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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16일째) 시용성, 이야기가 있어서 아름다운 곳

by 연우아빠. 2010. 8. 28.

□ 2010.7.11(일)

 

오늘은 스위스 여행 마지막 날.
연우의 친구 수연이 엄마께서 추천하신 몽트뢰와 시용성을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준기는 다시 베른에 꼭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간 나라는 오스트리아 빼고 수도는 다 가봤는데 스위스도 수도인 베른을 가봐야 한단다.
곰의 도시인 베른에서 곰도 보고 분수 시리즈도 봐야한다고.

어제 늦게 도착해서 아침에 먹을 음식을 사 놓지 못했기 때문에 일찍 중앙역으로 나가 Coop에서 음식을 사기로 했다.
기차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몽트뢰를 가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가자는 아내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튕기며 호스텔에서 2프랑 동전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스위스연방 철도 사이트에서 루체른-베른-로잔(몽트뢰) 구간을 검색하고
내일 Arth-Goldau에서 출발하는 밀라노행 기차시간과 출발플랫폼도 확인해 두었다.

 

다행히 루체른 - 베른 - 로잔 구간은 고속열차가 다녀서 거리는 멀었지만 시간은 인터라켄 갔다 오는 것과 거의 같았다.
몽트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베른에 들르기로 하고 Coop에서 샐러드부터 과일까지 푸짐한 음식을 샀다.
역시나 익숙하지 못한 여행자를 위해 장을 보던 사람들이 바나나 무게를 달아서 가격 태그를 뽑아주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45프랑으로 아주 푸짐한 음식들을 사들고 기차에 탔다.
로잔행 기차는 베른까지 1시간 남짓걸렸다. 가는 도중에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긴 아무리 작은 동네도 천연잔디 구장이 있다. 부럽다.
베른 중앙역을 떠나며 준기는 베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따가 올께!”

 

다시 한시간 쯤 지나서 로잔에 도착했다.
지역 기차로 갈아타고 브베를 지나 몽트뢰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20분.
오른쪽으로는 바다처럼 넓은 제네바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왼쪽은 언덕진 비탈길로 모두 포도밭이었다.
드디어 몽트뢰역.
역 앞에서 잠시 방향을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사람들이 길을 건너 건물사이에 있는 좁은 계단으로 많이들 내려간다.
그리로 내려가니 눈 앞에 제네바 호수가 보이고 우리나라 유원지를 방불케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노점상들, 자전거를 타고 시용성까지 가보려고 했지만 인포메이션이 찾기가 어려웠다.

 

날씨도 덥고 주변도 복잡하고 배도 고프고. 시용성까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주변 환경이나 아내의 기분을 보니 안될 듯.
10여분쯤 호수 주변을 걸어 시용성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점심이나 먹고 가기로 했다.
거기에 마침 인포메이션이 있어서 지도를 얻고 설명을 들었다. 

길 건너 쪽에 사람들이 좀 있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프랑스어 지역이라 그런지 프랑스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품위 있는 웨이터 할아버지의 서비스를 받으며 피자와 스파게티 2인분을 시켰다.

웨이터께서 2개 밖에 시키지 않느냐고 물어보면서 프랑스말로 뭐라고 열심히 얘기를 하신다.
붐비는 점심시간에 2인분 밖에 주문하지 않아 좀 미안했는데 내 온 음식을 보니 1/2로 나누어 주면 되냐고 물어 보셨던 모양이다.
주문한 피자와 스파게티를 1/2씩 나눠서 네 접시에 똑같이 내준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웨이터가 너무 멋있단다.
뭐랄까? 품위와 전문가로서의 위엄이 보인다고 해야하나?
암튼 거대한 느티나무가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처럼 멋진 모습.
유럽 여행 중에 만난 웨이터들의 모습에서 전문가들의 멋진 포스를 느꼈는데
이 할아버지 웨이터를 보고서야 아이들은 아빠가 설명해 준 전문가로서 유럽의 웨이터에 진정으로 공감을 느낀 것 같다.
“저 할아버지 웨이터 정말 멋지다”

 

음식을 먹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아내가 카드로 결제를 했는데 팁을 줬냐고 물어보니 그냥 음식값만 계산했다고.
다른 사람 서빙하느라 바쁜 그 분에게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식당을 나왔다.
팁을 꼭 드렸어야 했는데..

 

더워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2~3대를 연결한 궤도 버스와 트램이 자주 다닌다.
1번 시내버스를 타고 물었더니 친절한 기사가 차표 끊는 법을 가르쳐 주더니 출발한다.
차 맨 뒷 칸에 있는 기계 앞에서 사용법을 몰라 이리저리 고민하고 있는데 주변 승객들이 다가와 도와준다.
프랑스 말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가르쳐 주는 방법을 보니 자기가 가는 구간을 지도에서 보고 구간 번호를 입력한 다음
표시된 돈을 기계에 집어 넣으면 승차표가 나오는 방식.
어딜가나 이웃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유럽사람들이 많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도착한 시용성.

 

해자를 둘러 제네바 호숫물을 끌어들여 섬으로 만들었다.
가족관람권은 일반 입장권에 비해 많이 싸다.
매표소 할아버지가 “한국사람인가요?”하고 물어 보더니 그렇다고 하자 한국어 안내 팜플렛을 내 준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월드컵 효과?

 

팜플렛에는 성 내부에 1부터 46까지 번호를 붙여 놓았다.
각 번호마다 위치와 설명이 나와 있어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없어도 충분히 이해하며 돌아볼 수 있는 편리한 안내지도 였다.
덕분에 좀 빈곤하게(?) 보이는 시용성을 우리는 화려한 성보다 더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번호 순서대로 차례로 들러 꼭대기까지 올라가면서 들여다 본 귀족이나 영주의 삶은 그닥 화려해 보이지도 않았다.
유럽인들이 해외 식민지를 가지기 전에 얼마나 궁핍하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고 그들이 왜 동방을 그토록 동경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탈출하기 위한 비밀통로들, 감옥들, 그리고 바이런이 쓴 시의 배경들...
시용성은 스토리가 있는 곳은 관광지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수많은 여행객이 써 놓은 방명록에 우리도 한글로 글을 남겼다.

 

몽트뢰 역으로 돌아오는 길,
아까와 같은 버스를 탔는데 기계가 전혀 작동이 안된다.
기계 앞에서 이리저리 애쓰고 있는데 한 부인이 다가와서 설명을 해 준다.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오늘 이 버스가 모두 무료라고 한다.

“Is it Free?"

"Yes. Free"

오호라, 이런 일도 있구나.


루체른에서 로잔까지 가는 기찻길을 이렇게 아름답고 아늑한 마을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겨울에 심은 밀이 추수할 때가 된 것 같네요.
마치 보리가 익은 것처럼 초록색과 누런색이 대조적이네요.



로잔 역이 얼마 남지 않았나봅니다.
아름다운 제네바 호수가 보이고, 그림 같은 마을과 포도밭이 펼쳐집니다.



김민기가 노래했지요. 검푸른 바다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라고...
제네바 호수는 맑디 맑은 날인데도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구별하기 어렵네요.



비탈지고 척박한 땅을 이렇게 포도밭으로 일궈서 오늘날 풍요로운 로잔을 만들었나 봅니다.


몽트뢰의 동네주민, 청둥오리로군요.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서 유유히 헤엄을 칩니다.


몽트뢰 역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이런 풍경이 여행객을 반깁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고르는 중입니다.
유럽의 식당들은 왜 이렇게 색깔도 아름다운지요.


사람이 많이 모여드니 이런 좋지 않은 모습도 있습니다.
쓰레기가 연안에 밀려오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이 물속에 뛰어들어 헤엄을 칩니다.
그나마 기름같은 오염물질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하늘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물 위에 떠 있는 튜브 위에 정확하게 내리더군요.


어디를 둘러봐도 한폭의 그림입니다.

 
바닷가와 똑같은 풍경이지요


몽트뢰는 비탈이 심해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아주 거세게 흐릅니다.


호수를 건너는 배를 보니 유람선을 타고 싶네요.


여기까지 제네바 호수를 따라 걸어서 시용성으로 가다가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덥기도 하거니와 베른을 가야한다는 준기 때문에 시간을 좀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관광지라 그런지 높은 건물이 좀 보이는게 다른 도시와 차이점이었답니다.


시내 버스로 불과 3~4분만에 시용성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저기 지붕이 보이는 곳이 입구입니다.


시용성으로 들어갑니다.
예전에는 여기를 통과하는 상인들에게 통행세를 받았다고 합니다.
감옥으로 쓰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원래 섬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해자를 파서 제네바호수의 물을 끌어들여 성을 외적에게서 보호했답니다.


시용성 마당입니다.
참 소박하고 빈한하게(?) 생긴 성입니다.


포도주 저장고입니다.
지금은 쓰지 않기 때문에 새로 만든 오크통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예배당이었는지 예수와 성자들의 모습을 프레스코화로 그려 놓았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영국의 정열적인 시인 바이런도 여기 갇혀있는 누군가를 위로하러 왔었다고 하더군요. 1824년이라는 연도가 씌여있습니다.


올라가는 계단들이나 통로는 이렇게 비좁습니다.


여기는 영주의 연회장이라고 합니다.
너무 소박하게 생겨서 우리 아이들이 "성주가 참 가난했나보다"라고 얘기하더군요.
하긴 중세에 스위스는 정말 힘들게 살던 나라였습니다.


당시의 모습을 그린 그림인데 그때는 바닥에 대리석을 깔았던 모양입니다.


벽난로릉 이용해 요리를 했던 모양입니다.
고기를 구웠다가는 너구리 잡기 했을 것 같은 모습이네요.
바베큐 도구를 보니 갑자기 휴양림을 여행하고 싶어집니다.


영주의 침실. 그리고 침대인데 침대가 아주 작습니다.
중세 유럽사람들은 길게 누워서 자지 않고 몸을 반쯤 접은채 침대 머리맡에 기대서 잤다고 합니다.
그래서 침대가 작다고 하는군요.


여기는 영주의 전용식당입니다.
그을린 자욱과 주방기기들이 있습니다.


연우와 준기가 세계 각국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에 한글로 방명록을 남깁니다.


여긴 무도회장.


영주의 목용탕. 고귀한 신분이 아니면 목욕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중세 유럽인들.
이들에게 그리스와 로마는 천국이었을 것 같습니다.


곳곳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사방으로 쳐들어오는 적을 감시했다고 합니다.


그 구멍으로 내다본 호수 풍경은 이렇게 평화롭습니다.


멀리까지 아주 잘 보입니다.
이런 풍경을 감시하면서 봐야 했다니 좀 불쌍한 느낌이 드네요.


스위스의 멍멍군도 헤엄을 잘 칩니다.
주인이 던지는 나뭇가지를 주워서 오는 멍멍군. 더운 날씨에 시원하겠네요.


로마네스크 양식의 기둥들.
33번이라고 숫자가 씌여 있는데 46번까지 가야 하는데 아주 많이 왔다는 얘기지요.


바깥으로 이어지고...


다시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성을 지키는 스위스 기사들이 이런 무장을 하고 다녔답니다.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거의 다 올라 온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보니 성이 제법 높군요.


성 밖을 둘러보면 이런 환상적인 모습이 사방으로 보입니다.


이제 베른으로 가야할 시간입니다. 몽트뢰 역에서 로잔을 가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역마다 다 서는 완행열차를 타고갈 생각입니다. 역 바깥쪽에 그림이 참 재미있어서 찍어 봤습니다.


역 천장에는 이런 슈퍼맨 아저씨 비슷한 조형물도 있습니다.


언덕 위에는 옛날 몽트뢰를 지배했던 성주가 살았음직한 건물도 보이고요.


무궁화꽃 비슷한 꽃이 있는데 아무리봐도 무궁화 같습니다.
무궁화 원산지가 중앙아시아 쪽이고 원래 이름도 "샤론의 장미"라고 부른다고 하죠.


완행열차를 타면 사람의 자세도 이렇게 편해집니다.
완행열차도 내부는 아주 깔끔하고 훌륭합니다.


창밖 풍경은 이렇게 목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