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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유럽고고학회(EAA 2017)

EAA 2017 참관여행(6) - 브뤼셀에서 마스트리히트

by 연우아빠. 2017. 9. 8.

8월30일(수) 브뤼셀은 비온 뒤 맑음 > 마스트리히트 맑음


오늘은 드디어 EAA2017의 도시 마스트리히트 가는 날이다. 새벽부터 시원한 빗줄기가 비로서 다니기에 편안한 온도를 만들어 주었다. 브뤼셀에 언제 다시 올까? 싶은 마음이 든다. 아침식사 비용 3인분을 치르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잦아들어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우비는 쓰지 않아도 됐다.


평일날 8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도시는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이 조용했다. 마스트리히트 가는 표는 어른(19.8유로)과 학생(7.9유로)이 큰 차이가 났다. 접이식 브롬슨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를 타는 회사원들이 제법 여럿 보인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소개했던 리에주 시내를 지나 교외에 있는 리에주 역에 도착했다. 나가는 길에 차창으로 보이는 리에주는 아름다웠다. 우리가 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하지 않았다면,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저렇게 아름다웠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리에주에 도착할 무렵 같은 칸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환승하는 것을 물어봤었는데, 여자 분은 이 기차가 마스트리히트까지 간다고 알려주었지만, 리에주에서 기차를 타는 남자 분은 바로 내려서 다른 플랫폼에서 환승해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알려 주었다. 황급히 내려 환승 플랫폼을 찾아 갔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여기도 누구에게 물어보냐에 따라 정보가 왔다리 갔다리 한다. 세상은 비슷한 것이 진리. 그러고 보니 구글맵이 환승정보도 정확하게 알려준 것이었는데 처음이라 읽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구글맵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환승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는 겉모습이 아주 지저분했다. 지난 15년간 많은 유럽국가를 여행하며 기차를 타 봤지만 이렇게 지저분한 모습은 처음이다. 30분도 안돼 마아스트리히트 역에 도착했다. 역 앞은 몽땅 공사 중. 구글맵을 검색해보니 걸어가는 시간이나 시내버스 타고 가는 시간이나 소요시간이 비슷하게 나온다. 시내 구경도 할 겸 쉬엄쉬엄 걸어가보기로 했다. 뫼즈 강을 중심으로 동쪽은 신시가지, 서쪽은 구시가지인 듯하다.


올해는 유럽연합 탄생의 핵심 조약인 마스트리히트 조약 체결 25주년이자 유럽고고학회 탄생을 견인한 발레타 조약 체결 25주년이다. 그래서 마스트리히트에서 유럽고고학회를 개최하였고, 대회 슬로건도 ‘Building Bridge(가교 건설)’이다. 대회 슬로건의 상징인 Wilhelminabrug를 건너 수백년 된 나무가 줄지어 선 Stads park를 지나 예약한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뫼즈 강에 바로 붙어 있는 그림 같은 호스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유쾌한 메니저가 우리를 반겨 주고 입실을 허락해 주었다. 캐리어를 내려 놓고 행사장인 MECC Forum을 찾아 걸어갔다. 여긴 암스테르담과 달리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아주 점잖다. 자전거 생각이 굴뚝 같다. 시내버스나 걸어가는 시간이나 거의 똑같이 나와서 걸어갔지만 연우가 좀 힘든 듯하다.


친절한 데스크의 안내를 받아 등록확인을 마치고 책자와 명찰을 받았다. 포럼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중심가에 나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24시간 이용권이 1인당 6유로. Tokyoto라는 스시 뷔페 체인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들어갔다. 주인은 중국인인데, 우리가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던 모양이다. 독특한 메뉴 선택법과 계산법을 열심히 설명해 준다. 1인당 1번에 5개씩 총 5번을 시킬 수 있고, 점심은 오후 4시까지 요금이 적용된다고 한다. 18.5유로. 오후 4시가 지나면 23.5유로로 올라가고 메뉴도 저녁 선택메뉴가 추가된다. 네덜란드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스시 뷔페라니..네덜란드는 고유한 대표 음식이 없는 대신 그리스,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일본 등 다양한 식당이 있어서 골라먹는 재미는 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식당이 많지 않고 한 군데 몰려 있는데다 맥주를 끼워서 파는 세트메뉴가 대부분이라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매끼 메뉴선택 때마다 고역이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7시부터 EAA 개막식을 한다고 하는데 평소보다 많이 걸었던 연우가 힘들다고 가기 싫다고 한다. “그래, 푹 쉬자!”


7시가 넘은 시각, 유스호스텔에 미리 예약해 둔 저녁을 먹으로 뫼즈강이 보이는 카페테리아로 나갔다. 에피타이저만 먹고도 배가 부른데, 1인당 각각 피자 한판씩이 추가로 나왔다. 두 조각을 먹고 나니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카페테리아 매니저가 맛이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더 먹을 수가 없다고 하자 웃으면서 식탁을 걷어 갔다.


한여름 장마비처럼 폭포 같은 비가 쏟아졌다. 비가 내려 시원해진 기온은 모처럼 맘 편한 여유를 선물했다. 비 내리는 강변의 테라스는 평화로웠다.


브뤼셀 중앙역..어젯밤부터 아침까지 내린 비 때문에 모처럼 시원한 날씨였다.



기차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브뤼셀은 왠지 시골 같은 고요한 느낌을 준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리에주.

기차를 타고 가느라 숲에 가려 리에주의 그림 같은 경치는 눈에만 담았지만,

환승역인 리에주 역에서 본 풍경은 현대와 중세가 잘 조화된 것 같은 모습이다.



우리를 마스트리히트로 태우고 갈 기차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본 최악의 외관이었다.

유럽도 우리랑 비슷하게 닮아가는 듯...



리에주를 떠난 지 20여분 쯤 지났을까? 우리는 마스트리히트에 도착했다.

벨기에,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 마스트리히트.

인구 12만의 조용하고 아담한 도시였다.


시내를 관통하는 뫼즈(뮤즈)강.

유럽의 도시를 관통하는 강 중에는 제법 큰 편에 속한다.



평화롭고 한산한 풍경이 여행자의 지친 마음을 아늑하게 품어준다.



숙소인 마스트리히트 유스호스텔은 이렇게 멋진 공원을 끼고 뫼즈 강변에 있다.

걸어서 가느라 땀이 좀 나긴 했지만 가을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는 공원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2인실 프라이빗 룸을 예약했었는데, 5인실을 쓰라고 준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이 세개 나라는 공식유스호스텔의 수준이 늘 만족스럽다.



니엔제(일명 미피)의 나라답게 곳곳에 미피 캐릭터가 넘친다.



유스호스텔에 짐을 맡겨 놓고 유럽고고학회 2017년 행사장을 찾아 참가자 등록을 마쳤다.



등록을 마치고 행사장 바로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건너왔다.



강변을 따라 음식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리스 국기가 있는 저 식당은 맛집으로 소개된 음식점 가운데 하나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와 길을 걷다가 발견한 간판.

맥주를 너무나 좋아하는 네덜란드 사람다운 발상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점심이건 저녁이건 모든 메뉴+맥주가 기본 옵션인 듯 하다.



구 시가지를 설렁설렁 산책했다.

7년전 온 가족이 함께 배낭여행을 할 때는 한 가지라도 더 보고 보여주려고 분주히 다녔는데,

이렇게 빈둥거리며 돌아 다니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있다.



시내 노천까페는 나무에 둘러 쌓여있어 쾌적하다.

그들은 늘 맥주 한잔과 간단한 음식을 앞에 놓고 여유 있는 하루를 즐기고 있다.



마스트리히트는 룀버그 주의 주도. 붉은 별은 룀버그 주의 상징이다.



우리가 묵는 호스텔을 둘러싼 커다란 공원에는 수백년 된 아름드리 나무들과 옛 성이 남아 있다.


유스호스텔 앞 뫼즈 강변은 고요하고 심심한 풍경을 선사한다.

멍 때리기 좋은 풍경



오후 5시쯤 비가 쏟아졌다.

마치 여우비처럼 하늘은 파란데 비가 내린다.

우리가 배정 받은 방은 0층으로 창 밖 풍경이 이렇다.

공원과 큰 나무들이 많아서 공기가 정말 좋다.



EAA에서 개최하는 개막행사는 강을 다시 건너가기가 귀찮아 생략하고 유스호스텔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유스호스텔 카페테리아 모습



먼저 스프와 빵, 그리고 향긋한 치즈가 나왔다.

이것만 먹었는데도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친절한 웨이터가 와서 "배가 많이 부르죠? 다음 식사는 천천히 하실까요?" 하고 묻는다.

"우리 때문에 퇴근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한 시간 쯤 뒤에 미리 예약을 해 둔 피자가 나왔다.

작은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한국에서 3명 정도가 먹을 크기.



그것도 한 판이 아니라 두 판....평소 같으면 혼자서라도 다 먹겠는데 점심도 늦은데다가 이미 푸짐하게 먹은터라

맛있는 피자를 앞에 놓고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놀멍 쉬멍 비오는 뫼즈강변을 바라보며 바깥 바람을 쐬러 들락날락 하면서 피자를 먹었다. 



게다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한 개씩 안겨준다.




2~3시간 가까이 천천히 천천히 먹었지만 피자는 각각 1/3 정도도 못먹고 포기했다.

세찬 비가 내린 뒤 구름이 몰려오자 갑자기 강변이 컴컴해졌다.

유스호스텔 발코니에 전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