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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9일째) 브레멘음악대와 짧은 만남

by 연우아빠. 2010. 8. 18.

□ 2010.7.4(일)

 

브레멘에 온 이유는? 

그거야 브레멘 동물음악대 때문이지! 


브레멘은 마치 동화처럼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아침을 먹으러 유스호스텔 식당으로 들어간 우리는 앞이 탁트인 통 유리창을 통해 펼쳐진 베저강변의 아름다운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은게 아까웠다.

잠시 음식을 가져올 생각을 놓고 아름다운 베저강을 바라봤다.
이렇게 멋진 곳이었다니. 이건 별 다섯 개 호텔보다 더 낫군.
음식은 뷔페 방식으로 차려놓고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독일은 위도가 높은 지역이라 저혈압을 막기 위해 짠 음식이 많다.
차려 놓은 음식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동양인이라고는 우리 뿐. 어쩐지 론리플래닛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본 가이드 북 가운데 브레멘을 안내하는 책을 본 기억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곳인가보다.
유럽 동화마을 여행(이형준 저), 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하다(이형준 저)를 보면서
어렸을 때 읽은 브레멘 음악대의 무대를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무척 기대했던 곳.

 

유스호스텔 식당에서 멋진 광경을 보며 식사를 마쳤다.
고작 16시간 만에 여길 떠나야 한다는 현실이 정말 아쉬웠다.
독일통일의 현장을 꼭 봐야 한다는 준기의 의견만 아니라면 베를린 가는 것을 그만두고 여기서 하루 더 머물고 싶었다.
아니 여기서 하루 더 자고 베를린만 다녀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베를린까지는 멀다.
준기는 하룻만에 떠나는 여기가 몹시 아쉬웠는지 이 숙소에서 가족사진을 찍자고 한다.
이 숙소를 꼭 기억하고 싶어서 그랬을까? 여기서는 체크아웃을 한 손님들의 짐을 무료로 맡아 주었다.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유스호스텔을 나왔다.
브레멘 시내에서 꼭 봐야할 동물음악대 동상, 12시에 지역주민들이 매일 공연을 한다는 시청광장을 찾아 길을 나섰다.
어제 프런트에서 친절한 설명과 함께 받았던 지도는 아주 쓸모 있었다.
강변을 죽 따라 가며 브레멘 사람들처럼 한가하게 놀고 싶었다.
자전거도 타고 유람선도 타면서.

바다가 가까워서일까 갈매기도 가끔은 보인다.
시청으로 가서 주변에 있는 성당을 돌아보았다.
이 성당도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는 동판이 붙어 있다.
성당 안에서는 화성을 입체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있어서 들어가보았다.
아직 시간도 많고 또 무료여서.


유스호스텔 앞, 베저 강변에는 레스토랑에서 만든 운치있는 야외 식탁이 있다.
거기에 이런 부처상이 있었어 우리의 눈을 끌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아니면 브레멘이 작은 도시라서 그런지 아무도 없다.
가끔 강을 오가는 유람선만 보일 뿐 강은 한산하다. 항구도시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
건너편에 브레멘 박물관이 있다. 머무는 시간이 짧은 관계로 이번에는 그냥 패스.



강에는 이런 멋진 대항해 시대의 배가 전시되어 있다.
식당도 있는데 이름이 Pannekoekship Admiral Nelson이란다.
넬슨제도의 기함이 왜 여기에 있지? 아이들 체험 학습 모형인가?



아이들이 빨리 브레멘음악대 동상을 찾아가자고 서두른다.
시청 광장에는 관광객이 조금 보인다.
자전거에 장거리 여행용 장비를 갖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저런 여행도 한번 해보고 싶다.



16세기 브레멘 영주의 기념상인가?
메모를 안해두니 다시 찾아봐야겠다.




성당 뒤쪽에서 동물음악대 동상을 찾았다.
당나귀의 발을 잡고 소원을 빌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전설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차례로 당나귀 발목을 잡고 소원을 빌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래서일까? 당나귀 발 부분만 반들반들 노란색으로 빛이 났다.
차례를 기다려 우리도 당나귀 발을 붙잡고 소원을 빌었다.
다시 오고 싶다는 준기. 그렇게 될 것이다.



연우도 당나귀 발을 잡고 소원을 빌면서 사진을 찍어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원을 빌었을까? 당나귀의 다리와 코가 황동색이다.

다리와 코를 함께 잡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당나귀 앞다리와

코를 함께 잡고 사진을 찍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손자를 번쩍 들어올려 저 위에 있는 다른 동물들도 만져보게 했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약한 법.




그 모습을 본 준기.
자기도 저 꼭대기에 있는 수탉을 만져 봐야겠단다.
어린아이들은 모두 같은 생각인 듯.
그래도 괜찮을까 잠시 망설이다 아이들이 너도 나도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준기를 올려 보냈다. 녀석, 소원 풀었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분수에서 잠시 다리를 쉰다.
허풍선이 남작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분수대가 재미 있어서 찍어봤다.
발을 물에 담그고 쉬고 있는 동상도 있다.



그리고, 기를 쓰며 육지로 올라오는 것 같은 모습을 한 인어동상도 있다.
분수 하나도 재미있게 만드는 이 사람들의 유머감각이 부럽다.



세계 유산인 성당 앞 광장으로 트레일러 한대가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바로 이 마을의 동물음악대 연극공연팀.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12시에 브레멘 시민들이 운영하는 무료 공연이 이 성당 광장에서 열린다.
사실 이걸 보려고 브레멘까지 먼 길을 달려 온 것이다.
아직 1시간이 남았으므로 다른 곳을 둘러 보기로 했다.



작은 도시지만 브레멘은 중세 한자동맹의 한도시로 부유한 희망의 도시였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전하는 성당도 있고....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앟게 이렇게 귀여운 물건도 만들어 파는 나라.


11:45분 다시 광장으로 왔더니 벌써 사람들이 앞자리를 다 차지했다.



드디어 연극 시작을 알리는 멘트를 하러 주인공이자 극단 운영자이자 기획자이자 관리자이기도 한
씩씩한 아주머니께서 등장해 여러나라말로 연극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한다.



열렬한 박수속에 연극을 시작하시고..
독일어를 알아듣진 못하지만 연극 내용은 동화를 읽어서 다 알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요즘 말로 하면 정리해고를 당한 동물들이 희망의 도시 브레멘에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났다는 이야기.



도둑을 몰아내고 물레방앗간을 차지해 행복한 생활을 할 수있게 된 브레멘 음악대.
그런데 브레멘 음악대가 정작 브레멘에는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세요?


많은 볼거리가 있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역시 유럽여행은 작은 도시에 머물면서 여행하는 것이 제일 좋다라는 말을 이제 실감한다. 
우린 대도시 체질이 아니다. 아내와 내린 결론. 이제 여행하는 맛도 나고 사람이 사는 것 같다.

일요일이라 도시는 마치 적막강산 같았지만 브레멘 동물음악대를 찾아온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았다.
12시 정각에 성당 광장에서 하는 동물음악대 공연을 기다렸다.
봄부터 가을까지 브레멘에 사는 시민들이 자기 도시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동물음악대 연극을 공연한다.

다른 곳을 찾아 구경하다가 12시 15분쯤 광장으로 다시 오니
1시간 전에 도착해 준비를 하던 공연용 컨테이너 트럭 앞에 나무 의자를 죽 늘어놓고 준비를 마쳤다.
사람들이 의자를 꽉 채웠다.

당나귀 역을 맡은 아주머니가 나와서 10여개국 말로 환영인사를 길게 늘어 놓으며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독일어로 하는 공연이라 말은 못알아 듣지만 이미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너무 유명한 내용이라 재미있게 구경했다.
마을 주민들 공연이지만 오래 호흡을 맞추며 공연을 해서 그런지 허술한 곳이 없다.
열렬한 박수와 환호, 그리고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배우들 때문에 더 유명한 이 연극을 뒤로 하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숙소 근처 현대식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멋진 시청, 사진 찍을 때마다 튀어나와 까메오 놀이를 즐기는 준기.



일요일이라 중심가인데도 문을 연 가게도 없고
오가는 트램을 제외하곤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다.
정말 나른할 정도로 조용하다.



레스토랑 천정에 월드컵 진출 32개국 국기가 걸려있다. 그 가운데 어쩐 일인지 태극기가 제일 가운데 있다.
그러고 보니 영국, 프랑스, 독일 계속 식당 같은 곳에 월드컵 진출국의 국기가 걸려 있었다.
흠, 일단 유럽사람들에겐 축구 잘하는 나라가 제일인가 보다. 


1인당 8~10유로 정도 하는 것을 시켰는데 나오는 양이 질릴 정도로 많다. 어린이용은 절반 값. 맛도 좋았고 깔끔했다.
절반만 시켰어도 우리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유스호스텔에 돌아와 짐을 찾아서 미리 봐둔 길로 역으로 갔다.
역까지 거리는 어제 물어물어 찾아온 길의 반도 안되는 가까운 길이었다.
오후 3시 하노버에서 환승하는 베를린행 기차를 탔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세 나라 안에서 유레일패스를 쓰는 것은 정말 편하고 좋다.
예약도 필요 없고 시간표만 뽑아서 맘에 드는 차를 타면 되는 것.
이번에는 아이들 소원대로 유리문으로 격리된 1등칸을 타고 싶었지만 코치형 1등칸은 이미 사람들이 다 차 있었다.
기차는 정확하게 예정된 시간에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했고 S-bahn을 갈아타고 두 정거장이 떨어진 유스호스텔을 찾아갔다.
아이폰의 지도검색이 되지 않았지만 베를린 중앙역에서 산 시가지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쉽게 찾아서 다행이었다.
듣던 바 그대로 BaxPax 호스텔은 좀 소란스러웠다.

옛 동역지역의 공장을 개조해 만든 건물이라고 하는데
브레멘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칙칙한 건물에 방안에는 2층 침대 1개, 1층 침대 2개가 있었다.
그리고 널찍한 방. 샤워장과 세면장은 안에 있지만 화장실은 문을 나가서 방 옆에 전용으로 따로 있었다.
그나마 전용 화장실 구조를 몰라서 한참동안을 지하1층에 있는 공용화장실을 오르내리는 멍청한 짓을 했다.

면적은 넓었으나 대도시라 그런지 후덥지근하고 특히 투숙하는 젊은이들이 독일스럽지 않게 몹시 시끄러웠다.
문을 닫으면 덥고, 문을 열면 시원한데 시끄러웠다.
브레멘에서 많은 것을 보느라 힘들었는지 아내는 침대위로 철퍼덕 쓰러진다.
브레멘의 좋은 호스텔과 비교되는 방이라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에 브란덴부르크문도 보고 페르가몬 박물관을 보려면 이 위치가 제일 괜찮았다.
지금 와서 보니 베를린 중앙역 게스트하우스가 멋진 게 있었는데 이걸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홈페이지가 온통 독일어라 알 수가 없다.
서 베를린과 동 베를린은 건물이나 길 모습이 많은 차이가 났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에 나갔다.
 


일기를 매일 잘 쓰는 준기는 베를린 가는 동안 아이폰으로 장난을 하고
연우는 일기가 많이 밀린지라, 우선 오늘 일을 잊어버리기 전에 일기를 쓰고...



또 비가 오려나 하늘이 우중충하게 변한다.
독일에서 정말 자주 볼 수 있는 풍력발전기.


화석연료가 부족한 독일은 아주 오래 전부터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이 몸에 배어있는데다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에너지나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개발 노력이 남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낮은 나라 독일의 모습은 이런 풍력발전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베를린 중앙역 도착.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지만 베를린 중앙역은 기점역이 아니라 통과역이다.
중앙집권형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런 시스템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로 남을 거라 생각한다.



중앙역 방향으로 가다가 준기가 먹고 싶어하던 케밥을 파는 가게를 찾았다.
아내는 더위에 지쳐서 입맛이 없다고 해서 케밥 3개와 음료수를 사고 100유로를 냈는데, 어라! 이 친구가 장난을 하네.

35유로를 거슬러 주더니 급하게 다른 주문을 받는 척 수선을 떨더니 그냥 날로 먹으려고 한다.
얼른 그를 불렀다. 아이폰의 계산기를 열어 100-15=85를 보여주고 그가 내 준 잔돈을 보여주며 “You are wrong!"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오버스런 몸짓으로 미안하다, 깜빡했다며 그제서야 50유로를 더 내 준다. 양심불량 같으니라고.

전통적인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 몸에 밴 비즈니스의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뿌리박지 않은 사람들이나 역사가 짧은 신시가지 상가에서 가끔 그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번 독일여행에서 쾰른역과 브레멘 역에서 이런 사람을 만났는데 베를린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니...

맛있다고 먹던 애들이 케밥 양이 너무 많아서 뒤늦게 배고파다는 아내와 나눠 먹었다.
그래도 양이 많다. 늦은 시간이라 수퍼마켓이 문을 닫을 것 같아 케밥을 먹는 사이에 옆에 있는 가게에 가서 물을 사왔다.
할아버지가 지키는 가게에서 물을 사고 계산을 한 뒤 그가 준 계산서를 가지고 내가 다시 계산을 하는 것을 보더니
할아버지가 계산서를 가지고 하나하나 짚어주기 시작한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계산하기를 그만 두었다.

이 땅에 뿌리박고 산지 40년 밖에 안된 터키 사람 때문에 이 땅에 오래 살고 있는 독일 할아버지를 잠시 의심했다.
대도시의 작은 가게라 그런지 물값은 생각보다 비싸다.
박물관 섬 옆을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길로 나갈 수 없게 차단장치를 만들어 놓은 곳을 가로지르면 더 가까운 길이었는데 독일 사람이 그 길을 무단횡단했다.
우리도 주저없이 무단횡단을 했다.
자동차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 길이라서.
숙소로 돌아와 다시 샤워를 하고 잠을 청했지만 1층인 우리 방은 0층에서 젊은이들이 쉴새없이 떠드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문을 닫으면 덥고, 문을 열면 시끄러우니 참 고약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