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5박 6일(5) - 뱀사골 트래킹 / 8.13일
그래, 어젯밤에 엄마에게 가위바위보 이겨서 야전침대에서 자 본 느낌이 어떻하뇨?
13일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오늘 밤에 달을 보며 자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아내는 괜찮다고 한다.
태풍의 여파와 휴가 중간에 출근을 한번 해야 했던 관계로 천왕봉에 올라보자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오늘 비가 온다니 밖으로 나가기도
귀찮아졌다. 오전을 빈둥빈둥 하며 지내보니 그것도 나름 괜찮다.
해발 700미터 고지라서 그런지 기온은 더욱 서늘하다.
점심을 먹고 나가기 귀찮다는 딸은 다락방에서 공부하라고 남겨두고 아내와 나, 아들 이렇게 셋이 뱀사골 트래킹을 나섰다.
원래 화개재까지 가는 코스지만, 체력도 떨어지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와운마을까지만 가기로 했다.
뱀사골 계곡을 지나 와운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이 깊은 산 속에도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다.
안내 표지판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잘 생긴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다른 여행객들은 직접 소나무를 안아본다. 어른 세사람이 손을 맞잡아도 닿지 않을만큼 굵다.
아이폰 카메라로는 담기에 벅찬 크기
할머니 나무와 할아버지 나무가 30m쯤 떨어져서 자라고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기 전에 잽싸게 인증사진 하나 찍고....
아들을 어르고 달래서 몇년만에 겨우 한장 건진 부부 사진.
짧은 트래킹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내려가던 도중에 마을 입구에서 누군가 흘린 작은 토마토 하나를 발견했다.
경사로 위에 놓아두니 잘 굴러 내려간다.
재미를 붙인 아들은 풀밭에 멈춰 선 토마토를 다시 경사로에 굴렸다.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던 토마토는 각도가 잘 맞았는지 S자로 휜 길을 따라 한참을 굴러 내려갔다.
그러다가 실수로 그만 토마토 한쪽 귀퉁이를 밟아 터지고 말았다.
한때 유투브에서 인기를 끌었던 토마토와 오렌지 비디오를 흉내내며 아들을 비난했다.
"토메이토, 토메이토, 아 유 오케이?"
"살인자, 넌 토메이토를 터뜨려 죽이고 말았어...ㅋㅋㅋ"
아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고, 작은 토마토 하나 덕분에 내려오는 길이 짧게 느껴졌다.
6시가 넘어서 입구에 도착했더니, 주차장을 지키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뱀사골 트래킹을 할까 해서 대기를 걸어 놓았떤 지리산 달궁 야영장에서 예약을 하라고 문자가 왔지만
지나가면서 본 달궁야영장은 난민촌 같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안하길 잘 했다 싶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산내면 하나로마트에서 음식재료를 몇가지 사겠다고 내린 아내는
또 과일이랑 먹을거리를 주렁주렁 샀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꾸 살이 찌는 거라구!!!!
휴가 출발 전에 감기로 고생했던 아내가 지리산에 머문 몇일 사이에 많이 좋아졌다.
오늘 밤에 발코니에서 꼭 자겠다고 해서 비 올 것을 대비해 비닐장막을 다시 세팅했다.
저녁을 먹고 발코니 야전침대에 누우니 상쾌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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