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화) 맑음, 한밤중에 비
새벽에 연우가 앓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토했다.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참 걱정이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그랑플라스와 중앙역에서 가까워서 위치는 좋은데, 옛날 집이라 그런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것 같다. 중동 사람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새벽에 시끄럽게 와글와글한다. “벨기에도 허술한 구석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에게 지압을 좀 해 주고 다시 재웠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은 딸을 보니 앞으로 남은 여정이 좀 걱정스러웠다. 아침에 일어난 연우는 그냥 굶는 게 좋겠다고 식사를 하지 않고 자겠다고 한다. 혼자서 아침을 먹고 하릴없이 앉아 있었다.
10시쯤 연우는 스머프박물관과 만화박물관을 꼭 가야 한다고 일어났다. 어이구야!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녀석을 위해 요거트 하나를 먹였다. 의사인 친구가 메신저로 단 것을 먹이는게 체력 유지에 좋다고 초콜릿 같은 것을 사주라고 조언했다. 밖으러 나서니 호텔 보다 시원했다. 그랑플라스를 한 바퀴 돌아보고 600m쯤 떨어진 스머프 박물관에 도착했다. 거대한 스머프 조상이 박물관 앞 마당에 서 있다. 작은 건물 지하에 스머프 박물관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건물이었는데 들어가보니 매우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스머프 뿐만 아니라, 탱탱, 아스테릭스 같은 우리가 잘 아는 만화는 물론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만화 주인공까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박물관이다. 물론 어렸을 때 이걸 보고 자란 나 같은 어른도 좋아하는 곳이지만.
벨기에 유명 만화는 물론 미국 마블코믹스 작품까지는 “으응” 하고 봤는데, 놀랍게도 한국에서 최근에 유명한 웹툰작품까지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어서 뜻밖이었다. 태블릿으로 직접 연재물을 볼 수 있게 해 놓은 작품도 있었다. 놀라운 만화의 세계.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두툼한 방명록에 왔다 갔음을 알리는 흔적을 남겨 두었다. 우리도 방명록을 남겼다. 건물 1층에는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귀여운 스머퍼 캐릭터들이 가득한 기념품점이 있었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수백개가 넘는 스머프, 아즈라엘, 가가멜 등의 인형과 피규어가 가득차 있었다.
“돈만 있다면 통째로 갖고 싶구나!”
아쉽지만 몇 개 밖에 살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집에 있는 가족과 메신저를 주고 받으며 어떤 기념품이 갖고 싶은지 상의하고 연우와 준기가 갖고 싶은 캐릭터 인형과 피규어를 사 가지고 박물관을 나왔다.
그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만화박물관이 있다. 꽤 더운 길을 1km 쯤 걸어서 만화박물관에 도착했다. 아직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물만 마시는 연우를 걱정하며 나만 간식으로 요기를 했다. 입구가 작아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두 바퀴를 헛돌고 나서 건물 안에 있는 분에게 물었더니 입구처럼 생기지 않은 곳 - 길 건너편- 이 박물관 입구라고 한다. 2층반으로 만든 건물 안에는 우리가 아는 만화와 모르는 만화가 널려 있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참 여유롭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부천 만화박물관과 비슷한 모티브를 가진 전시물도 꽤 있었다. 옛날 교실 같은 전시물은 일본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듯하다. 일본 관람객도 여럿 보인다.
브뤼셀에 와서 꼭 보겠다고 하던 두 군데를 답사했으니 일단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연우는 좀 더 자면서 상태를 보기로 했다. 아침보다 훨씬 좋아지긴 했지만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고 한다. 숙소에서 잠든 딸을 보고 있다가 혼자서 브뤼셀에 와서 해야 할 쓸데없는 짓을 하러 나갔다. 오줌싸개 동상과 그 남매인 여자 오줌싸개 동상을 찍고 오는 것.
숙소에서 600m쯤 내려가니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이 와글와글하다. 다들 정말 허무한 동상 앞에서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햇살이 너무 강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동상 정면에 쏟아진다. 돌아오는 길에 성 니콜라스 성당에 들러 초를 봉헌하고 기도를 올렸다. “연우가 회복해서 이 여행을 재미있게 마칠 수 있게 도와 주세요”
가게에 들러 물을 사서 숙소로 돌아 왔다. 잠시 후 잠에서 깬 연우가 밥을 먹으러 가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좋을 것 같아 연우는 빠에야를 시키고, 나는 홍합찜을 시켰다. 마요네즈 찍어 먹는다는 벨기에 감자튀김이 같이 나왔다. 거의 두 시간에 걸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연우는 이틀만에 저녁을 먹었다. 빠에야 1/3 정도를. 기도의 효험인가?
기운을 조금 차린 연우를 데리고 아케이드를 구경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벨기에 초콜릿 가게들을 섭렵하며 눈으로 구경하고 가게에 들어가 몇 개 샀다. 친구들이 초콜릿 사 가지고 오라고 카톡으로 난리라고 한다. 얼마나 한국사람이 많이 오는 지 가게 앞에는 “여기 최저 가격”이라고 한글로 써 놓은 입간판도 있다.
연우 역시 그랑플라스를 거쳐 브뤼셀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 싱거운 동상들을 확인했다. 그랑플라스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구경하겠다는 연우를 데리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그랑플라스에 다시 돌아왔다. 시청과 주변 건물들이 하나씩 불을 밝혀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 주었다. 마트에 들러 물과 과자를 사고 유명한 초콜릿을 챙겼다. 초콜릿 가격은 역시 만만치 않다.
만화건 초콜릿이건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있어야 시장이 생길게 아닌가? 일에만 매달려 미친 듯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쌍한 생각이 든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거기에 맞는 산업이 또 생기는 것인데, 왜 밤낮없이 야근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인지 가슴이 좀 답답해 졌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12시 가까이 되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호텔 창문은 비스듬히 열리긴 하는데 방충망이 없다. 늘 열어 놓는 창문 탓인지, 밤새 앵앵거리는 모기를 여러 마리 잡았다.
TV 속에서만 보던 스머프.
그 스머프를 기억하는 스머프 박물관에 드디어 왔다.
스머프 박물관에는 만화왕국 벨기에의 저력을 알 수 있는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바로 박물관
40년이 넘은 오래 전에 봤던 만화들
우리나라에 소개된 만화도 있고 그렇지 않은 만화들도 있다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기억 속에 가물가물한 캐릭터들.
중학생 때 처음 보았던 스머프
악당 캐릭터인 가가멜이 없었다면 스머프는 그저 밋밋한 애니메이션이 되었을 지도 ...
3D 영화에서 스머프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들
스머프 동상
스머프 마을
갈리아 원정으로 프랑스 북부 골 지방을 점령한 로마군과 케사르를 괴롭힌
상상속의 이야기로 유명했던 아스테릭스 캐릭터
세계 각국어로 번역 출판한 만화와 만화 주인공을 활용한 체스
땡땡과 그의 친구들..틴틴과 그의 친구들
중국 도자기 속에 들어간 땡땡
놀랍게도 전시관 한 코너에는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도 전시해 두었다.
그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웹툰도 전시되어 있어서 상당히 놀라웠다.
세계 각국의 방문객들이 방명록에 서명을 남겼다.
우리도 서명을 남기고 왔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스머프 캐릭터를 파는 가게
솔직히 50살이 훨씬 넘은 나도 스머프 캐릭터의 유혹을 떨치기는 어렵다.
엄선한 스머프 캐릭터 인형과 소형 피규어
스머프 박물관에서 만화박물관을 찾아 가는 길
만화박물관을 알리는 길거리 대형 캐릭터 조형물
저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입구를 찾는 것은 상당히 피곤했다.
두 바퀴를 돈 다음에야 겨우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대형 캐릭터들이 우리를 반긴다.
한국어판 책자도 있고 다양한 캐릭터 할용 상품들도 있다.
2층에는 벨기에의 유명 캐릭터들이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관람객과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스머프 마을 조형물
아이들이 들어가서 좋아라 하던 스머프의 버섯모양 집
악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멍청한 악당 가가멜과 스머프들
어쩐지 부천 만화박물관 같은 삘이 진하게 묻어나는 전시물
유명하지만 허무한 명소로 유명한 오줌싸개 소년 동상에는 이 허무함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브뤼셀 증권거래소
성 니콜라스 성당
오줌싸개 동상의 남매 버전, 오줌싸개 소녀상. 무슨 이유인지 자물쇠를 채운 창살 속에 갇혀 있다.
벨기에의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인 홍합찜 요리와 벨기에 감자튀김, 그리고 빠에야.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것이 특이하다.
100여년 정도 된 역사를 자랑하는 초콜릿 가게들이 즐비한 아케이드 진열장
초콜릿 가게에는 이름과 창립연도가 새겨진 표시들이 있다.
그랑플라스 브뤼셀 시립 박물관
노을이 번지는 그랑플라스. 광장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왼쪽에는 브뤼셀 시청건물이 웅장하게 서 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은 이 간판이 보여 준다.
벨기에의 특산 와플을 맛보았다. 정말 달콤한 맛.
그랑플라스에 어둠이 내리면 광장을 둘러 싼 건물은 불빛을 하나둘 켜기 시작한다.
이 아름다운 광장이 테러와 분쟁의 위협없이 언제나 평화로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남아 있기를...
'외국여행 > 유럽고고학회(EAA 20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EAA 2017 참관여행(7) - 23th EAA 2017 (0) | 2017.09.08 |
---|---|
EAA 2017 참관여행(6) - 브뤼셀에서 마스트리히트 (0) | 2017.09.08 |
EAA 2017 참관여행(4) - 암스테르담 > 헤이그 > 브뤼셀 (0) | 2017.09.06 |
EAA 2017 참관여행(3)-잔세스카스, 암스테르담 (0) | 2017.09.06 |
EAA 2017 참관여행(2)-암스테르담 (0) | 2017.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