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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봉화 청옥산휴양림 가는 길

by 연우아빠. 2011. 8. 18.

2011.8.12(금)


봉화 청옥산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 길


오늘은 준기 생일. 연우와 준기 생일은 늘 여름 휴가철과 겹쳐 밖에서 차리는 경우가 많다. 어제 다하누 촌에서 덤으로 받아온 떡갈비 두장을 후라이팬에 튀겨서 생일아침 별식으로 주었다. 미역국은 청옥산에서 저녁 때 먹기로 하고 철수를 했다. 다행히 잔뜩 흐리기만 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정선 시내를 지나가야 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강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구경을 했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지붕도 덮고 바닥도 정비해서 깔끔했다. 정선 장날은 널리 알려진 편이라 규모도 제법 크고 사람들도 북적거리는 모습이 번화가처럼 활기가 넘친다. 설렁설렁 구경하다가 반찬 거리가 될만한 것을 골라 된장과 곰취장아찌를 샀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간식으로 가끔 해주시던 밀전병이 보여서 장떡과 함께 샀다. 점심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라 차 안에서 먹으며 깊은 산길을 달려 남쪽으로 내려갔다.

59번, 35번, 31번 국도를 달리며 본 풍경은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티롤지방보다 더 멋진 풍경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으로 느낌을 전달해야 하는 그런 풍경. 내 어릴 적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지나 다녔을 귀에 익은 지명들을 보며 이런 아름다운 풍경도 고단한 삶의 위로가 되주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폐광촌의 버려진 연립동 건물과 짙푸른 청록색 풍경이 오버랩된 어린 시절의 강원도 두메산골 기억이 단편적으로 생각나지만 지금처럼 상쾌하지는 않았다. 매년 이런 느낌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이 길을 될수록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넘고 터널을 지날 때마다 비가 오다가 맑았다가 하는 변화무쌍한 날씨.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국지적인 날씨 변화가 너무 심하다. 휴양림 데크 때문에 이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차를 멈춰 구경하는 것도 불안한 상황이 좀 짜증났다. 모든 사람의 다양한 여행패턴을 다 맞춰줄 수는 없겠지만 자유로운 여행과 휴식을 위해서도 이런 야영데크 예약 시스템을 빨리 바꿨으면 좋겠다.

몇일 전 우진맘님이 소개해 주신 태백 고갈두 식당이 청옥산 내려가는 길에 있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대기자는 8가족.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아내가 좋아하는 갈치조림과 고등어 조림을 시켰다. 역시 강원도 음식답게 짜다. 게다가 강한 매운 맛이 혀를 마비시킨다. 미각이 뒤떨어지고 음식을 맛있게 하지는 못하는 처지지만 짜고 맵고 단 음식은 사람의 혀를 속이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인공 조미료와 감미료, 그리고 강한 매운맛에 마비된 혀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자극적인 맛을 제공해 유명해진 음식점이 많다. 그런 음식은 독재자의 맛이다.

매운 고추와 재료 고유의 맛을 죽이고 사람의 미뢰를 속이는 음식이 우리 주변에 너무 널렸다.(8월15일에 들렀던 우진맘님 댁에서 먹었던 점심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의 모범을 맛보았다. 재료의 본래 맛과 향이 살아있고 조화로운 맛. 섞어 먹어도 짜지 않고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간과 맛. 그런 음식이 대접받았으면 좋겠다)

고갈두의 음식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이런 음식을 그닥 선호하지 않을 뿐...그래도 남이 해 주는 음식은 좋아한다. 현실적이면서도 이중적인 태도. 훗.

준기가 가고 싶어하는 지명이 곳곳에 보이는데 내일 이 길을 다시 되짚어와야 한다. 훌륭한 야영장 예약 시스템 덕분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셈. 내려가면서 천천히 보고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장성터널을 지나 그림같이 아름다운 길과 풍경에 연신 감탄하며 청옥산으로 들어갔다. 이 먼곳을 언제 다시 와볼까 했던 곳을 너무 자주 오는 셈이지만 그래도 참 볼 때마다 아름답다. 야영비를 결제하는 동안 보슬비가 내린다.


매일 밤마다 비가 왔던 청옥산휴양림

254번 데크 앞에 도착하니 보슬비가 갑자기 제대로 된 비로 변해 쏟아진다. 차에서 뛰어나가 비닐하우스용 비닐로 잽싸게 데크를 모두 덮었다(이 비닐은 유진아빠께 몇 년전에 얻은 것인데 이번 여행 때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젖으면 그만큼 눅눅해지니 데크를 뽀송뽀송하게 유지하는게 상쾌한 야영의 기본. 이젠 여유를 갖고 사이트 구축을 시작했다. 1년 만에 치는 타프로 각도를 잡자니 힘들다. 각도 안 나와도 데크와 텐트를 덮고 활동 공간만 잘 잡을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쳤다. 오는 도중에 영주 사는 막내 동생에게 생각 있으면 놀러 오라고 불렀다. 동생은 목살과 준기 생일케이크를 사가지고 왔다. 짙은 구름이 끼어 날이 일찍 어두워진다.

타프와 대형 비닐로 비를 피하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함께 저녁을 먹고 생일축하를 해 주었다. 삼촌이 사온 생일 케이크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준기. 게다가 귀여운 동생까지 함께 왔으니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천둥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자주 번개가 지나가는게 보인다. 동생이 영주로 돌아 간 뒤 사이트 구축하느라 흘린 땀을 씻으러 샤워장을 찾았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 관리하는 분이 들어오더니 샤워는 밤 9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단다. 공동 숙소도 아니고 별도로 독립된 건물인데 왜 그래야 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 온수 제공 시간을 제한한다면 모르겠지만...

2008년에 청옥산에서 야영한 뒤 이 곳은 오토캠핑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전체적인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른 상태에서 예약을 한 탓에 제일 싫어하는 계곡 바로 옆 데크를 예약한 것이다. 밤이 되자 계곡의 물소리는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밤새 계곡을 울리는 물소리에 엄청난 폭우가 내리는 줄 알았다. 새벽 1시 반쯤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더니 하늘에 별이 보인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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