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산자연휴양림에서 보낸 아버지 생신


2016. 6. 4~6. 5(1박 2일)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휴양림 여행은 물론 가족여행은 꿈도 못꾸는 상태가 되었다.


올해 아버지 생신 역시 집에서 보낼 생각이었는데

제수씨들이 고등학생 빼고 모이자고 해서 부랴부랴 휴양림을 알아 보았다.


다행히 사전추첨에서 당첨되지 않은 빈방을 선착순 예약하는 날이

지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1년 동안 쉬었다가 예약을 하는 것이라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8인실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느즈막히 출발했는데도 차들이 많았다.

집에서 청북IC까지 무려 2시간이 걸렸다.


그 다음부터는 안성에서 잠깐 막혔을 뿐

다행히 평소보다 1시간 반정도 더 걸리는 정도로 준수하게 황정산 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휴양림 들어가는 길이 생전 처음 와보는 길처럼 낯설었다.

이번이 세번째인데....



후기를 검색해보니 2~3년전에 왔었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6년전에 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세월 참 빠르다.



휴양림 다니길 뜸하게 한 사이에 황정산휴양림 입구는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포장을 해 놓았다.

예전에 울퉁불퉁 들어가던 길이 아니라 왠지 유원지에 들어가는 느낌은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편안한 접근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예약한 방에 들어와서 파노라마로 찍어 본다.

일체형 통나무 집이라서 많이 울리는 편이니 아이들이 뛰지 않도록 해 달라고

관리사무소 직원이 여러번 당부했다.


우린 이제 뛸 아이들이 없어요. ㅠㅠ




삼형제와 부부가 다 모였다.

저녁 먹기 전에 산책이나 하자고 해서 숙소를 나왔다.

숙소 드나드는 길에 놓인 디딤돌들.




우리가 예약한 연립동 숙소



경내에 핀 함박꽃(일명 산목련)

그러고 보니 계절이 산목련이 한창 피었다가 질 때구나.

휴양림을 열심히 다닐 때는 꽃이름도 많이 알고 식물들을 보며 계절이 움직이는 것도 알았는데...



물푸레나무 꽃.



2000년 이후에 개장한 국립휴양림은 초창기에 개장한 휴양림에 비해 경내가 좀 옹색하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이 정도 휴양림도 감탄을 자아내니 사람의 눈은 상대적인 것.



6년전에는 없던 계곡 탐방 나무 데크도 만들어 놓았다.



6년 사이에 나무도 많이 자라서 이제는 숙소동 대부분이 나무에 가려서 더 멋있어졌다.



계곡 옆으로 낸 산책로를 따라 밑으로 내려간다.

바위산이라 계곡물은 바위 아래로 흐르는 소리만 날 뿐 겉으로 보이진 않았다.

비가 온 지 매우 오래된 듯



휴양림 경내가 좁고 경사가 심한 편이라 청태산이나 대관령과 비교할 때 좀 옹색하지만

이렇게 해 놓으니 나름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작은 휴양림을 아기자기 가꾸느라 휴양림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그동안 애쓴 흔적이 보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 숙소로 돌아왔다.



그동안 숲을 다니며 원없이 숯불바베큐를 해 먹었으니

이제 조용히 숙소에서 전기그릴로 고기를 구워먹을 요량이다.

이런 시원한 풍경을 바라보며 베란다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숙소에 음식냄새 베이는 것도 막을 겸...




널찍한 발코니를 보니 한참 휴양림 다닐 때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매트 가지고 올 걸" "그러게?"

"벌레 유인할 전등을 가지고 올 걸" "그러게?"

"야전침대랑 침낭 가지고 올 걸, 여기서 별 보며 자면 좋은데" "그러게?"

.

.

.

아, 우리의 여행감각이 무지 녹슬었음을 깨달으며 아쉬운대로 신문지를 깔고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다.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우리를 어루만져준다.

머리 아프고 힘든 느낌이 바람과 함께 멀리 사라졌다.






먼 산을 바라보며 1년만에 휴양림의 맑은 공기를 느껴본다.



일요일 아침

아버지의 78번째 생신을 축하하는 케이크 절단식을 하고 다시 산책을 하러 나섰다.


6년전에 비해 야영장은 데크 숫자가 2배로 늘었다.



일요일 아침, 우리는 102번째 국립자연휴양림 여행을 확인하는 스탬프를 찍었다.

산책로 중간에 1개, 야영장에 1개 이렇게 2개가 있는데 이 곳은 야영장 앞에 있는 장소.



그런데 어떤 싸기지 없는 인간이 여기에 쓰레기를 넣어두고 갔다.

아마 아이들이 장난하다가 잊어버리고 간 것이겠지?

스탬프를 찍고 쓰레기를 들고 집하장에 갔다 분리수거통에 넣었다.



야영장 앞에는 이렇게 멋진 샤워장도 생겼다.



내부는 이렇게 깔끔하다.

다시 야영 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일어난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아내와 함께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10여년전 우리 아이들이 그러했듯이

아이들이 다람쥐를 좋아라하고, 나비를 쫒아다니며 즐거워한다.

귀한 제비나비를 잡은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이 녀석 이름을 아니?"

"그럼요, 제비나비예요."


"오호! 대단한 걸. 아저씨 아들이 너만했을 때 제비나비 알을 키워서 제비나비를 산에 날려보내곤 했지."

"와! 정말요?"


"그럼! 그런데 너 이 제비나비 집에 데리고 갈거니?"

"아뇨! 이따가 집에 갈 때는 여기 놔주고 갈거예요."



"오호! 그렇구나! 제비나비가 다치지 않게 잘 데리고 다니렴"

"그런데 할아버지. 여기에 왜 제비나비가 많나요?"

"그건 여기가 숲이 좋아서 제비나비가 살기에 좋은가 보구나"

"아항! 그렇구나."

.

숲을 나와 장다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는 각각 자기 집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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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우아빠.

지난 10년간 국립자연휴양림을  가족과 함께 여행하며 이웃간의 정을 쌓아왔던

11가족이 모여 가족여행기를 묶어 책으로 냈습니다.


'48시간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1박2일 가족여행 중에 겪은 여러가지 이야기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은 이야기를

푸른길 출판사를 통해 펴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모야 조촐하게 잔치도 했습니다.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던 아들녀석이 벌써 중학교 1학년이 되었네요.

세월이 흐를수록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는 더 소중해집니다.


우리의 인연을 처음 맺어준 다유네( http://www.dayune.com )는 사라지고,

이제는 소수의 사람만 솔바람( http://cafe.daum.net/foresttour )을 통해 만남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족여행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 여행, 사람 그리고 기록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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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의 행복> 발간사



가족!


참 소중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은 소중한 가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얼마나 자주 만날까요?


한 지붕 아래서 평생을 같이 살고 있는 듯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회가 진화할수록 여유 시간이 많아지기는커녕


잠자고 있는 가족 얼굴을 보는 날이 더 많은 그런 시대가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태어나서부터 경쟁에 내몰려 저녁 한 번 같이 먹기 힘든 생활이 우리 일상이 되었습니다.

가난했고 차린 음식은 빈약했지만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저녁을 먹었던 그런 시절이 언제였던지 가물가물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도시의 편리함과 인공적인 것에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첨단 시설과 구조물이 가득찬 도시에서 일에 치여

오감을 통해 겪어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는 그런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여행조차도 인터넷을 통해 눈으로 읽는 간접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처세술, 학교와 공부에 연관된 무엇인가를 담고 있지 않으면 책도 팔리지 않는다는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여행도 해 보고 싶지만 우선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린 어렸을 때부터 여가생활에 대한 체험도, 여가를 즐긴 경험도 부족한 나라인지 모릅니다.

‘여가’를 죄악시하는 문화의 잔영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유소년 축구팀에서 축구를 해 보고,

부모와 함께 캠핑을 하며 계곡에서 물고기를 관찰하고,

현란한 색을 갖고 있는 무당개구리가 깊은 계곡에서 헤엄을 치는 것을 본 어린이.


새벽에 일어나 밤하늘에 별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경험을 해 보고,

한 여름 장대비가 온 뒤에 계곡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솜사탕 같은 구름을 본 어린이의 삶을.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백과사전이나 전문가의 안내나 여행자의 책이 아니라

오롯이 그 앞에 서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내소사의 아름다운 진입로가 계절마다 주는 감동이 다르다는 것,

송광사의 저녁을 알리는 법고 소리가 주는 영혼의 울림은

같은 장소에 서 있는 부자간에도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습니 다.


다람쥐가 잣송이를 까는 것을 보셨나요?

곤줄박이가 잣 열매를 좋아하는 것을 아시나요?

곤줄박이가 잣 열매를 발견하면 혼자 먹지 않고 친구를 불러와서 같이 물고 가는 것을 보셨나요?

해발 1,500미터 고산에는 7월 말이 되어서야 평지의 5월에 피는 꽃이 만발하는 천상화원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비바람도 맞아 보고

태풍 뒤에 오는 그림같이 맑은 하늘을 보면 우리나라 숲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아름다운 숲을 오래 지키고 가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빠 엄마의 역할을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숲에서 같이 놀면서 즐거워하는 것, 그것이 정말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을 숲 여행에서 느끼게 됩니다.

여행은 돈이나 시간이 많은 사람이 부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닙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기에 그 시간 위에 우리의 추억을 실어 놓기 위해 여행을 꿈꾸고 준비하며 길을 떠난답니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습니다.

가족과 함께 더 늦기 전에 숲으로 여행을 떠나세요. 여러분의 식탁이 풍성해지고 가족들의 얼굴이 더 밝아질 것입니다.



* 이 글을 쓸 때, 카페지기여서 얼떨결에 쓰긴 했었는데 책이 나온 다음에 다시 읽어보니 낯간지럽네요. ^^;;

교보문고 http://goo.gl/Blcyf
예스24    http://www.yes24.com/24/goods/8713755?scode=029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912295


Posted by 연우아빠.

용대자연휴양림

2004.8.10~14(4박5일)

결혼한 지 6년,
연우와 준기를 2년 간격으로 낳고 키우는 동안 여름휴가여행은 접어두고 살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고등학교를 안동에서 혼자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고
몸이 원래 좀 약한 편이어서 여행을 그닥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결혼 전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20장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내는 여행을 제법 즐기는 편이었던 듯,
결혼 전 사진을 모아둔 앨범에는 전국 각지를 여행한 사진이 곱게 정리되어 있다.
아내는 여행을 다닐 때 미리 준비하고 계획을 잘 세워서 다니는 편이다.

작년 여름휴가도 아무 계획 없이 방콕할 분위기로 가고 있었는데 아내가 한마디 했다.
이제 연우 준기가 여섯 살, 네 살 이니까 여행을 좀 다녀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여행 계획을 세운 것이 전국에 있는 소규모 시, 군을 하나씩 골라 여행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2003년 여름,
우리는 진부를 중심으로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 월정사, 상원사를 돌아보고
59번 도로를 타고 정선, 사북, 고한을 거쳐 함백산 1,500m 고지에 있는 그림 같은 하늘정원 장산콘도에 묵었다.
엄청 비싼 콘도였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답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저녁을 먹을 수 있었고 8월 중순인데도 너무 추운(?) 곳이었다.
석탄박물관, 영월 별마로 천문대, 폐교를 고쳐서 만든 책 박물관, 만항재,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 등 좋은 곳을 구경했다.
힘들고 먼 길이었지만 아이들과 아내는 너무 좋아했고 나도 7박8일간의 휴가 여행이 너무 좋았다.



 
용대자연휴양림 휴양관 복도

올해는 강원도 고성군을 돌아보기로 하고 고성군에 신청해 관광안내지도와 책자를 받았다.
숙소가 문제였는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름콘도 추첨에 당첨이 되어 12일부터 2박3일을 묵게 되었다.
11일에 머물 곳을 고성군에서 뒤지다가 아주 멋진 한옥 민박집을 인터넷에서 찾았는데 아쉽게도 수리중이라서 금년에는 이용을 못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화진포 해수욕장 앞에 있는 민박집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여행일정을 늘리기 위해 10일날 숙박할 곳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하루는 아내가 한겨레신문에 났다고 하면서 용대자연휴양림이란 곳을 알아보자고 한다.
휴양림에서 여름에는 추첨방식으로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국립자연휴양림 사이트 회원 가입하고 뒤져보니 빈 방이 많았다.
신청을 해 놓고 추첨일까지 매일 용대휴양림을 예약현황을 확인하는데,
휴양관에 빈 방도 많건만 내가 신청해 놓은 방에 다른 신청자가 늘어나 있었다.
"신청현황 확인 안하고 그냥 신청을 하는가 보구나. 똑 같은 크기, 똑 같은 비용인데 빈방 놔두고 왜?" 하는 의문이 든다.

신청을 제비꽃 방으로 옮겼다.
빈 방 있는데 경쟁할 필요가 없지않나?
무경쟁으로 당연 당첨되었지만 화진포에 숙소를 잡아 두었기에 기본 2박3일 예약을 1박2일로 줄였다.
그런데 이게 정말 바보 같은 결정이란 것을 현장에 가서야 깨달았다.


10일 아침 수원을 출발해 영동고속 - 원주 - 중앙고속 - 홍천IC를 거쳐 44번 국도와 46번 국도를 거쳐 용대 삼거리에 도착했다.
왼쪽 고성 방향으로 올라가는 동안 길 옆으로 보이는 계곡에 감탄을 계속하면서 올라갔다. 오! 왠지 너무 기분이 좋다.
에어컨에 의지해 운전하다가 초록색 풍경이 짙어지는 것을 보고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렸다.
이렇게 좋을 수가...

올라갈수록 계곡은 너무 아름다웠고 물도 너무 맑았다.
매표소에 들어가려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온 몸을 휘감아 오는 청량한 바람과 숲 냄새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기운이었다.
순간, 내가 왜 1박2일로 줄였던가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모르고 바보같이.....




물놀이장 앞에 있는 숲(용대자연휴양림) 

열쇠를 받아들고 휴양관 2층으로 올라가니 나무로 만든 복도가 너무 좋습니다.
4사람이 자기에는 제법 넓어 보이는 제비꽃 방에는 콘도 부럽지 않은 주방시설에 가격대비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저녁때가 돼서 밥을 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저녁먹고 산보하는데 너무 아깝습니다.
앞에 있는 계곡에는 물놀이장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야영을 하고 있습니다.
물에 잠깐 발을 넣어 보았는데 너무 시립니다.




거울처럼 투명하고 맑은 용대자연휴양림 물놀이장, 다섯살인 준기가 놀기에도 적당한 깊이

내일 화진포에 늦게 가더라도 오전에 휴양림에서 실컷 놀다가 가자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봅니다.
문을 조금 열어놓고 잠을 청했는데 어둠이 밀려오면서 추위를 느꼈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에 추위라니...

문을 닫으며 난방을 따뜻하게 올려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11일 새벽,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산책삼아 밖에 나와서 길을 따라 올라가보니 통나무 놀이터, 통나무 시소, 그네 같은 아이들 놀이시설도 있고 넓은 제4 물놀이장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지뢰지대라는 경고표지와 함께 등산불가 안내문이 있어 돌아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물놀이장에서 놀때까지 놀다가 나가자고 돗자리를 폈습니다(제4물놀이장 앞)

아침을 먹고 가족 모두 제4 물놀이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커다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연못과 정자를 지나 물놀이장에 도착하니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휴양림 직원이 하루 3천원씩인가 야영비 데크마다 돌면서 받고 있었습니다.
물놀이장은 작은 보를 쌓아 물이 어느정도 고이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넓고 얕아서 아이들 물놀이하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햇볕도 잘 들어서 물이 차갑지만 몸을 따뜻하게 덥힐 수도 있었고요.

돗자리를 펴고 튜브랑 공에 바람을 넣고 수영복을 입고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정말 물이 시립니다.

튜브를 베개삼아 베고 누우니 온 몸에 차가운 기운이 찌르르 밀고 들어옵니다.
“그냥 여기서 계속 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아이들에게 물수제비 뜨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튜브에 태워 놀게 해주고 공던지기도 하고 정말 시원하게 잘 놀았습니다.

12시 거의 다 되어 아쉬움을 한가득 안은 채 화진포로 출발했습니다.
출발하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행계획을 바꿔야겠다."
전국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을 모두 돌아보는 것으로 하고 계절별로 한번씩 다 가 보자.
아내도 휴양림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았는지 동의를 합니다.




화진포해수욕장, 준기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손엔 뭔가를 잡지 않으면 다니질 않습니다.
못 쓰게 된 음악테이프를 쥐고 다니는 준기. 엄마손을 꼭 잡고 바닷물에 조심조심...

휴양림을 나와 진부령미술관을 들렀는데 문을 열지 않았네요.
길 건너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무더운 여름날씨를 실감하며 건봉사를 향해 갑니다.

건봉사는 신라시대부터 있던 오래된 절인데 얼마전 6월에 경내에 있던 능파교(보물 1336호)가 보수공사 도중 무너진 곳이다.
6.25 전쟁 이후 복원한 건물이 많아 옛 절의 자취는 별로 없지만 절의 규모가 아주 크다.
다만 그늘이 너무 없어 더위에 금방 지친다.

건봉사를 나와 7번 도로를 타고 화진포를 향해 올라갔다.
화진포는 석호를 너무 많이 정비해 놓아 인공적인 냄새가 너무 난다.
가는 길에 민박집 손님을 유치하려는 마을사람들이 길에 주욱 나와 앉아 있다.

마을 이장님 댁이라는 민박집에 짐을 내리고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화진포 주변 구경을 나왔다.
해가 조금 기울어서 그런지 좀 낫다.
공룡박물관에 가보자고 하던 준기는 정작 자연사박물관 앞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빨리 가자고 한다.
지붕에 장식해 놓은 커다란 공룡 모형을 보더니 간이 콩알만해졌나보다.
후회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고 우리는 이승만, 이기붕 두 독재자의 별장으로 갔다.

그 어렵던 시절에 변변한 교통수단도 없던 시대에 이 먼 곳 까지 별장을 지어놓고 여름을 지낸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서 별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
화진포 건너편에는 김일성 별장이라는 곳도 있는데 1999년 4월에 왔을 때와 다르게 새로 짓고 있었다.
화진포막국수 집에서 저녁으로 시원한 열무김치 막국수를 먹고 잠을 청했다.




빗속에서 찾아간 금강산화암사. 그림같이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화암사는 금강산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절이어서 금강산화암사라고 부른답니다.

12일 아침,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해수욕장 앞에 와서 해수욕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웃는다.
기온이 올라가기 전에 아침 해변으로 나갔다.
준기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게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가보다.

정신없이 놀다보니 옷은 다 젖고 12시쯤 되었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모래를 씻어내고 어제 화진포 근처를 돌아보다가 본 해양박물관을 연우랑 준기가 꼭 가보자고 해서 그리로 갔다.
바다생물들을 살펴볼 수 있게 만든 전시관은 외진 곳에 있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 놓았다.
연우와 준기는 박물관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더니 다른데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찰싹 달라붙어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와서 다음 숙소인 대명콘도로 길을 재촉했다.


콘도 가는 길에 준기 생일이라 케익을 사서 객실에 들어가 준기생일축하를 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요 몇 년 사이에 준기 생일은 항상 밖에서 보냈다.
같은 콘도에 이웃에 사는 지예네 가족도 묵고 있다.
지예네 아빠를 제외한 가족들이 와서 함께 케익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콘도는 상당히 덥다.


밤이 되자 아이들이 콘도에 들어 올 때 봤던 워터피아를 가자고 조른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곳이었지만 어쩌랴.
여기서는 별로 놀 곳도 마땅치 않은데.

저녁먹고 6시쯤 들어갔는데 밤 10시가 넘어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쳐서 잠들만한 거리를 돌아 다녔는데도 워터피아 안에서 두 녀석은 끝없이 물 속에서 놀고 있다.
11시가 넘어서 폐장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서도 한동안 아쉬움에 머뭇거리다가 나왔다.
그러더니 내일 아침에 다시 가잔다.


화암사 대웅전

13일 아침 지도에서 봐 둔 도원리 마을을 찾아 나섰다.
도원리 마을 휴양지는 시골마을에 오래전부터 있던 계곡을 여름휴양지로 활용하는 곳인데
인적이 드문 길을 따라 가노라니 여기도 태풍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곳곳에 길을 보수하고 쓸려내려간 다리를 새로 놓고 있다.
인적이 드문 길을 한참 들어가니 도원리 안내판이 나온다.
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쓰레기봉투를 받아 들어가니 배가 고픈데 음식점도 변변한 곳이 없다.
계곡 옆 커다란 바위 위에 있는 허름한 마을 식당에서 닭백숙을 시켜 툇마루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하필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더위가 가고 한기가 느껴질 만큼 기온이 내려간다.
아이들에게 우비를 입히고 두어시간 물속을 들락날락하다 설악대명콘도로 출발했다.
준기는 피곤했는지 중간에 잠이 들었는데 아름다운 송지호를 보고 내렸다.

곤히 잠든 준기는 차 안에 놔두고 연우만 데리고 아내와 같이 탐방로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은 없고 여름 철새만 간혹 있다.
새로 심어놓은 소나무는 아직 어리다.
비 때문에 생긴 안개는 호젓한 호수를 아름답게 감싸안고 있다.
오랜만에 엄마아빠를 독점한 연우는 기분이 아주 좋다.
연우에게 사진 찍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오랜만에 부부사진을 찍어 봤다.
오늘은 정말 먼 거리를 왔다갔다 했다.



대웅전 문에는 귀여운 도깨비 문양이 있습니다.

14일 아침,
짐을 싸서 콘도를 나와 속초항으로 갔다.
속초항에 있는 석봉도자기박물관을 구경하고 집으로 오는 미시령으로 들어섰다.
차가 엄청 많다. 막히는 폼을 보아하니 그냥은 가기 어려울 것 같다.

비도 많이 오고해서 길 옆 황태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미시령을 다시 오르는데 별반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오른쪽에 ‘금강산화암사’ 바위글씨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차를 돌려 화암사를 찾았다.
비도 많이 오고 휴가도 끝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이 아주 조용하다.

절 입구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멀리 능선에 피어오르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하얀 덩어리가 뭉게뭉게 모여 흘러간다.

대웅전을 등지고 앞을 내려다보니 절경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경치를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사람이 없는 호젓한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집으로 돌아오며 우리는 매년 시, 군 하나씩 여행하자던 계획을 바꿔
기회가 될 때마다 국립자연휴양림을 돌아보자고 약속했다.
29개를 다 돌면 계절별로 한번씩 모두 돌아보자는 야심찬 계획을....

Posted by 연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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