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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13일째) 크리스마스의 도시 로텐부르크

by 연우아빠. 2010. 8. 21.

□ 2010.7.8(목)


아침 일찍 빨래를 하러 세탁실에 내려갔다.
먼저 와서 세탁을 하고 있던 중국 학생이 이것저것 도와줘서 기계 작동을 쉽게 해결했다.
빨래를 돌려놓고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독일을 구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 장난감의 도시 로텐부르크를 가기로 했다.
로텐부르크 가는 중간에 뉘른베르크에 내려 잠시 구경하기로 했다.
독일연방철도박물관에 들어가면서부터 아내의 잔소리가 심해진다.
이런 박물관은 의왕에서도 봤는데 뭘 독일까지 와서 보냐는 볼멘소리.
애들이 좋아하잖아? 라는 말에 이왕이면 보지 않았던 건너편 독일민족박물관이나 그런데를 갈 것이지
자주 봤던 것을 왜 또 보냐고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어제 여행이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날씨도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린다.


뉘른베르크 역 가까이에 유스호스텔을 보더니 차라리 뮌헨 말고 여기서 묵으며 여행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한마디씩 한다.
옛 시가지를 가로질러 작년에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을 찾아 갔다. 점심 때가 되었기에.
작년 기억만 믿고 가다가 길을 헤맸다. 거의 30분 이상 헤맨 끝에 성 로렌조 성당을 발견하고 길을 제대로 잡았다.

아이들은 언제부턴가 엄마는 팽개치고 아빠 옆에만 찰싹 달라붙어 다닌다.
오랫동안 수영과 등산으로 잘 단련되었는지 지치지도 않고 걸음도 내 걸음과 속도가 같다.
섬 위에 있는 700년 가까이 된 레스토랑(Weinhaus Spital Nürnberg) 앞에 도착했는데, 어라?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배고프고 지쳤지만 놀란 마음에 급히 되돌아 나가 아내를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 성 로렌조 성당 앞에서 지쳐서 앉아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어제 잘츠부르크 성을 올라갔다 온 일이 크게 힘들었던 모양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낯익은 웨이터가 와서 우리를 강이 보이는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
독일 음식이 양이 많은 것을 고려해 서로 다른 음식을 3개 주문했다.
나온 음식은 좀 짠 것 빼고는 맛있었다.
시원한 감자 요리는 더위에 지쳤을 때 먹어서 그런지 참 좋았다.

시간만 잔뜩 낭비하고 뉘른베르크에서 별 소득도 없이 로텐부르크로 가기 위해 역으로 돌아갔다.
가는 도중 바우데와 도이터 배낭을 파는 매장이 보였다. 시간만 있으면 저기서 사고 싶었던 50리터 짜리 배낭을 샀을텐데.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 있는 로텐부르크. 도착한 시간은 이미 오후 5시가 넘었다.
역 앞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간식거리와 물을 사서 성으로 걸어갔다.
유명한 시계탑이 있는 광장으로 가서 계단에 앉아 쉬며 사과를 먹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르고스의 눈을 닮은 공식유스호스텔이 참 아름답다고 얘기했더니 브레멘 유스호스텔을 떠 올린 아이들이
다음에는 여기와서 그 호스텔에서 자보자고 한다.
몇 년전에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던 마리오네트 줄 인형을 여기에서 사 갔었는데 그 가게가 어디냐고 묻는다.
하이델베르크에서 봤던 쾨테 볼파르트 장난감 본점이 이 성안에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쾨테 볼파르트 장난감 가게는 입구부터 아이들에게 멋진 인상을 준다.
사람크기 만한 호두까기 인형이 여전히 입구를 지키고 있고 선물을 가득 실은 1930년대 자동차가 길 앞을 지키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동화 속에서 나올 법한 환상적인 장난감에 아이들이 탄성을 계속 지른다.
아이들과 조카들, 그리고 두 아이의 학교 친구들을 위해 선물을 사려고 했는데 점원들이 내부의 문을 하나 둘 닫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영업시간이 끝났단다. 이럴 수가?

문을 닫았지만 우리를 위해 좀 전에 사려고 봐 둔 물건이 있는 곳으로 점원이 문을 열고 안내해 주었다.
거기에서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
계산을 하던 매니저가 묻는다. “한국인이냐?” “그렇다”고 했더니 빙그레 웃으며 제품에 대해 사용방법과 A/S를 받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가게를 나와 건너편 작은 장난감 가게로 갔다.
유럽은 큰 가게와 작은 가게의 문 닫는 시간이 다르다.
큰 가게와 작은 가게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약속이 살아있는 나라다. 여기에서 조카들에게 살 선물을 구했다.
하지만 쾨테 볼파르트에서 아이 친구들에게 주려고 봐 뒀던 산타클로스 양초 제품은 없다.
다시 올 수도 없고...


선물을 사고 나서 아이들이 아까 봐 두었던 슈니발 가게에서 슈니발을 사 달라고 한다.
맛없는 과자라고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는데도 굳이 먹어보겠다고 해서 미니 슈니발 2개를 샀다.
그런데 맛있다고 한다. 그럴 리가? 내가 먹어봤는데?
과자를 보니 슈니발에 초코와 바닐라 같은 것을 두텁게 발라 놓았다.
3년전에 이 가게에서 사 먹었던 슈니발은 밋밋한 밀가루 맛만 났었는데 그 사이에 슈니발이 변신을 한 모양이다.

성을 나와 기차역으로 갔다.
그런데 아까 왔던 길과 좀 달랐다.
역으로 가려면 남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동쪽으로 잘못 나온 것.

나침반을 보며 길을 잡아 가는데 자전거 도로 표시만 있고 보행도로 표시가 없다.
불안했던 아내가 사람들에게 물어 보잔다.
마침 산보하던 할머니가 다가오고 있었다.
할머니께 가서 물어보니 독일어밖에 모르신다.

“로텐부르크 하우프트반호프”라고 말하며 마침 갖고 있던 타임테이블을 보여 드렸더니
“반호프?”라고 재차 묻고는 시간을 보시더니 빠르고 힘있는 목소리로 설명을 하신다.
독일어로 설명을 하시는데 자전거 도로로 계속 가서 중간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가라고 하시는 것 같다.

자전거 길로 가보니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독일은 자동차, 자전거 그리고 사람이 가는 길이 나란히 같이 있다는 사실을.
반대로 올라가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 할머니가 말하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아까 가던 길로 안가고 우리를 따라 오시네?”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가 우리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걸음도 빠르시지.

할머니는 오른쪽 길로 따라 오라고 하시더니 지역 주민만이 아는 샛길로 우리를 이끄셨다.
불과 2분도 안돼 역 앞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잘가라며 손을 흔들고는 다시 내려왔던 길로 되짚어 올라가셨다.
할머니가 너무 고마워 아내가 뭘 드리려고 배낭을 뒤졌다.
한국에서 간식으로 먹으려고 가져갔던 사탕을 들고 쫒아 갔더니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시며 기차시간 늦는다고 얼른 가라고 재촉하셨다.
“당케 쇤!”을 연발하며 할머니께 손을 흔들고 역으로 들어가 출발 2분전에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독일 사람들 무뚝뚝하다고 하더니 할머니 참 친절하시다. 독일 사람들 정말 친절하고 멋져.”
준기가 가이드 북이 틀렸다며 감동받은 듯 한마디 한다.
뮌헨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 위해 뉘른베르크에서 환승을 했을 때 또 한번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
독립된 1등칸을 쓰려고 했는데 마침 다 차버리고 3인실만 하나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일반 1등칸으로 돌아오려는데 6인실을 혼자 차지하고 있던 남자가 우리를 봤는지
자기가 쓰던 칸으로 들어가라고 짐을 싸서 나오더니 3인실로 옮겼다. 감동의 물결.
 

정확하고 편리한 시스템도 감동이었지만 이런 친절함 때문에 아이들은 독일이 제일 멋지단다. 
다시 또 오고 싶은 나라 1번으로 꼽힌 독일.
3시간 걸려 숙소에 도착해 밤 늦은 시간에 짐을 챙겼다. 내일은 스위스로 떠나는 날.


겨울의 로텐부르크(2007년 12월) -> http://foresttour.tistory.com/52

초여름의 로텐부르크(2009.6월) -> http://foresttour.tistory.com/144

초여름의 뉘른베르크(2009.6월) -> http://foresttour.tistory.com/145



아름답고 잔잔한 도시 뉘른베르크. 저 뒤에 보이는 건물에 아주 맛있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이 청둥오리는 뉘른베르크가 정말 좋았나봅니다.
철새이길 포기하고 이렇게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았네요.



세계문화유산, 성 로렌초 성당



언제봐도 아름다운 동화속의 도시 로텐부르크
타우버 강가에 자리잡은 이 작은 중세 성곽도시는 1년내내 크리스마스입니다.



작은 호텔 발코니에는 아름다운 꽃을 장식해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참 색감이 탁월하다고 감탄하게 만드는 건물색.
튀거나 촌스럽거나 눈을 피곤하게 하지 않습니다.
품위있고 격조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파스텔톤 색깔은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자 도시의 자랑입니다.
공동체의 조화를 깨지 않고 함께 정한 규칙에 따라 색을 정해서 칠한다고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지만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시청광장입니다. 왼쪽이 시청. 정면에 보이는 시계가 있는 건물이  라츠헤른 트링크스투베(연회장)입니다.
30년 전쟁 당시 이 도시를 포위한 오스트리아의 틸리장군이 도시를 파괴하지 않는 조건으로 눗슈시장이 포도주 3리터를 단번에
들이킬 것을 내걸었죠. 눗슈시장은 시민들을 살리기 위해 단번에 포도주 3리터를 마셨고 틸리장군은 약속을 지켜서 이 아름다운
중세도시가 온전하게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저 시계는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정오와 오후 3시에 틸리장군과 눗슈시장
인형이 나옵니다. 



모든 어린이에게 환상적인 장난감 가게 쾨헤 볼파르트.
모든 어른에게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죠.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작은 가게에 손님들이 몰려갑니다.
힘센 자와 약한 자가 함께 사는 공존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곳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