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4(토)
답사전문 아들 준기가 눈을 뜨자 마자 광화문/경복궁 답사가자고 한다.
하지만, 아내가 딸래미 방학 과제 중에 하나인 국립생물자원관 탐방을 가야 한다며 아들에게 오늘은 양보하라고 한다.
늦잠을 잔 딸래미가 아침을 먹고 난 시간은 거의 점심 먹을 때 쯤.
그때 국립생물자원관을 가자고 했으니, 점심먹고 출발하는게 나을 것 같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처음 개관했던 2007년에 이미 가 본 곳이었다.
다만, 아이들이 어려서 기억을 못하는 것 뿐.....
점심먹고 느즈막히 인천 끝자락에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을 다시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면 이렇게 디자인이 독특한 건물이 서 있다.
주차장 옆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조형물과 지구상 생물 분포도도 있고...
옆길을 따라 들어가면
탁 트인 내부 구조로 된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두루미 박제 아래에 육상동물들 박제가 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살아있을 때 모습으로 복원해 전시해 놓았다.
"아빠! 호랑이 참 잘 생겼어. 그지? 호랑이가 산에 살아 있으면 좋겠다." 준기가 멸종당한 호랑이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아빠의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썰렁한 대답...
"아들아, 저 호랑이가 지금 산속에 살아 있다면 우린 등산이나 캠핑을 할 수 없어..후덜덜..."
유럽에서 봤던 박물관에 못지 않은 훌륭한 전시물에 감탄을 하면서 생물시간에 머리 아프게 외웠던 기억을 되살리며 돌아봅니다.
고등학교 졸업한 뒤, 참 오랫동안 입에 올리지 않았던 용어들..
사나이 대장부가 어찌 쪼잔하게 현미경이나 들여다 보고 있으랴,
하늘을 올려다보고 천문을 논해야지 하면서
고3 때 최종적으로 과학 선택과목을 지구과학으로 했던 덕분에 생물 공부는 고2때 끝...
계 > 문 > 강 > 목 > 과 > 속 > 종....
오랫만에 접하는 용어가 새롭긴 하다.
학자들은 저걸 발생학적으로 유전학적으로 분류하겠지만
소줏잔을 든 사람들은 키조개 철이랑 각종 조개류의 맛을 계통적으로 분류해 안주감으로 등급을 매길 것이며
낭만에 가득한 서정시인은 고둥을 귀에 대고 파도가 일렁이는 소리를 들으리라...
초등학생 아들은 먹어본 게의 맛과 살아있는 게의 촉감을 기억하겠지?
새 전시관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 못지 않다.
저 많은 새들을 살아 있는 듯 전시해 놓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섬세한 수고를 했을 지...
먹이사슬 단계별로 분류해 놓은 것인지, 덩치 크기로 세분류를 한 것인지...
"아빠, 지리산에서 반달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응, 그냥 먹을 것을 저 멀리 던져주고 넌 반대쪽으로 가야 해.
동물원에서 처럼 들여다 보려고 하면 곰이 너를 살짝만 건드려도 심각한 부상을 입을 거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들은 하나같이 참 잘 생겼다.
수천만년 진화의 결과인 오늘의 모습은 어떤 탁월한 디자이너가 도안을 하더라도 저렇게 질리지도 않게 잘 생길 수는 없을 거다.
이젠 거의 멸종해 버린 하늘다람쥐.
앞 발과 뒷발 사이 옆구리에 얇은 막을 펼쳐 나무와 나무 사이를 활공하는 다람쥐 모습
눈이 얼마나 큰 지 꼭 외계인처럼 생겼다는....
짚신에 깔 수 있을 만큼 넓은 신갈나무
먼 길 가는 나그네가 떡을 싸서 갈 수 있을 만큼 넓고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해 준다는 떡깔나무
가는 갈참나무, 좁은 졸참나무, 참나무 중에 참나무 상수리 나무....
참나무는 참 종류도 많다. 우리나라 산에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했던가?
같은 집단이지만 좌파와 우파로 갈리기는 동물들도 마찬가지
같은 농게지만 오른쪽 집게발이 큰 녀석과 왼쪽 집게발이 큰 녀석이 함께 공존한다는...
"거 말입니다. 그러니까 인간들도 좌파 우파 갈라서 싸우지 마세요. 다 같은 인간이라구요. 우리 농게들처럼..."
사슴과 고라니가 늘 헷갈렸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된 것은
고라니는 이렇게 송곳니가 입 밖으로 수염처럼 튀어 나와 있다는 사실.
제주도 곶자왈지대를 재현해 놓은 곶자왈 식물원.. 습기가 많아 고사리 종류인 양치식물이 많은 곳이랍니다.
생물의 계통별 사진.
확대해 놓은 생물 사진은 정말 하나하나가 우주처럼 오묘하고 아름답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체험학습이나 좋은 강의 프로그램도 많아서
날 잡아서 가족이 함께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합니다.
잘 만들어 놓은 전시관을 보니 세금을 낸 보람을 느낍니다. ^^
국립생물자원관 주소 http://www.nib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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