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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미국 민중사 / 하워드 진

by 연우아빠. 2014. 10. 17.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492년부터 2000년대까지 현재 미국 영토 안에서 벌어졌던 사람들의 역사를 다룬 책.


대다수 책들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 먹고 사는데 필요한 재산 이상을 가진 사람들, 

사람을 수단으로 다뤘던 1% 이하에 불과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기술한 역사인 반면, 


이 책은 권력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들, 먹고 사는데 필요한 재산 이상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 

사람을 수단으로 다루지 않았던 99% 사람들의 입장과 시각에서 미국연방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크리스토발 콜론(미국명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이 도착한 이래, 1,500만명이 넘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을

절멸시키는 과정은 문장으로 읽기 힘들만큼 잔인했다.


흑인들을 노예로 부린 적나라한 역사, 피해자들이 남긴 기록은 몹시도 읽기 힘들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무도한 인간들이게 저항했음을 확인하고,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조지 부시 1세가 재선을 위해 이라크를 침략했을 때

해병대 병장 에릭 라슨은 이런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임을 선언한다.

여기 내 개인 장비로 가득한 세일러 백이 있다.

여기 내 방독면이 있다.

내게는 이것들이 이제 필요하지 않다.

나는 이제 해병대원이 아니다. 

.........

우리나라의 수도에서 조차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 

즉 잠잘 곳, 하루에 따끈한 식사 한끼, 약간의 의료보호 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생활방식을 위해 싸운다는 것은

내게는 너무도 당혹스러운 일이다.


1991년 조지부시 1세가 이라크를 침략한 뒤, 역사학자 마이클 영은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의 고속도로를 파괴할 수는 있지만 국내에 고속도로를 짓지는 못한다. 

이라크에 전염병을 퍼뜨릴 수는 있지만 수백만 미국인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에 대한 이라크의 탄압을 통렬히 비난할 수는 있지만 국내의 인종문제를 처리하지는 못한다.

다른 나라에 홈리스들을 양산할 수는 있지만 국내의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전쟁의 일환으로 50만 군대에서 마약을 없앨 수는 있지만, 국내의 수백만 마약 중독자들의 치료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는 못한다.

.................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결국 패배한 것이다.



1992년 500주년 콜럼버스 데이에는 사상 처음으로,

선물과 우애로 환영해 준 원주민들을 납치하고 노예로 삼고 사지를 절단하고 학살한 

한 남자를 기념하는데 대해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고 한다.


미국은 국민의 1%가 전체 부의 1/3을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부는 99%의 국민을 서로 적대시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분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식 체제는 세계 역사상 가장 정교한 지배체제란다.

기회와 틈새, 유연성, 선택받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 1등짜리 복권 등을 

이보다 더 많이 갖춘 지배체제는 일찌기 없었다는 것이다.

선계체계와 노동조건, 교회, 가정, 학교, 언론매체 등을 통해 지배를 복잡하게 분산시키는데 있어

미국을 능가하는 체제는 어디에도 없다.

개혁을 통해 반대를 누그러뜨리고, 국민들을 서로 고립시키며, 애국적인 충성심을 조장하는데 있어서 

미국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둔 체제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교육기관과 서적, 매스미디어를 통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미국은 없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는 17세기 이래 미국이 어떻게 세계 지배자의 길을 걸어왔고,

어떻게 국민을 속이고 나누고 인종차별과 학살을 해 왔는 지, 제3세계 민중을 학살 수탈하고,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실은 제국주의를 지향해 왔는 지를 알 수 있다.


하워드 진이라는 학자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 흑인 노예, 비 앵글로 색슨 이민자들, 여성들, 권력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맨 손으로 저항했던 민중들이 남긴 기록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 놓았다.


3백년이 넘는 잔악하고 반인륜적인 미국의 체제는 극소수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고하게 굴러가고 있는 중이다.


수십만 굶주리는 미국인을 위해서는 단 한푼도 쓰려 하지 않으면서

1%의 이익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군비로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 위정자들.

독재자와 학살자를 지원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세금을 원조하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에게는 단 한푼의 돈도 지출하기를 거부하는 권력자들.

전 세계의 약자들을 어떻게 짓밟고 무너뜨리며 단물을 빨아 왔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 책은 통해 그동안 이해 되지 않았던 단편적인 미국발 뉴스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마치 구슬을 꿰는 것처럼 한눈에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부조리함은 미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는 나라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인간사회를 지배하려고 하는 자들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우리와 자녀들이 전쟁 총알받이가 되는 길을 피하고

우리와 관계없는 1%에게 우리의 인생과 자산을 빼앗기기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을 편찬해 낸 하워드 진 선생 기록을 남긴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역사는 기록을 남긴 자들의 것이다!



* People / 민중 또는 인민

공산주의자들 때문에 People이란 단어를 '인민'으로 번역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워드 진이 사용한 단어는 민중이라는 복수형이 아니라 사람 또는 인민이라는 단수다.

국가라는 체제가 생기기 수십만년 전부터 people은 존재했다.

국민은 황국신문의 줄임말이며 19세기 후반에나 적용 가능한 용어이다.

국가에 소속되지 않았다 해도 세계 인권 선언에서 지칭하고 있는

'국적, 성별, 연령, 피부색, 종교, 정치이념 등'에 관계없이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는 people, 즉 사람(인민)이다.


사람을 지칭하는 영어 용어는 매우 다양하다.

mankind : 어린이와 여성이 배제되어 있다.

human : 역시 어린이와 여성은 배제되어 있다.

man : 여성, 어린이는 배제되어 있다.

woman : 남성, 어린이는 배제되어 있다.

people : 인종, 피부색, 민족, 국적, 성별, 연령, 피부색, 정치이념 등이 모두 배제되어 있는 사람 그 자체를 지칭한다.

             그러므로 공산주의자들이 말하는 "인민해방"이란 주장은 근본적으로 틀렸다.
             인민은 사람 그 자체로 자연 그대로의 사람인 것이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사용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에는 국적의 개념이 포함되지 않았다.

즉 국가, 인종, 민족, 종교, 정치이념에서 독립적인 인민 그 자체를 지칭한 것이다.

우리가  people을 인민으로 번역할 수 있을 때 레드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국적에 관계없이 그 땅에 살며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행복추구권과 참정권 같은 보편적 인간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기리라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