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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유럽고고학회(EAA 2017)

EAA 2017 참관여행(4) - 암스테르담 > 헤이그 > 브뤼셀

by 연우아빠. 2017. 9. 6.

828() : 암스테르담 > Den Haag > 브뤼셀


어김없이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추석 무렵처럼 아주 상쾌한 기운이 감도는 날씨. 하늘은 여전히 맑고 어제보다는 2~3도 정도 낮은 기온. 본델파크(Vondelpark)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일찍 출근을 하는 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도 많고 운동하는 사람도 많다. 공원 한 가운데서 공원 이름의 유래가 된 본델(Vondel)의 동상을 발견했다. 연못이 커서 큰 새들도 날아든다.


사흘간 똑 같은 아침을 먹고 유스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남녀 혼숙 도미토리룸이었지만 다행히 조용한 사람들만 들어와서 아늑하게 지낼 수 있었다. 흡연에 대해 너무 관대한 이 나라 관습 때문에 기침이 자주 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출발 전에 병원에서 하룻밤을 잔 때문에 목이 칼칼하더니 건조한 비행기 안에서 더 안 좋아졌고, 차고 건조한 암스테르담의 새벽공기와 담배 연기 때문에 가래가 자주 끓는다. 연우의 말로는 이틀 동안 잠잘 때 내가 계속 코를 골았다고 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경험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낯선 외국 여행은 저절로 긴장도를 높이는 것 같다.

 

Den Haag행 기차는 12.5. 인터시티 급이라 생각보다 아주 쌌다. 그래서인지 학생 할인은 없다. 2~3분 차이로 다음 기차를 타야 했으나 기다리는 동안 30분 뒤에 출발하기로 한 기차는 취소되었다고 전광판에 뜬다. 결국 1분 차이가 1시간이 되어 버렸다.

 

유럽에 왔으니 2층 기차를 타 봐야겠지

초등 6학년 때 짤츠부르크 행 빨간 2층 기차를 탄 기억은 녀석에게 가물가물한 것 같다. 마치 첨 타보는 것처럼 2층으로 가는 연우.

 

기차는 세차를 한 지 오래된 듯 먼지가 많이 묻어 있었으나, 내부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닮은 듯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차창 밖으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꽃 재배 농가들, 운하들, 해상주택들을 보며 1시간쯤 달려 Den Haag 중앙역에 도착했다

너무나 현대적으로 깔끔한 덴 하그 중앙역. 구글맵을 따라 1km쯤 걸어서 이준열사 기념관에 도착했다.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담에 일본제국의 침략을 막아 줄 것으로 호소하기 위해 고종황제의 조칙을 받아 떠난 사절단. 검사 이준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이상설과 합류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통역을 담당할 이위종(러시아 공사 이범진의 아들)과 합류한 뒤 Den Haag HS역에 도착해 이 곳에 투숙했다. 일본의 방해로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절단은 유럽 각국의 언론사와 인터뷰하고 기고를 하여 일본제국의 침략을 알리고 대한제국을 구해줄 것을 호소하였으나 먹힐 리가 없는 상황. 이준 검사는 병을 얻어 이 호텔에서 세상을 떠났고 이위종과 이상설은 러시아에 평생 조국 광복을 위해 투쟁하다 숨을 거두었다

얼마나 분통이 터졌을까?

 

기념관을 나온 우리는 중앙역으로 가지 않고 일부러 헤이그 사절단이 들어온 HS역으로 걸어가 브뤼셀 행 기차를 탔다. 묘하게도 이 기차는 학생 할인을 해 주었다. 완행 열차는 어느 나라나 비슷한 처지인가로테르담 진입 때부터 지연되기 시작하더니 2시간 30분이면 가도록 되어 있는 길을 무려 50분이나 지연되어 브뤼셀 중앙역에 도착했다. 정차하는 역마다 기관사는 10분 지연 죄송, 20분 지연 죄송, 30분 지연 죄송....이러면서 계속 죄송하다는 안내 방송을 한다.

 

기차가 벨기에 국경을 넘자 외교부에서 문자메시지가 날아 왔다. 브뤼셀은 여행자제 지역이며 다른 벨기에 지역은 여행 유의 지역이라는 알림. 공공장소와 다중 밀집장소를 방문하지 말고 신변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문자가 계속 날아 왔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브뤼셀 그랑플라스에서 어제 테러가 있었다고 한다. 일명 외로운 늑대형 테러범이 그랑플라스를 순찰중인 벨기에 군인을 칼로 공격했다고 한다. 어쩔, 우리 숙소가 그랑플라스 옆에 있는 것을.

 

어제 토한 뒤로 아침, 점심을 계속 굶은 연우는 저녁까지 굶겠다고 드러누웠다. 역에서 숙소까지 오는 길에는 온갖 맛있는 식당과 유명한 벨기에 초콜릿 매장이 줄을 지어 있는데, 아까워서 어쩔거나. 할 수 없이 혼자 식당으로 가서 빠에야를 먹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식당은 어디든 호객 행위를 하는 특징이 있나보다. 모든 식당이 죄다 메뉴 입간판을 세워 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카드 안 받는다. 오직 현금만. 그래도 맛없는 네덜란드 식당에 비하면 가격은 1/3정도 낮고 맛은 월등하게 좋았다. 역시 유럽 음식은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세 나라가 꽉 잡고 있는 것 같다.

 

밥을 먹고 그랑플라스에 나가 보았다. 올해 여기에서 테러가 3번이나 발생했다지만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조용하다. 뉴스에는 2020년까지 현역 군인들을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나온다. 마트에 들러 물과 과자를 사서 숙소로 들어왔더니 연우가 자고 있었다. TV를 보지 않으니 저녁 시간이 정말 길다. 호텔은 동남향인데 무척 더웠다. 이상 고온이 한 주간 내내 이 지역을 휘감고 있다. 에어컨 없이 살던 동네인지라 요 몇일 간은 정말 인내심이 필요한 날씨.


암스테르담을 떠나는 날 아침, 본델파크 산책길에서 만난 길을 건너는 토끼.

인구 85만이나 되는 대도시 한복판에서 야생 토끼라니......



월요일 아침, 고요한 본델파크 안에 있는 가장 작은 습지



공원은 장축 2km, 단축 0.3~0.4km 정도로 매우 크다.



짙은 회색을 띤 왜가리인가? 큰 새가 쓰레기 통을 뒤지고 있다.

공원에 많은 저수지가 있어서 서식하는 새 종류가 다양하다.



이 공원은 바로 이 분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네덜란드의 세익스피어라는 별칭이 있는 본델의 석상이 공원에서 약간 언덕진 곳에 있다.




역사가 오래된 공원인 듯 우람한 나무들이 제법 많이 서 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나왔다.

여기에서 약 1시간 정도 완행 열차를 타고 덴하그(Den Haag)를 갈 계획이다.

우리에게 헤이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 도시.



기차가 30분마다 있는데 승객이 적으면 취소되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전광판에 우리가 타고 갈 기차가 취소되었다고 떠서 무려 1시간이나 기라렸다.



네덜란드 국영철도의 상징색 가운데 하나인 파란색 의자.

2층 열차를 7년만에 타 본다. 월요일 11시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로마시대 '저지 게르마니아'라고 불렸던 지역인 네덜란드.

화훼산업 대국답게 지평선과 꽃밭이 이어진다.



하우스 재배 단지와 함께 가끔씩 노천 재배지도 지나간다.



아빠, 네덜란드는 시력검사 할 때 "자, 화면 가운데 초원 위에 빨간집 보이시죠? 거기 촛점을 맞추세요." 라고 하잖아?

꼭 그 기계 속에 보이는 그런 지평선 위에 집들이 많이 보여. 라고 딸이 말했다.

그런 집들과 수로에 떠 있는 배 위의 집들이 많이 보였다.



암스테르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덴 하그 중앙역

굳이 이 곳에 온 이유는 고종 황제가 파견한 헤이그 특사를 만나러 가려는 것이다.



덴 하그 중앙역에서 900m, 덴 하그 HS 역에서 600m 떨어진 곳에 있는 이준 열사 기념관.

1907년 이곳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일본제국의 침략을 물리치고 조국을 구하기 위해

열강들에게 호소하고자 젊은 검사 이준은 황제의 밀명을 받고 길을 떠났다.


블라디보스톡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상설, 이위종과 합류한 그는 이곳에 도착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이 숙소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일본제국은 궐석재판에서 세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러시아로 돌아간 두 사람은 죽는 날까지 조국 광복을 위해 모든 것을 던졌고

이상설 선생은 우수리스크에서 서거했다.

가장 젊었던 이위종은 러시아군 장교로, 소비에트 혁명군 장교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

언제 돌아가셨는지 알 수 없는 분이 되고 말았다.


이 곳은 네덜란드 동포가 구입해 당시 유물을 정리해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덴하그에서 출발해 로테르담을 거쳐 거의 세시간 만에 도착한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중앙역

기차를 타고 여기를 지나친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도시에 내려 숙박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는 세계적인 명품인 벨기에 초콜릿의 명가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는 아케이드가 있다.



그 아케이드를 지나면 그랑플라스 부근에 이렇게 맛있는 식당가가 있다.



브뤼셀이 음식을 즐기는 문화라면 암스테르담은 활동 에너지를 얻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상린아빠께서 11년 전에 처음 맛을 보여준 빠에야.

배탈이 난 딸을 두고 혼자 먹는 저녁 식사였지만 맛있는 음식의 유혹은 어쩔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테러경계령이 내려진 그랑플라스를 들렀다.

이 근처에 물과 과자를 파는 슈퍼마켓이 있기 때문이다.

그랑플라스는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고색 창연하다.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이런 건축물에 이젠 그다지 감흥이 없을 지경이다.



하루 전에 이 광장을 순찰하던 무장 군인을 칼로 공격하는 테러가 발생해 우리 외교부에서는 출입 경계령을 문자로 보내왔다.

외국인들은 호들갑을 떨지만 우리가 북한에 무딘 것처럼 이 나라 역시 그러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