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여행

다유네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다

by 연우아빠. 2006. 10. 2.

오서산에서 처음 참가한 다유네 정기모임

2006.9.30~10.1(1박2일)

다유네 사이트를 처음 알고 나서 한동안 눈팅족으로 있다가 조심스럽게 쪽글과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휴양림 여행에 대해 푹 빠져갈 즈음 마침내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날 기회가 왔다.
상린아빠께서 밤따기 행사와 함께 오서산에서 가을 정기 모임을 한다는 공지를 띄우시고....
설레고 반가운 마음으로 정기모임 참가를 신청했다.

수련관 전체를 예약했고 온라인으로만 봤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운 기다림은 정말 더디게 다가왔다.
연우와 준기는 밤따기 한다는 말에 들뜨고, 상린아빠께서는 ‘빠에야’라는 에스빠냐 요리를 맛보게 해 주신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날 누가 찍은 사진인지 모르지만 정말 반가운 분들을 만났던 기억을 간직한 사진
라파엘아빠, 상린채린아빠, 현지아빠, 광민아빠, 은주아빠.....


9월 마지막 주는 노는 토요일이 아닌데다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길이 많이 막힐 것 같았다.
아이들이 학교 다녀오기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기다렸다가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바로 태우고 오서산으로 출발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상린아빠께서 가르쳐 준대로 광천IC에서 빠져나가 오서산을 향했다.
그런데 표지판을 보고 가다 보니 오서산 휴양림이 아니고 오서산 등산로 쪽이다.
다시 광천으로 나가 지도를 보면서 간신히 오서산 휴양림을 찾아갔다.
벌서 5시가 훨씬 지난 시간...대구 쪽에서 오는 라파엘, 지혜네 가족을 빼고는 거의 다 도착한 듯.

다유네 후기에서 사진으로 자주 봤는지라 다들 낯설지가 않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 사진을 봐서 그런지 “아유! 네가 연우구나, 사진이랑 똑 같네”하며 반겨 주신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정신이 없다.
유일한 미혼 아가씨 렁이님, 그리고 쌍둥아부지님, 은주아빠님, 재미있는 말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현지아빠님,
후기를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들어 주신 유니맘님, 씩씩한 화니맘님, 사진을 잘 찍으시는 호중아빠님 등등등

얼른 짐 내려 놓고 주방으로 올라가니 상린아빠께서 빠에야 요리에 필요한 해물을 손질하느라 바쁘시다.
인사를 하고 새우 손질하는 것부터 일손을 거들었다.
쌀을 양념해서 익히고 그 위에 홍합, 새우 등 온갖 해산물을 얹어 만들어 낸 빠에야는 독특한 맛을 가진 음식이다.
해물이 많아서일까 약간 짭짤한 것이 맛이 그만이다.

밖에서는 은주아빠가 숯불을 붙여 바비큐 준비를 해 놓고 모두를 부른다.
은주아빠 불 붙이는 기술은 보통사람과 차원을 달리한다.
다들 숯불구이집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할 만큼....

대 가족이 몇시간을 숯불구이를 해 먹는데도 숯은 항상 최상의 상태로 공급해 준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니 은주아빠가 준비해 온 긴 전등을 달아내 야외 식탁을 환하게 밝혀준다.

은주아빠는 미리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쏘시지를 구워 내고 배고픈 나도 하나 받아먹었다.
수제 소시지라 맛이 참 좋다.
광천시장에서 상린아빠께서 미리 준비해 온 전어구이부터 시작해서 각종 조개구이에 돼지 숯불구이까지 온갖 음식이 끝없이 나온다.

한참 먹고 있을 때 대구에서 출발한 지혜네 가족과 라파엘 가족이 도착했다.
라파엘 아빠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문재인 수석비서관과 비슷한 품위 있는 백발 스타일.(이거 본인에게 실례인 표현일레나?) 
호감이 가는 모습과 역시나 말하는 품위가 후기에서 읽었던 글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억센 대구 사투리를 거침없이 구사하는 강력한 카리스마 광민아빠님 역시 좌중의 분위기를 한방에 올려 놓는다.
조용조용 현지아빠님의 유머넘치는 한마디 한마디는 사람들을 마음껏 웃게 만든다.
정다운 이야기가 끝이 없고 화기애애한 술잔이 깊어가는 어둠과 함께 밤을 적신다.

아이들은 모처럼 또래 아이들을 많이 만나 한참을 재미있게 논다.
사방치기, 꼬마야 꼬마야 놀이, 술래잡기 등등 온 휴양림이 좁다고 뛰어 다닌다.
한둘 밖에 낳지 않는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많은 또래들이 모여 숲속에서 뛰 놀 수 있다니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여행이다.



준기와 함께 아침 산책, 역시나 사진을 의식하면 표정이 부자연스럽다.


저녁내내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은데 광천 시장에서 사온 해산물이 많이 남았다.
휴양림에서 일하시는 분들께도 나누어 드리고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고...
야외에서 저녁을 끝내고 수련관 이층을 여자들과 남자들로 한 방씩 나누어 잠자도록 하고
남자쪽 방은 ‘다유네 사단법인화’ 문제로 토론을 밤늦도록 계속했다.
나는 12시가 넘어서 잠들고 다들 내일 오서산 억새밭을 보러 아침에 등산을 가신단다. 대단한 체력이다.

늦게 잔데다 바닥이 너무 뜨거워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새벽에 등산가는 사람들 따라 나서는 것 포기하고 늦잠을 잤다.
유니맘님이 준비해 온 사골국물을 꺼내 떡국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준기를 데리고 오서산 휴양림을 돌아보았다.

여름에 쓰는 어린이 풀장도 있고 등산로도 괜찮다.
새벽에 산에 올라간 사람들이 내려와 함께 아침을 먹고 상린아빠님의 이모부가 살고 계시는 곳으로 밤을 줏으로 갔다.
대구에서 오신 분들과 다른 일정이 있는 분들은 떠나고
광천에 도착한 우리는 상린아빠가 안내해 준 문어발 재벌(?) 최명석 젓갈집에 들어가 김장용 젓갈을 좀 샀다.
지금까지 먹어본 젓갈 가운데 가장 맛있어서 금년 김장맛을 더 좋게 해 줄 것 같다.
광천이 젓갈로 유명하고 광천 입구까지 옛날에는 갯배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들 간식거리로 전통한과를 여러 박스 사기도 하고...
 


줄넘기 놀이에 신난 아이들. 등만 보이는 광민이, 은주, 그리고 호중이


연우는 처음 만난 은주가 맘에 들었는지 은주에게 찰싹붙어 다니더니 급기야 은주네 차를 타고 가겠단다.
은주는 연우보다 한 학년이 높은 아이인데 여러 가지 전래 놀이도 많이 알고 성격이 좋아서 아이들과 참 잘 어울려 논다.
은주가족은 아빠와 은주, 승환이 세 사람만 참석했단다.

광천 젓갈시장에서 나와 상린아빠 이모부님 댁에 도착해 단체로 마당에서 자리를 깔고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했다.
마당 있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니 아파트 대신 이런 집에서 사는게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다들 준비해 온 집게랑 빨간 장갑을 꺼내고 우리는 준비해간 그물망을 꺼내 함께 뒷산 밤나무 밭으로 올라갔다.
 


여자 아이들은 사방치기놀이


땅에 떨어진 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떨어진 지 일주일이 넘은 듯 벌레 먹은 밤이 많았다.
연세 높으신 부부만 사시는데다 시골이라 사람이 없어서 밤이 떨어져도 주워갈 사람이 없는 농촌 상황이 안쓰럽다.
밤 송이 떨어진 것을 처음 주워보는 우리집 아이들은 너무 신이 났다.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 가족이 제일 많이 주웠나 보다.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너무 즐거운 만남에 돌아오기 싫었지만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재촉한다. 


상린채린아빠님 이모댁에서(밤줍기 전 점심)


이번 모임이 너무 좋았던 듯 연우와 준기는 다시 오서산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끼리 칠보산휴양림을 여행하고 나서 14일에는 어머니와 장모님을 모시고 오서산 여행을 가기 위해 진달래꽃방을 잡아 놓았다.
21일에는 새로 개장한 춘천 용화산 휴양림을 예약했다.

지금처럼 회사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다닐 수 있는 휴양림은 집중적으로 다녀보자는 생각이다.
오서산에서는 안사돈 끼리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처음 해 본 밤줍기에 흐뭇한 연우. 상린채린아빠님 이모부님 댁 밤 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