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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유럽고고학회(EAA 2017)

EAA 2017 참관여행(3)-잔세스카스, 암스테르담

by 연우아빠. 2017. 9. 6.

827() 맑음, 암스테르담 > 잔세스칸스 > 해양박물관


새 소리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어제와 정말 똑같은 메뉴로 구성된 아침을 먹었다. 여기 사과는 아주 작은 편인데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먹던 사과보다 단단하고 맛이 있다. 과일이 섞인 요플레가 입맛을 돋운다.


오늘은 잔세스칸스의 풍차마을을 구경한 뒤 해양박물관을 다녀오는 것이 목표다.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갔다. 1주일전에 먼저 왔던 친구가 알려준대로 트램 운전기사에게 24시간권을 7.5유로를 주고 끊었다. 트램에서는 현금과 카드 둘 다 결제가 가능하다. 버스에서는 오직 현금만. 공항에서 시내 들어올 때 197번 버스 요금으로 5유로를 낸 것이 무척 아깝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무조건 GVB카드를 끊어서 무제한으로 트램과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절감과 함께 가장 효율적이다.


중앙역은 여러 층으로 이뤄진 복층 구조인 역이다.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출입할 때는 반드시 교통카드나 기차표를 센서에 터치해야 문이 열린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다른 조금은 독특한 구조. 기계에서 카드로 발권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핀번호 6자리를 요구하는 옛날식 기계라 실패(이틀 뒤에 알았다. 여섯자리를 요구하는 기계에는 원래 핀번호 4개에다가 00을 붙이면 된다는 것을). 


할 수 없이 창구에 가서 표를 끊었다. 다들 기계를 이용해 발권을 하기 때문에 창구는 대기시간없이 바로 발권을 할 수 있다. 명함처럼 얇은 종이로 된 기차표는 신기하게 전자센서에 감응을 한다. 잔디크 역에 내려서 걸어가면 잔센스칸스에 도착한다는 친절한 창구 직원의 말을 듣고 왕복표를 끊어서 출발. 어른 7.2유로, 학생할인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외선 같은 스프린트(sprint) 철도를 타고 17분 뒤에 잔디크 역에 도착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며 걸었다. 날씨 좋고 풍경 좋고 사람이 적어서 좋고 아무튼 그냥 눌러 살고 싶은 그림 같은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풍차는 스넥바처럼 개조해 놓은 곳도 있고 입장료 4유로 받고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도 여럿 있었다.

 

교외로 나오니 시내와 달리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얌전하다. 암스테르담 시내는 사이클 경주하듯이 스쿠터를 추월해 갈 정도로 정신없이 달리는 자전거가 많았는데, 여긴 그런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오리, 고니, 갈매기가 한가롭게 자맥질을 하고 파란 물길 위에는 보트가 점점이 떠 다닌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그닥 많지 않아서 한가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아내에게 줄 네덜란드 전통 나막신 모양의 실내화를 샀다. 사진을 찍어 텔레그램으로 공유하면서 실시간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의논하며 선택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여기는 4~5살 된 어린아이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하고, 리컴번트 자전거를 탄 사람, 장애인용 자전거를 타고서 자유롭게 다니는 사람들...진정 여유있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기념품을 사고 점심을 간단하게 과자와 음료수로 해결하고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며 다시 암스테르담 행 기차를 탔다. 왕복티켓을 끊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이 역에서는 기계로 카드를 이용해 티켓을 끊을 수 있는데, 암스테르담 역에서 이미 핀번호 오류횟수 초과로 사용할 수 업게 되었다. 이 나라의 기차역에 설치된 기계는 옛날 기계라 pin 번호가 모두 6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비밀번호 4자리에 00이라고 입력해야 하는 것을 몰라서 계속 오류가 난 것이다. 직불카드로 기계에서 기차표를 발권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기차를 타기 전에 카드를 찍고 내릴 때 카드를 알아서 찍으면 되도록 되어 있다. 불필요한 곳에 사람을 배치하지 않으니 그만큼 사람을 값있게 쓴다고 해야 하나?

 

암스테르담 시내에서는 GVB카드(1~4일 무제한 교통카드)가 있으니 걱정할 게 없다. 걸어서 500m 정도라도 트램을 타는 것이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으니 좋다.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거미줄 같이 연결된 트램을 타고 다음 목적지인 국립해양박물관으로 갔다. 고맙게도 무슨 행사기간인지 오늘은 17.5유로인 입장료가 무료였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무료. 여행하다가 만나는 뜻밖의 행운에 흐뭇한 미소를 날리며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오디오 가이드 사용법도 간단해서 간단한 설명 한 번으로 알아 들었다.

 

해양박물관에서 본 네덜란드는 진정 해상왕국이었다. 박물관은 암스테르담 항구에서 발트해로 나가는 곳에 배 모양으로 건축해 놓았고, 그 옆에 대항해 시대에 사용하던 배를 이용해 보조 박물관을 만들어 놓았다. 후발 국가인 네덜란드에게 바다는 생명이었고, 유일한 탈출구였다. 잉글랜드, 스페인 같은 강국과 처절한 해상전투를 치르며 바다의 영역을 확장했고, 모든 것을 바다에 의지한 역사를 만들었다.

 

전시실 안에는 수십척이 넘는 다양한 모양의 실물 축소 모형 선박을 전시해 놓았다. 유리벽에 장착된 기계를 위 아래, 좌우로 움직여 관심있는 선박에 고정시키면 그 선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뜨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선박 각 부분의 구성품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고, 육분의, 경위도 측정 장치, 해도, 별자리 지도 등 원양항해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들을 갖추고 있다. 

 

벽에 걸린 옛날 그림은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해상화가 주류를 이뤘다. 바다의 전투, 고기잡이, 폭풍을 뚫고 항해하는 네덜란드인들,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파는 어시장... 그림 속에서 네덜란드가 얼마나 힘차게 자신의 역사를 개척해 왔는지 잘 느낄 수 있었다. 이 나라에서 지구를 반바퀴 돌아 조선과 일본에 온 네덜란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 앞 바다에 정박해 놓은 실물선박 박물관에 들어가 보았다. 좁디 좁은 배 안에서 2만km가 넘는 먼 바다를 항해해야 했던 그들의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결핍은 욕망을 부르고,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절박하게 노력한 사람들이 결국 세계의 주도권을 쥔 것은 아닐까? 우린 120여년 전에 은자의 나라에서 얼마나 탈출했는가?


해양박물관 옆 광장에는 축제를 위해 노점을 설치했는데, 축제에서 보는 모습은 국경을 넘어 공통점이 많은 듯 하다. 천막 안에는 음식과 맥주를 팔고 있었다. 그외 다른 많은 것들도 팔고 있었고, 박물관 중정에서는 기념 공연도 한번 열었다.

 

박물관을 나와 안네 프랑크 기념관에 가려고 트램 정류장으로 걸어 갔다. 두 달 전에 예약해도 입장하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는 안네프랑크 기념관. 트램을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 한 분이 같이 기다리다가 우리에게 네덜란드 말로 뭔가 물어 보았다. 네덜란드 말을 모른다고 했더니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본다. 아주 조금 밖에 모른다고 하자 독일어는? 중국어는? 하고 묻는다. 독일어는 제2외국어로 배운 것 조금 밖에 모르고 한국인이라고 하자 영어로 계속 물어 보셨다. 구글 번역기로 보여 드렸으나, 노안인 할머니가 읽을 수가 없는 건 당연지사. 4개 국어를 구사하는 80세 정도 돼 보이는 할머니에게서 네덜란드의 외국어 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안네 프랑크 기념관에 간다고 하자 자기도 거기 근처에 산다고 트램을 같이 타고는 내리는 역을 알려 주었다. 여행 잘 하라는 말과 함께 바이바이를 하고 할머니의 길을 걸어 갔다.

 

운하를 따라 조금 걸어가자 저기가 안네 프랑크 기념관이군 하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안네 프랑크 기념관은 기절할 정도로 긴 줄이 서 있었다. 100m를 넘는 듯 여러개 블럭에 걸쳐 구비구비 이어져 있었다. 이런 곳인줄 알았더라면 몇달 전에 예약을 했을텐데....연우는 무척 들어가 보고 싶어 했으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 네덜란드 왕궁과 담광장을 돌아보며 아쉬움을 접고 저녁을 먹으러 연우가 검색해 둔 The Pantry로 갔다


음식도 괜찮았고, 우리 뒤를 이어 손님도 많이 들어왔다. 직원들도 유쾌했고. 맛도 좋았지만 양이 꽤 많았는데, 천천히 2/3정도 먹은 연우가 무리를 한 듯 그만 토하고 말았다. 식사량이 적고 아주 천천히 먹는 스타일인 연우는 너무 많이 걸어서 배가 고팠었나 보다. 아주 오랜시간 천천히 먹었는데도 사단이 나고 말았다.

 

소화도 시킬 겸 식당에서 숙소까지 1km쯤 되는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정말 작은 도시다. 체력 안배 때문에 트램을 타긴 하지만, 이 도시의 중심은 직경 2~3km 안에 밀집되어 있을 정도로 작다.


대도시인데도 공기는 상쾌하고, 건조한 시기라 일교차가 매우 컸다. 도시 내 건물 대부분이 3층 이하라 시야가 편한 그런 길이었다. 내일 아침에는 Den Haag(옛 헤이그)를 들렀다가 브뤼셀로 간다. 암스테르담에 머문 동안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에 낮에는 땀을 많이 흘렸다. 13~23도 정도 되는 기온이 17~30도 정도여서 오늘도 생각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짐을 싼 다음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그냥 눌러 살고 싶은 곳 잔세스칸스..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4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곳



사방 어디를 찍어도 예쁜 그림엽서 같은 사진이 나오는 곳.



평화로운 풍경. 투쟁심도 경쟁심도 사라지게 만드는 나른하고 아늑한 풍경



잔디크 역에 내려 풍차가 있는 길을 따라 걷거나(왼쪽),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오른쪽 길)

다만, 이 날처럼 햇살이 따가우면 걷기에 조금 힘든 길.



잔세스칸스는 어디를 돌아보아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들을 여유롭게 만든다.

이곳 저곳 마음이 내키는대로 발길이 가는대로 걸어다니면 마음 속에 평화가 찾아 오는 멋진 곳.




아이스크림을 파는 삼륜차.



길 바닥 곳곳에 이런 예쁜 문양도...



잔디크 역에 내리면 잔세스칸스 지역의 구경거리를 안내하는 지도를 그려 놓은 입간판이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 해양역사박물관(Amsterdam Maritime History Museum)

자전거 왕국 답게 주차장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자전거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속도 중심의 날렵한 자전거는 거의 없고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투박하고 튼튼하게 생긴 자전거가 대부분이다.




암스테르담 시내 해양박물관

완전한 독립을 쟁취한 뒤에 네덜란드는 바다로 진출해 해양강국을 실현했다.

영국의 올리버크롬웰이 <항해조례>를 선포하기 전까지 네덜란드는 유럽의 해양수송 화물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 영광스러운 시대를 간직하고 있는 해양박물관.

이날은 무슨 기념일이라고 해서 17유로가 넘는 비싼 관람료가 무료였다.

박물관 중정에서 기념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박물관 안, 바다에 떠 다니는 다양한 종류의 배 모형이 드글드글하다.



박물관 계단에서 보는 바깥 풍경.

광장에는 축제와 관련된 시장이 서서 다양한 먹을거리와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왼쪽 화면에서 잘린 부분에 대항해시대 범선으로 만든 박물관이 바다에 떠 있다.



배에서 가장 높은 곳인 마스트 꼭대기 장식품



선박 후미를 장식하던 나무 장식 공예품들



항해에 필요한 나침반, 육분의, 경위도계, 지도 등 다양한 기구의 발달 과정을 보여 주는 유물들

그들은 아시아의 황금시장을 찾아 목숨을 건 항해를 마다하지 않았다.



땅이 좁고 인구는 많고 주변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왕국으로 둘러 싸인 네덜란드는 바다를 개척하는 길을 택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거친 바다를 건너며 삶을 개척했다.



네덜란드의 역사적 운명을 가른 해전을 모티브로 한 그림들이 많다.

거대한 석조건물을 남긴 나라들과 달리 네덜란드는 그림을 많이 남겼고,

그 가운데 특히 바다와 관련된 그림이 많다.

스페인, 영국 등 네덜란드와 경쟁하던 유럽 강대국들과 끊임없는 패권전쟁을 치렀다.



해변에 접안하기 어려운 곳이 많아서 얕은 바다는 사람들이 물살을 헤치고 건너가 배에서 짐을 내리거나 실었던 모양이다.

차가운 북해의 바람과 파도을 헤치고 강인하게 삶을 개척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무척 공감할 것 같은 그림



육상 박물관 옆 바다에는 대항해시대 네덜란드의 범선을 통째로 박물관으로 만든 선박 박물관이 있다.




암스테르담 해양박물관은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이다. 



상선으로 쓰던 배에는 함포가 3층에 걸쳐 90문 정도 장착되어 있다.

선박 박물관에 들어가면....



3층으로 된 좁디 좁은 배 안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층층이 있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수백일 동안 항해하며 아시아와 유럽을 오갔다.



안네 프랑크의 집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 앞에는 몇 블럭에 걸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2달 전에 예약한 사람도 입장하는데 2~3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사람들의 관심을 짐작할만 하다.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닌 인종, 피부색, 민족, 국적 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고 죽이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인간의 어리석음과 독재자에게 열광한 바보 짓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훗날 네덜란드에 다시 올 기회가 생긴다면 꼭 들어가 보고 싶다.



안네 프랑크의 집은 운하 바로 옆에 있다.

암스테르담에 운하가 있다고 표현하는게 맞는지, 운하 위에 암스트르담이 있다고 해야 맞는 것인지 헷갈리는 풍경.




담(Dam) 광장 에 있는  암스테르담 왕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