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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산불 이후에 생기는 숲의 2차 천이(인왕산)

by 연우아빠. 2025. 3. 23.

2023.04.02. 11:50분경에 서울 인왕산 북사면에서 산불이 났었다.
산불이 지나가고 나면, 사람이 손을 대지 않더라도 자연의 힘으로 복구작업이 일어난다.
연구모임을 하는 숲해설가 동기 5명이 2년 사이에 인왕산 산불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을 하러 갔다.

처음에 8명이 가겠다고 했으나,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5명만 인왕산 아래에 모여서
토요일(3.22.) 아침 9시에 산길을 올랐다.
이날 서울은 낮 최고 기온이 17도 정도 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인왕산에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처음 만나는 다른 등산객 모임 참가자에게 귤을 얻어 먹고
감사 인사를 남기고 산 위로 올라갔다.
산 정상을 지나 북사면에 있는 산불 자리까지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와 공동 관심사인 나무와 풀에 대해 주고 받으며
올랐다. 그러고 보니 인왕산은 무려 20년만에 정상에 올라 온 듯.
개방 초창기에는 경비초소가 곳곳에 남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인왕산 북사면, 2023년 4월에 불 탄 숲
산불에 노출된 소나무가 껍질이 떨어진 채 서 있다
불에 탄 숲에는 이런 이끼 종류가 제일 먼저 날아와 자리를 잡는다.
사람이 손 대지 않아도 숲은 복원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끼류가 나타나는 것이 숲의 천이가 시작되는 첫번째 현상이다.
불에 탄 소나무는 죽지만, 그 아래에 어린 소나무가 자리를 잡고 2년쯤 자랐다.
산불이 지나가면 흙은 더 메마르게 되고 척박한 땅에는 햇빛을 가리는 숲이 사라지기 때문에 많은 햇빛을 좋아하는 음수림이 자리를 잡는다. 이 어린 소나무는 햇빛이 비치는 45도 각도로 자란다.
리기다 소나무는 강한 생명력 때문인지 솔잎을 냈다.
어린 소나무와 함께 풀이 자란다. 숲의 천이는 이끼류, 1년생 초본, 다년생 초본, 소나무 같은 음수림 그리고 양수림 순서로 나타난다고 배우는데, 넓은 지역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함께 자라는 모양이다. 하긴 누가 순서대로 들어오라고 줄 세우는 것이 아닐테니.
불에 그슬린 소나무 밑둥 부분에 이끼가 땅과 소나무 껍질을 덮었다.
따뜻한 햇빛을 잘 받는 곳에 초본류가 자리를 잡고 낙엽을 이불 삼아 자란다. 숲은 인간이 손대지 않으면 스스로 원상복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관찰을 마치고 개미마을 전주슈퍼에서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고 동료들과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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