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여행

용화산휴양림과 춘천여행

by 연우아빠. 2006. 10. 25.

가을비 내리는 용화산 그리고 춘천

2006.10.21~22(1박2일)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주변 어른들께서 “남아 있는 네 아버지가 걱정이다”라고 말하신다. 마음 같아서는 장남인 내가 모시고 싶지만 맏며느리가 아무리 권해도 아버지 대답은 겨우 “생각해 보마”하는 수준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종가집 장손인 우리 과장님은 “괜히 너무 강권하지 마세요.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오래 사신 분이 도시에서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감옥생활이나 마찬가집니다. 막내동생 부부가 곁에 계시니 거동이 불편하지 않는 동안은 자주 찾아뵙는 것이 제일 좋은 효도방법입니다. 혼자 거동하지 못하면 그때 모셔오세요.” 하신다.



소양강댐 준공기념탑


어머니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어 용화산과 오서산 휴양림 예약을 취소하지 못했다. 장모님께서 사장어른 상중에 여행하는 것을 사양하셔서 오서산은 예약취소를 했다. 혼자 어머니 생각에 잠겨계실 아버지를 생각해 용화산으로 모시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버지께서는 “그래, 같이 가자” 하신다. 20일 근무를 마치고 저녁에 아버지 댁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내고 나시더니 몸이 별로 좋지 않다. 하긴 젊은 나도 몸이 좋지 않은데 아버지께선 오죽 하시랴. 누나와 막내에게 이야기 하고 21일 아침에 어머니께서 가꿔 놓은 텃밭 채소들을 솎아 아침 11시에 중앙고속도로에 올랐다. 춘천은 태어나서 처음 가는 곳이다. 춘천IC에 내려 먼저 청평사를 들리려고 소양강 댐으로 갔다. 도중에 막국수와 닭갈비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소양강 댐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3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로 선착장에 가니 청평사 가는 뱃삯이 제법된다. 건너편 선착장에 내려 청평사 가는 길을 걸었다. 편도 3km, 9살, 7살 두 아이가 왕복하기엔 좀 먼 것 같아 업어 달라고 덤빌까 걱정스러웠다.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꼬셔서 다행히 업지 않고 왕복할 수 있었다.



청평사 가는 소양강 뱃길


 
청평사 올라가는 길

계곡의 물은 완전히 말라서 단풍이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잎이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많았다. 비가 한번 와야 할 것 같다. 청평사 왕복길이 워낙 지체되어 다시 소양강댐으로 돌아오니 이미 5시가 넘었다. 아버지께서 한 말씀 하신다. “청평사 가는 길은 젊은 남녀가 다니는 길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주변이 거의 대부분 젊은 청춘들이다.


 
숨차게 도착한 청평사. 배 시간 때문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음

춘천관광지도를 보고 서둘러 용화산으로 향했다. 403번 지방도로를 타고 춘천댐 쪽으로 가다가 407번 지방도로로 갈라져 조금 올라가니 용화산 안내 표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102 보충대 앞에서 헤매다 휴양림 안내소에 한번 전화를 하고 서야 길을 제대로 찾아 올라갔다) 입구는 비포장 길이 2~3km 있어 산에 올라가는 기분이 난다. 6시가 거의 다 되어 휴양림 안내소에 도착했다. 환한 웃음으로 반겨 주시는 직원 분을 마주하니 하루 여행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다. 춘천 관광을 하실 거냐고 물어 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춘천관광지도까지 주신다. 휴양림마다 이렇게 지역 관광지도를 다 갖출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어 가는 휴양림마다 지역 관광지도 비치여부를 물어보는데 용화산은 세심한 곳까지 준비를 잘 해 놓았다. 안내소에서 친절하고 따뜻한 안내를 받으니 좋은 휴양림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촛대바위 앞 주차장에 올라가니 사방은 어둑하고 다른 가족들은 숯불 바비큐가 한창이다. 이것저것 주워 먹으며 온 바람에 별로 저녁생각이 없었지만 맛있는 냄새에 “저녁을 먹을까?”하는 생각이 난다.

 


휴양림 숙소. 귀신놀이를 하는 준기. 

방 앞에는 예약한 사람 문패가 붙어있다. 아내가 기분 좋게 웃는다. 자기 이름을 새긴 문패는 새로운 느낌이다. 새로 지은 곳이라 정말 깔끔하고 내부가 나무라서 그런지 손에 닿는 느낌이 좋다. 산뜻한 내부, 시스템 창호, 유리칸막이가 된 샤워부스, 강한 물줄기와 부드러운 물줄기 조절이 가능한 샤워기, 문을 조금 열어놓은 채로 잠글 수 있는 장치가 된 시스템 창호는 여름에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소주잔의 변신. 뜨거운 감자를 먹을 때 소주잔을 이렇게 쓸 수도 있습니다

남들 저녁식사 다 끝낸 다음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내가 어설퍼 보였는지 옆에 세남바위에 오신 분들이 토치로 불을 붙여 주시고 숯도 갖다 주시고, 오서산에서 보여준 은주아빠처럼 등불도 갔다 밝혀 주신다. 통성명도 못하고 신세만 졌다. 아버지는 이리 좋은 여행을 어머니가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섭섭하신 모양이다. 눈물을 조금 비치신다. 아이들은 그저 좋단다. 용화산에 갈 때 팝업창을 보지 않고 간 탓에 수건, 화장지, 치약... 다 가지고 다니는데 하필 비누를 빼 먹고 갔다. 할 수없이 안내소에 계시는 분에게 신세를 졌다. 고급비누를 얻어 가지고 온 아내는 기분이 아주 좋다. 작은 친절이 사람을 더 아름답게 한다. 바비큐 잔불에 감자를 굽고, 과일과 차를 마시고,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지와 산책을 나섰다. 준기는 소나무 방 옆을 지나며 다락방이 있는 곳을 예약하지 않았다고 투정을 부린다. 너무 어두워서 조금 돌다가 내려왔다. 준기가 할아버지와 자겠다고 나서니 아주 기특하다.


아름답고 친절했던 용화산자연휴양림 휴양관 모습


22일 새벽, 아버지께서 등산하자고 깨우셨지만 몸이 무거워서 따라 나서지 못했다. 어머니를 보낸 다음부터 이상하게 날이 갈수록 몸이 더 피곤하다. 아버지는 혼자 산책길에 나섰다. 일어나서 쌀 씻어 안치고 아내가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을 먹고 10시에 숲해설에 참석했다. 김갑식 해설사의 해설로 단풍길을 따라 재미있는 나무와 숲 이야기를 들으며 한바퀴 돌았다. 붉나무, 오리나무, 칡덩굴, 서로 다른 뿌리에서 나온 나무가 중간부분에서 한 나무로 합쳐졌다가 다시 다른 나무 줄기로 자라는 모습도 보았다. 한시간쯤 지났나 싶었는데 숲해설을 끝내고 보니 벌써 12시다. 남은 밥을 먹고 음식물을 정리하고 청소와 짐정리를 끝내고 차에 싣기 시작하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풍을 적시는 가을비가 참 멋있다. 하지만 산책길에서 비 맞으며 혼자 있는 벤치가 텅빈 어머니 자리 같다.


숲해설. 선생님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건만....숲해설을 10여 차례 들었던 준기는 시큰둥



열쇠를 반납하러 간 연우와 준기


 
1박2일은 너무 짧아요! 준기의 볼멘소리. 떠나기가 아쉬워 비를 맞으며 산책을 나섰다.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텅 빈 자리. 산책로에 있는 벤치.

열쇠를 반납하려고 하니 두 녀석이 서로 자기가 가져가 반납하겠다고 다투길래 같이 가져가라고 보냈다. 1시가 조금 넘어 산책을 시작했는데 30분 정도 지나서 비가 더욱 많이 쏟아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강원도립화목원과 산림박물관으로 길을 잡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화목원을 둘러보는데는 하루가 부족하다. 아이들이 입체영화를 보겠다고 떼를 썼지만 너무 시간이 지체되서 길을 나섰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인형극장도 건너뛰고 아름다운 고슴도치섬 다리를 넘어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도착했다.

 
강원도립화목원 입구에 서 있는 곰 네 마리. 아기곰 두 마리는 우산 뒤에...


 
강원도립화목원 온실 전망대에서 본 화목원 정원. 건너편은 산림박물관.

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화가 가득하고 장난거리도 심심치 않게 있다. 나도 무지 좋아하는 둘리가 나오는 입체만화영화를 가족이 함께 보고 나서야 화목원에서 보지 못한 입체영화에 대한 투정이 사라졌다. 6시가 넘어 46번 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아버지와 많은 얘기를 했다. 46년을 함께 사셨지만 아버지가 모르는 어머니, 어머니가 모르는 아버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저녁 어스름이 내리는 한강변을 따라 내려왔다.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나선지 2시간 반 정도 걸려 우리는 산본에 도착했다. 먼저 다녀오신 분들 후기에 돌아오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여럿 보았는데 게다가 비까지 와서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너무 빨리 도착했다. 비가 와서 나들이 객이 적었던 탓일까?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춘천은 여행하기에 참 아름다운 곳이다. 용화산 역시 1박 2일로 다녀오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준기도 1박2일은 너무 짧단다. 어머니가 없는 가족여행은 가을비 내리는 숲처럼 왠지 허전하다. 다음에는 준기 소원대로 다락이 있는 방을 잡아 2박3일동안 용화산과 오봉산 등산도 하고 와야겠다. 용화산은 다시 가보고 싶은 좋은 휴양림이었다.

* 청평사는 자동차로 다녀오는 것이 시간과 비용이 더 적게 들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