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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6년만에 다시 찾은 청평사

by 연우아빠. 2012. 9. 9.

6년만에 청평사를 다녀오다

 

2012.8.31~9.1(12)

 

주말마다 야영하러 가려고 눈에 불을 켜고 휴양림 예약을 시도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낚이지 않는 수도권 예약.

정말 귀신 같이 빠른 사람들이군. 30초도 안되서 모두 예약이 다 찼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91일 예약을 못한 아쉬움을 갖고 예약사이트를 어슬렁거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월별 예약을 뒤져보니 9, 10월은 야영장 수리한다고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올해 초에 회사 건강검진을 831일에 예약해 두었는데 금요일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야영장 가면 되겠다 싶어

중미산, 유명산, 산음 세 군데를 봐 두었다.

 

예약해 둔 8월말이 다가오는데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쓸고 지나가 한숨을 놓고 있는데

이런! 볼라벤에 밀려 대만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던 14호 태풍 덴빈이 뒤늦게 볼라벤의 뒤를 따라 우리나라로 올라오고 있었다.

다행히 백두대간 남쪽을 따라 동해안으로 빠져 나간다지만 목요일 밤 집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실, 818일 중미산에서 비를 맞았기 때문에 이번 야영에서는 타프를 잘 말려 보려는 생각도 있었는데 

다시 빗속야영이면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 준기 두 녀석은 이제 야영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시큰둥하다

특히 연우는 공부해야 하는데 야영은 무슨...이라며 좀 강하게 저항한다

주말상봉 가족생활을 2년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런 점이다


이제 주변 사물에 대한 기억도 또렷하고 호불호가 분명해지는 이 시기에 주말상봉 생활을 하니 

아이들과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되돌릴 수 없는 귀한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모래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하러 서울에 다녀왔다

매년 딱 하루만 단 둘이서만 있는 시간이지만 어쩐지 낯선 느낌이 든다.

우리 인생이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기울어져 있었나 보다.

 


짐을 차에 거의 다 실었을 때 준기가 돌아왔다.

“‘아빠, 오늘 부회장 됐다

~응!?”

오늘 부회장 후보로 나서서 당선 됐다고!

아니? 어쩌다가?”

 

외사촌 누나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2학기 임원 선거에 스스로 손을 들고 나섰단다

친구가 추천을 해 주기로 했는데 그냥 자기가 먼저 한번 해 보고 싶어서 손을 들고 나갔단다

친구들 가운데 제일 표를 많이 받아 부회장이 되었다는 이야기.

 

작년에도 친구들이 부회장 하라고 추천을 했는데 자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거부를 한 녀석이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

 

해보고 싶으면 해도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부회장이 됐다고 하니 아내와 난 좀 당황스러웠다.

이런 경험 저런 경험 해 볼 수 있으면 하는 게 좋긴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딱히 뭐라 표현하기 곤란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 좀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요즘인데, 

어쨌든 아이는 자라긴 자랐나 보다.

 

휴양림에서 오후에 들어와 달라는 문자가 왔다

야영을 할 수 있지만 태풍 뒷정리를 좀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전갈.

야영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늦은 오후에 길을 나섰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막히지 않고 잘 달렸다.

 

하지만 중미산 보다 먼 길을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길이 이렇게 멀었었나?”

 

야영장에 도착하니 안하던 신분증 검사를 한다.

예약자와 실제 들어오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민원이 자꾸 들어오는 모양이다.

태풍이 두번 연달아 온데다 휴가철 끝물이라 그런지 오늘은 빈 데크가 많은데?

 

예약한 110번 데크에 가보니 경사가 많고 계곡 바로 위쪽이라 물소리가 너무 컸다.

1 야영장은 한번도 캠핑을 해보지 않은 곳이라 휴양림 홈페이지의 개념도만 보고 선택했는데

실제와 차이가 너무 커서 좀 맘에 들지 않았다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 다는 점과 경사가 좀 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이런 데를 예약했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먼저 텐트를 쳤다.

일단, 텐트를 쳐 놓고 휴식을 할 수 있게 해 놓으면 잔소리가 좀 줄어드는 학습이 되어 있어서...

 

잔소리는 했지만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짐을 나른다

지금 라면 먹으면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은데 아이들이 배 고프다고 라면이라도 끓이자며 아우성이다.

텐트를 쳐 놓고 나서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래도 예약을 취소한 데크가 좀 있겠다 싶어서 안내소로 갔다.

 

혹시 계곡 건너편 데크를 취소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 보니 112번 데크가 비어 있다고 한다

그 쪽은 평지인지라 무릎도 아직 좋지 않은데 얼른 자리를 바꾸었다.


텐트는 반만 해체해서 준기랑 들고 가고 나머지 짐은 차에 싣고 옮겼다

한 여름에는 낮에 햇볕이 많이 들어서 조금 덥겠지만 현재는 별로 관계 없는 계절,

취사장이 가깝고 차를 데크 바로 옆에 댈 수 있는 평지라서 아주 좋은 편이다.

 

덴트를 치는 동안 아내가 저녁을 준비했다. 어둑해져서 텐트만 치려고 했더니 비가 내린다.

할 수 없이 타프를 꺼내 텐트를 쳤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저녁 먹느라 바쁘다.

그래도 역시 믿을 사람은 아내뿐,

제비가 박씨 물어다 주듯이 수시로 쌈을 하나씩 들고 와서 먹여 준다. ^^ 

 

어찌됐건 제대로 타프까지 쳐 놓고 나니 기분은 좋은데 

사방에서 숯불구이를 하는 냄새가 계곡 바람을 타고 우리 사이트까지 밀려왔다

그렇게 좋아하던 숯불구이였는데 그을음 타는 그 냄새가 왜 그리 싫은지,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식성이랑 취향도 바뀌나?

운동을 못해서 살도 늘어지고 몸무게도 늘어서 그런지 숯불구이 보다는 다른 것을 찾게 된다.

 

밥을 먹고 데크 주변 정리를 좀 하고 나서 연우가 영화보자고 조른다.

녀석이 가기 싫은 야영을 따라 오게 하려고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저녁 먹자마자 바로 주문을 한다.

 

준기를 데리고 계곡에 가서 시원한 등목을 했다.

이젠 물이 시리다.

태풍이 몰고 온 비 때문인지, 평소에도 맑디 맑은 산음휴양림 계곡물은 생수보다 더 맑고 깨끗하다.

수도권 휴양림 가운데 가장 조용하고 깨끗하고 숲이 깊은 휴양림.

 

사이트 구축하느라 땀에 젖은 머리를 물속에 푹 담궜다.

아빠 등목을 시켜주던 준기는 등목하면 계곡물 오염시키는 것 아니냐며 계속 잔소리를 하다가 자기도 등목을 해 보겠단다.

 

등에 물을 부어주자 너무 차갑다며 비명을 지른다.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상쾌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 이런 게 가족여행의 맛이 아니겠나?

그리고, 아들아! 이렇게 제한적인 사람들이 등목 하는 것으로 물이 크게 오염되는 것은 아니란다.

게곡물은 모래와 자갈 사이를 통과하면서 정화가 되는데 사람이 자정 능력 이상으로 오염시키지 않는 한

계곡물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단다.

 

등목을 하고 나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사이에 졸음이 밀려온다.

준기는 내일 춘천에 통나무집닭갈비 먹으러 가잔다.

산음에서 식당까지 50km쯤 된다.

닭갈비 한번 먹자고 춘천까지?

 

 

계곡 옆은 잠잘 때는 물소리 때문에 성가신데 이웃 사이트에서 나는 웬만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1야영장은 처음이지만, 선택하길 잘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밤중에 아내가 깨웠다. 화장실 가잔다.

캄캄한 밤, 보름달이 떠 있는데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계곡 물소리만 들린다.

! 화장실이 먼 것이 단점이군

 

아침 햇살에 눈을 뜨니 아침 7시쯤 되었다.

아침을 준비하고, 야영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계곡 건너편 처음 예약했던 110번 데크 근처에는 세 동만 들어왔고 10여동이 빈채로 남았다.

태풍 때문에 취소한 사람이 많은가 보다.

 

아침을 먹고 준기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섰다.

산음에 벌써 다섯 번째 인데 숲 산책로는 여전히 새롭다.

준기와 함께 숲 산책로를 올라가다 알탕하기 좋은 곳을 여럿 발견했다.

분명 숲해설 들으며 여러 번 지나간 곳인데 이런 곳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든다.

 

숲 속에서 나무를 묶어 놓았다가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끈을 발견했다.

끈을 풀고 나니 시간이 오래 지났는 지 나무껍질 색깔이 변색이 되었다.

2 야영장 근처에서 돌아 내려와 아침을 준비하고 침낭을 널어 햇볕 소독을 했다.

빨랫줄을 치다가 누군가 나무에 못을 박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

못을 빼려고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맨 손으로는 빠지지 않았다.

장도리가 있었다면 쉽게 뺄 수 있었을 텐데 팩을 박기 위해 망치만 갖고 다니다 보니 해결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 야영 데크 위에 못을 박는 사람들은 가끔 보았지만

살아 있는 나무에 이렇게 못을 박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아침을 먹는데 아이들이 춘천 닭갈비 먹으로 가잔다.

2년 전에 먹었던 소양강댐 앞 통나무닭갈비집을 찾아갔다.

2년 전보다 사람이 훨씬 더 많아져서 대기번호를 받아 기다렸다.

젊은 남녀들과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길을 메울 정도로 많다.

40분 정도 기다리니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예전보다 찾아오는 사람은 더 많지만 음식맛은 여전히 잘 유지하고 있는 듯한데

내 입맛이 변했는지 단맛, 짠맛, 매운맛 같은 자극적인 맛이 신경을 거스른다.

아마도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밥을 해 먹느라 양념이나 간을 덜 해 먹다가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밥을 많이 먹었으니 살 빼러 가야지 하면서 반대하는 녀석들을 끌고 청평사로 차를 몰았다.

6년전 소양강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 갔다가 마지막 배 시간 때문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입구에서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배타고 소양강 댐을 건넜던 것 말고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청평사 들어가는 길, 매표소 앞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를 하자마자 쏟아지는 비.

나와 준기는 판초우의를 꺼내 입고, 아내와 연우는 우산을 쓰고 청평사로 향했다.

청평사 가는 길은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도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2km쯤 걸어서 절에 도착할 때 쯤 비가 그치고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인다.

 

고려 시대 중기에 지은 천년 정도 된 작은 절인데 경내가 깔끔하고 아늑하다.

여행 기억은 남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금방 사라지고 마는 듯하다.

 

산음야영 후에 청평사까지 갔다 온 것이 거리상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들 녀석은 쌩쌩하다

최근에 야영 다니며 숯불구이를 하지 않았더니 2주일 뒤에 예약해 놓은 방태산 야영장에 갈 때는 새우 소금구이를 해 먹자고 한다.

올해는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았었는데 방태산까지 야영하러 가는 것이 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올해 들어 아들의 몸이 부쩍 자랐다.

마음도 같이 자라서 언젠가 어른이 되겠지.

평화롭게 여행 다닐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 1야영장 모습.

예전에 비해 데크를 많이 철거해서 그런지 복잡한 느낌이 없고 쾌적하다.



우리 사이트. 보조 폴은 한쪽에만 세우고 반대쪽은 그냥 팩을 박아 줄 하나만 설치했다.

타프 칠 때마다 느끼지만 타프를 치고 1박2일은 왠지 억울하다.



토요일 아침, 아들과 산책하며 발견한 버섯.



아름다운 색깔을 보니 독버섯이렸다?

그런데 이런 분류도 너무 인간 중심적이 아닌가. 

이 버섯이야 자기 나름대로 생태계에 적응하며 오랜세월동안 진화해 온 위대한 생명체 가운데 하나인데 말이지.



마치 복면을 하고 있는 사람얼굴 같아 보이는 나무.

사람들이 자기 필요 때문에 끈으로 묶어 놓았다가 제대로 자르지 않고 방치한 탓에 이런 흔적이 남았다.

1년 뒤에는 다시 제 색깔을 되찾겠지.



숲해설을 하는 숲산책로 곳곳에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두번 거쳐간 태풍 때문에 계곡 물이 늘어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한여름이라면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기 좋은 곳.

아들과 오르내리다 보니 알탕하기 좋은 곳도 계곡 곳곳에 숨어 있다.



징검다리도 건너서



벤치에 앉아 쉬면서 낙엽송 숲 속에 있는 제2야영장을 찍어 보았다.



토요일, 늦은 점심을 먹고 비를 맞으며 춘천 청평사에 들렀다.

고려 중기, 청평사를 중건한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가 있는 곳.

당시 최고 권력을 누렸던 인주이씨 집안 출신이었음에도 이자현은 평생 벼슬과 권력에 대해 담을 쌓고
이 곳에서 수도를 하며 
청빈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의 사촌 가운데는 고려 중기에 최고 권세를 누렸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난을 일으킨 이자겸이 있다. 




비가 오는 숲길은 나무가 울창해 밤처럼 어둑어둑했다.



청평사 들어가는 계단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커플이지만 다정한 모습이 보기 좋다.





청평사 경내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딸과 뱀이 된 청년 사이에 얽힌 윤회전설이 이 절에 전해 온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연등

단청과 함께 우중충한 날씨에도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세상에는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그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연우 사진 찍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운 요즘

갑자기 준기와 아내가 연우 찍으라고 한다.



    

하늘에 노출을 맞추면 땅이 어둡게 나오고                               땅에 맞추면 하늘이 날아버리는 사진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닫기 훨씬 전에

사람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이유는 때가 되었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늘 색깔이 정말 고왔는데 사진으로 그런 느낌을 살리는 것은 어렵다.



대단한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이 쌓은 듯



절을 내려오는 길에 구송폭포를 다시 찍어 봤다.

역시 폭포는 물줄기가 시원해야 보기가 좋다.



폭포 아래 쪽에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딸이라는 평양공주와 그를 사랑한 청년의 전설을 테마로 한 공주와 상사뱀 모습

전설을 찬찬히 읽어보니 요즘 기준으로 보면 스토커와 스토커에게 시달린 공주의 이야기 쯤 될려나?

집요한 사랑은 당사자들에게 비극이 될 수 있겠다.

암튼 두 당사자가 윤회의 업을 끊을 수 있었다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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