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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8일째) 브레멘_동화를 찾아가는 길

by 연우아빠. 2010. 8. 17.

기계에서 기차 시간표를 출력해 16:10분 브레멘행 기차를 탔다. 

1분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오는 독일 연방철도 기차.
브레멘을 향해 가는 기차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옆자리에 앉은 독일 할머니 두 분이 우리 아이들을 보더니 드시던 과자를 주었다.
옛날 쫀득이 과자 같은 것이었는데 우리 입맛에 안 맞아서 못먹겠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화장실 간 사이에 옆으로 밀어 놓는다.
할머니에게 미안해 얼른 배낭에 넣었다.
버리더라도 주신 분 성의를 생각해 그 분 앞에서 그러면 안된다고 아이들을 타이르고.

브레멘으로 가는 동안 간헐적으로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음, 역시 북독일은 춥군. 긴 옷을 하나 입었는데 기차 안이라 그런지 조금 지나자 덥다.
간식으로 남은 달걀을 먹고 바나나도 마저 먹었다.
브레멘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보다 3분 정도 늦은 저녁 7시 17분. 훌륭한 독일이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브레멘 역 구내는 시끌시끌했다.
마침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8강전을 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TV앞에 많이 모여 있다.

한달 전 인터넷으로 본 기억을 더듬어 역을 나서서 유스호스텔 방향으로 나섰다.
길거리에도 젊은 친구들이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었다.
국기를 흔들거나, 대형 국기를 목에 걸거나...아주 낯익은 모습들.
4:0으로 아르헨티나를 이겼다는 T셔츠를 입은 젊은이를 보면서 독일사람들의 희망사항인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4:0으로 이긴 것이라 정말 놀랬다.

 

퍼레이드를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주소를 보여주며 길을 물어보니
자기들은 잘 모른다며 길 옆에 가게를 가리키며 그 주인이 잘 안다고 알려준다.
가게 주인은 여기저기 핸드폰을 해보더니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아빠! 독일 사람들, 여행 안내서에 되게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친절해요.” 준기가 말했다.

 

“응, 무뚝뚝하긴 한데 불친절한 것은 절대 아니야. 독일 사람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되게 귀여운 면도 많아.”

 

역에서 남서쪽으로 죽 내려가 베저강을 만나면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되는데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호수가 있는 공원에서 다시 길을 물었더니 자기들을 따라 오라고 하더니 갈림길에서 길을 알려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르쳐준대로 길을 가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변경 버튼을 눌러놓고 기다리는데 신호에 걸린 차들이 정차를 한다.

그 중에 한 차에서 한 청년이 손을 흔들며 독일 국기를 흔든다.
“도~이~칠란트” 박자가 어째 “대~한~민국”과 닮았다.
나도 손을 들어 “도~이~칠란트”를 같이 외쳐주었다. 너무나 신이 난 그들이 경적을 울린다.
2002년 월드컵 때 16강 진출을 확정짓던 날과 8강 진출을 확정 짓던 날 난생처음 즐겁게 국기를 아파트에 내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마침내 베저 강에 도착해 구글어스에서 자주 봐서 너무나 익숙한 유스호스텔 건물을 발견했다.
강변에 작은 부처상이 있어서 신기했다.
프런트에 들어가자 어린 아가씨가 아주 친절하고 익숙한 솜씨로 안내를 해주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었다.
침대보와 베갯닛은 각자 씌우고 체크 아웃 전에는 벗겨서 침대 위에 올려 줄 것,
아침식사시간, 지켜야 할 규칙 등을 간단한 영어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 준다.

“그런데, 하루만 숙박하시네요?!”하고 놀라움이 섞인 반응.
그럴만도 하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이렇게 멋진 숙소에서 하루밖에 머물지 못하는 것이 나도 얼마나 가슴이 쓰린데...

 

방으로 가는 동안 보이는 사람은 온통 고등학생 또래 쯤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뿐.
동양인도 보이지 않고 아니 거의가 북유럽이나 독일 사람들 같다.
6층 숙소에 도착해 매뉴얼에 설명된 대로 문을 열었으나 열리지 않았다.
몇 번을 해 봤건만 열리지 않는 문. 프론트로 내려가 안열린다고 했더니 그런 일이 많았는지 샘플 장비를 가져와 다시 설명해 주는데,
이런. 샘플 장비가 작동이 안된다.

완벽한 독일에서 가끔 이런 허술한 면을 보는 것도 여행자로서는 재미있다.
프런트 아가씨가 6층으로 올라와 설명을 해주며 문을 직접 열었다.
그러더니 바로 다시 닫는다. 키를 나에게 주더니 직접 해보라고 한다.
‘아하! 이게 바로 무터킨더님이 말하던 독일식 교육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열고나니 아가씨가 설명해준다.
‘당신이 직접 해 보지 않으면 당신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계속 드나들 때 마다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요. 이제 아시겠죠?“
”당케 쇤. 물론이지요 ^^“

 

방안에 들어간 순간 훌륭한 시설에 모두들 환성을 질렀다.
아이들이 상상했던 아름답고 정갈한 2층 목제침대 2세트.
깔끔한 침대와 방. 환기에 적당하게 열리는 키 높은 창문. 다용도 탁자와 의자 그리고 식탁.
잠금장치가 달린 개인 사물함 4개, 샤워부스와 독립된 화장실,

군더더기 하나 없고 지나침도 모자람도 전혀 없는 품위 있는 시설이었다.
있었으면 하는 모든 물건들이 탄탄하고 아담하게 제자리에 있다.
런던의 피카딜리와는 하늘과 땅차이.
역시 독일의 공식유스호스텔은 정말 듣던 바 이상이었다.

아이들은 2층 침대에서 자겠다고 미리 찜을 한다.
빨랫줄을 치고 파리에서 제대로 말리지 못한 빨래를 꺼내 널었다.
프런트 아가씨가 가르쳐준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각자 자기 침대의 베갯닛과 침대보를 세팅하도록 시켰다.
제법 땀이 나는 일이었다. 실내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역에서 사온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이번 주 내내 독일을 종횡하는 강행군을 해야 한다.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뮌헨까지 가는 동안은 매일 잠자리를 옮기는 강행군.
내일 베를린으로 가기 전에 브레멘을 구경하고 가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다음에 독일에 온다면 이 브레멘 유스호스텔에 다시 와야겠다는 얘기를 하는 아이들은 어느새 잠에 떨어졌다.
준기는 파리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일기를 쓰다가 잠들어 버렸다. 몹시 피곤했을 것이다.




쾰른에서 브레멘 가는 기차는 1등칸이 없는 기차였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우리 옆자리에 할머니 두분, 그리고 자전거 칸에 자전거 한대 이렇게 한산했다.
브레멘은 한국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도시인가 보다.


브레멘으로 가는 동안에도 천둥 번개가 가끔씩 우리를 놀라게 하고, 비도 간간히 내려 모처럼 긴 옷이 필요했다.
긴 옷 입은 사진은 촛점이 맞는게 없네요.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그러나 품위와 따뜻함을 느낄수 있었던 브레멘 유스호스텔
짜맞춤 원목가구는 어느 곳 하나 허술한 곳이 없었다.




식탁과 의자 그리고 탁자 3개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물품이 제 자리에 있었고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물건으로 공간을 잘 활용한 숙소였다.




샤워부스와 세면장.
간결하고 깔끔해서 군더더기 없는 실용성의 백미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이 유스호스텔 때문에 독일이 최고라고 인정한다.




침대 옆에는 탁자가 있고, 안경이나 필기구, 휴대폰 같은 작은 소품을 머리맡에 둘 수 있게
세심한 곳까지 잘 배려한 공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개인 사물함까지 별도로 마련해 둔 유스호스텔은 하루만 머물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브레멘 공식유스호스텔 입구에는 브레멘의 상징 동물음악대 형상을
알록달록 재미있게 만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