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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배론(舟論)

by 연우아빠. 2013. 9. 27.

한가위날,


5일간 연휴였지만 어머니 기제사가 음력 18일이라 어디 갈 수 없는 상황

동생들도 나이를 들어가고 직장에 매인 몸이라 먼길 오가기 점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차에

 

둘째 동생이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추석과 어머니 기제사가 너무 가까워 부산에서 오르내리는데 문제가 있으니 추석날 제사를 모시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외로 아버지께서 추석날 차례를 지내지 말고 밤에 어머니 기제사 지내는 것으로 정하셨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격히 넘어가는 것을 체험하는 세대가 되버린 우리들...

 

이번 기제사만 기일에 지내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차례를 지내고 난 뒤, 두 동생은 처가로 가고

우리도 처가에 들러 보려고 저녁 때 시골로 길을 나섰다.

 

하룻밤 자고 금요일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준기가 고속도로 오가며 자주 봤던 배론성지를 꼭 가보자고 졸랐다.

책에서 본 <황사영 백서사건>과 관련된 곳이라고...

 

긴 연휴에 딱히 갈 곳도 없는 지라

길이 막히거나 말거나 한번 들러 보기로 했다.

 

영세 견진 두 가지 성사를 다 받은 처지에 미사 참례도 영성체도 하지 않은 지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인구 센서스 할 때만 천주교 신자라고 표시하는 신자)

 


 

고속도로를 나와 구불구불 들어가니 아름다운 마을 길이 주욱 이어지더니

끝에 배론성지가 나왔다.

 

 

 

성상을 지나갈 때 성호를 긋고 최양업 신부의 묘지를 먼저 찾아 보았다.

 


 

우리집  뒷산 너머에도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의 묘가 있는데 여긴 아들인 최 신부님 묘지

올라가는 길에 원주교구 주교로서 두차례 군사반란 정권에 맞서 싸웠던 지학순 주교의 묘지가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지학순 주교님의 묘지...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무심하게...

 

 

 

정구는 관명, 양업은 어릴 때 이름.

우리나라 두번째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포교도 해 보기 전에 죽음을 맞았다면

토마스 최양업 신부는 초기 천주교회 정착과 성장과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

배론 성지 성직자 묘지를 지나 한참을 올라가니 최 신부님 묘지가 있다.

 

 

 

신부님 묘지의 표고를 짐작케 하는 계단길을 내려와 배론성지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황사영의 백서 사본, 원본은 바티칸에 보관중) 중학생 때 황사영 백서 사건을 처음 접하고 이해를 못했다.

물론 지금도 이해 못하지만...종교의 자유를 위해 남의 나라 군대를 불러들이려고 비밀 편지를 흰 비단에 적에 베이징으로

보내려고 했던 황사영의 행동...그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잔악함을 몰랐던 순진한 선비였다고 해야 할까?

황사영은 정약용의 조카사위다.

 

 

 

황사영의 순교를 기념하는 탑과 그의 동상

그는 이 기념탑 오른쪽에 있는 토굴에 숨어서 신유사옥의 전말을 기록하고 조선을 청나라에

편입시키거나 서양군대의 파병을 요청하는 백서를 작성했다가 발각되어 1801년 처형되었다.




 

개천 건너편에는 최양업 신부 기념 성당(배론성당)이 있다.

배 모양을 닮은 성당. 내부 천장은 배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용골과 배바닥 모양을 하고 있다.

 

 

 

성당으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를 새겨 놓은 공원이 있다.

 

 

 

교통이 불편한 산속이지만 아늑하고 햇볕이 잘 들어 피난처로도 훌륭하다는 느낌

 

 

 

겨울에는 이 비탈에서 눈썰매를 탈 수 있을까?

 

 

 

저기 보이는 휴게소에서 수녀님이 만들어 주시는 팥빙수를 사서 맛있게 먹고

 


 

예전에 키우던 로즈마리가 생각나서 이 화분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로즈마리를 5년 넘게 키우다가 실수로 죽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지 못했던 로즈마리 꽃을 여기서 보았다.

 

배론 성지 주변은 현지맘님께서 살고 계신 곳인데 풍경이 참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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