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이 분분한 날에 <48시간의 행복>을 맞이하다.

 

2013.4.6~7 오서산 수련관에서 모이다.

 

다유네에서 그리고 솔바람에서

거의 10여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여행기를 모아 책을 냈다.

원고를 모으기 시작한지 3년여, 그리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주말을 이용해

교열, 사진 맞추기, 원고 보완 작업을 한 지 두어달 만에

마침내 <48시간의 행복>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우리들 책을 실물로 받으러 가는 날.

주은아빠가 미리 잡아 놓은 오서산에서 뜻 깊은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일기 예보에는 토요일에는 비바람이, 일요일에는 눈보라가 있을 거라고 예고했다.

아름다운 봄날을 맞이하고 싶었으나,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지만

지난 세월동안 우리 여행에서 날씨는 그리 중요한 변수는 아니었다.

 

주은아빠께서 다른 준비없이 그냥 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으므로

몸과 마음이 다 가볍기는 했으나,

또래 친구들이 없다는 연우는 따라가기를 포기하고

올해부터 대학원을 다니게 된 준기맘은 집에 남아 발표과제를 준비하기로 했다.

준기는 숙제와 공부꺼리를 챙겨 아빠를 따라 나섰다.

 

아들과 둘만 가는 여행은 처음인 것 같다.

서울 본사로 복귀한 뒤에는 야근이 너무 많아 몸과 마음이 지쳤는지

여행을 간다고 해도 준비를 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여행의 2/3는 준비하는 동안에 느끼는 즐거움인데

그 즐거움은 오롯이 준기 차지가 되었다.

준기가 지도 상자를 뒤져 오가는 동안에 들르고 싶은 장소를 찾고

점심 먹을 식당을 고르는 동안에도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

평일에는 30분 정도 얼굴 보는 게 고작이니....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다 바람까지 제법 불었다.

이발을 하고 11시 반쯤 준기와 함께 출발을 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그런지 길에는 차들이 별로 없다.

서해 대교를 지나는 순간에는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보는 지

자동차가 좌우로 흔들거렸다.

 

서산 동부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자는 준기의 뜻을 따라

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댔다.

준기가 날씨가 좋지 않으니 개심사는 생략하고

보령에 석탄 박물관을 가보자고 했다.

‘그러마’ 대답을 하고 석탄박물관을 검색해보니 60km가 넘는 거리다.

 

이상하다 싶어서 오서산 휴양림까지 거리를 검색해보니 60km쯤 나온다.

그제서야 운전 중에 상린아빠께서 전화주신 내용이 생각났다.

서산 동부시장에서 가까운 곳은 용현 휴양림과 개심사였고

광천시장에서 가까운 곳이 오서산이었는데 착각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멀리 돌아오네?”라고 하셨구나. 어이쿠!

 

밥을 먹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주차장은 ‘양심주차장’이라 시간계산을 알아서 하고 돈을 집어 넣고 가는 시스템인데

최초 30분에 1천원, 이후 30분마다 500원 추가였는데

45분이 되었으므로 1,500원을 넣고 돌아서는데

컨테이너 문이 열리더니 할아버지 한 분이 준기 주라며 사탕을 주신다.

‘양심’을 잘 지킨 선물인가?

 

이제 마음이 급해졌다.

석탄박물관과 개심사는 내일 보기로 하고

냅다 달려서 3시 40분쯤에 휴양림에 도착했다.

 

늘 다니던 휴양림 같은데 오서산은 4년만이다.

비가 와서 그런 지 더 깔끔해진 듯한 느낌이 드는데

입구 쪽에 저런 저수지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린, 은주, 유진 이렇게 세 집의 아빠들은 가족 대표로 혼자 오시고

주은네, 수람이네, 주연이네, 재욱이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저녁 준비를 하며 정담을 나누고 계셨다.

2006년 오서산 정모 때처럼 상린아빠께서 주방에서 생선을 다듬고 계셨다.

 

수육을 끓이는 솥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았다.

사람들이 정답게 모일 수 있는 시골 잔칫날 같은 풍경을 보자

잠시 동안이지만 바깥에 차가운 비바람에 오그라진 몸과 마음이 활짝 펴진다.

 

잠시 후 비바람은 눈보라로 바뀌었다.

처음엔 싸락눈이더니 마치 겨울처럼 함박눈이 바람을 타고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그 눈을 뚫고 <48시간의 행복>을 책으로 내주신 현지아빠께서 현지맘과 도착하시고

잠시 후에 대구에서 성영아빠와 성영맘이 도착하셨다.

 

휴양림 여행길에 만나 제법 긴 세월을 같이 하는 동안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건강한 모습을 뵈니 가족처럼 반가움이 밀려온다.

아내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운 상황.

 

재욱아빠께서 혼을 실어(?) 가지런히 썰어 놓은 수육과

주은아빠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주연아빠 자당어른의 맛있는 김치

그리고 모든 생선요리의 대가이신 상린아빠께서 만든 매운탕을 차려놓고

모든 사람들이 밥상에 둘러앉았다.

 

지난 세월동안 함께 했던 휴양림 여행의 추억들과

병마와 싸우며 힘들었던 이야기를 옛 이야기처럼 풀어 놓고

부모들의 영원한 주제인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중에

인형보다 예쁜 서우를 데리고 서우아빠와 맘께서 뒤늦게 도착했다.

 

사람들은 서우를 안아보고, 사진을 찍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서우를 환영했다.

신기하게도 서우는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음에도 전혀 낯가림이 없다.

엄마 아빠와 친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들만 있는 아빠들이 더 부러운 듯

 

똘망똘망하고 예쁜 서우를 보니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창 밖에 비바람은 어느덧 눈보라로 바뀌어 있었다.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고 책을 낼 동안

고생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끝없는 이야기 꽃을 피웠다.

모자란 술을 사러 면 소재지까지 차를 끌고 나섰는데

이 시골 땅까지 대기업 체인점인 슈퍼마켓이라니 씁쓸하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있다고 했는데

가진 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어디다 버린 것일까?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를 뜯고 외거노비처럼 만들어 수천년 동안 써도 다 쓰지 못할

거만금을 쌓아놓고도 만족을 모르니.....

 

술을 사가지고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나눈 대화에서

이제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부부끼리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자정을 넘긴 시각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기로 하고 자리를 파했다.

상린아빠, 은주아빠, 유진아빠, 나 이렇게 셋은 예전 정모 경험을 생각해

얇은 침낭을 두 개씩 들고 왔다.

우린 이렇게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이가 되었다.

 

새벽 5시쯤 상린아빠께서 일어나 움직이는 소리에

다들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오서산 등산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등산 장비를 하나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따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행 대부분 오서산 등산을 떠난 뒤

혼자 휴양림 안을 산책했다.

날카로운 바람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실감나게 한다.

오서산 정상 부분은 하얀 눈을 이고 빛이 나다가

구름 속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등산을 하지 못해 직접 보지 못했지만

주은아빠가 찍어온 오서산 정상의 눈꽃은 환상적인 세계였다.

 

등산을 끝내고 내려온 사람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지리산 자락 하동의 친정에서 유진맘께 보낸 향긋한 취나물.

우리를 위해 오서산까지 보내주신 그 정성이 입 안 가득히 봄 내음을 전해 준다.

 

이 아름다운 모임이 세대를 이어서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다유네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몇십명씩 모여

또래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뛰어 놀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모든 것이 늘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

이제라도 새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형제 자매가 적은

요즘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를 만날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했기에 더 빛났던 우리 여행은

앞으로도 다른 모습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바람이 차서 보령 석탄박물관만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서해대교의 바람은 여전히 차를 좌우로 흔들만큼 강력하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나도 모르게 6시쯤 잠이 들었는데

저녁도 건너 뛴 채 월요일 아침까지 내쳐 잠만 잤다.

휴양림에 다녀왔어도 산책이나 등산을 생략하게 되니

몸에 원기가 예전처럼 충전되지 않는 듯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




오서산, 비바람이 어느덧 눈보라로 바뀌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미는 일요일 아침


햇빛을 받아 능선이 하얗게 빛을 낸다.


등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아쉬움에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 본다.


오서산 정상은 일요일 아침에 이런 모습이었다. 정상에 올라간 주은아빠가 찍어온 사진.


칼바람이 부는데도 산수유는 노란 꽃을 피웠다.


어솨요! 이런 봄이 처음은 아니죠? 새 순이 팔을 벌려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끼는 차가운 칼바람에도 여전히 초록빛이다.


오서산 정상은 눈구름이 만든 안개 때문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보령에 있는 석탄박물관. 칼바람이 부는 날씨 탓에 개심사 가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아들이 가자고 한 이 곳에 왔다.


국내 석탄박물관 가운데 규모는 가장 작다.


십구공탄 찍는 기계. 아들녀석 만한 나이 때 어머니 심부름으로 연탄공장에 연탄 주문하러 갔던 때 봤던 그 기계


고생대에도 생물들은 모여 살았던 듯. 암모나이트 화석이 덩어리로 모여있다.


석탄 박물관 지하 갱도 전시실.



Posted by 연우아빠.

지난 10년간 국립자연휴양림을  가족과 함께 여행하며 이웃간의 정을 쌓아왔던

11가족이 모여 가족여행기를 묶어 책으로 냈습니다.


'48시간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1박2일 가족여행 중에 겪은 여러가지 이야기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은 이야기를

푸른길 출판사를 통해 펴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모야 조촐하게 잔치도 했습니다.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던 아들녀석이 벌써 중학교 1학년이 되었네요.

세월이 흐를수록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는 더 소중해집니다.


우리의 인연을 처음 맺어준 다유네( http://www.dayune.com )는 사라지고,

이제는 소수의 사람만 솔바람( http://cafe.daum.net/foresttour )을 통해 만남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족여행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 여행, 사람 그리고 기록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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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의 행복> 발간사



가족!


참 소중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은 소중한 가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얼마나 자주 만날까요?


한 지붕 아래서 평생을 같이 살고 있는 듯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회가 진화할수록 여유 시간이 많아지기는커녕


잠자고 있는 가족 얼굴을 보는 날이 더 많은 그런 시대가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태어나서부터 경쟁에 내몰려 저녁 한 번 같이 먹기 힘든 생활이 우리 일상이 되었습니다.

가난했고 차린 음식은 빈약했지만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저녁을 먹었던 그런 시절이 언제였던지 가물가물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도시의 편리함과 인공적인 것에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첨단 시설과 구조물이 가득찬 도시에서 일에 치여

오감을 통해 겪어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는 그런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여행조차도 인터넷을 통해 눈으로 읽는 간접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처세술, 학교와 공부에 연관된 무엇인가를 담고 있지 않으면 책도 팔리지 않는다는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여행도 해 보고 싶지만 우선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린 어렸을 때부터 여가생활에 대한 체험도, 여가를 즐긴 경험도 부족한 나라인지 모릅니다.

‘여가’를 죄악시하는 문화의 잔영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유소년 축구팀에서 축구를 해 보고,

부모와 함께 캠핑을 하며 계곡에서 물고기를 관찰하고,

현란한 색을 갖고 있는 무당개구리가 깊은 계곡에서 헤엄을 치는 것을 본 어린이.


새벽에 일어나 밤하늘에 별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경험을 해 보고,

한 여름 장대비가 온 뒤에 계곡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솜사탕 같은 구름을 본 어린이의 삶을.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백과사전이나 전문가의 안내나 여행자의 책이 아니라

오롯이 그 앞에 서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내소사의 아름다운 진입로가 계절마다 주는 감동이 다르다는 것,

송광사의 저녁을 알리는 법고 소리가 주는 영혼의 울림은

같은 장소에 서 있는 부자간에도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습니 다.


다람쥐가 잣송이를 까는 것을 보셨나요?

곤줄박이가 잣 열매를 좋아하는 것을 아시나요?

곤줄박이가 잣 열매를 발견하면 혼자 먹지 않고 친구를 불러와서 같이 물고 가는 것을 보셨나요?

해발 1,500미터 고산에는 7월 말이 되어서야 평지의 5월에 피는 꽃이 만발하는 천상화원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비바람도 맞아 보고

태풍 뒤에 오는 그림같이 맑은 하늘을 보면 우리나라 숲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아름다운 숲을 오래 지키고 가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빠 엄마의 역할을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숲에서 같이 놀면서 즐거워하는 것, 그것이 정말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을 숲 여행에서 느끼게 됩니다.

여행은 돈이나 시간이 많은 사람이 부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닙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기에 그 시간 위에 우리의 추억을 실어 놓기 위해 여행을 꿈꾸고 준비하며 길을 떠난답니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습니다.

가족과 함께 더 늦기 전에 숲으로 여행을 떠나세요. 여러분의 식탁이 풍성해지고 가족들의 얼굴이 더 밝아질 것입니다.



* 이 글을 쓸 때, 카페지기여서 얼떨결에 쓰긴 했었는데 책이 나온 다음에 다시 읽어보니 낯간지럽네요. ^^;;

교보문고 http://goo.gl/Blcy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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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우아빠.
2012.1.28~1.29(1박2일)
9번째 청태산 여행


주은아빠와 은주아빠께서 1월달 휴양림 예약을 해놓고
혹시 동호회원 중에 같이 갈 사람이 있냐고 게시글을 띄웠는데
모두 9가족이 손을 들었다.

매년 가던 청태산이지만 작년 겨울에는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가겠다고 나섭니다.
주은아빠가 이번에는 청태산 겨울 등산을 하겠다고 해서
가족 모두 아이젠을 장만했습니다. 


청태산에는 워낙 많이 갔다 와서 별다른 설레임은 없지만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늘 기대를 하게 됩니다.


28일 아침, 청태산 가기전에 엔진오일이나 갈자고 이웃 정비소에 들렀는데...
세상에!

라디에이터 아래로 미션오일이 새고 있었습니다.
미션오일 펌프가 나갔다네요.
게다가, 머플러 중간이 부러졌네요.
한술 더 떠서 단순 펑크인 줄 알았던 뒷 타이어는 땜질을 할 수 없게 찢어져있네요.

10년이 다 된 자동차가 드디어 돈 내놓으라고 주머니를 털어갑니다.
출발 전에 발견해 다행이다 생각하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일찍가서 반가운 사람들과 놀아야겠다는 계획은 허사가 되고
늦은 출발 때문에 점심은 차 안에서 김밥 먹는 것으로 했답니다.

설날 연휴 다음이라서 그런지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별로 없어서
청태산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반정도.
8여년 가까이 청태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쉽게 간 것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청태산 주변에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청태산 안으로 들어가면 산 속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언덕에는 눈썰매를 타고 있는 반가운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중학생이 된 연우는 썰매를 탈 생각도 안하고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자기 휴대폰 들여다보고, 게임하고, 온갖 놀이를 하느라 밖에 나올 생각도 안하는군요.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어른과 아이들 모임이 확연하게 갈라지는군요.



준기는 2년만에 청태산에서 눈썰매를 타보는군요. 


상린아빠께서 통영에서 공수해온 굴을 가지고 석화찜을 하면서
어른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밤이 깊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처음 함께한 재욱이네 가족들도 10년지기마냥 반갑게 어울렸습니다.
수람아빠에게 우리 모임에서 히말라야 트래킹 해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애들이 더 이상 따라다지니 않을 상황이 되면 부부끼리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내일 등산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11시가 넘어서 저는 우리방으로 들어와
뜨끈한 방에 등을 지지며 잠을 청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중학생 아이들은 새벽 4시가 되도록 다락에서 잠도 안자고 놉니다.
체력도 참 좋은 녀석들입니다.

도시와 달리 완전히 캄캄한 어둠속에서 깊은 잠을 자서 그런지
6시에 눈이 바로 떨어지더군요.


잠이 깬 김에 차에 가서 등산용 스틱과 아이젠을 꺼내 왔습니다.
다들 밤 늦게까지 이야기하면 술을 마셔서 그런지 일어난 가족이 없었습니다.
'날 부르면 나가자' 하는 생각으로 산책을 조금 하고 방안에 들어왔는데
유진아빠께서 등산가자고 연락을 하시네요.

연우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아내와 준기만 데리고 합류했습니다.

등산하려고 나온 사람은 유진네 가족 밖에 없더군요. ^^
영국에서 다니러 온 손아래처남, 그리고 하동에서 올라온 손위처남부부
우리는 천천히 2등산로를 따라 눈 덮힌 청태산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헬기장 조금 못미처 언덕길에서 사단이 났습니다.
오른쪽 무릎이 약간 삐끗한 느낌이 들었는데 갑자기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거죠.
잠시 이상이 생긴가 보다 생각하고 계속 올라갔습니다.
별로 가파른 산도 아니고 양쪽 스틱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헬기장에는 7~8팀 정도가 야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하긴 저도 나중에 아들과 함께 산에서 잠자며 등산을 해 보고 싶은데
부럽기도 한 장면이었죠.

하늘도 맑고 날도 따뜻하고
제가 천천히 올라갔지만 다리를 못쓰게 된 것을 아무도 모른 상태였죠.
유진이네 가족사진도 찍어주고 우리가족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 그런지 상고대도 전혀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청태산에 갔던 중에 제일 따뜻한 겨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준기는 오랫만에 1,000m급 산 등산기록을 하나 추가했네요.


아이젠이 있었지만 오른쪽 무릎이 움직이질 않으니 내려오는 길은 정말 어렵더군요.
밧줄을 잡고 뒤돌아서서 내려오는 방법으로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점심 때 쯤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돌아오는 길에는 아내가 운전을 했는데
역시나 막히는 곳이 한군데도 없이 2시간여 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1월31일 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더니 오른쪽 무릎 바깥쪽 연골 아랫부분이 파열되었다고 하네요.
의사 선생님이 서둘러 수술날짜를 잡아 주시고
금요일에 관절경 수술을 하게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여행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기에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안되는데
언젠가 히말라야 트래킹도 갈 계획인데
제 무릎이 벌써 탈이나고 말았네요.
회복하는데 6주 정도 걸린다고 하니, 당분간 수영도 쉬어야 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잘 회복될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위로를 해 주시네요.
어쨌거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2주동안 조신하게 누워서 밀린 잠을 푹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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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우아빠.

용대휴양림과 속초여행

2011.8.26~8.28(2박3일)

야영 시즌은 하루하루 지나가고 주말부부가 된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힘들다. 야영데크 예약했다가 취소한 것만 해도 벌써 몇주째인지...매년 한번씩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을 기회로 2박 3일 야영을 꿈꿨다. 게다가 주은아빠께서 솔바람 야영정모를 이번 주말에 한다고 하니 금상첨화다. 아니다, 꽃을 준비했는데 비단 밥상을 차려 주신 거로구나.

지난 여름휴가 야영 때 바닥 때문에 허리가 좀 불편했다는 아내. 하긴, 2007년 야영장비 공동구매 때 장만했던 것이라 많이 쓰긴 했다. 이 때 눈에 들어온 쟈칼 자충식 에어매트. 개당 가격이 5만4천원으로 다른 제품에 비해 뭔가 약점은 있겠지만 확 땡기는 가격. 아내와 연우가 쓰도록 2개를 사고, 기존 발포매트를 두겹으로 쌓으면 냉기차단과 쿠션 보강이 되겠다 싶어 샀다. 화상대화를 통해 확인해 보니 아내와 연우가 좋다고 한다. 이때 직장 후배가 보내 작명해 줘서 고맙다고 보내준 상품권이 도착했다. 에라 모르겠다. 2개를 더 사서 텐트 바닥을 딱 채우자. 아파트 난방이 긴가민가한 간절기 때 집에서 써도 되고, 아이들 백두대간 갈 때 비박용 매트로 써도 되고, 나중에 부부끼리 여행 갈 때 가지고 다녀도 좋겠다 싶다 2개를 더 샀다.


8.26(금)

목요일 회사일과를 마치자마자 금요일 오후에 반차를 내고 집으로 올라왔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마치면 하교를 한 아이들을 데리고 용대 오토캠핑장으로 갈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애들 하교시간은 오후 3시 반. 오후 3시 이후에 자동으로 해지되어 버리는 범우주적으로 독특한 국립자연휴양림의 야영예약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가 예약한 데크는 자동으로 날아가는 시간이라는 얘기. 휴양림에 전화를 했다. 모레 우리 동호회에서 오토캠핑장 모조리 예약했는데 우리 가족은 오늘 들어가서 야영하려고 한다. 7시까지는 도착할테니 다른 사람 주지 말고 비워달라. 결제하고 싶어도 휴양림에서 결제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으니 이 정도는 해결해 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사정했더니 동호회에서 몽땅 예약했다는 말에 7시까지는 비워 놓을테니 그 전에 꼭 오란다.


용대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 데크 12개, 넓은 공터, 다른 구역과 격리된 공간독립성이 뛰어나다.
동남향이라 여름에 그늘도 많고 적절하게 말릴 수 있는 햇볕도 잘 든다.



아이들 데리고 출발한 시간은 4시가 약간 안된 시간, 길이 거의 막히지 않아 6시 반쯤에 휴양림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은 늘 아침 늦게 출발해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많았고, 준기가 속초를 꼭 가보자고 해서 좀 무리를 했다. 그러나 사전예약 때 3개만 비어 있던 데크는 12개 중 4개만 사람들이 있어서 사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오토캠핑장은 계곡 경사가 완만해 물소리도 그닥 크지 않아 물가에 있는 야영장이지만 밤에도 조용한 편이었다. 7년만에 다시 온 용대 휴양림. 차창을 내리자 7년전 그때처럼 서늘하고 상쾌한 공기와 숲 냄새가 온몸을 휘감는다.

 
“잘 왔어요! 여러분. 아기들이 이제 많이 자랐군요”


엄마가 아침을 하는 동안 열심히 들여다보는 준기



숲은 이렇게 속삭였겠지만 공사 중이라 그런 지 좀 황량한 느낌을 주었다. 이 숲은 우리 가족이 다유네와 솔바람의 아름다운 인연을 맺게 해준 계기가 된 곳이다. 최근 7년간 우리 가족의 여행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은 멋진 곳. 7년전을 생각하며 덜컹덜컹 숲길을 올라가 오토캠핑장에 도착했다. 이 숲에서 시작해 다시 돌아오는 사이에 우리 가족은 국립휴양림을 84번 여행했다. 

땅거미가 깔리기 전 얼른 사이트 구축을 마치고, 저녁을 먹어야했다. 늦은 시간이라 밥을 하기에는 너무 지체될 것 같아 7시 반쯤 사이트 구축을 마쳤다. 사람의 왕래가 주말에만 겹치는 곳이라 그런지 8시쯤이 되자 대부분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홍천 가는 방향으로 더 내려와 문을 연 집을 찾아 황태구이와 황태해장국으로 저녁을 먹었다. 식객에서 본 황태구이의 본고장에 왔다는 게 기분 좋은 듯, 준기는 식사시간 내내 황태얘기가 그칠 줄 모른다. 남은 음식을 싸달라 해서 캄캄한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9시가 되자 야영장 가로등이 나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정기 건강검진 때문에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다녔기에 잘됐다 싶어 일찍 자기로 했다. 아내와 연우는 벌써 잠들었다. 준기랑 둘이서 이를 닦고, 너무 더워서 등목을 했다. 아들 녀석이 조금 자라니까 이런 것도 시킬 수 있구나. 흐흐. 사이트 구축하느라 흘린 땀을 깨끗이 씻고 나니 너무 좋다.

밤 10시쯤 되었을까? 이웃 데크에서 자동차 문을 열어놓고 온 산을 빵빵 울리는 오디오를 가동하는 매너 없는 야영객 한팀. 눈을 붙일 수가 없어 밖에 나가 꺼달라고 요구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이 아저씨는 예약 없이 들어온 모양이다. 다음날도 마냥 데크에서 죽치고 있었다. 동네 주민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듯 하다.)

주말에 비 온다는 예보가 주중에 계속 나왔지만 사이트 구축할 때 아주 잠깐 이슬비만 뿌렸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빛나는 날씨. 간간히 구름도 지나갔지만 달이 없는 밤이라 하늘의 별은 손에 잡힐 듯 하얗게 쏟아진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가는 휴양림마다 덥다. 용대 역시 여름 침낭을 펴서 덮었는데 더운 느낌이 들어서 배만 살짝 걸치고 잠을 청했다.


8.27(토)

8시간 동안 개운하게 잘 자고 눈을 떴다. 쌀을 씻는 사이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이쪽 데크, 저쪽 데크를 돌아다니다 우리 데크 앞으로 왔다. 사람을 보고도 숨지 않는 걸 보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사람 관찰을 한다. 아내는 정선에서 산 된장으로 맛있는 찌개를 끓였다. 몇 주만에 산속에서 다시 맛있는 아침을 먹고 주은아빠에게 연락한 뒤 속초 아바이마을 구경을 나섰다.


6.25때 실향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아바이 마을


요즘은 어디를 간다고 하면 준기는 그 지역 지도를 샅샅이 훑어보고 가고 싶은 곳을 제안한다. 이번에는 6.25때 피난민들이 몰려와서 만든 아바이 마을을 보고, 아바이 순대도 먹고, 띠배도 타보자고 한다. 허영만님의 <식객>을 줄줄 꿰고 있는 준기. 책과 현실을 연결하면서 이제 갈수록 가보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맛보고 싶은 것도 많아진 아이.


북청아바이순대집에서 맛 본 오징어 순대와 아바이순대. 아이들에게 환상적인 칭찬을 받았다.


얼음 그릇에 내 오는 물회.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 
국수사리를 따로 내 준다.


북청아바이순대집 앞. 벽에 천사와 악마 날개를 그려 놓고 이런 사진찍기를 한다.


초 갈 때는 미시령 터널로, 돌아올 때는 미시령 옛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북청아바이순대 집에서 맛있는 순대와 얼음물회를 먹고, 띠배를 타고 건너동네로 갔다. 띠배를 타는 손님들에게 운행하는 영감님이 젊은 남자들은 가만있지 말고 고리를 걸어 띠배를 당기는 걸 도우라고 야단을 친다. 돈 받고 탄 손님에게 일시키고...ㅋㅋ .. 한 젊은 친구가 같이 당기는데, 영감님이 나더러 왜 안하냐고 다그친다. “아! 나도 젊은이였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고리를 잡고 당기려고 하는데 준기가 자기가 한번 해 보겠단다. 요령을 몰라 삑사리를 내니 영감님이 “아기는 말고, 젊은 아빠가!”라고 야단친다. 줄을 당기면서 “줄 당긴 사람은 100원 깎아주세요!” 했더니 들은 체 만 체 한다.


석호인 청초호를 둘러싸고 발달한 속초. 멀리 설악산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서 있다.


마치 거대한 대륙이 하나 있는 듯,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 듯한 착시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낮은 구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가을동화>로 이 마을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맛있는 얼음과자 하나씩 먹고 조금 걸어 올라가 중앙시장 구경을 갔다. 속초의 모습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설악산과 어우러져 참 아름다워 보인다. 닭시장 안에서 말로만 들었던 만석닭강정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집 닭강정을 먹으려면 현금 결제 대기 1시간, 카드결제 대기 45분이라는 놀라운 포스를 작렬한다. 골목 안에 다른 닭강정 집도 여럿 있었지만 이 집만 줄이 줄줄이 길게 늘어섰다. 식었을 때 다른 집과 더 차별화된 맛이 있다는 집. 인터넷으로 ‘속초’를 검색하면 설악산보다 먼저 이집이 나온다나 어쨌다나. 요즘은 속초에 와서 이 집 닭강정을 먹지 않으면 속초여행을 한 게 아니라는 낭설까지 퍼진다고.


띠배를 타고 청초호를 건너는 모습. 다리가 생겨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배를 탈 것 같다.
  


띠배를 움직이는 동력은 바로 사람의 힘. 젊은이는 힘을 써야 한다니깐!



속초 중앙시장 닭집골목으로 가는 중. 깨끗하게 만들어 놓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장



속초를 평정한 만석 닭강정. 엄청난 인파 때문에 주변 집은 대부분 파리만 날릴 지경
편중성이 너무 심한 듯한데 궁금해서 한번 줄서게 만드는 집.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 가운데 몇몇 아주머니들이 뒤에서 궁시렁 거린다. 
더운데 손님들 줄 세워놓고 자기들만 대형 선풍기 틀어놓고 일한다는 투덜거림.
한동안 그냥 듣고 있다가 결국 한소리 해버렸다.(나 원래 소심해서 이런 짓 잘 못하는데...)

- 선진국에서는 일하는 사람이 우선이다. 여기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놀러온 사람들이고, 저기 일하는 사람들은 놀러도 못가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요가 많으면 공급자가 우선이다. 

- 선풍기를 줄 서 있는 손님 쪽으로 틀면 시장골목의 먼지를 이 동네 닭집 전체가 뒤집어쓰게 된다.
- 선풍기를 손님 쪽으로 돌리면 일하는 사람들이 더워서 땀 흘리게 되면 음식에 땀이 떨어질수도 있고 더위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 컨디션 나빠지면 음식 맛도 나빠진다.


아주머니들은 그래도 이렇게 손님들 벌 세우는 나라가 어딨냐고 반박을 하길래, “선진국일수록 유명한 집은 그렇다. 그리고 손님을 어떻게 관리할거냐는 것은 파는 사람 맘이다. 살지 말지 선택하는 것은 고객의 맘이고”라며 다시 되받아쳤다. 다른 사람들은 기다리기 싫으면 그냥 가면 되지 않냐고 한마디씩 하니 마지못해 입을 다문다(대구 내려 오면서 보니 KTX 기차안에서 일본에 유명한 스시집 소개가 나오는데 몇시간을 기다려서 먹는다는 집을 소개한다). 이 집은 9월부터는 다시 택배판매를 한다고 한다.

내가 줄 서 있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시장구경을 하며 문어 데친 것도 샀다. 주은아빠에게 전화해 보니 다들 도착했다는 연락. 그래도 미시령 터널 대신 옛날 도로를 가보자는 준기. 7년전 일곱 살, 다섯 살 어린 연우와 준기를 데리고 넘었던 미시령 옛길은 구름 속에서 절경을 우리에게 살짝 살짝 보여 주었다. 건너편에는 구름을 이고 있는 멋진 울산바위가 동해를 바라보며 우뚝 솟았다. 미시령 터널이 주통로가 된 다음에는 사람들 왕래가 거의 없는 듯, 정상에 있던 주차장도 폐쇄된 상태. 

야영장을 가득 채운 반가운 얼굴들과 악수를 하고, 예상치 못했던 철호동건 아빠도 동참한 사실을 알았다. 너무 반가운 사람들, 변함없는 모습. 캐노피 아래에서 둘러 앉아 가볍게(?) 한잔들 하고 계신 모습. 6시에 모여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타프를 치고 자리를 정리했다. 저녁준비 하기 전에 남자들 몇은 계곡으로 내려가 알탕 한번 해 주시고..


아, 정말 오랜만에 모인 단체 야영정모


처음 오신 대구의 태윤네 가족(성영이 친구 가족)도 인사를 했다. 성영이와 태윤이는 단짝인 듯 찰싹 붙어 다닌다. 작은 화로대를 꺼내 숯불구이를 준비하던 수람아빠는, 산악회에서는 밥 받는 군번인데 어쩌다 고기 굽게 됐다고 해서 다를 빵 터졌다.

유니맘님, 나윤맘님, 준석준영맘님이 내려 놓은 장비와 음식은 “역시!” 라는 감탄사가 다시 나오기에 충분. 대형 식탁과 맛있는 음식들이 가족들을 부르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 가지씩 맡아 척척 내 놓는 즐거운 야영모임. 10년 지기처럼 자연스럽게 물 스며들 듯 분위기에 섞여가는 모습에서 좋은 이웃은 세월의 간격을 쉽게 넘어 버렸다.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이 넘치고, 정이 넘치고, 잔도 넘치고, 웃음도 넘치고..


철호동건 맘님께서 즉석 사진으로 아이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고....



저녁을 먹고 난 자리는 자연스럽게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자리가 나뉘었다. 여자들은 타프 아래 식탁에서, 남자들은 타프 바깥에서 접이식 의자에 걸터앉아 굽고 돌리고...2007년 청옥산에서 처음 야영정모를 했을 때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그날 산하아빠가 타프라는 것을 처음 보여주었다. “저거 하나 있으면 비가 오더라도 정모할 때 지장이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준비했던 타프는 정말 오랜만에 우리 모임에 써먹을 수 있었다.





음식준비에 바쁜 어른들과...



저녁을 기다리는 아이들.


배달은석님이 준비한 포도주는 맘님들의 열광적 환영을 받고, 수람아빠와 철호동건 아빠의 한마디 한마디에 다들 쓰러졌다.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들의 변화에 대하여, 우리들의 노년 모습, 함께 하지 못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와 전화가 이어지고...

예전에 재미있었던 우리 모임과 여행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기를 바라는 말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너무 반가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밤은 깊어가는데 술은 술을 찾아 자꾸만 국제화되어 간다. 막걸리에서 시작해 소주로,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들을 위해 보드카가 등장하고. 조명을 끄자 하늘에 별이 쏟아져내리는 환상적인 여름하늘을 감상하며 새벽1시까지 자리를 이어갔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잠자리로 가자는 말에 아쉬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일 아침에 누가 먼저 일어나서 청소를 할까 하고 웃으며 각자 텐트로 들어갔다.



사진 그만 찍고 밥 빨리 주삼!
 



타프 아래에 모인 맘님들과 ....



남자들은 따로 이렇게...
시원한 하늘이 좋아요! 그리고 원샷!




8.28(일)

주은아빠와 성영아빠가 청소하는 소리가 들린다. 6시 정도 된 듯.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저녁이었지만 의외로 쓰레기는 조금 밖에 나오지 않았다. 50리터 봉투 1장으로 충분한 양.

주은아빠, 성영아빠, 수람아빠...몇이서 설거지 하러 취사장으로 갔다. 용대 야영장은 좋은 자연조건에도 불구하고 부대시설이 참 빈약하다. 딸린 데크가 16개인데 화장실은 달랑 1개, 취사장은 오래전부터 고장 난 듯한 수도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많은 가족이 오니 식사는 한끼에 3번은 차려야 한다. 아이들 한번, 남자들 한번, 여자들 한번 이렇게 3번은 기본이 된 식사준비. 어제 다람쥐가 다시 나타났다. 주은이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숨었다가 다시 나타난다.

배달은석님이 커피 콩을 갈려고 커피분쇄기를 꺼내자 준기가 신기한 듯, 자기도 해보고 싶단다. 재미있는 듯 3번을 계속 갈아본다. 커피콩 향기가 구수한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침식사 후 설거지하고 탁족하며 반주를 즐기는 술바람 팀과 알탕을 하러 간 몇몇. 그리고 맘님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래쪽 너른 물놀이 터로 이동.


모든 맘님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은 배달은석님의 와인 서빙


유니맘님, 나윤맘님, 준석준영맘님 계속 점심식사 준비를 하시느라 땀을 흘렸다. 라면 3번, 오골계 1번, 닭죽까지 점심을 다섯 번이나 차려주시느라 고생했다. 술바람 팀과 떨어진 주은아빠는 점심 설거지를 혼자 한 주은아빠. 옆에서 잠깐 도와주다 보니 정말 작은 생쥐 한 마리가 벌건 대낮에 취사장 주변을 탐색하고 다닌다.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겁을 내지 않는다.

뙤약볕에 철수하는 짐을 정리하느라 땀을 흘리는데 주은아빠가 계곡 아래에서 부른다. 계곡으로 내려가 차가운 계곡물에 잠수. 처음 두 번은 차가웠지만 세 번째 부터는 몸에서 열이 나면서 따뜻했다. 철수 준비하느라 땀에 쩔은 몸이 순식간에 날아갈 듯 가뿐한 느낌. 아래쪽 물놀이터에는 3미터 정도 되는 깊은 구역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서 배달은석님은 스노클링을 하고, 그 모습을 보니 수영복을 가져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용대는 연령대에 따라 놀 수 있는 물 깊이를 골고루 갖춘 좋은 계곡이다.

타프를 접는 동안 도마뱀 한 마리가 데크 위에 올라왔다. 카메라를 가져와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느긋하게 이리저리 움직인다.

내일 출근 때문에 오늘 중으로 대구를 내려가야 하는 탓에 오후 3시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용대휴양림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 대구에 도착했다. 무척 힘들어야 정상인데 몸이 참 맑고 깨끗한 느낌, 솔바람은 건강한 바람이다.

용대휴양림 리모델링 작업이 빨리 끝나서 좋은 휴양림으로 다시 사람들에게 되돌아오길 기대한다.


말리려고 널어 놓은 텐트 위에 살포시 출몰하신 도마뱀

Posted by 연우아빠.
2011. 5. 14~15(1박2일)

국립자연휴양림을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우리들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 짧께는 4~5년, 길게는 7~8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어린 아이들은 이미 대학생이 된 집도 있고 갓난아기였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 부모들을 따라 새로운 숲을 경험하고 있다.

오랫동안 가족이 함께 숲을 여행하기를 원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런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었다.
어쩌면 부모들만의 여행으로 남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 부모님들과 함께 숲속에서 놀았던 추억을 찾아 다시 숲을 찾을 날이 세대와 세대를 넘어 숲을 여행하는 일은 계속 이어지리라 믿는다.

작년 4월 희리산 휴양림에 모여 우리의 여행이야기를 모은 책을 내기로 했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


현지아빠께서 사오신 헤먹. 어린 아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익숙한 준비, 그리고 없는 게 없는 은주아빠의 장비 세팅



뒤늦게 모임에 참여하게 된 수람이 아빠와 현지아빠가 한잔을 하는 동안....



불의 신이라 불리는 은주아빠와 모임에 참석한 우리는 숯불바베큐를 시작했다.



몽골텐트 야영장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전기를 쓸 수 있다는 점
때론 문명의 이기를 떠나 불편함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전기


진정한 야영은 불편함을 즐기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시간을 배가 시키는 즐거움에 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며 아빠들이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신 정말 고마운 이웃들이다.


아빠들의 이야기도 밤이 깊은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진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야영장의 밤은 도시에서 절대로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을 준다.
우린 달이 계곡에 올라와서 산으로 넘어갈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다.


일요일 아침, 희리산 임도를 산책하며 찍은 기념사진(현지아빠께서 찍어주신 사진)

 

그리고, 현지아빠께서 선물로 주신 바베피아.
다유네 공동구매 때 선뜻 사지 못했던 이 장비를 현지아빠께서 이제 나에게 물려 주셨다.
이 바베피아 앞에서 현지아빠, 우진맘, 우진이, 현지 이렇게 네가족이 많은 여행의 추억을 쌓았을 것이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서 자기 주장이 조금씩 강해진 연우를 포함해 우리 가족 네사람이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가족여행을 계속하는 동안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은 계속 쌓여갈 것이다. 
Posted by 연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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