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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여름휴가 첫날..가리왕산 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11. 8. 16.

2011년 여름휴가 : 8월10일~8월15일(5박6일)

정선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8.10~8.12)
봉화 청옥산 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8.12~8.15)

산림청(자연휴양림관리사무소)의 특이한 예약 시스템 탓에 5일간 매일 09:00에 야영장 데크를 예약해야 하느라 많은 신경을 썼다. 매일 같은 데크를 잡지 못하면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데다가 15:00까지 현장 도착해서 결제하지 않으면 자동취소 되는 이해불가한 예약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누구는 목숨을 건 질주를 유발하는 야영이라고 항의 글도 올렸던데....개선 의견을 냈는데도 종합개선대책 마련할 때까지 현행 유지 한다는 회신이 참 실망스럽다. 국립공원 야영장은 한달 단위로 예약을 받고, 예약금은 사전 결제 시스템으로 운영하는데 휴양림 야영장은 매일 예약을 받고 오직 현장에서만 결제를 하는 방식이니 장거리 야영여행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예약 하는 중간에 출장이 있어서 주은아빠, 은주아빠 도움으로 겨우 옮기지 않아도 되는 야영데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휴양림을 이동할 때 이동 중간 경로에 볼 수 있는 여행지는 생략했다가 다시 와야 하는 시간 낭비는 필수다. 가리왕산과 청옥산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실시한 콘도 추첨에 당첨(대명 설악)되었으나 반납(그 숙박비로 야영하면서 맛있는 것 사먹자는 생각)할 정도로 야영의 매력은 정말 크다.


2011.8.10(수)
올해는 6월 초에 희리산 몽골텐트 정모 때 야영한 번 해보고 제대로 된 야영은 이번 휴가가 처음이다. 그래서 일주일전 주말에 물품들을 하나하나 체크해서 없어진 것을 채워 넣었는데 그래도 몇 개는 빼먹고 갔다. 첫 야영이라는 기대감은 큰데 주간 예보에는 휴가기간 동안 이틀은 비가 온다고 한다. 데크를 다 덮을 수 있는 타프가 있으니 침낭이 좀 눅눅해 지는 것 외에는 이상없다고 위로하며 돌아다니기에는 땡볕이 아니라서 더 좋을 수 있다고 최면을 건다.

짐을 줄이기 위해 우중 캠핑의 필수품인 타프를 치는데 사용하는 폴을 2개만 가져갔다. 사각형이라 6개가 있어야 제대로 칠 수 있지만 치고 걷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2개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헥사 타프처럼 팩 박는 숫자를 최소화하고 스트링만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사진빨 안 받아도 편한게 더 좋다는 생각으로...

이번 여행은 휴식에 목적을 두고 휴양림 안에서만 놀겠다는 생각으로 책 몇권을 챙겼으나, 준기는 아빠에게 휴가일정을 듣고 나서부터 지도 챙기고 날짜별로 가보고 싶은 곳을 정리해 나에게 보여 준다. 주변지도도 착실하게 챙겨 놓았다. 이번에도 열심히 돌아다녀야 할 휴가인가 보다.

3시까지 도착해야 하니 중간에 어디 들러 보기도 어정쩡하다. 여름이라 기다리는 사람 없는 심순녀 찐빵을 한상자 샀다. 평창 읍내에서 모범식당 간판이 붙은 음식점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소불고기 백반집인데 단맛이 너무 강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먹고 농협에 들러 작은 수박하나를 샀다. 냉장고는 없지만 강물이 차가울테니 담궈뒀다가 먹어야겠다.

2시 거의 다 돼서 휴양림 도착했다. 여전히 간결하고 깔끔한 친절함이 돋보인다.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 쓰레기 봉투를 따로 팔지 않는다. 휴양림 갈 때마다 쓰레기 봉투 반의 반도 못채우는 쓰레기 때문에 봉투를 낭비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늘 찝찝한데 여기는 아주 맘에 든다. 쓰레기는 종류별로 지정 장소에 모아 두면 청소하는 분들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하고, 재활용은 재활용대로 음식물은 음식물대로 분리수거 한다. 3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훌륭한 방법이 다른 휴양림으로 전파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3년전에 비해 오토 캠핑장에 있는 나무들은 많이 자라 예전보다 그늘을 많이 드리운다. 데크 뒤쪽에도 약간 공간을 두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울타리를 데크에 바짝 붙여 만든 탓에 타프 치는 사람들에게 아쉬움이 있다. 데크에 딸린 식탁에는 예전과 달리 비치 파라솔을 펴 놓았다. 캠핑장은 그렇게 치열한 예약과정을 거쳐 취소분 하나 없이 빽빽하더니 막상 현장에서는 선착순 미 예약자들에게 자리를 내 주고도 빈 자리가 있다.

사이트 구축을 끝내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번 휴가는 엄마를 왕비로 만들겠다. 각자 자기 일을 잘 챙겨서 하고, 엄마는 요리, 설거지 없다. 엄마도 휴가가 필요하다.”


접이식 의자로 어디를 가는 거니?


접이식 의자 옮겨타기로 차 있는 곳까지 가는 거죠.


방학 때마다 설거지를 번갈아 가면서 했던 두 아이는 동의했다. 수박을 야영장 뒷산에서 내려오는 물 위에 올려 두었다. 이 물은 옛날 탄광에서 나오는 갱내수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염려가 있으니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하라는 안내판이 있는데 물에 직접 닿지 않도록 설거지 백에 넣어서 돌로 고정시켜 놓으니 4시간 뒤에는 천연 냉장고처럼 시원하다.

샤워를 하고 계획대로 가져온 책을 꺼냈다. 준기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 나는 <마당을 나온 암탉>. 연우와 준기 세대 아이들은 거의 다 읽었다고 하는 책이고 교과서에도 오르게 되었다는 황선미 씨의 동화. 가족이 함께 보려다 이리저리 일정이 맞지 않아 준기와 아내만 본 영화. 이 책은 양계장에 갇혀 알만 낳던 암탉 잎싹이 자신이 낳은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키우겠다는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 안에는 잎싹의 굳은 의지와 희망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도 잘 그렸지만,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고 사악한 적으로 보이는 상대도 처절한 생존투쟁을 하고 있다는 이해와 공감을 통해 다름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자기의 소중한 꿈을 지키기 위해 남은 목숨을 던지는 희생을 통해 어머니의 자기희생과 지극히 이타적인 죽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린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고 한다. 이 책은 잎싹의 죽음을 미화하지도 않았고, 죽음이 끝이라는 설정도, 단순히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닌 설명하기 참 곤란한 느낌을 전한다. 세대와 세대를 넘어 세상은 이어지고 누군가의 배려와 보살핌은 결코 일방적인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며, 나와 다른 생명체가 공존하고 경쟁하는 것이 어떤 모습이면 더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아마 10년 단위로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그 느낌은 세대별로 또 다르지 않을까 싶다. 얇은 책이지만 결코 얇지 않은 책.


준기가 읽은 책, 그리고 영화를 못봐서 궁금했던 <마당을 나온 암탉>



책 읽는 즐거움...고요하고 맑은 휴양림 안에서 즐길 수 있는 휴식과 여유



휴양림 야영장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독서, 그늘에서 낮잠자기, 배드민턴치기
아내에게도 가사에서 해방된 휴가가 필요하다.



산을 돌아본다. 변함없이 아름답고 높지만 거대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흐르는 물은 스위스 알프스 자락의 어느 풍경 못지않게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산이 별 영양가도 없는 동계올림픽 잔치 한번에 만신창이가 될 판이다. 국제경기 기준에 맞는 스키 슬로프를 만들려면 이 가리왕산 중봉의 아름다운 나무와 숲을 밀어야 한단다. 내가 정책결정권자라면 이런 올림픽 절대 유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국제대회에 목을 메야 하는 나라도 아니고, 수백년 보전해 온 유전적 희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숲이 아닌가?


국립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 가운데 연우가 제일 좋아하는 곳.
3년전에 비해 나무가 더 자라서 갈수록 야영장 선호도가 높아질 듯


각 잡는 것보다 편한 것을 추구하는 우리 사이트
파라솔은 휴양림에서 데크마다 마련해 둔 식탁에 있는 것인데 타프를 치느라 내려 놓았다.


 
올해 들어 이상하게 좌우 무릎이 번갈아 가면서 시큰 거린다. 거기에 비례해서 높은 산에 대한 등산을 조금씩 망설인다. 저 산 정상에서 비박을 하며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파괴되어 사라지기 전에 눈에라도 담아두고 싶은데....

팩으로 파는 생협 추어탕으로 저녁을 먹으니 너무 간단하다. 휴식이 목적이었으므로 10시쯤 잠을 청했다. 그런데 오늘 8월10일인데 왜 이렇게 더운 거지? 짐 부피를 줄이려고 나는 얇은 침낭을 가족용은 겨울침낭을 가져왔는데 얇은 침낭을 완전히 펴서 덮는 것도 부담스러울 만큼 기온이 높은 느낌이다. 정말 오랜만에 꿀 맛 같은 야영 취침의 세계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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