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맑음

 

오늘은 귀국 비행기를 타는 날, 어제와 완벽하게 똑 같은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숙소에서 중앙역으로 가는 길은 걸어서 18분 버스타면 13분으로 나온다. 1.4km. 숙소에서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비슷하게 나올 것 같다. 비행기 시간도 많이 남았으므로 걸어가기로 했다.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시내는 조용했다. Wilhelminabrug 다리를 건너다가 멋진 배경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사진 찍어 주시겠다고 하시며 부녀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서양 사람들은 배경을 넣지 않고 사람의 전신을 찍는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마스트리히트 역에서 스키폴 공항까지 가는 표를 끊었다. 위트레흐트에서 환승하는 것인데, 혹시나 싶어서 물어 봤더니 이 표를 가지고 위트레흐트에서 내려 몇시간 머물다가 가더라도 아무 문제없다는 설명. 기계에 찍고 기차를 타고 찍고 내려서 기차역 게이트에도 찍고 드나들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괜찮은 시스템이다. 지정된 열차가 아니라 표만 가지고 있으면 동급의 기차를 아무거나 타도된다는 점은.

 

청명한 하늘에 지평선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높이높이 올라 온다. 아주 높은 하늘에 새털구름, 중간 쯤에 수평형 구름, 그리고 지표에서 중간 쯤까지 올라가는 수직형 뭉게구름, 평화롭고 조용한 풍경이다.

 

마스트리히트 출발하기 전에 페이스북 포스팅을 했더니, 위트레흐트에서 유학중인 페친 정재웅 박사에게 연락이 왔다. 사실 위트레흐트에 가게 되면 정 박사님께 점심 한 번 대접하고 싶었는데 정 박사는 점심은 사양했다. 대신 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차나 한잔 하기로 했다.

 

기차역에 내려 코인라커를 찾았는데 넓고 넓은 현대적 역사에는 코인라커가 보이지 않았다. 인포메이션에 가서 물었더니 2층으로 올라가란다. 비행기 시간 맞추기 위해 시간을 절약하려는 생각이 앞서 서둘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도 찾지 못하고 캐리어를 끌고 걸어서 올라갔다. 기차표를 태그 하니 출입문이 열렸다.

 

코인라커 사용법을 몰라 한국 블로그를 검색했는데 역시나 여긴 한국인이 거의 오지 않는 곳 같다. 나오는 것이 없다. 한참을 궁리하다가 방법을 연우가 깨달았다. 먼저 짐을 넣고 코인라커를 밀어서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난 다음 카드를 꽂아 결제를 한다. 이곳 역시 핀 번호는 6자리. 네덜란드에서 쓰지 않았던 카드를 꺼내 비밀번호 네자리와 00을 입력하니 작동이 된다. 그리고 바코드가 찍힌 종이가 나왔다. 나중에 이 종이에 인쇄된 바코드를 출력 구멍에 갔다 대면 빨간 불빛이 나와 인식을 하고 코인라커 문이 열리는 구조. 24인치 캐리어 하나에 6유로. 꽤 비싸다.

 

무거운 캐리어를 넣고 나니 날아갈 듯 가볍다. 운하를 따라 미피 박물관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이 비슷한데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600m 뜸 되어서 풍경 구경하면서 걸어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상쾌한 공기와 멋진 하늘, 그리고 운하. 이국적인 풍경이 걷기에 정말 좋은 조건이었다. 운하 근처 식당은 아무 곳이나 다 괜찮다는 정 박사님의 조언이 있어서 박물관 근처에서 본 파스타 집에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간 집이었지만 꽤 마음에 드는 음식점이었다. 홍합, , 바지락이 들어간 파스타와 샐러드에 가성비도 매우 좋은 음식이었다.

 

미피 박물관 맞은 편 위트레흐트 센트럴 박물관에서 표를 판다. 1인당 4유로. 온 세상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미피 박물관에는 네덜란드 사람을 비롯해 특히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동양인 대부분은 일본인 같다. 거대한 미피 조형물이 박물관 앞에 서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아이들이 달려와서 미피 조형물에 매달려 사진을 찍는다. 미피 박물관 안에는 미피를 창조한 딕 브루너의 아동용 책도 전시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우리 애들이 보고 자란 한글판도 있었다. “네덜란드 아이들은 좋겠다. 딕 브루너가 있어서

 

박물관을 보고 나오는데 항공사에서 문자가 왔다. 출발시각이 1시간 연기됐다는 통지였다. 갑자기 여유가 더 생겼다. 정 박사님께 연락을 하고 중앙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느긋하게 운하길을 따라 수 백년은 된 듯한 가로수를 감상하며 중앙역으로 돌아 왔다.

 

정 박사님은 미피 신호등과 미피 기념동상이 있는 곳을 알려 주었다. 내심 그걸 못 보고 갈까 걱정했던 연우가 너무 좋아 한다. 정 박사님이 딕 브루너가 올해 2월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시내에 있는 미피 동상에 꽃을 가져다 놓기도 한다고.

 

주말이라 역 광장에는 장이 섰다. 붉은 신호만 찍고 동상으로 가려고 했더니 정 박사님은 초록 신호등도 찍으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아온다고. 신호등에서 얼마 걷지 않은 곳에 미피 석상이 서 있었다. 사람들이 꾸며 놓은 듯 안경을 쓴 아저씨. 그리고 뒷면은 여자 미피로 만들어 놓았다.

 

마스트리히트 유스호스텔을 나와 시내버스 타러 가는 길

공원 남쪽 끝에 있는 피에르 켐프 석상.

이 곳 출신으로 "네덜란드의 세익스피어"라는 칭송을 듣는 작가라고 한다.



구글맵핑으로 확인해 보니 중앙역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과 걸어가는 시간을 비교해 보니

걸어가는 시간이 1~2분 짧게 나온다. 어차피 오늘 시간도 많은데 그냥 걸어가자고 최단 코스를 선택해 걷는다.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더욱 조용한 마스트리히트.

중앙역은 큰 공사를 하고 있는 중




마스트리히트에서 스키폴 공항을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이번에는 학생 할인이 된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풍경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다.

유럽 여행에서 기차 여행은 언제나 가장 멋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위트레흐트 중앙역에 도착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맡기려고 코인라커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개찰구 앞 인포메이션에 물어 보니 저 오른쪽 2층으로 올라가면 끝에 있다고 한다.



캐리어와 배낭을 몽땅 코인라커에 넣고 나니 세상에 이렇게 편할수가...

중앙역을 나와 구글신이 알려주는대로 미피박물관을 찾아 운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위트레흐트는 지도를 보면 네덜란드 국토의 가운데 쯤에 있어서 교통의 요지이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국제열차는 위트레흐트를 지나간다고 한다.



이곳에 유명한 위트레흐트 대학이 있고, 페친 정재웅 박사가 유학 중이다.

그제 비가 온 뒤로는 세상에 다시 없는 멋진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높은 건물도 없고, 아기자기한 색감과 모양을 한 골목길이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이렇게 사는 게 멋진 인생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풍경이다.

이 곳 사람들이 자전거 타는 태도는 마스트리히트처럼 온화하기 그지 없다.

대체로 암스테르담을 제외한 도시들은 다 여유로운 듯하다.

물론 암스테르담은 서울이나 우리나라 도시에 비하면 천국이고...



목적지를 400m 정도 남겨 놓고 음식점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정 박사님이 운하 주변 식당은 다 괜찮은 편이라고 알려줘서 운하 주변을 찾았다.


연우가 좋아하는 파스타...12유로. 

홍합을 비롯한 여러가지 조개류를 넣어 만든 파스타는 맛도 좋았다.

다만 이 나라 사람들은 해감을 우리보다 조금 덜 하는 듯, 가끔씩 모래가 덜 빠진 조개가 있다.




점심을 마치고 연우가 좋아라 하는 미피박물관으로 "가자!"



미피박물관 골목길

왼쪽에 미피박물관이 있고 오른쪽이 위트레흐트 중앙박물관이다.



골목 끝에서도 보이는 미피 인형

여길 찾는 아이들이 멀리서 쏜살같이 달려와 미피 조형물에 매달린다.

한참을 기다려 아무도 없는 조형물 사진을 찍었다.



미피상 옆에 자그마한 박물관 입구가 있다.

표는 어디에서???




골목길 건너 편에 위트레흐트 중앙박물관에서 표를 사야한다.

중앙박물관 기념품 가게는 미피 캐릭터 제품이 한가득이다.



표를 사서 다시 입장



난 미피가 아니라고. 난 네엔제(Nijntje)라고...




미피 박물관에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오는 지 일본어 안내문도 붙어 있다.







박물관 안에는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된 네엔제의 창조자 딕 브루너의 동화책이 있다.

딕 브루너가 누군가 했더니 이 책을 만든 사람이었군.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많이 읽었던 바로 그 책.

 


우리도 아이들 어렸을 때 이렇게 체험학습을 하며 엄청 많은 곳을 다녔었지...하는 생각이 난다.

아이들 정면을 안찍으려고 타이밍에 신경을 썼는데, 한 분이 하필 이쪽을 보고 계시네.



천정에 매달린 브루너의 작품들



아이들 키울 때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캐릭터들



아프거나 귀찮으면 누워서 따뜻하게 있는게 최고야.






유럽인들에게 감탄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아름다운 색감, 그리고 정교한 마무리 처리다.




아이들 사물함이 너무 깜찍하다.

역시 한명 한명 소중한 아이들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며 커야 한다.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남을 사랑할 줄 아니까.



네덜란드어와 영어로 된 안내문. 어렸을 때 데리고 왔으면 더 좋았겠지?

어른이 와서 봐도 좋구나.



마스트리히트에서는 파란색이었던 시내버스. 여기는 노란색이다.

모든 시내버스가 저상버스라서 몸이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탈 수 있다.

일부러라도 한 번 타보고 싶구나.



정 박사님 만날 겸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 오는 길




백년은 넘은 듯한 나무. 마치 해리포터 영화에 나왔던 그 나무인 듯.

론과 함께 하늘을 나는 차를 타고 호그와트에 도착한 해리 일행이 불시착한 고목처럼 생겼다.




자전거와 사람만 다니는 길에 미세먼지 하나 없는 파란 하늘은 그야말로 풍경화



작은 유람선이 운하를 천천히 미끄러져 간다.



도시의 건물 높이, 배치, 색깔, 조경 모두 조화롭다.

편안하고 깔끔한 도시를 만들면 사는 사람들의 정서에도 좋지 않을까?




바닥에 글씨가 새겨진 보도블록



방향 표시인 듯



자전거 우선인 네덜란드의 자전거 신호등



나무 보다 높은 키를 가진 건물이 거의 없다.



거대한 나무는 도시의 안정적 성장을 상징하는 지표가 아닐까?

문득 3~4년전 우리 동네에서 인도를 넓힌다고 20년이 넘게 자란 나무들을 몽땅 없애버린 일이 생각났다.




한국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정 박사를 위트레흐트에서 만났다.

정 박사는 우리를 위해 네엔제 신호등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초록신호등도 찍으셔야죠. ^^



어린이들에게 많은 선물을 한 딕 브루너는 2017년 2월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때 수많은 팬들이 몰려와 여기에 꽃을 놓고 갔다고...



네엔제 뒷편에는 야누스 상처럼 이렇게 여성형이 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정 박사님과 헤어져 다시 위트레흐트 역으로 돌아왔다.

라커에서 캐리어를 찾고 내려가려다 네덜란드의 상징 나막신 조형물을 발견했다.

Posted by 연우아빠.

8월30일(수) 브뤼셀은 비온 뒤 맑음 > 마스트리히트 맑음


오늘은 드디어 EAA2017의 도시 마스트리히트 가는 날이다. 새벽부터 시원한 빗줄기가 비로서 다니기에 편안한 온도를 만들어 주었다. 브뤼셀에 언제 다시 올까? 싶은 마음이 든다. 아침식사 비용 3인분을 치르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잦아들어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우비는 쓰지 않아도 됐다.


평일날 8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도시는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이 조용했다. 마스트리히트 가는 표는 어른(19.8유로)과 학생(7.9유로)이 큰 차이가 났다. 접이식 브롬슨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를 타는 회사원들이 제법 여럿 보인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소개했던 리에주 시내를 지나 교외에 있는 리에주 역에 도착했다. 나가는 길에 차창으로 보이는 리에주는 아름다웠다. 우리가 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하지 않았다면,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저렇게 아름다웠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리에주에 도착할 무렵 같은 칸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환승하는 것을 물어봤었는데, 여자 분은 이 기차가 마스트리히트까지 간다고 알려주었지만, 리에주에서 기차를 타는 남자 분은 바로 내려서 다른 플랫폼에서 환승해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알려 주었다. 황급히 내려 환승 플랫폼을 찾아 갔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여기도 누구에게 물어보냐에 따라 정보가 왔다리 갔다리 한다. 세상은 비슷한 것이 진리. 그러고 보니 구글맵이 환승정보도 정확하게 알려준 것이었는데 처음이라 읽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구글맵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환승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는 겉모습이 아주 지저분했다. 지난 15년간 많은 유럽국가를 여행하며 기차를 타 봤지만 이렇게 지저분한 모습은 처음이다. 30분도 안돼 마아스트리히트 역에 도착했다. 역 앞은 몽땅 공사 중. 구글맵을 검색해보니 걸어가는 시간이나 시내버스 타고 가는 시간이나 소요시간이 비슷하게 나온다. 시내 구경도 할 겸 쉬엄쉬엄 걸어가보기로 했다. 뫼즈 강을 중심으로 동쪽은 신시가지, 서쪽은 구시가지인 듯하다.


올해는 유럽연합 탄생의 핵심 조약인 마스트리히트 조약 체결 25주년이자 유럽고고학회 탄생을 견인한 발레타 조약 체결 25주년이다. 그래서 마스트리히트에서 유럽고고학회를 개최하였고, 대회 슬로건도 ‘Building Bridge(가교 건설)’이다. 대회 슬로건의 상징인 Wilhelminabrug를 건너 수백년 된 나무가 줄지어 선 Stads park를 지나 예약한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뫼즈 강에 바로 붙어 있는 그림 같은 호스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유쾌한 메니저가 우리를 반겨 주고 입실을 허락해 주었다. 캐리어를 내려 놓고 행사장인 MECC Forum을 찾아 걸어갔다. 여긴 암스테르담과 달리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아주 점잖다. 자전거 생각이 굴뚝 같다. 시내버스나 걸어가는 시간이나 거의 똑같이 나와서 걸어갔지만 연우가 좀 힘든 듯하다.


친절한 데스크의 안내를 받아 등록확인을 마치고 책자와 명찰을 받았다. 포럼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중심가에 나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24시간 이용권이 1인당 6유로. Tokyoto라는 스시 뷔페 체인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들어갔다. 주인은 중국인인데, 우리가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던 모양이다. 독특한 메뉴 선택법과 계산법을 열심히 설명해 준다. 1인당 1번에 5개씩 총 5번을 시킬 수 있고, 점심은 오후 4시까지 요금이 적용된다고 한다. 18.5유로. 오후 4시가 지나면 23.5유로로 올라가고 메뉴도 저녁 선택메뉴가 추가된다. 네덜란드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스시 뷔페라니..네덜란드는 고유한 대표 음식이 없는 대신 그리스,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일본 등 다양한 식당이 있어서 골라먹는 재미는 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식당이 많지 않고 한 군데 몰려 있는데다 맥주를 끼워서 파는 세트메뉴가 대부분이라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매끼 메뉴선택 때마다 고역이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7시부터 EAA 개막식을 한다고 하는데 평소보다 많이 걸었던 연우가 힘들다고 가기 싫다고 한다. “그래, 푹 쉬자!”


7시가 넘은 시각, 유스호스텔에 미리 예약해 둔 저녁을 먹으로 뫼즈강이 보이는 카페테리아로 나갔다. 에피타이저만 먹고도 배가 부른데, 1인당 각각 피자 한판씩이 추가로 나왔다. 두 조각을 먹고 나니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카페테리아 매니저가 맛이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더 먹을 수가 없다고 하자 웃으면서 식탁을 걷어 갔다.


한여름 장마비처럼 폭포 같은 비가 쏟아졌다. 비가 내려 시원해진 기온은 모처럼 맘 편한 여유를 선물했다. 비 내리는 강변의 테라스는 평화로웠다.


브뤼셀 중앙역..어젯밤부터 아침까지 내린 비 때문에 모처럼 시원한 날씨였다.



기차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브뤼셀은 왠지 시골 같은 고요한 느낌을 준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리에주.

기차를 타고 가느라 숲에 가려 리에주의 그림 같은 경치는 눈에만 담았지만,

환승역인 리에주 역에서 본 풍경은 현대와 중세가 잘 조화된 것 같은 모습이다.



우리를 마스트리히트로 태우고 갈 기차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본 최악의 외관이었다.

유럽도 우리랑 비슷하게 닮아가는 듯...



리에주를 떠난 지 20여분 쯤 지났을까? 우리는 마스트리히트에 도착했다.

벨기에,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 마스트리히트.

인구 12만의 조용하고 아담한 도시였다.


시내를 관통하는 뫼즈(뮤즈)강.

유럽의 도시를 관통하는 강 중에는 제법 큰 편에 속한다.



평화롭고 한산한 풍경이 여행자의 지친 마음을 아늑하게 품어준다.



숙소인 마스트리히트 유스호스텔은 이렇게 멋진 공원을 끼고 뫼즈 강변에 있다.

걸어서 가느라 땀이 좀 나긴 했지만 가을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는 공원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2인실 프라이빗 룸을 예약했었는데, 5인실을 쓰라고 준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이 세개 나라는 공식유스호스텔의 수준이 늘 만족스럽다.



니엔제(일명 미피)의 나라답게 곳곳에 미피 캐릭터가 넘친다.



유스호스텔에 짐을 맡겨 놓고 유럽고고학회 2017년 행사장을 찾아 참가자 등록을 마쳤다.



등록을 마치고 행사장 바로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건너왔다.



강변을 따라 음식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리스 국기가 있는 저 식당은 맛집으로 소개된 음식점 가운데 하나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와 길을 걷다가 발견한 간판.

맥주를 너무나 좋아하는 네덜란드 사람다운 발상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점심이건 저녁이건 모든 메뉴+맥주가 기본 옵션인 듯 하다.



구 시가지를 설렁설렁 산책했다.

7년전 온 가족이 함께 배낭여행을 할 때는 한 가지라도 더 보고 보여주려고 분주히 다녔는데,

이렇게 빈둥거리며 돌아 다니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있다.



시내 노천까페는 나무에 둘러 쌓여있어 쾌적하다.

그들은 늘 맥주 한잔과 간단한 음식을 앞에 놓고 여유 있는 하루를 즐기고 있다.



마스트리히트는 룀버그 주의 주도. 붉은 별은 룀버그 주의 상징이다.



우리가 묵는 호스텔을 둘러싼 커다란 공원에는 수백년 된 아름드리 나무들과 옛 성이 남아 있다.


유스호스텔 앞 뫼즈 강변은 고요하고 심심한 풍경을 선사한다.

멍 때리기 좋은 풍경



오후 5시쯤 비가 쏟아졌다.

마치 여우비처럼 하늘은 파란데 비가 내린다.

우리가 배정 받은 방은 0층으로 창 밖 풍경이 이렇다.

공원과 큰 나무들이 많아서 공기가 정말 좋다.



EAA에서 개최하는 개막행사는 강을 다시 건너가기가 귀찮아 생략하고 유스호스텔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유스호스텔 카페테리아 모습



먼저 스프와 빵, 그리고 향긋한 치즈가 나왔다.

이것만 먹었는데도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친절한 웨이터가 와서 "배가 많이 부르죠? 다음 식사는 천천히 하실까요?" 하고 묻는다.

"우리 때문에 퇴근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한 시간 쯤 뒤에 미리 예약을 해 둔 피자가 나왔다.

작은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한국에서 3명 정도가 먹을 크기.



그것도 한 판이 아니라 두 판....평소 같으면 혼자서라도 다 먹겠는데 점심도 늦은데다가 이미 푸짐하게 먹은터라

맛있는 피자를 앞에 놓고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놀멍 쉬멍 비오는 뫼즈강변을 바라보며 바깥 바람을 쐬러 들락날락 하면서 피자를 먹었다. 



게다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한 개씩 안겨준다.




2~3시간 가까이 천천히 천천히 먹었지만 피자는 각각 1/3 정도도 못먹고 포기했다.

세찬 비가 내린 뒤 구름이 몰려오자 갑자기 강변이 컴컴해졌다.

유스호스텔 발코니에 전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Posted by 연우아빠.

EAA 2017 : 23th European Association of archaeologist(유럽고고학회) Annual Meeting

 

딸이 문화재보존과학과에 진학한 뒤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한국은 어차피 시장이 좁아서 학문을 하려면 나라 밖으로 나가 네트웍을 구축하지 않으면 세계 조류를 따라갈 수 없다는 그의 조언에 크게 공감을 했다. 어차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나라 밖으로 많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그는 고맙게도 외국 연구소와 공동작업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여름방학을 이용해 연구보조자로 함깨 갈 생각이 있냐는 제안을 했다. 문화재재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었던 딸에게 아내와 내가 적극적으로 권유해 7월 한달간 해외 연구소에 동행해 열심히 일하고 돌아 왔다. 친구는 유럽고고학회(EAA)를 비롯한 해외 학회 참관을 권했다. 세계의 흐름을 알고 인류보편적 입장에서 학문을 바라볼 기회라고 역설했다. 그의 주장에 오랜기간 공감해 왔던지라, 학사일정과 겹치는 미국고고학회는 포기하고 유럽고고학회를 한번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올해는 유럽연합 체결 25주년이자 유럽고고학회 창설을 위한 발레타 협약 체결 2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EAA2017은 유럽협약을 체결한 곳인 네덜란드 Maastricht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먼저 연간 회비를 내고 유럽고고학회 회원에 가입한 뒤에, 4월말 경에 얼리버드 혜택을 받으러 일찍 참가신청을 했다여권을 급히 갱신하고 할인판매하는 직항로를 예약했다여권이 5월 중순에 나오는 바람에 50만원의 비용이 더 들어갔지만 직항이라 충분히 매력이 있는 가격이었다. 마침 네덜란드는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라서 휴가 겸해서 일정을 810일로 잡았다가족이 모두 가면 좋았을텐데 고2인 아들은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면 아내와 함께 가기로 했다.

 

참가 준비를 계속 하는 동안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나를 짓눌렀다. 7년만에 유럽을 다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걱정이 큰 것이었을까? 7년전에 비해 몰라보게 편리해진 세상이지만, 예약을 하면서 뭔가 꺼림칙한 것이 계속 마음을 짓눌렀다. 


아니나 다를까출발 나흘 전에 아들에게 갑자기 기흉이 생겨 입원을 했다다행히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았지만아버지로서 길을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혼자 남아서 아들을 돌봐야 할 아내를 조금 편하게 해 줄 목적으로 목요일 밤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아들의 옆을 지켰다..

 

직장 다니며 학회 일정을 찾아보고듣고 싶은 세션을 고르고여행 일정을 짜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가 않았다결국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무엇보다 언어가 큰 문제였지만늘 접하던 학문이라 그림만 봐도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자위하며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공항 면세점에서 아들이 수능을 칠 때 쓸 수 있는 시계를 하나 샀다.

 

EAA 참가를 권했던 친구는 자신의 학회 일정 때문에 네덜란드에 일주일 먼저 들어가 있었다. 우리가 들어간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친구는 네덜란드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전해 주었다. 로밍없이 현지 유심칩을 살까 생각했는데네덜란드 유심의 조건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 한국에서 데이터를 로밍해서 갔다


이번 여행은 7년전과 달리 디지털에 의존한 여행이다. Google Map과 Translate가 여행의 도구가 될 것이다.


 

825(맑음

 

탑승을 완료한 뒤에도 중국 영공 진입허가가 1시간 지연되어 출발이 늦어졌다.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을 설마 이런 식으로 소심하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한 비행기는 현지시각으로 25일 오후 늦게 스키폴 국제공항에 내렸다


딸이 인터넷 서칭을 해 봤는지, 이 나라 입국심사가 영국만큼 깐깐하다고 걱정을 한다. 우리차례가 되자 무슨 목적으로 왔냐고 묻는다. 휴가 여행이라고 했더니 둘은 무슨 사이냐고 묻는다. 아버지와 딸이라고 했더니, 약간 장난기를 띤 심사관이 "Where is your wife?" 라고 묻는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여행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그는 기분 좋게 입국 스탬프를 힘차게 찍었다. 그러다가 그만 내 여권이 책상 밖으로 날아갔다. 옆에 있던 심사관이 깜짝 놀라 크게 웃으며 줏어 준다. "Your stamping is very powerful!" 이라고 농을 건냈더니 거구의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여행 재미있게 잘 하라고 하며 손을 흔들었다.


7년 만에 유럽 여행이라 그런지 현지에 내리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나 보다공항 구조는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고경찰관이 알려준 버스 타는 곳을 지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갈 뻔 했다경찰관이 거기 아니라고 소리쳐서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트램을 타고 들어가면서 24시간 티켓을 끊으리라 생각했으나저녁시간이 지난 때라 숙소 근처까지 한번에 가는 197번 버스를 냉큼 타고 말았다. 24시간 티켓이 7.5유로인데 197번 버스 1회 이용권이 5유로라서 돈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빨리 숙소로 가서 쉬고 싶었다게다가 카드도 안 되고 오직 현금만 된다고 한다돈이 아까웠지만 할 수 없지.

 

공항에서 40여분 정도 걸려 숙소 근처 Leidseplein 정류장에 내렸다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구글맵핑 덕분에 길을 잘못드는 일은 없었다. 명성은 듣고 있었지만, 외국에서 직접 체험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이미 어둑어둑해 진 시간숙소에 예약을 확인하고 방을 배정 받았다최종 목적지인 마스트리히트 숙소 예약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암스테르담은 좀 늦게 예약을 해서 선택할 수 있는 숙소는 혼숙 도미토리 10인실 뿐이었다사물함에 자물쇠가 없어서 유스호스텔에서 샀다작지만 엄청 묵직한 자물쇠.

 

상당히 서늘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우리나라 저녁 날씨와 비슷한 기온이었다. Vondelpark의 나무 향기가 기분 좋게 숙소를 감싸고 있다.




7년만의 유럽여행 출발을 위해 인천공항에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버스 정류장



행선지를 알려주는 스키폴 공항의 전광판



"네덜란드의 세익스피어"라는 칭송을 듣는 본델의 이름을 딴 본델파크 유스호스텔

자전거 왕국 답게 빌려주는 자전거가 한 가득이다.



아침, 저녁 식사를 하는 유스호스텔 A동 건물



우리가 숙소로 배정 받은 C동 건물.

어딜 가든 네덜란드에서 제일 유명한 반 고흐의 그림이 있다는...



본델파크 유스호스텔 전경



3일동안 계속 먹었던 유스호스텔의 아침식사.

똑 같은 메뉴가 메일 나온다.

토스터 기계에 구워서 먹으면 맛있는데, 토스터 기계를 발견 못해서 이틀간 그냥 먹었당 ㅠㅠ

사과는 작고 단단한 것이 맛이 좋은 편.



유스호스텔 담 옆에는 거대한 본델파크가 펼쳐져 있다.



본델파크에는 무궁화가 있다.

무궁화는 원래 중앙아시아가 원산이고 '샤론의 장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7년전 몽트뢰에서 봤던 무궁화를 네덜란드에서 또 보다니...




본델파크의 작은 습지




쥐죽은 듯이 고요한 토요일 아침 암스테르담 박물관 거리

Posted by 연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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