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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한해의 끝과 시작...동해안 칠보산휴양림

by 연우아빠. 2011. 1. 7.
2010.12.31~2011. 1. 2
칠보산 자연휴양림에서


두달동안 우여곡절 끝에 다시 예약한 칠보산자연휴양림 참나리방
3년 반만에 다시 찾은 이 방은 리모델링을 해서 이렇게 산뜻한 모습이긴 했는데 단열시공에 문제가 있었는지 우풍이 너무 심한 단점이 있었다.



1월1일 아침.
갑자기 몰아치는 눈보라에 경사지에 세워놓은 차를 모두 평지로 옮기라는 긴급한 방송.
칠보산휴양림사무소에서 준비한 새해일출 등산을 비롯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은 모두 취소됐고
기온도 심하게 떨어져 숙소 밖으로 나가기 싫은 상황이 됐다.


제1휴양관. 미친듯이 쏟아지는 눈보라에 마치 북극에 서 있는 것 같은 날씨였다.



사진으로는 평화롭게 나왔지만 눈보라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목교 위에도 눈보라가 몰아치고 나들이를 포기했다.
수련관 식당에서 휴양림관리사무소에서 주는 아침 떡국을 먹으러 나간게 한 일의 전부.



다행히 점심 때 눈은 그쳤다.
후포항에 가서 점심으로 대게를 먹고 그냥 숙소에만 머무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라 준기가 가고 싶다는 신돌석 장군 생가를 찾았다.
을미의병 봉기 때 경북 동해안과 영양 일대에서 용맹을 떨친 평민 의병장 신돌석.
힘이 너무 세서 한주먹에 일본군들을 몰아낼 것 같아 희망을 주었던 사람.
암울한 시대에 희망의 지푸라기를 잡고 싶었던 민중들의 희망이었고 그래서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의병장.



볼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초가였지만 이번 여행에서 그나마 갈 수 있었던 유일한 유적이었다.
안동에서 시작됐다는 구제역 때문에 가는 곳마다 마을출입을 막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방역 분무기가 차를 뒤 덮었다.
여행을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었다.


새해 여행

대구에 혼자 내려와서 처음 맞는 연말연시.

이왕 대구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니 대구를 거점으로 가까운 휴양림을 다니겠다는 계획은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아내에겐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연말 인사발령이 난 뒤 본사에서 정례 교육을 받으러 올라간 김에 수요일 밤 가족들을 데리고 대구로 내려왔다.


가족들에겐 재미없었을 2박 3일. 나는 회사로 가고 가족들은 낯선 도시에서 추위가 함께하니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것. 대구박물관과 신천 떡볶이 집에 가보려고 했지만 내가 머무르는 숙소를 청소하느라 그냥 숙소 주변만 좀 돌아녔을 뿐. 


언제부턴가 오후 4시로 늦춰진 종무식. 이렇게 해서 얼마나 생산성이 올라갔을지 의문이다. 우리가 꿈꿨던 사회는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사회가 아니었던가?

사무실을 나와 급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서두르다가 그만 가까운 U턴 길을 놓치고 200m도 안되는 길을 무려 4km나 돌아 복현 오거리를 지났다. 포항 가는 고속도로에 올랐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부산에서 출발하는 동생에게 연락했더니 벌써 휴양림에 도착했단다. 저녁 먹으러 나간다는 얘기를 하고 우리도 가는 길에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는 바람이 많이 부는 듯 요동을 친다. 삼사 해상공원을 지나서 길가에 보이는 짜장면 집에 들어갔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는데 뜻하지 않게 보기드문 수타면에 탕수육도 푸짐하게 준다. 유명한 맛집도 모범음식점도 아니었지만 상당히 맛있게 잘 먹었다. 주변을 가르는 바람은 수은주보다 더 차갑게 다가온다.

 

눈이 오고 한파주의보를 발령한다는 예보가 있어 지난 주 크리스마스 때 청태산 여행처럼 휴양림을 간다는 것 외엔 별다른 의미를 찾기 어려울 듯하다. 곳곳에 있는 구제역 방역시설들. 대구 내려올 때 고장났던 와이퍼를 깜빡잊고 고치지 않아 방역시설들을 통과할 때마다 차를 세워놓고 수동으로 창을 닦을 수 밖에 없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갔다가 예전에는 통제하던 산길로 안내를 해 줘서 결국 비포장 산길을 지나 뒷문으로 휴양림에 도착. 비행기 소리 못지않은 칼바람 소리

 

몇 년전과 달리 리모델링을 한 참나리 방. 그러나 우풍이 너무 심한 방. 단열처리에 뭔가 문제가 있는 듯.

 

1월1일 아침은 해돋이는커녕 칼바람과 함께 심한 눈보라

휴양림 사무소에 주는 떡국을 먹고 나니 눈보라 때문에 아무데도 갈 수 없는 상황.

와이퍼가 고장난 차로 길을 나서는 것은 위험 천만

 

영주 사는 막내가 출발한다는 연락.

기온은 어제보다 더 낮고 거의 북극 한 가운데서 맞는 것 같은 눈보라

 

다행히 점심 때 쯤 눈이 멎고 하늘이 보이기 시작

심한 눈보라에 다들 놀랐는지 오늘 묵을 방이 벌써 청소가 끝났다고 해서 1시에 짐을 휴양관으로 옮겨놓고 지혜맘께서 알려주신 후포항으로 점심 먹으로 나섬

 

휴양림으로 들어오는 7번 도로를 자동차 전용도로로 만든 탓에 예전과 다른 출입로

후포 가는 길 곳곳에 구제역을 막기 위한 방역시설들

방역시설을 통과할 때마다 와이퍼가 작동 안되는 내 차는 앞이 보이지 않아 위험한 상황

 

바다는 마치 성난 용처럼 육지를 향해 달려든다

바위에 부딪쳐 하늘을 향해 부서지며 울부짖는 파도들

후포항 근처에는 방파제를 넘어 바닷물이 도로 위까지 올라온다

 

지혜맘이 알려주신 후포항 25번횟집

손님이 제일 많다.

대게가 제일 맛있는 때는 2월 하순 정도라고 하는데

12마리를 사서 그 자리에서 쪄서 세가족이 먹었다.

맛있는 대게는 먹는데 너무 힘이 들 정도로 먹고 나면 배고프다.

 

여기서 그냥 가면 너무 아쉽다는 여행 전문가 같은 말을 하는 준기

제일 가까운 신돌석 장군 생가와 유적지를 가 보기로 하고 아이들만 태우고 먼저 출발

 

그러나 구제역 때문에 곳곳에 출입통제

게다가 여전한 칼바람과 추위

아쉬움을 뒤로 하고 휴양림으로 직행

이미 해가 넘어갔다

 

삼형제 가족이 오랜만에 맞이한 저녁

맛있게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만난 사촌 남매들이 벽장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2일 아침

다행히 하늘이 파랗다

창밖으로 보이는 동해바다는 하늘과 땅이 모두 파랗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마치 봄처럼 따뜻하다.

 

아침을 먹고 휴양림 산책로를 따라 산을 한바퀴 돌고

아쉬움만 잔뜩 남겨 놓고 처가로 향했다.

 

어제 들어오는 길에 봉화, 영양 쪽은 눈이 많이 쌓여 위험하더라는 막내 이야기를 듣고

울진으로 올라가 불영계곡을 통과하기로 결정

곳곳에 구제역 방역 장치들

약을 뒤집어 쓰고 나면 앞이 안보여서 잠시 정차하고 수동 와이퍼 질을 하고 다시 출발하기를 예닐곱번 하고 나서 처가에 도착

 

아내와 아이들에게 작별을 하고 대구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만사가 꼬인 듯 순간순간마다 괴로움이 끼어드는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인생은 즐겁게 마음먹는 순간 천국이라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