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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청태산의 눈 없는 겨울

by 연우아빠. 2009. 12. 15.

청태산의 눈 없는 겨울

2009.12.12~13


채린이, 예빈이 둘이서 만든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아기 눈사람(어른 주먹만합니다)


상린아빠님의 야심작, 러시안 바베큐


상린아빠님이 바베큐를 하시는 동안 헤드렌턴을 가지고 있는 죄로 벌서고 계신 상린아빠님 지인


저녁먹고 해송방에 마실 다니러 오신 유진이네와 은주네


일요일 아침, 아침 잘 먹고 임도 한바퀴 돌아보러 나갔습니다.
11월에 삼경원 모임에 오셨던 분들은 기억하시겠죠? 빨간 윗도리를 입고 계신분이 소우 주인장이십니다.


제1휴양관 옆에 있는 인도네시아 관. 무지무지커서 단체 손님이 들어가는 곳인가?


삐짐! 엄마는 쪼잔한 아들 어르고 달래느라 입이 유화부인이 되었습니다. 


준기 출현! 잽싸게 사라지는 여자아이들.


숲속에 있는 새집


소나무는 소나문데 색깔이 특이하지요?


인형들 연주가 들리나요?


우리는 오후에 신축휴양관 앞에 모였습니다.


해송방에서 안고 휴양관까지 온 눈사람을 더 다듬어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여기 놔 두고 2시간쯤 지나서 방에서 나왔더니 눈사람이 사라졌습니다. 누가 납치해갔을까요? 아시는 분 CSI에 신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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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산에서 겨울철 눈썰매 타기가 우리가족 연례행사로 굳은 지 몇 년째 됐다. 올해도 눈썰매 타러 가자는 아이들 때문에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그 시각에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바람에 예약은 아예 못하고 말았다. 오후 2시 예약대기를 걸 수 있는 시각에도 꼭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상린아빠님이 총대 맨 삼경원 모임에서 얘기가 술과 함께 꼬여서 크리스마스 연휴 때 나온 대기를 가볍게 패스해 버렸다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2주 뒤에 알고 머리에서 성덕대왕 신종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띠~용~용용용~~ 잇달은 머피의 법칙!

아내는 심심하면 12월에 일정 좀 잡으라고 했지만 휴양림 방문객이 너무 많이 늘어난 요즘 그게 말이나 될 소린가? 해서 내년 1월에나 가려고 조신하게 있었다. 주말마다 출근해서 예산작업하고 교육받기를 어언 5개월여. 최근 2달간은 수리산에 올라가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여름에는 가끔 요리조리 빠져서 야영도 가곤 했지만 겨울에는 숙소 예약을 못하면 아무 짓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냥 돈 굳어서 내년 여름 유럽여행 갈 때 쓰면 되겠다고 위로하며 산다. 정말 오랜만에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휴양림을 가고 싶어 하는 유니맘님의 부탁전화를 3번이나 받았는데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숙소에 왜 이리 미안한지...

12월 8일 상린아빠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같이 가는 사람이 있지만 숫자가 적으니 청태산에 오라는 말씀.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물어본 내가 바보. 눈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도 오랜만에 가족모두 활기차다. 하지만 곧 12월 11~12일 1박2일간 업무관련 워크샵을 한다는 반갑잖은 소식이 날아온다.

 

아! 이 시간 도적넘들!
노동자의 휴식 권리는 세계 인권선언에도 있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란 말이다.
라는 보편적 인류의 가치는 “호구지책” 4자 성어에 파묻혀 금새 꼬리를 내린다.

토요일 새벽 2시까지 이어진 첫날 일정, 그리고 토요일 비가 온 운동장에서 족구. 5년에 한번정도 해 보는 족구 때문에 오른발의 관절이 “당신 지금 뭐하는 기야?”하고 뎀빈다. 스리슬적 1라운드에 나가 떨어지고 집으로 튀어서 요기 대충 때우고 2시 조금 너머 청태산으로 출발.

가다보니 휴대폰을 집에 놔두고 왔군.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아내더러 해결하라고 했다. 아내 > 산목련님 > 상린아빠님 쓰리쿠션으로 일단 상황 전달하고 가는 길에 꼭 들러야 하는 방앗간(심순녀 안흥찐빵)을 빼먹을 수가 없다. 하지만, 오후 4시에 도착한 심순녀 여사의 찐빵 공방에는 인산인해. 한 솥에 4상자가 나오는데 오래 기다리다 보니 사람들이 기다린 시간이 억울해서 더 많이 사가지고 가는 듯. 기본 3상자, 심지어 5상자까지 사가는 사람들. 결국 1시간 만에 3상자 사서 다시 청태산으로 갔다. 검문검색을 패스해서 해송방에 도착하니 눈은 그늘에 조금 남아 있고, 채린이는 그게 아쉬워서 그랬는지 어른 주먹만한 눈사람을 아주 귀엽게 만들어 놓았다. 상린아빠께서 빈약한 장비로 숯불을 붙이고 계셨다. 오랜만에 길을 나섰더니 장비가 이것저것 빈게 많더라는 말씀. 토치도 없고, 가스도 간당간당. 얼른 우리 장비 꺼내서 불 붙여 놓고 두달만에 만난 인사를 나누었다. 상린네 가족이 준비해온 오리고기, 은주네가 가져다 준 항정살, 소시지, 그리고 상린아빠님의 야심작 꼬치구이 한 소쿠리. 상린아빠께서 꼬치구이용 꼬지를 직접 가게를 찾아서 사셨단다. 사흘 전부터 손수 만든 소스에 재워 준비를 해 오셨다는 이야기.....우리 음식은 내려만 놨을 뿐 풀어보지도 못하고 밥도 생략하고 허리띠 구멍 두 개를 더 늘려야 할 만큼 먹게 됐다. 내가 사람인가? 싶을만큼 많이도 먹었다.

따뜻한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떠벌떠벌 나 하고 싶은 얘기 좌라락 늘어 놓는 중에 은주아빠와 엄마, 유진아빠 엄마, 유진이 이렇게 다니러 왔다. 방태산 이후 꼭 두달만에 만난 우리는 상린아빠님과 같이 온 분들을 잠시 잊어버리고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스산한 명퇴 분위기 얘기도 듣고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얼마 전에 준기에게 있었던 이야기도 했다. 아빠에게 1시간 권투 강의 듣고 다음날 자기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3명을 때려 눕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유진네는 중학생들이 친구들을 왕따시키는 이야기를 했는데 유진아빠는 그보다 더 서늘한 이야기도 살짝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유진이에게 “너 나중에 인문쪽에 관심이 있으면 옥스퍼드로 가고, 이공계통에 관심이 있으면 캠브리지로 유학 가거라”라고 했다. 유진이의 반짝이는 눈빛. 나도 전에는 농담이었는데 지금은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옥스퍼드나 캠브리지로 유학보내고 싶다. 우리 제도와 문화는 사람을 살리는 쪽이 아니라 죽이는 쪽에 훨씬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물론 영국이 피난처는 아니겠지만.

9시 조금 넘어 두 가족은 함께 온 일행이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준기는 눈이 없다고 하늘에 대고 기설제를 지내자고 하고, 그래도 내일 눈이 오지는 않을 거라고 했더니 이 주변에 여행할만한 유적을 찾아가자고 한다. 아들아! 미안하다. 그런 거 없다. 해송방에 아이들은 여자 5, 남자 1(준기) 이런 구성이었는데 밤 12시까지 다락에서 줄기차게 논다. 이상한 암호 걸어놓고 어른은 다락에 올라오지 못하게 한다. 하늘에 있는데 예쁘고 크기도 변하는데 두 글자란다. 구름, 태양, 스타(Star)...모두 아니란다. 수상해! 내일을 위해 아이들을 달래서 12시에 잠을 청했다. 해송방에서 잠을 자 본 것이 3년이 넘었다. 예전처럼 방바닥이 그렇게 뜨겁지는 않다.

휴양림에 와서 이렇게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 본 것이 처음이다. 눈을 뜨니 8시다. 세수하고 아침은 상린네가 준비해 온 떡국과 밥으로 역시나 푸짐하게 먹고 임도산책에 나섰다. 상린네 가족과 함께 온 분들도 청태산이 주는 상쾌함에 완전히 반하신 듯. 그런데 언제나 사단이 발생하는 법. 아침 먹고 산책하러 나서는 그 사이에 준기는 여자아이들이 자기를 따돌림했다고 앙앙불락이다. 5km 임도를 한바퀴 도는 동안 계속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해가면서 제멋대로다. 준섭이가 왔으면 좋겠다는 둥 왜 남자아이는 없냐는 둥. 어른들이 돌아가면서 달래건만 소 귀에 경 읽기다. 여자 아이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준기가 보이면 앞서 뛰어가기를 계속한다. 5km를 걷는 동안 계속 그 모양이다. 결국 2야영장 앞 개울에 도착해서 나뭇잎을 들고 “이건 준기의 나쁜 기분이야. 이제 개울에 던질 거야. 그냥 개울물을 타고 멀리멀리 흘러가는 거야. 알겠지?”하고 달랬다. 그제서야 자기도 나뭇잎을 들고 개울물에 던진다. 그리곤 뚝. 아기 때부터 나뭇잎을 개울물에 던지기를 좋아하더니 신기하네.

임도 산책을 마칠 때 유진이네를 다시 만났다. 손님들 다 보내고 솔바람 식구끼리 휴양관 방 하나를 잡아 저녁때까지 있다가 귀경길이 풀리면 가자는 얘기. 각자 따로 온 일행들은 점심을 먹고 돌아가고 우리는 유진아빠가 잡아 놓은 은방울에 모였다. 청태산 휴양림에서 규정대로 오후 3시가 되야 방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추위에 조금 떨긴 했다. 방안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방안에서 사모님들의 이야기 꽃이 피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아이들 상담하며 있었던 일, 책과 동화에 관한 이야기, 동화작가에 대한 이야기, 교육 이야기.....그 이야기에 남자는 나 혼자 꼽사리를 끼어 시간을 보냈다. 오후 1시 넘어 출발하신 분들이 5시가 다 됐는데도 용인 밖에 못가셨다는 소식. 5시 반쯤 숯불을 만들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유진아빠가 가져오신 항정살 5근, 우리집 목살 1kg, 맛있는 김치에 감자, 고구마까지 정말 맛있게 맛있게 먹었다. 9시가 거의 다 돼서 귀가길에 올랐다. 그 사이에 기온은 몹시 떨어진 듯 차 유리에는 서리가 하얗게 끼었다. 다행히 마성-용인에서만 잠시 지체했을 뿐 2시간 만인 11시에 집에 도착했다. 한참 잠을 맛있게 자다가 깬 준기가 일기쓰면서 투덜투덜 한다.

“다음에는 점심 때 집에 오자”
“준기군! 네가 준섭이랑 청태산에서 논다면 점심때 집에 오겠니, 밤 늦게 놀다가 오겠니?”
"당연히 밤늦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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