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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감기 몸살보다 강한 휴양림의 유혹 - 용현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8. 1. 14.

감기 몸살보다 강한 휴양림의 유혹

2008.1.12~13(1박2일)

유럽 연수를 마치고 귀국을 한 뒤, 시차 적응도 하기 전에 1월1일부터 출근을 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만만치 않을 1년을 가늠해 봅니다.

1월 첫째주, 상린아빠께서 둘째주말에 함께 산음에 가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만 새해 첫날부터 출근했던 터라 주말에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요즘 상황 때문에 어쩔 수없이 못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7일날 아침, 은주아빠 전화를 받았습니다. 상린아빠께 산음 포기하시고 함께 용현을 가자고 하셨다고...저희 가족도 초대하셨습니다. 회사 사정 봐 가면서 참여 여부를 결정해 알려드리겠다고 하고 대충 눈치를 보다가 목요일 가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준기가 너무 기뻐합니다. 철새 탐조 예약도 취소하고 무조건 휴양림 간답니다.

“아빠 때문에 휴양림을 너무 오랫동안 못 갔어요”




해미읍성

금요일 저녁까지 정신없이 바빠서 야근을 하고 준비도 하나도 못하고....눈은 펑펑 쏟아지고... 이거 어찌해야 하나? 비장의 카드, 라파엘아빠와 유니맘님 후기를 프린트해서 집으로 왔습니다. 은주아빠께서 모든 것을 다 준비하신다고 해서 너무 편하게 몸만 가는 여행이라 너무 미안스럽고...우리는 일요일 아침 대구탕을 할 재료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새벽, 갑자기 허리가 아파 깼습니다. 목 안이 칼칼한 것이 전형적인 감기몸살 증상입니다. 다시 잠들었는데 아침에 늦게 일어났어도 뼈마디가 쑤시고 목이 아픈 것이 미치겠습니다. 유럽연수 기간 중에 추위에 너무 시달린 후유증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하필이면 이 때 감기몸살이 뭡니까?



해미읍성 안에 옛날 놀이를 하는 마당이 있습니다. 투호놀이

식은 땀이 나고 힘이 들어 끙끙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났습니다. 그래도 휴양림에는 가고 싶어서 아침을 먹고 차 내부를 청소하고 출발 준비를 했습니다. 은주네는 벌써 수덕사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음식재료를 모두 준비했다는 은주아빠 말씀에 너무 미안했는데 이렇게 늦게 가서 구경이나 제대로 할런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고속도로건 국도건 차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준기맘이 약을 지어먹고 가야하지 않느냐고 해서 병원에 가서 시간 낭비하기는 싫어 동네 약국에서 간단하게 감기약 지어서 먹고 11시30분쯤 출발했습니다. 39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서해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정말 차들이 잘도 달립니다. 가는 도중에 산목련님이 준기맘에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유진이네는 청태산에 눈썰매를 타러 간답니다. 눈이 엄청 많이와서 제대로 썰매를 즐길 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2~3가족 함께 놀러가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룰 것 같은 예감입니다.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아 해미읍성에 도착해 구경을 하다가 은주네와 만났습니다. 아, 너무도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해미읍성은 볼 만한 것이 많았고 몸 상태만 허락한다면 개심사나 수덕사 같은 곳도 가 보고 싶었는데 약을 먹었음에도 뼛속이 쑤시는 것이 영 자신이 없었습니다.


해미읍성 안에 있는 언덕에 말타기 놀이에 좋은 소나무가 한그루 있습니다.

은주아빠가 주신 강정을 간식삼아 열심히 먹고 점심은 휴양림에 들어가 컵라면으로 때우기로 하고 용현으로 출발. 2시쯤 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안내소에는 서산, 예산, 당진 지도를 비치해 놓고 방문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좋을 수가... 모름지기 모든 휴양림 안내소에는 주변 지도를 잘 비치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 경제를 같이 살리는 길이거든요. 은주아빠께서 예약한 숲속의 집(느티나무)은 전기수리 관계로 그 옆에 있는 산림문화경영실을 대신 내 주었습니다. 느티나무 집보다는 조금 작지만 널찍하고 난방이 들어오는 다락이 있어 아이들은 잽싸게 거기에 터를 잡고 내려오지 않습니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면 해미읍성 동헌과 호서좌영문이 보입니다.


물을 끓여서 은주아빠가 가져오신 맛있는 컵라면을 점심대신 잘 먹고 있는 동안 상린채린네 가족도 도착했습니다. 아이들끼리 너무 잘 놀고 있었지만 휴양림에 와서 산을 거닐지 않는게 말이나 됩니까? 산책가자고 했지만 예상대로 아이들은 싫답니다. 아이들에게 왕따당한 어른들만 전망대까지 산책에 나섰습니다.

사진을 찍었건만 거의 다 흔들렸습니다. 구름이 많이 낀 데다 해질 무렵이라 영 아닙니다. 다행히 부부만 찍어 준 사진은 잘 나왔네요.^^ 몸살 기운 때문에 추위가 뼛속을 파고 듭니다. 벙거지 모자를 썼건만 몸이 으슬으슬합니다.




용현자연휴양림에서 함께한 가족들과 산책삼아 전망대에 올라갑니다.  

5시30분 산책길에서 내려와 저녁을 준비하고, 숯불구이를 위해 은주아빠가 숯에 불을 붙입니다. 여러 번 보았지만 볼 때마다 예술입니다. 은주아빠 차 안에서는 마술상자 같은 모습으로 휴양림 여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작 제품이 계속 나옵니다. 등을 걸고 숯에 불을 붙이고 목살과 삼겹살을 차례로 굽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제 허리뼈를 감도는 통증 때문에 따뜻한 방안에 들어와 등을 지집니다. 휴양림의 뜨거운 방바닥이 이렇게 좋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거 큰일입니다.^^;;


 


전망대 올라가는 길에 눈을 쓰고 있는 소나무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들은 다락으로 모두 몰려 올라가고 어른들은 아이들교육이야기, 결혼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이야기를 하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숯불구이 끝낸 불에 은주네 가족이 해남에서 받아오신 설탕같은 고구마를 구워먹고, 아이들을 위해 불장난도 했습니다. 배가 아파 나가기 싫다던 상린이는 혼자서 1시간 이상을 불장난에 열중합니다. 덕분에 배 아픈것도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역시나 은주아빠님은 아이들을 재미있게 하는데는 정말 탁월한 재주를 가진 분이십니다.




낮에 녹았던 눈이 저녁이 되자 다시 얼어 붙습니다.

상린채린아빠님은 늘 정해진 시간에 잠을 청하러 가시고 남은 우리는 새벽3시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잠을 청했습니다만 아이들은 새벽 4시 반에도 잠자기를 거부하며 정열적으로 놉니다. 반 강제로 아이들을 재우고 잠을 청했습니다. 가져간 침낭속에서 뜨거운 방바닥에 몸을 지지니 세상에 이런 좋은 병원이 없습니다. 몸이 낫는 것은 느낍니다. 상린아빠는 아침일찍 일어나셔서 산책나가고 은주아빠도 일어나시고 맨 마지막까지 침낭속에서 뒹굴던 저도 마지못해 일어났습니다. 몸은 한결 나았지만 그래도 목이 아픕니다. 준기맘이 끊인 시원한 대구탕을 먹으니 훨씬 살만합니다. 아이들이랑 제일 잘 놀아주는 아빠 은주아빠와 함께 꼬마야꼬마야 놀이를 하고 모두들 개울가로 몰려 갔습니다. 눈이 많이 왔던 터라 다들 눈썰매랑 눈에서 뒹굴 준비를 단단히 해 가지고 갔는데 용현 근처에 눈은 하나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산목련님네가 너무 부럽습니다. 거긴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을텐데....




숯불바베큐를 위해 한방에 불을 붙이는 은주아빠.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는 은주아빠님을 화신(火神)이라 부르지요.



꼬마야 꼬마야 놀이

살얼음을 깨서 놀다가 단단하게 언 개울가에서 얼음지치기를 하다가 철호동건네 가족을 만났습니다. 휴양관에서 묵었다고 합니다. 다유네 일정표를 확인했더라면 함께 만나서 맛있는 숯불구이와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을텐데....뒤늦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한겨울 얼음이 꽝꽝 얼었습니다.


늦은 아침 탓에 점심은 건너뛰기로 하고 퇴실시간에 맞춰 휴양림을 나섰습니다. 은주아빠께서 겨울에 휴양림 바깥에 나가 추위에 떠는 것보다 일요일 숙박까지 예약해 놓으면 절반 가격에 퇴실시간에 쫓기지 않고 놀 수 있겠다고 해서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 감탄하면서... 다음에 한번 해 봐야겠습니다. 보원사터 구경을 하고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 마애삼존불을 구경했습니다. 보원사 터를 보니 발굴현장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려 노력하는 문화재청의  정책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 발굴현장을 공개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저도 사진으로만 봤었지 이렇게 트렌치를 해 놓은 것을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웅전 바닥의 기초석 아래 잔 자갈로 기초공사 해 놓은 형태까지 볼 수 있어서 좋은 구경거리였습니다.


 


발굴중인 보원사터. 앞에 당간지주가 보입니다.


마애삼존불은 정말 빛의 방향에 따라 미소의 모습이 바뀝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부처님의 얼굴 모습과 인상이 달라집니다. 도톰한 볼에 온화하고 넉넉한 웃음 속에서 백제 석공의 여유가 묻어 납니다. 12월 유럽연수 때 서양의 대리석 조각작품들의 정교함에 감탄을 했었는데 미술을 전공한 한국인 가이드가 이런 말을 하데요. “대리석은 부드러운 돌이라 사포로 밀어서 세세한 표정까지 묘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화강암은 정으로 쪼아서 만들어야 하는 세공이 어려운 재질입니다. 그 차이를 모른다면 조각을 감상하면서 엉뚱한 사대주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화강암에 새긴 부처님의 미소는 정말 예술입니다.”  이 얘기를 들은 다음에 봐서 그런지 서산마애불의 미소는 예술입니다. 마애삼존불상의 미소와 부처님의 광배, 그리고 옷의 모습은 대리석 작품과는 다른 중후한 멋을 풍깁니다.

석가여래불의 광배는 다시 회복한 백제의 힘을 내외에 과시했던 무령왕의 릉에서 발굴한 관장식과 같은 화염문이라 힘이 넘칩니다. 백제가 힘의 여유를 갖고 너그럽게 웃는 시대에 조성했던 모양입니다. 다만 마애불 뒷쪽에서 스며드는 물과 얼음이 마애불을 위협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오른쪽에 모신 불상의 팔 부분이 깨져 나간 것이 안스러웠습니다.




천년의 아름다움, 서산 백제마애삼존불상의 덕이 넘치는 미소

30분쯤 차를 몰아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에겐 정말 신나는 곳입니다. 널뛰기, 윷놀이, 씨름, 그네, 디딜방아, 사물놀이, 줄타기...게다가 지금은 보기 어려운 리어카 몰아보기, 수차, 용두레... 만져보고 직접 움직여보고 이렇게 좋은 곳이 무료라니.....
 



합덕수리박물관 연못. 엄청난 추위를 실감케하는 고드름


합덕방죽을 쌓아 올린 방법이 풍납토성 판축토성 축성법과 같은 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돌을 다루는 기술도 대단하지만 흙을 다루는 기술 역시 옛사람의 지혜가 남다르다는 사실에 존경을 표하며 헤어지기 아쉬운 다유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도 너무나 편해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아 집에 도착하니 휴양림 오가는 길이 너무나 싱겁습니다. 비수기 때 용현휴양림 자주 가고 싶네요.

아, 이제 병이 도질려고 합니다. 1월 말에는 청태산에 가서 눈썰매를 타고 싶습니다.
이거 정말 병이지요? ^^



추운 날씨에도 비단잉어들이 노닙니다.



가물 때 논에 물을 퍼올리던 용두레



세종임금이 전국에 보급했던 수차. 가물 때 논에 물을 퍼올리던 기구인데 목제가 아니라 쇠로 만든 전시물을 해 놓았네요.



곡식을 거둬 디딜방아를 찧는 곳



줄타기 놀이. 떨어져도 자꾸 해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