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여행

잣으로 곤줄박이를 불러 모으다...산음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7. 10. 30.

잣으로 불러온 곤줄박이 관찰 ^^


여행컨셉 : 이웃사촌과 휴양림 함께 즐기기
일정 : 2007.10.27~10.28(1박2일)
동참인물 : 우리가족(4명), 이웃사촌1(2명)


* 원래 4가족 14명이 떠나기로 했었는데
이웃사촌1(1명 - 열공 관계로), 이웃가족 2(3명 - 갑작스런 이사), 이웃가족3(4명 - 갑작스런 몸살감기) 등등의 이유로 달랑 6명이 잣나무 방으로 갔습니다. 너무 큰 집이라 좀 썰렁~~~



수리산 단풍이 그 날 따라 너무 예뻤습니다.

방태산의 잔소리를 기억한 우리 마눌님이 목요일 저녁에 묻습니다.

“토요일 몇 시에 출발할거야?”
“8시, 그런데 왜?”
“실천 불가능한 시간 말고....어쨌건 출발할 사람들에게 준비하라고 알려줘야 하니까”

한 달반쯤 전 10월달 휴양림 예약 다 끝난 뒤에 마눌님이 작년에 청태산에 같이 갔던 사람들 + 1가족이 휴양림 같이 가 볼 수 있느냐고 제안이 들어왔답니다. 그것도 10월달 단풍철에...우리가 휴양림을 워낙 뻔질나게 다니니까 남들은 휴양림은 맘만 먹으면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나 봅니다.

Oh my god!
어쩌겠습니까? 마눌님의 사회적 체면을 위해 큰 방이 있는 강원, 충청, 경기 휴양림 다 뒤져 대기를 걸다보니 이상한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산음휴양림의 잣나무방이 전산애러로 예약이 안된채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해 휴양림쪽에 알려주었습니다. 전산애러를 수정하자마다 잽싸게 예약을 했습니다. 로또 당첨된 기분...

그러나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 4가족 14명이 가기로 한 휴양림은 출발 이틀 남겨놓고 2가족 6명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취소하기에는 너무 아깝고...그냥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우리 집 차에 타고..

9시 30분 집을 나서서 이웃가족 2명을 태우러 갔습니다. 아! 그런데 수리산 단풍이 너무 너무 고운 겁니다. 햇빛을 받아 황금같이 오팔같이 비취같이 빛나는 단풍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얼마나 예쁜지...농담삼아 한마디 던져 봅니다. “오늘 여행 그만두고 수리산이나 올라가지!”


수종사와 두물머리



수종사 올라가는 아랫마을 노란 해바라기

이번에는 하남IC를 나와서 팔당대교 앞에서 45번 도로를 타고 팔당댐쪽으로 갔습니다. 강 건너편 밀리는 길과 대조적으로 이쪽은 고작 3~4대만 다녔고 씽씽 잘도 달려서 주말에만 열어주는 공도교를 넘어 수종사로 갔습니다. 4월달 산음 정모때 산목련님네랑 가려고 했다가 못 갔던 곳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유니맘님이 추천한 석창원도 가 볼겸 해서...

차 가지고 올라가는 길이 있지만 등산객에게 엄청난 민폐를 끼친다는 글을 여러 곳에서 본데다가 그닥 높지 않아서 가볍게 등산할 만한 곳이라서 마을 어귀에 차를 대놓고 등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공해 때문인지 따가운 햇살 때문인지 대기는 무엇이 낀 것처럼 쾌청하지 않았지만 단풍을 구경하며 올라갈 만 한 길이었습니다. 역시나 차를 가지고 올라가는 장삼이사 덕분에 별로 유쾌한 등산길은 아니데요.



산악자전거, 자동차, 두발.... 각자 즐거운 방법으로 단풍을 즐기러 수종사로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뛰어서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올라가고 마나님 두 분은 약간 허덕거렸지만 “수종사 가면 공짜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제 말에 힘을 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한강 풍경이 멋있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물머리, 이날 시정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운길산 수종사 산문을 지나 다람쥐 샘물에서 표주박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수종사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섰습니다. 두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확실하게 보이데요. 시야가 깨끗했으면 더 좋으련만...



수종사 부도



나무 사이로 수종사가 보입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포기하고 절을 둘러 보았습니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오밀조밀 아름답게 잘 가꿔 놓은 곳이네요.



수종사 석탑



530년 은행나무


500년을 훨씬 넘긴 은행나무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은행나무 아랫길로 내려오는데 상당히 미끄러웠습니다. “얘들아!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라” 라고 말하는 순간 제가 미끄러져서 왼쪽 다리를 갈아먹었습니다. 피부가 꽤 벗겨져서 아프데요. 연우, 준기, 정모 세 아이가 어른이 넘어진 모습이 우스웠나 봅니다. “괘씸한 녀석들 같으니라구”

생각보다 구경을 오래했나 봅니다. 세미원 가는 것 포기하고 점심 먹고 석창원만 보기로 했습니다. 유니맘님 추천집 기와집순두부(031-576-9009/0117)에 들어갔더니 인산인해입니다. 그래도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아주 신속하게 자리 치우고 음식을 내 옵니다. 맛 죽음입니다. 우리 입맛에 착 달라붙어 결국 과식했습니다. 늘어나는 몸무게 땜시 요즘 고민인데...밥 먹는 사이에 비지 다라이는 텅 비었습니다. 엄청나네요.



두물머리 황포돛배

 
비지 포기하고 두물머리에 갔습니다. 결혼 야외촬영하러 올 뻔 한 곳인데.... 첨 와 봤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맨날 보던 느티나무가 우람하네요. 물배추 둥둥 떠 있는 곳에 황포돗배가 유유자적 하고 있습니다. 엽서에서나 봄직한 각도로 여러장 찍어 봤습니다. 느림이 미학이 사라진 요즘에 보니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저것 타고 이 강을 왔다 갔다 하느라 꽤 고생했겠죠?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과 홀로 핀 연꽃



많은 선남선녀들이 찾는 두물머리 은행나무


아이들은 이제 10월달 메뚜기 떼처럼 자기들 맘대로 뛰어다니느라 기록사진이고 뭐고 없습니다. 아빠는 그냥 파파라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석창원에 들렀습니다. 물론 유니맘님 후기 보고 간 곳입니다. 책과 실내조경이 어우러져 보기 좋습니다. 겸제 정선의 금강전도를 오밀조밀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있고, 조선 초기에 겨울에 채소를 키우던 온실과 왕궁 안 내명부에서 썼던 꽃을 사시사철 조달했던 왕실 온실도 재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지하게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저 혼자 구경하고 다른 5명은 책 끼고 앉습니다.



옛날 우물 펌프


석창원 근처에서 옛날 수동펌프로 물을 긷는 곳이 있어서 아이들도 만져봅니다. 어릴 때 꽤 오랫동안 썼던 펌프였는데....


경악스런 잣나무 방

꽤 시간을 지체해 서둘러 휴양림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6번 자동차전용도로까지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닙니다. 전 국민이 다 단풍여행 나온 것 같습니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습니다. 잣나무방은 꽤 높은 곳에 있어서 컴컴해진 길에 찾아 올라가느라 조금 고생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불을 켜니 이게 뭡니까? 20명은 충분히 자고도 남을 큰 집안에 뭔가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바퀴벌레입니다. 지금까지 20군데 휴양림을 다녔지만 방에서 바퀴벌레는 처음 봅니다. 마나님들 기겁을 하고... 전화를 넣었더니 관리사무소에서 바퀴벌레 스프레이를 들고 오셨길래 접착식 약을 붙여 놓아 달라고 했습니다. 휴양림 쪽 얘기로는 여행객들 짐에 묻어서 들어와 번식을 한 것 같다고 합니다. 완전 박멸이 안된다고....

아마도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지라 여행객들 짐에 묻어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마나님들 기분이 영~~~~(그날 밤 자다가 사람들 위로 기어 올라온 바퀴벌레에 기겁한 마나님들이 일어나서 바퀴벌레 잡는다고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산음 휴양림 큰일 났네요.) 아무튼 이 깊은 산중에도 바퀴벌레가 진출했다니 대단한 적응력입니다.

이번에는 집에서 화덕대용으로 쓸 커다란 황토화분을 가져갔습니다. 그 안에다 숯불을 피우니 아주 좋네요. 화력 보존도 잘 되고 휴양림에서 제 손으로 고기를 구운 중에 이번에 제일 잘 된 것 같습니다. 목살 1kg 굽고, 새우 10마리 호일에 싸서 구워 놓으니 맛있는 냄새가 솔솔납니다. 살찌는 몸을 주체하기 어려워서 조금씩만 먹으려고 무지하게 노력했습니다. 다 굽고 나서도 불이 그냥 남았길래 뒤집어 엎어 놓았는데 뭐가 잘못 되었는지 아침에 나가보니 깨져 있더군요. 옛날 황토화덕을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봉미산 등산



봉미산 가는 길 1


다음날 아침, 늦잠을 잤습니다. 등산을 가려고 짐을 챙겼습니다. 김에 밥을 놓고 말아서 한 줄을 만들어 호일에 싸고 물 한병 챙겨서 길을 나서려는데 준기맘이 실눈을 뜨고 한마디 합니다.


“쌀 씻어놓고 가”

쌀 씻어 놓고 밖에 나와서 차 뒷문을 열었습니다. “왜 열었지?”

다시 닫고 앞문을 열어 등산화로 갈아 신고 산길을 올라 갑니다. 몇몇 사람들이 잣나무 밭에서 잣송이를 주워 까고 있습니다. 등산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산이 몹시 미끄럽습니다. 마사토, 작은 돌, 그리고 그 위에 가랑잎이 두텁게 쌓여 잘도 미끄러집니다. 그제서야 차 뒷문을 열었던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등산용 지팡이를 놓고 왔습니다. 그냥 올라가기로 하고 30분쯤 올라가니 땀이 나고 몹시 힘이 듭니다.



봉미산 가는 길 2



봉미산 가는 길 3


김밥 한 줄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올라갔습니다. 산은 별로 재미도 없고 참나무만 가득합니다. 참나무가 울창하니 하늘도 잘 보이지 않고 나무만 보며 앞으로 갑니다. 사람이 그리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지 길도 희미하고....오래된 리본과 나무에 노란페인트 칠을 해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봉우리 두개를 넘으니 가까이에 봉미산 정상이 보입니다.



봉미산 정상 풍경


856m, 방태산보다 낮다고 편하게 생각했다가 땀 좀 흘렸습니다. 역시나 덕이 부족해 정상 주변은 사방이 희끄무레한 박무가 끼어서 흐릿합니다. 멀리 보이는 폭산(일명 천사산 1,004m) 쪽은 그나마 보이는데 반대쪽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올라와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할 일이 없어서 기록용 셀카를 찍고 준기맘에게 보고하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더 미끄러워서 등산용 지팡이가 더 아쉬웠습니다. 전날 갈아 부친 다리가 상당히 아프네요.



봉미산 정상 


잣 천국, 산음휴양림

내려오는 길에 잣나무 숲에 들어가 혹시나 눈먼 잣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유니맘님네처럼 곤줄박이 불러 볼려구요. 등산 올라가는 일행이 있었는데 60대 아저씨 한분이 저처럼 잣을 찾고 있더군요. 부인같아 보이는 여자 분이 지청구를 하시더군요.

“씰데 없는 짓 하지 말고 얼렁 오시요!” 이러면서....

아저씨가 가신 다음에 저는 바로 눈먼 잣송이 2개를 주웠습니다. 역시 배우자에게 기죽으면 안됩니다.^^

아이들은 산책로에서 뛰어 놀다가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점 먹고 잣송이를 털었더니 꽤 많이 나오더군요. 한줌 쥐어다가 바깥 야외식탁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창문에서 3m쯤 떨어져 있어서 곤줄박이 관찰하기엔 아주 좋은 곳이지요. 잠시 후 마눌님이 설거지 하라고 해서 전 설거지 했습니다. 그 사이에 곤줄박이가 날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소리죽여 부르는 소리에 창문으로 가보니 예쁜 곤줄박이가 날아와 잣을 물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곤줄박이를 본 적이 없었지요. 곤줄박이는 처음엔 아닌 척 시침을 떼고 잣을 지나쳐 앉더니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처음 앉았던 자리와 잣이 있는 곳의 중간쯤 날아가서 다시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잣으로 날아가 한개 물어 갑니다. 그러기를 너댓번 하더니 완전히 안심을 했는지 제 짝을 데려와서 같이 나르더군요. 구경하랴 설거지 하랴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다락에서 양말 던지기 놀이에 신이 난 아이들


곤줄박이 보고 나서 아이들이 다락에 올라가더니 양말던지기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은 아래에서 아이들은 위에서 편을 갈라 신나게 놀았습니다. 느림의 미학을 통달한 준기맘은 12시 45분이 되어서야 라면을 끓여 내놓고 결국 1시 40분이 되어서 퇴실했습니다. 그래도 방태산 보다는 무려 1시간이나 단축한 것입니다.


타프에 숨어 곤줄박이를 기다리다

열쇠를 반납하고 잣나무방 바퀴벌레 박멸을 부탁드리고 다시 야영장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번 여름 한번밖에 펴 보지 못한 타프를 펴고 거기 잠복하면서 곤줄박이를 찍어 볼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잣나무 숲 산책로로 가고 혼자서 타프를 쳐보니 이론과 실제가 영 협조가 안됩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로프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로프를 더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온 아이들 협조로 타프를 대충 치고 돗자리 깔고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개천에 내려가 물고기 관찰에 나섰습니다.



물고기 관찰, 관찰이 끝나고 개울에 놔 주었습니다.


느림의 철학에 관한한 준기맘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 물고기 몇 마리가 준기맘에게 잡혔습니다. 유리병 속에 놓고 관찰하고 나서 풀어주고 타프에 모였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 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잣나무 숲에서 잣송이 2개를 새로 주워서 5미터쯤 떨어진 곳에 잣을 뿌려 놓았는데 30분이 지나도 곤줄박이가 올 생각을 안합니다. 지저귀는 소리는 머리 위에서 들리는데...




곤줄박이를 기다리며, 2번째 쳐 본 타프에 각이 영 안나옵니다


날씨가 추워진 탓에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입니다. 생라면 깨서 먹고 비스켓 몇개 먹고 기다렸지만 곤줄박이는 올 생각이 없나 봅니다. 빗방울이 점점 더 많아져서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포기하고 4시쯤 철수 했습니다. 곤줄박이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제일 알차게 휴양림에서 머무른 것 같습니다. 비를 맞으며 이포대교로 해서 지방도로만 열심히 타고 용인을 지나 집 근처에 도착하니 8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