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토) 맑음 :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 국립 미술관
새소리에 눈을 떴다. 대도시인 암스테르담에서 새소리에 눈을 뜨다니???
하긴 숙소는 Vondelpark 공원 옆에 붙어 있다. 옷을 대충 챙겨 입고 공원 구경겸 산책에 나섰다. 높은 양떼 구름이 떠 있고, 서늘하고 상쾌한 가을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암스테르담 시민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날렵한 자전거는 없고 짐 싣기 좋은 투박한 자전거가 대부분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말 엄청난 속도로 자전거를 몰고 있다. “체력들 참 좋다. 저렇게 자전거를 많이 타니 심폐기능이랑 다리가 튼튼해서 축구를 잘 하나?” 하는 아재스러운 상상을 해 본다.
잠시 공원을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 딸을 깨웠다. 같은 숙소에 들어온 사람은 다들 조용한 사람들이라 도미토리 안은 절간처럼 조용했다. 어젯밤에 밖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놀던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다만, 담배에 너무 관대한 나라라서 유스호스텔 앞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오가는데 괴롭다.
유스호스텔의 허름한(?) 아침을 먹고 가까운 곳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도착 첫 날이니 시차적응도 할겸 무리하지 않고 가까운 반 고흐 미술관과 국립 미술관 두 곳만 보기로 했다. 습도가 낮아서 서늘했던 아침은 해가 뜨자 금방 더워졌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고흐 미술관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금방 표를 사서 입장했다.
고흐 미술관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만든 건물이었고, 초록 잔디가 넓게 깔린 마당을 갖고 있었다. 반 고흐의 수 많은 작품을 전시해 놓은 미술관은 한국어 가이드북과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내용에 늘 실망을 해서 이번에는 오디오 가이드는 생략했다. 전시관 안에는 현미경으로 유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현미경을 움직이면 커다란 모니터에 안료의 재질, 색깔, 붓의 움직임, 덧칠 횟수, 물감의 농도 등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이 나라는 진위를 가리는 기술이 이 정도로 과학적이다. 문외한이지만 놀랍다.
점심을 먹고 나머지 전시실을 돌아 본 뒤에 밖으로 나와 국립미술관으로 걸어갔다. 암스테르담 랜드마크인 I amstredam 문자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고흐 미술관이 현대적 디자인을 한 건물이라면 국립 미술관은 중세 왕궁 건물처럼 생겼다. 미술관 안에는 역시나 좀 전에 봤던 고흐 자화상이 걸려 있다. 어느 게 진짜인가? 둘 다 똑같은 포즈의 자화상인데 여러 장을 그렸나?
국립 미술관에는 100여년간 독립전쟁을 통해 16세기 후반에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벗어던진 네덜란드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전제군주제 국가의 귀족계급에게 착취당한 역사가 거의 없어서 그런 것인지 그들 문화재의 대부분은 거대한 조형물이 아니라 회화 작품이었다. 작은 신생국가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강국들과 처절한 투쟁을 치른 흔적을 거대한 화폭에 사실적으로 담은 해전 묘사가 다른 나라 미술작품들과 다른 독특함을 보여 주었다.
서유럽의 막강했던 제국들과 달리 웅장하고 거대한 조형물은 거의 없다. 그들이 치른 수많은 전투의 고단함을 기억하듯 많은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은제품과 뒤늦게 일본의 영향을 받아 만든 아름다운 도자기들이 미술관 한 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은 왕국의 검소하고 단단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이었다.
국립미술관 관람은 오후 5시가 마감이었다. 마지막 30분은 달릴 듯이 구경을 했다. 미리 정보를 파악했더라면 국립미술관(오후 5시 폐관)을 먼저 보고 고흐 미술관(오후 9시 폐관)을 보았을텐데 거꾸로 하는 바람에 둘 다 충분히 보지 못해 아쉽다. 인생이 뭐 그렇지...
저녁 먹으러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미술관 앞에 있는 공원 분수대에 걸터 앉아 다른 사람들처럼 양말을 벗고 발을 담궜다. 미지근한 물이 마치 탁족 때처럼 기분이 좋다. 구조원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와서는 공을 던져서 받아오는 걸 시키고 있다. 잘 훈련받은 개인듯한 몸동작이 훌륭하다. 우리 옆에는 일본에서 온 젊은 부부인 듯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기가 물 속에 뛰어 들어가 텀벙텀벙 뛰어 논다. 둘은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마침 비스듬히 넘어가는 햇살이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던 I amsterdam 로고 주변도 한산해졌다.
예전 같으면 유레일패스 끊어서 미친 듯이 돌아다녔을텐데 이젠 그런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네덜란드는 민중 항쟁으로 독립을 쟁취해서 그런 지 귀족 문화도 강하지 않고 음식 문화 역시 내 세울 것이 없는 듯하다. “네덜란드 고유 음식이 뭐가 있지?” 라는 물음에 딱히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 청어절임(Haring) 정도가 떠오르는 음식인데, 저녁을 먹으러 나선 길에는 인도네시아 식당이 많이 보일 뿐 뚜렷한 식당이 없다. 그리고 중심가 반경 1km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주 현대적인 건물들 뿐이다.
구글링을 통해 평판이 좋은 가까운 seafood 레스토랑을 찾아 갔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앞으로 1시간 정도 있어야 자리가 난다고 하는 대답이 계속 돌아 온다.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고 우리도 다른 가게를 찾아보러 돌아다니다 10분쯤 뒤에 갔더니 주방 앞에 있는 횡테이블에 앉겠냐고 해서 얼른 그러마고 대답해 자리에 앉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전화번호 남기고 문자료 알려줄텐데 여긴 그런 건 안하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해 준 곳이었지만 메뉴는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고 가격도 상당히 비쌌다. 다만 보기와 달리 기름기가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배가 부른 메뉴였다. 음식 사치와는 거리가 먼 나라 같은 그런 느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자전거 속도가 엄청나다. 마치 전투를 치르는 듯 사생결단 같은 분위기로 달린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투박한 자전거인데 앞 뒤로 짐 싣는 곳이 달려 있다. 그 투박한 자전거를 타고 스쿠터나 오토바이 같은 속도로 경쟁을 하며 질주한다. 신호등은 자전거 우선이고 차는 뒷전이다. 좁은 길이라 차가 질주할 수 있는 그런 곳은 보이지 않는다.
살아서는 불행했던 사람, 죽어서 영광을 누리는 인상파의 거장 반 고흐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현미경 관찰 체험 장소
그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안료의 성분, 재질, 붓질 방향, 횟수, 덧칠 등 세밀한 구조를 볼 수 있다.
반 고흐 미술관은 내부 촬영을 금지한다.
전시기간을 알리는 대형 걸게 그림
반 고흐 미술관에서 밖을 내다 보면 아름다운 잔디밭이 보인다.
이 곳은 본델파크에서 가까운 박물관 거리 구역에 있다.
반 고흐 미술관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관람객이 점점 많이 들어온다.
현대 건물과 옛 건축물이 조화롭게 어울린 반 고흐 미술관
미술관 밖으로 나오면 저 멀리 국립 미술관이 보인다.
반 고흐 미술관에서 300m쯤 떨어진 곳이다.
암스테르담(Amsterdam)의 스펠링을 이용해 "나는 암스테르담에 있다"라는 연상을 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로고.
암스테르담 시내 여러 곳에 이런 랜드마크가 있다.
국립 미술관은 옛 왕궁 건물을 이용해 만든다.
반 고흐 미술관과 달리 국립미술관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작품을 촬영할 수 있다.
반 고흐 미술관에도 이와 똑같이 생긴 반 고흐의 자화상이 있다.
어느 것이 진짜일까? 둘 다 진품일까?
작품명 : Two Mothers
빈 바구니와 어린 아이, 그리고 강아지를 안고 걸어 가는 어부의 아내,
그리고 옆에는 강아지의 어미가 새끼를 올려다 보며 주인을 따라 걷고 있는 모습
17세기, 일본의 영향을 받아 화려하게 장식한 도자기가 네덜란드에 유행했다.
영국, 에스파냐, 프랑스와 같은 유럽 강대국들과 치열한 해상권 다툼을 벌였던 네덜란드의 흔적
다양한 화포를 진열해 놓은 곳
동인도 회사를 이용해 인도네시아를 침략했던 네덜란드에 맞서 싸운 저항군들이 들었던 각종 창
창에는 화려한 그림과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네덜란드와 싸웠던 인도네시아 현지 주민들의 모습
네덜란드인 15,000명에 맞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200,000명이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자바 전쟁(1825~1830년)
일본 도쿠카와 막부가 쇄국정책을 써서 나가사키에 건설한 데지마 섬.
일본은 네덜란드 상관을 통해 제한적으로 유럽과 교역을 계속했다.
일본 데지마 네덜란드 상관을 재현한 모형
네덜란드 왕실의 화려한 그릇
네덜란드 왕실에서 사용한 화려한 은제 그릇
네덜란드 왕실의 금제 그릇
국립미술관 복도에 있는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17세기 일본이 수출한 도자기는 네덜란드 도자기 산업과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주었다.
청화백자
아시아 무역과 제국주의 침략에 뛰어들었떤 네덜란드 상선들
유럽 상선들은 이슬람이나 아시아의 상선들과 달리 40~100여문에 달하는 엄청난 화포를 장착하고 있었다.
국립미술관 출입문
자전거로 통행 할 수 있는 도로로 사용한다.
국립미술관 앞 정원에서 바라본 국립미술관
국립미술관 앞 뜰에는 시원한 분수가 아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하늘은 그지 없이 맑고 아름다웠다.
미세먼지가 없는 하늘은 어디를 봐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일주일 전에 비해 5~6도 정도 높은 기온 때문에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탁족을 한다.
우리도 양말을 벗고 발을 담궜다.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자전거를 정말 무섭게 탄다.
엄청난 속도로 스쿠터와 경쟁을 할 정도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속도 경쟁을 하는 것 같이 보일 정도다.
도로는 분리선, 자동차길 한 차선, 자전거길 한 차선, 그리고 보행자 도로다.
신호는 자전거, 사람, 그리고 자동차 순서로 표시하는 것 같다.
자전거를 빌려 탈 생각을 했던 나는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속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네덜란드 전통 식단 따위는 없는 것 같다.
유명한 seafood bar에서 저녁을 먹었다. 음식 값이 우리 보다 비싸긴 한데 신기하게 저렇게 적은 양인데도 배가 부르다.
잠깐 잠깐 쉬는 틈에 물에 레몬즙을 타서 마시며, 웨이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많은 손님 때문이다. 샐러드 가운데 유럽 오이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오이에 가끔 섞여 나오는 쓴 맛이 없다.
딸이 시킨 새우 요리. 중간 크기가 제일 맛있다고 추천해 줘서 선택했는데 올리브유를 뿌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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