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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개장 첫 테이프를 끊은 두타산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8. 3. 3.

개장 첫날 다녀온 두타산 휴양림

2008.3.1~3.2(1박2일)

 

□ 느림과 게으름의 차이

상린아빠께서 두타산 휴양림 동자꽃방을 예약하신데다 정선 레일바이크까지 예약해 두셨다고... 그냥 식재료만 준비해서 몸만 가면 되는 널널한 여행이었는데...바뜨...1일날 아침 눈을 뜨니 7시20분.... 연우맘 지시(?)로 밥 안치고 거실에서 잠깐 더 졸다가 아침을 먹고 나니 9시. 밤 늦도록 잠 안자고 조잘대던 연우와 준기는 아직도 꿈나라. 긴긴 방학과 봄방학에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한참 꼬인 모양이다.

아내가 아이들 깨워서 밥먹이는 동안 은주아빠 쪽지보며 준비물 확인하려다 유니맘님 후기가 빨간 표지를 달고 떠 있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랴. 유니맘님 후기 후다닥 읽을 요량이었는데 긴긴 스크롤.... 중단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후기를 다 읽고 참을 수 없는 댓글의 유혹을 억제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오르니 이미 11시. 느림의 미학 수준을 넘어 게으름의 수준까지 레벨 업(레벨 다운인가?) 되버린 인간들에게 도로는 가차없이 보복을 가한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할 것 없이 가는 곳마다 차가 줄섰다. 나란히 나란히 쉬엄쉬엄... 한참을 끌다가 이제는 웬만큼 빠졌겠거니 하고 양지IC로 들어 갔더니 5분정도 달리다 바로 급정거...끝없이 줄지어선 차량이 우리를 맞는다. 이미 12시 40분. 간만에 진부 부일식당 가서 맛있는 산채백반 먹으려던 계획은 날 샜고, 간신히 호법을 경유 이천에서 점심먹으려고 청목쌀밥집에 가니 인산인해다. 은주네는 벌써 휴양림에 도착한 듯...휴양관에서는 휴대폰이 안된다고 연락이 왔다.

번호표 받고 15분쯤 기다려 자리잡고 다시 30분이나 있다가 밥상을 받았다. 아침을 늦게 먹은 탓에 2인분 시켜서 4명이서 겨우 다 먹었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아까보다 줄이 더 길다. 2시 40분.. 아이들이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나서 늦게 출발했냐고 한 마디씩 한다. 아빠가 느림의 미학으로 “인생 뭐 별거 있어?”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했더니 이 넘들이 반발을 ^^


□ 보배 같은 아이들

바람처럼 눈썹을 휘날리며 진부를 빠져나와 59번 도로를 타고 가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곳이다 했더니 문화유적답사동호회 모시고 다닐 때 몇 번 와본 곳이다. 신라 건국전설이 있는 태기산과 어답산이 지척에 있다. 휴양림 입구에 도착하니 귀엽고 깜직한 조형물이 어서오세요 반긴다. 나름 열심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안내소를 휭하니 지나 휴양관에 도착하니 상린네와 은주네 가족이 반갑게 뛰어 나오신다.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101호 동자꽃방은 옆 휴양관과 분리되어 있어 이웃집에 소음 피해는 작겠다. 아이들은 방안에서 자기들만의 세계로 들어가고 어른들은 휴양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타산 휴양림 난방은 24시간 전부터 켜 놓아야 따뜻한 기운이 올라온단다. 80도에 설정해 놓았는데도 3시간이 넘었건만 온기가 거의 없다. 자갈을 데워서 난방을 하는 방식이라나 뭐라나...아무튼 절절끓은 휴양림 방바닥에 등을 지지는 취미를 가진 많은 이들을 배신하는 휴양림이라고 하겠다.

조금 뒤 윤이네 가족이 도착하고(우탁군은 불참) 텐트 칠 자리가 없는 반가운(?) 휴양림 환경 덕분에 4가족이 한집에서 지내기로 결정. 은주아빠와 함께 고기 구우러 밖에 나갔다. 위층에 온 가족들은 장작을 한아름 안고 와서 고기를 굽는다. 우린 은주아빠의 화력시범과 조용하고 은은한 환상적인 숯불에 고기를 굽고...오랫만에 피운 숯은 수분이 많아서인지 불총을 사방으로 쏴대고 천하의 은주아빠께서 불총에 눈 아래를 맞아 작은 화상을 입었다(겨우내 집에 있던 숯을 사용하시는 분들 특히 조심하셔야 할 듯)

술 즐기는 아빠 1명, 따님의 감시를 받고 있는 아빠 1명(수시로 와서 몇 잔 마셨는지 확인합니다), 정해진 양이 차면 조용히 주무시는 아빠 1명, 조상님을 잘못만나 술을 입에 대기만 할 뿐 마시지 못하는 불쌍한 아빠 1명, 이렇게 넷이서 밖에서 고기를 굽고 잔을 돌리고, 아이들과 맘님들은 방안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고기, 둔내축협 항정살, 삽겹살... 은주아빠의 완벽한 숯불+품질 좋은 고기+좋은 공기+즐거운 대화가 녹아드는 숯불구이가 맛있게 익어갑니다. 방안에서 먹는 가족들은 생각보다 고기를 아주 적게 먹습니다. 낼 아침에 먹을 김치찌개 거리로 고기를 남겨두고 방안으로 철수...

아이들은 한참은 재미있게 지내다가 티격태격 하다가 또 우르르 재미있는 놀이를 하러 방안으로 몰려갑니다. 우리 아들 준기, 9살짜리가 다른 애들과 달리 ‘한국사 傳’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려는데다 고집을 꺾지 않으니 토요일 저녁 휴양림에서 함께 지낼 때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이번에도 한바탕 전쟁입니다. 아으...어쨌거나 또다시 우르르 아이들 방으로 몰려가 잘 노는 것을 보고 어른들끼리 이런 얘기 저런 얘기에 밤이 늦도록 잠을 청할 생각이 없습니다.

야영모드로 돌아서서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윤이네 가족 여행이야기도 듣고 영하29도에서도 야영이 가능한 알프스 마운티어링 침낭을 직접 보니 가격도 생각보다 아주 싸고 아내와 딸에게 1개씩 사 주면 야영을 좀 더 따뜻하게 할 수 있겠다 싶어 욕심이 납니다. 사야지..3월22일 희리산 휴양림과 부여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어른들을 방으로 끌고 간다. 우와!!!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이 멋진 작품들..감동 만땅... 이걸 휴양림 방에 영구 보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얘기가 저절로 나온다.

□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이야기와 음식의 향연

다유네 가족들이 모이면 특히 윤이네 가족이 함께하면 그날 우리 배는 평소보다 3배는 커지는 것 같다. 밤 늦도록 맥주와 소주가 줄지어 나오고 유니맘께서 내 놓으시는 맛있는 음식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상린아빠께서 정량을 넘겨 10시 40분까지 버티시다가 잠자리에 들고 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유니맘님의 맛있는 음식이 줄을 선다. 먹음직한 골뱅이무침 국수가 야식으로 나오더니 커피로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모임에 나왔던 다유네 사람들은 한번씩은 마셨을 맛있는 커피를 아쉽게도 나만 포기해야했다. - 새벽 2시반쯤이라 이거 마시면 밤에 잠을 못자기 때문에...T.T

아이들이 많이 모이니 얼마나 신이 나는지 당최 잠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1월달 용현휴양림에서는 새벽 4시가 넘어도 잠자기 싫다고 하더니 이번에도 2시 반이 넘었는데도 잠자기 싫단다. 안된다고 간신히 어르고 달래서 잠자리에 들었다.

□ 정선 아우라지 기찻길

눈을 뜨니 아침 7시, 다른 사람들은 일어나 산책을 나가는데 꼼지락 거리며 이불에서 나오기가 싫다. 어영부영 세수를 하고 산책 갔다가 오신 분들과 아침을 함께한 다음 윤이네가 먼저 길을 나섰다. 희리산을 기약하며....그리고 “후기 쓰세요!”하는 멘트를 날리시면서.....

지역 주민들 얘기를 들으니 휴양림을 만드느라 원래 계곡을 넓히고 간벌을 했다고 한다. 간벌목을 쌓아 놓은 것이 지난 수재때 피해를 악화시켰다는 사람들과 분쟁도 상당했던 모양이다. 휴양림 입구 쪽에 마을은 대도시에서 산자수명한 곳을 찾아 팬션같은 집을 지어놓고 살려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인데 지난번 수해를 입은데다가 휴양림 계곡에서 내려갈 생활하수 정화시설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반대도 심했고...아무튼 휴양림에 들락거릴 사람들 때문에 아랫마을 사람들은 주말마다 좀 귀찮기는 할 것 같다. 산림청이 힘이 없는 기관이니 휴양림 조성 예산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또 우리나라가 쫀쫀하고 세밀하게 따져가면서 일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허점투성이리라.

우리는 점심까지 챙겨먹고 3시에 예약해 놓은 레일바이크 타러 정선 구절리 역으로 갔다. 휴양림에서 출발할 때 은주아빠가 레이바이크 할 때 연락용으로 쓰라며 준비해온 작은 무전기를 하나씩 아이들에게 주니 아주 신이 났다. 구절리 가는 내내 서로 무전 주고 받느라 40분 정도 가는 길이 아주 짧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은 한참 굵어져서 폭설에 갇혀 집에 못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잠시 들었지만 40km 길을 달려 구절리에 도착하니 눈은 그쳤고 바람만 차다. 상린아빠께서 예약해 놓은 표를 받아들고 레일바이크를 끌고 올 기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이들이랑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침목을 밟으며 옛날 생각도 해 본다. 철도법 위반 어쩌고 하면서 무단통행에 대한 처벌로 공포감을 조성했던 어린 시절, 그래도 철길 걸어보기는 다 했었지.

2시 30분, 드디어 빨갛고 노란 레일바이크를 잔뜩 달고 정선풍경열차가 들어온다. 주의사항 설명듣고 레일바이크 위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집 - 상린네 - 은주네 순서로 앉았는데 내심 걱정이 된다. “이거 움직이려나?” 갔다 오면 오금이 땡길것 같아서 준비운동도 좀 하고.... 4km라니 좀 먼 것 같기는 하다(헌데 돌아오면서 확인해 보니 7.2km). 드디어 다섯 번째로 우리집이 출발하고 이어서 상린이네와 은주네 가족이 출발했다. 처음 타보는 거라 도중에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페달 밟는데 신경을 썼다.

거금 26,000원에 고생을 자처하며 가는 레일바이크 여행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출발하고 1km쯤 가니 슬슬 땀이난다. 모자 벗고 여유잡고 가는데 뒤에서 상린이네가 쫓아온다. 냅다 도망가다가 다시 보니 어느새 뒤에 바로 붙었다. 다시 냅다 달렸다...생각보다 재미있다. 경치도 볼만하고 봄이나 가을에 정말 좋겠다 싶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레일바이크 타는 사람들이 꽉찬 것으로 보니 계절 좋을 때는 하기 어렵겠다 싶기도 하다.


□ 졸리는 귀가길

아우라지 역에 도착해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상린아빠께서 어름치 레스토랑에서 사 준 감자튀김을 간식으로 먹었다.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배가 고픈 것으로 보니 밥 잘먹고 살 빼는데는 레일바이크가 그만이다.^^

뉴스에는 횡계부터 66km가 막힌다고 해서 저녁을 진부에서 먹고 출발하자고 진부로 갔는데 부일식당의 성공 때문인가 온통 산채정식 집들이 즐비하다. 상린아빠와 은주아빠 두 분이서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짜장면 집을 찾아서 부일식당의 양해를 구하고 어른은 산채정식, 아이들은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었다. 레일바이크에서 땀을 좀 냈더니 그런가? 밥을 한공기 더 먹었다. ^^;;

3월 22일 희리산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세 가족은 각자의 귀가길을 찾아 출발했다. 우리는 진부에서 연료를 넣고 7시에 고속도로에 올랐다. 원주까지 1시간 30분정도 걸렸는데 가는 도중에 너무 졸린다. 어제 잠을 늦게 잔데다 레일바이크를 하면 땀을 내서 그런가 보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일단 잠을 좀 자야할 것 같아 문막휴게소에서 20분 정도 잠을 잤다. 8시 50분..문막휴게소를 나와 길을 가는데 아까보다는 좀 잘 나간다. 상린아빠와 은주아빠 두 분이 번갈아가며 잘 들어가고 있는지 전화를 주셨다. 아이들은 세상모르고 잘자고 10시 30분 조금 너머 집에 도착하니 아파트 주차장 제일 좋은 자리가 비어 있다.


은주아빠께서 깔끔하게 설겆이 해 놓은 그릇들. 예술입니다.^^

 


한 밤중에 유니맘님이 내 놓은 골뱅이 무침. 맛있는 음식에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끝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방 한 칸을 차지한 아이들이 이런 그림을 만들어 방 문에 붙였습니다.

 


한참동안 안에서 뭘 하나 했더니 들어와 보라고 합니다.

 


햐! 정말 멋진 작품들입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 공부하라고 들들 볶는다면 이런 재주들이 사라지겠죠?

 


새벽 2시가 넘어서 커피를 내리는 유니맘님 부부. 커피를 연간 10잔 이하로 마시는 저도 이 커피만은 사양하기 힘듭니다. 

 


3월2일 아침. 봄이 와야 할 산에 눈이 옵니다.

 


준기와 산책을 나갔다가 함박눈을 맞았습니다. 함박눈 속에 휴양관이 한겨울 풍경입니다. 

 


휴양림 입구에는 나무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정선 구절리 역에서 레이바이크를 타 보기로 했습니다.

 


구절리 역에는 기차를 개조한 팬션도 있고, 여치처럼 생긴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철길 위에서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우라지 역까지 갔던 레일바이크를 끌고 기차가 들어옵니다.

 


2인승과 4인승 레일바이크가 엄청 많습니다.

 


상린이와 채린이가 추운 날씨 때문에 중무장을 했습니다.

 


제법 긴 구간을 페달을 밟아 아우라지 역에 도착합니다.

 


아우라지 역에는 어름치 두마리를 형상으로 레스토랑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구절리 역으로 돌아오는 기차 위에서 철로 역 개천을 찍어봅니다.

 


이런! 몹시 힘들었나 봅니다. 아이들이 잠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