보전과 무장공비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1960년대에 강제로 소개된 화전민 마을입구였던 곳에 자손의 번창을 비는 남근석이 아직 남아 있고 마지막 화전민이 땅이 없어서 모셔가지 못해 남겨놓은 조상의 무덤이 쓸쓸하게 길가에 누워있습니다. 그래도 후손이 명절 때마다 거기까지 찾아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산음에 살던 화전민들이 그 당시에 아주 잘 사는 축에 속했을 거라고 하십니다. 계곡이 깊어 수량도 풍부하고 화전을 일굴 수 있는 땅이 넓은 편이라고 하시면서 옛날 봉화 땅 보다는 훨씬 풍요로운 곳이라고 하시네요.


 
옛날 화전민 마을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남근석. 화전민은 사라지고 마을도 사라지고 이것만 남았습니다



외래종 민들레에 쫓겨 산음 깊은 산골까지 밀려난 재래종 민들레.
이 외에도 소나무, 잣나무가 참나무에 밀려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숲해설이 재미없었나 봅니다. 휴양림 11번째가 되니까 레파토리가 비슷해서 그런건지.
책으로 많이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어려서???



휴양관으로 내려와서 은주남매와 연우남매는 물장난 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날씨가 더울 때는 물장난이 최고

4시반쯤 다시 수련관으로 올라갔더니 반가운 가족들이 거의 다 도착을 했더군요. 오서산에서 본 은주아빠의 특별한 백열등 조명에 덧붙여 주은아빠는 렌턴을 2개 더 널어놓아서(줄어 늘어놓은 것은 널어놓은 것 맞죠?) 낙엽송이 앤트처럼 둘러서 있는 바비큐 터는 환상이었습니다. 먼저 휴양림의 화신(火神)인 은주아빠께서 숯에 불을 내리시고, 주은 아빠는 닭꼬치 50개로 아이들의 입과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실 저도 닭꼬치 무쟈게 좋아하는데 입맛 다셨습니다. 닭꼬치 - 소세지로 시작한 음식잔치는 유니맘이 한아름 안고 온 샐러드와 대형 포도주로 뒤를 잇고 재미있는 말의 성찬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땅에는 숯불이 머리위에는 조명등이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이고 사이에 어우러진 사람들의 웃음은 “웰빙”이라는 단어로는 설명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아이들을 위해 화목을 조달하고 마른 나뭇가지로 불장난(?)을 맘대로 할 수 있었던 아이들에게 이날은 맘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겠지요?

숨겨놓은(?) 술들이 하나씩 하나씩 계속 등장하고 냉동실에서 급속히 차가워진 소주도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고, 덕분에 우리 집에서 1년간 낮잠자던 포도주도 이날 세상에 태어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그 녀석은 스페인에서 건너온 이름없는 녀석인데 이렇게 분위기 좋은 낙엽송 가운데에서 산화했으니 아주 행복했을 겁니다. 비주류 가족들도 한가족씩 잠자리로 들때 슬며시 자리를 떴지만 남은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는 꿈결처럼 계속 들려 왔습니다.


 

또드락뚜드락, 산목련님이 준비한 신나는 손수건 물들이기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서 눈을 떴더니 아버지는 아침 산책을 가셨고 세수하고 임도를 산책하러 나섰더니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 새들이 산벚나무 꽃비를 타고 날아다닙니다. 밤늦게까지 은주아빠가 만들어 주신 불쏘시개로 불장난 원없이 한 준기는 이불에 지도 그리는 일은 하지 않았더라고요. 이제 무슨말로 애들 불장난을 막아야 할지....^^  산책 갔다 와서 치우리라 생각하며 준기와 함께 임도를 잠깐 돌아보고 내려왔더니 그새 바비큐 장소를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셨더군요. 정말 부지런한 다유네 아빠들입니다.

 
막대사탕 하나씩 물고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앤트들이 서 있는 것 같은 낙엽송 숲속에서


아침을 먹고 10시부터 아이들이 기대하던 산목련님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꽃과 나뭇잎을 조금씩 따서 숟가락 소리 요란한 삼각손수건 물들이기를 했습니다. 처음엔 애들이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아빠들이 더 열심히 하고 있더라는 주객전도....(ㅎ|ㅎ) 덕분에 모두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손수건을 가졌습니다. 숟가락으로 밥먹고, 국 떠먹고, 감자는 긁어봤지만 손수건 물들이는 것은 첨 해봤습니다.^^


 
은주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 뭘까요?


 
함께 한 다유네 사람들과 기념촬영


11시30분, 하나 둘씩 귀가 길에 오르기 시작하고 행사를 주관한 상린아빠께서 열쇠를 모두 받아들고 반납하러 떠나시고 아내가 라면을 끓이는 동안 바비큐통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그런데 전날 저녁 때 김치를 몽땅 먹어버린 바람에 “만약에 김치가 없다면 무슨 맛으로 라면을 먹을까? ~ ~ ~”라는 정광태 노래를 생각하며 정말 심심한 김치 없는 라면을 먹었습니다. 라면을 먹고 제일 늦게 수련관을 나와서 산목련님네랑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에 구경을 갔습니다. 작년 2월에는 없었던 물고기 만져보기 체험장을 갔는데 사람들에게 시달린 물고기들이 화상과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물속에 누워 있는 애들도 있고 비늘이 많이 벗겨져 있어서 불쌍하더군요.

물고기 먹이를 사서 물반 고기반인 사육장에 뿌려주니 물고기들이 엄청 몰려옵니다. 이왕 막히는 길 두물머리에 가보자고 나섰더니 입구부터 엄청난 자동차 행렬에 질려 수종사로 방향을 틀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멀미를 심하게 하셨고, 같이 가던 산목련님네랑 얘기하고 결국 집으로 바로 돌아 왔습니다. 4시반 도착. 더위에 시달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 가족들을 먼저 집으로 올려 보내고 수리산에나 갔다오자고 저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1시간 반동안 부지런히 중턱을 돌아 내려오니 등산복은 땀에 젖고 몸은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누군가 후기를 올릴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찍어놓은 사진을 PC로 옮겼는데 이번에는 노는데 열중하느라 사진을 찍은 것이 별로 없네요. ^^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벌써 가을 정모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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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음에는 자작나무가 많습니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말안장을 장식하는 장니에 그려 놓은 것인데 자작나무껍질로 만들었습니다. 시베리아 토착민들은 자작나무를 타고 신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시베리아 샤먼들은 자작나무로 만든 모자를 쓰고 신을 부릅니다. 옛날 중국인들은 백두산, 불함산에 흰나무, 흰노루가 산다고 해서 신령스럽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흰나무가 바로 자작나무입니다.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

Posted by 연우아빠.

오서산에서 처음 참가한 다유네 정기모임

2006.9.30~10.1(1박2일)

다유네 사이트를 처음 알고 나서 한동안 눈팅족으로 있다가 조심스럽게 쪽글과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휴양림 여행에 대해 푹 빠져갈 즈음 마침내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날 기회가 왔다.
상린아빠께서 밤따기 행사와 함께 오서산에서 가을 정기 모임을 한다는 공지를 띄우시고....
설레고 반가운 마음으로 정기모임 참가를 신청했다.

수련관 전체를 예약했고 온라인으로만 봤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운 기다림은 정말 더디게 다가왔다.
연우와 준기는 밤따기 한다는 말에 들뜨고, 상린아빠께서는 ‘빠에야’라는 에스빠냐 요리를 맛보게 해 주신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날 누가 찍은 사진인지 모르지만 정말 반가운 분들을 만났던 기억을 간직한 사진
라파엘아빠, 상린채린아빠, 현지아빠, 광민아빠, 은주아빠.....


9월 마지막 주는 노는 토요일이 아닌데다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길이 많이 막힐 것 같았다.
아이들이 학교 다녀오기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기다렸다가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바로 태우고 오서산으로 출발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상린아빠께서 가르쳐 준대로 광천IC에서 빠져나가 오서산을 향했다.
그런데 표지판을 보고 가다 보니 오서산 휴양림이 아니고 오서산 등산로 쪽이다.
다시 광천으로 나가 지도를 보면서 간신히 오서산 휴양림을 찾아갔다.
벌서 5시가 훨씬 지난 시간...대구 쪽에서 오는 라파엘, 지혜네 가족을 빼고는 거의 다 도착한 듯.

다유네 후기에서 사진으로 자주 봤는지라 다들 낯설지가 않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 사진을 봐서 그런지 “아유! 네가 연우구나, 사진이랑 똑 같네”하며 반겨 주신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정신이 없다.
유일한 미혼 아가씨 렁이님, 그리고 쌍둥아부지님, 은주아빠님, 재미있는 말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현지아빠님,
후기를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들어 주신 유니맘님, 씩씩한 화니맘님, 사진을 잘 찍으시는 호중아빠님 등등등

얼른 짐 내려 놓고 주방으로 올라가니 상린아빠께서 빠에야 요리에 필요한 해물을 손질하느라 바쁘시다.
인사를 하고 새우 손질하는 것부터 일손을 거들었다.
쌀을 양념해서 익히고 그 위에 홍합, 새우 등 온갖 해산물을 얹어 만들어 낸 빠에야는 독특한 맛을 가진 음식이다.
해물이 많아서일까 약간 짭짤한 것이 맛이 그만이다.

밖에서는 은주아빠가 숯불을 붙여 바비큐 준비를 해 놓고 모두를 부른다.
은주아빠 불 붙이는 기술은 보통사람과 차원을 달리한다.
다들 숯불구이집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할 만큼....

대 가족이 몇시간을 숯불구이를 해 먹는데도 숯은 항상 최상의 상태로 공급해 준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니 은주아빠가 준비해 온 긴 전등을 달아내 야외 식탁을 환하게 밝혀준다.

은주아빠는 미리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쏘시지를 구워 내고 배고픈 나도 하나 받아먹었다.
수제 소시지라 맛이 참 좋다.
광천시장에서 상린아빠께서 미리 준비해 온 전어구이부터 시작해서 각종 조개구이에 돼지 숯불구이까지 온갖 음식이 끝없이 나온다.

한참 먹고 있을 때 대구에서 출발한 지혜네 가족과 라파엘 가족이 도착했다.
라파엘 아빠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문재인 수석비서관과 비슷한 품위 있는 백발 스타일.(이거 본인에게 실례인 표현일레나?) 
호감이 가는 모습과 역시나 말하는 품위가 후기에서 읽었던 글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억센 대구 사투리를 거침없이 구사하는 강력한 카리스마 광민아빠님 역시 좌중의 분위기를 한방에 올려 놓는다.
조용조용 현지아빠님의 유머넘치는 한마디 한마디는 사람들을 마음껏 웃게 만든다.
정다운 이야기가 끝이 없고 화기애애한 술잔이 깊어가는 어둠과 함께 밤을 적신다.

아이들은 모처럼 또래 아이들을 많이 만나 한참을 재미있게 논다.
사방치기, 꼬마야 꼬마야 놀이, 술래잡기 등등 온 휴양림이 좁다고 뛰어 다닌다.
한둘 밖에 낳지 않는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많은 또래들이 모여 숲속에서 뛰 놀 수 있다니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여행이다.



준기와 함께 아침 산책, 역시나 사진을 의식하면 표정이 부자연스럽다.


저녁내내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은데 광천 시장에서 사온 해산물이 많이 남았다.
휴양림에서 일하시는 분들께도 나누어 드리고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고...
야외에서 저녁을 끝내고 수련관 이층을 여자들과 남자들로 한 방씩 나누어 잠자도록 하고
남자쪽 방은 ‘다유네 사단법인화’ 문제로 토론을 밤늦도록 계속했다.
나는 12시가 넘어서 잠들고 다들 내일 오서산 억새밭을 보러 아침에 등산을 가신단다. 대단한 체력이다.

늦게 잔데다 바닥이 너무 뜨거워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새벽에 등산가는 사람들 따라 나서는 것 포기하고 늦잠을 잤다.
유니맘님이 준비해 온 사골국물을 꺼내 떡국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준기를 데리고 오서산 휴양림을 돌아보았다.

여름에 쓰는 어린이 풀장도 있고 등산로도 괜찮다.
새벽에 산에 올라간 사람들이 내려와 함께 아침을 먹고 상린아빠님의 이모부가 살고 계시는 곳으로 밤을 줏으로 갔다.
대구에서 오신 분들과 다른 일정이 있는 분들은 떠나고
광천에 도착한 우리는 상린아빠가 안내해 준 문어발 재벌(?) 최명석 젓갈집에 들어가 김장용 젓갈을 좀 샀다.
지금까지 먹어본 젓갈 가운데 가장 맛있어서 금년 김장맛을 더 좋게 해 줄 것 같다.
광천이 젓갈로 유명하고 광천 입구까지 옛날에는 갯배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들 간식거리로 전통한과를 여러 박스 사기도 하고...
 


줄넘기 놀이에 신난 아이들. 등만 보이는 광민이, 은주, 그리고 호중이


연우는 처음 만난 은주가 맘에 들었는지 은주에게 찰싹붙어 다니더니 급기야 은주네 차를 타고 가겠단다.
은주는 연우보다 한 학년이 높은 아이인데 여러 가지 전래 놀이도 많이 알고 성격이 좋아서 아이들과 참 잘 어울려 논다.
은주가족은 아빠와 은주, 승환이 세 사람만 참석했단다.

광천 젓갈시장에서 나와 상린아빠 이모부님 댁에 도착해 단체로 마당에서 자리를 깔고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했다.
마당 있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니 아파트 대신 이런 집에서 사는게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다들 준비해 온 집게랑 빨간 장갑을 꺼내고 우리는 준비해간 그물망을 꺼내 함께 뒷산 밤나무 밭으로 올라갔다.
 


여자 아이들은 사방치기놀이


땅에 떨어진 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떨어진 지 일주일이 넘은 듯 벌레 먹은 밤이 많았다.
연세 높으신 부부만 사시는데다 시골이라 사람이 없어서 밤이 떨어져도 주워갈 사람이 없는 농촌 상황이 안쓰럽다.
밤 송이 떨어진 것을 처음 주워보는 우리집 아이들은 너무 신이 났다.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 가족이 제일 많이 주웠나 보다.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너무 즐거운 만남에 돌아오기 싫었지만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재촉한다. 


상린채린아빠님 이모댁에서(밤줍기 전 점심)


이번 모임이 너무 좋았던 듯 연우와 준기는 다시 오서산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끼리 칠보산휴양림을 여행하고 나서 14일에는 어머니와 장모님을 모시고 오서산 여행을 가기 위해 진달래꽃방을 잡아 놓았다.
21일에는 새로 개장한 춘천 용화산 휴양림을 예약했다.

지금처럼 회사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다닐 수 있는 휴양림은 집중적으로 다녀보자는 생각이다.
오서산에서는 안사돈 끼리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처음 해 본 밤줍기에 흐뭇한 연우. 상린채린아빠님 이모부님 댁 밤 밭에서...

Posted by 연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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