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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미천골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11. 6. 8.
2011. 6. 4(토)

유진이네가 미천골에서 자고 주전골 트래킹을 한다고 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미천골 오토캠핑장에서 야영을 하고 다음날 주전골로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함께 미천골에서 묵기로 했던 상린아빠께서 사정이 생겨 못가게 되었다고 한다.

준기는 작년 컵스카우트 야영 때, 좀 극성인(?) 아줌마들 때문에 야영을 제대로 못했다고 이번에는 컵 스카우트 야영에 다시 가겠다고 한다. 하필 3일 연휴을 즐길 수 있는 기회에 이산가족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니....
그러나, 준기도 이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배울 나이가 되었으니 준기는 컵스카우트 야영을 가고
나머지 가족은 미천골에 가기로 했다.

준기는 가족과 따로 간다는 것이 맘에 걸렸는지 1박2일만 하고 일요일에는 집에 돌아와야 한다고 다짐을 받는다.
컵 스카우트 야영은 가고 싶고 6일날 혼자 있기는 싫고...녀석.

자기가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꼭 돌아와야 한다고 약속을 몇번이나 하고는 컵스카우트 캠핑을 떠났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연우를 데리고 미천골로 출발을 했는데 날씨도 좋고 연휴라서 길마다 차가 넘친다.
6시간이나 걸려서 유진이네 보다 1시간 늦게 미천골에 도착했다.

미천골은 생각보다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유진아빠 말씀처럼 영동과 영서는 확실히 기온이 다르다.
재작년 6월에 대관령휴양림에서 야영했을 때도 바람이 무척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삼봉이나 방태산에 비해 미천골은 확실히 덥다.

미리와 있던 유진이네와 반가운 인사를 하고 밥을 지으려고 보니 쌀을 빼먹고 왔다.
주말부부가 된 다음에 숲 여행을 드문드문 하다보니 이렇게 빼 먹는게 많다.
결국 2박3일간 여행하기로 준비해 온 유진이네 이틀치 쌀을 우리가 끼어들어 다 먹고 말았다.

영동지방 백두대간에 강한 바람과 잦은 산불 때문에 그런지
미천골, 대관령 휴양림은 계절을 불문하고 절대 숯불 금지다.
해서 발코니에 가스렌지에 삼겹살과 오리훈제 고기를 준비했다.

요즘 유진이네 주말농장에서 가꾼 싱싱하고 맛있는 각종 채소를 한가득 솎아 오신 덕분에
맛있는 채소를 원없이 먹었다. 역시 금방 따먹는 채소는 고소한 뒷맛이 좋다.
발코니에 앉아 상쾌한 저녁 바람을 쐬고 있으니 옛날 한옥에 사랑방에 잇대어 사방이 트인 마루를 만든 이유를 알겠다.

유진네에게 주말농장을 하며 터득한 몇가지 지식을 전해 들었다.
고구마 순은 심고나서 남는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남겨 두었다가 고구마 순이 죽은 곳에는 교체해서 심어야 한다는 것.
고구마는 20% 정도가 죽는다고 한다.

그리고 모종을 심으면 이른 봄 꽃샘추위 때 모종이 죽는 경우가 많지만
씨앗을 뿌려놓으면 꽃샘추위를 피해 새싹이 올라온다는 자연의 섭리
아침마다 가서 돌본다는 아침농장(?) 가꾸기의 노하우는 훗날 시골에 가서 살게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연우와 연우엄마가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
첫날인 6월 4일날은 이 사진 밖에 없다.


저녁 잘 먹고 칠흙같이 캄캄한 밤길을 걸어 불바라기 카페까지 올라갔다.
멧돼지가 나올 것 같은 컴컴한 길을 조금 올라가다 보니 사유지에 만든 많은 팬션들이 환한 빛을 밝히고 있고 그 불빛이 없는 중간 중간에는 하늘에 별이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초롱초롱했다.

불바라기 카페에 앉아 솔잎차를 시켜 마셨는데 집 주인이 사는 실내가 참 멋있어 보인다.
전원생활을 꿈꾸긴 하지만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인은 3대째 이 곳에 살고 있고, 미천골 휴양림이 생기기 전부터 여기 있었다고 한다.

휴양림 정비 때문에 야영장은 사용하지 못하는데 트럭도 오가고 맑은 물도 흙탕물이 되었다.

방으로 돌아와 11시 쯤 내일 등산을 위해 잠을 청했다.
4년만에 국립자연휴양림을 모두 돌아본 뒤에 휴양림 관리소에 제안을 했던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이제 생겼다.
스탬프가 찍힌 <휴투어> 책자를 보고 "우리 다시 일주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