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보낸 중미산 야영
이럭저럭 30번째 가족야영이었네요.
첫 야영도 폭우 속에서 했었는데....
이번에도 소나기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야영을 했습니다.
2012.8.18~8.19
잠깐 사이에 내린 비 때문에 아기 오줌줄기 같던 사방댐의 낙수가 작은 폭포가 되었네요.
주말 이산가족 생활도 어느덧 3년째.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기간 중 제일 좋은 시기를 주말의 짧은 나들이로 때우고 있다.
그나마 연초에 무릎을 다쳐 갈 수 있는 범위는 더 줄어 들었다.
다행히 좋은 이웃을 만나 중미산을 7~8월에 세번 다녀올 수 있어서 많은 위안이 되었다.
8월 셋째주 주말에도 다시 중미산을 다녀오기 위해 짐을 꾸렸다.
둘째 주말에 아내가
"다음 주에도 또 갈테니 짐은 그냥 차에 놔두자고. 이번 주에는 차 쓸 일도 없으니"라고 하여
양손에 들 정도로 가벼운 짐만 새로 챙겼다.
아빠와 함께 영원히 야영을 갈 것 같던 아들이 드디어 작은 반항(?)을 시작했다.
"지난 주에 갔다 왔는데 또 거길 간다고? 안가면 안돼? 주말에 비 온다는데."
"우리 형편상 멀리 갈 수 없어서 가까운 곳에 잡았는데 그냥 집에 있을까?"
"다른데 가자"
"아들, 다른데 갈 수 있는 처지가 아냐. 내년에는 다른데를 고려해 보자.
9월에는 방태산에 한번 가보자. 거기 예약해 놨어"
"그럼 맛있는 거 먹어야 돼."
"어디서?"
이때 딸이 끼어 든다.
"힐 하우스"
"헐! 그 비싼 곳을...."
어쨌거나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다시 중미산으로 떠납니다.
하늘이 아침부터 찌푸둥하여 비가 올 것 같습니다.
늦게 나섰더니 길이 생각보다는 막혀서 야영장 도착 전에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 냉면집에서 점심 먹은게 좋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중미산 막국수를 선택했습니다.
마치 평양냉면처럼 밍밍한 맛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했습니다.
다음에는 비빔국수를 먹어보자고 하면서 휴양림으로 들어갔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타프를 쳤습니다.
1년만에 타프가 햇볕 구경을 합니다.
오랫만에 팩을 박느라 망치질을 했더니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아마추어는 역시 장갑을 껴야 하는데....
타프를 간만에 쳐서 그런지 어딘가 어설픕니다.
하루만 있다가 갈 것인데, 적당히 하라는 아내의 지청구에
각 잡는 것 대충 포기하고 텐트를 치는데, 비가 쏟아집니다. 굵고 짭게...
각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타프에 금새 물이 고입니다.
비를 맞으며 다시 각을 잡습니다만, 처음 정확하게 잡지 않아서 도중에 수정이 쉽지 않습니다.
보조 기둥을 한칸씩 빼서 경사를 더 주어 적당히 해결하는 것으로 타협을 하고
비오듯 흐르는 땀을 씻으러 사방 댐으로 올라 갔습니다.
저보다 젊은 아빠들은 웃통만 벗고 그냥 작은 폭포에 몸을 맡깁니다.
보는 사람이 다 시원합니다.
쉽지 않은 물수제비 뜨기
잠깐 비가 그친 사이 아들과 함께 사방댐에서 히히덕 거립니다.
물어 떠내려 온 나무 조각을 보고
"악어다! 악어가 나타났다!" 라고 내가 소리치자
"어, 정말! 커다란 악어가 나타났어. 얍! 저리 가라!"라면서 아들이 맞장구를 칩니다.
302번 데크에 온 아빠는 대롱이 달린 풍선과 우유팩 절반을 이용해
공기로 나가는 풍선배를 만들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줍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튜브를 가지고 올 걸'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둥둥 떠 다니는 것이 제일 편할 것 같은 사방 댐.
물수제비 뜨기 하는 아이들을 따라 준기도 해 보는데 그게 쉽게 되는 건 아니죠.
여러번 해 봐도 잘 안되니 조금 짜증을 내는데
예전에 현지가 하던 노하우를 가르쳐 줍니다.
"음, 남들이 안 볼 때 돌 여러 개를 동시에 던지는 거야. 그럼 마치 물 수제비 뜨는 것처럼 보여"
"어! 정말이네"
우리 아들은 참 착합니다. ^^
비가 오니 다들 타프를 쳤네요. 같은 타프가 하나도 없더군요.
저녁 때가 되니 안개와 함께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 오릅니다.
간헐적으로 굵고 짧게 비가 내리니 휴양림 안에서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생각 같아선 웃옷을 벗고 비를 맞으며 운동하는 것도 괜찮은데
"과도한 노출을 삼가합시다"라는 경고문을 존중해 그러지도 못합니다.
사방댐에서 놀던 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내려간 사이
오전에 배드민턴을 치느라 땀을 흘린 아들과 사방댐에서 등목을 했습니다.
시원한 물에 더위가 사라지는 듯 합니다.
사방에서 바람을 타고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우린 그 동안 숱하게 해 먹었으므로 이번 여름에는 숯불구이 생략입니다.
저녁은 아이들이 의정부 오뎅식당에서 먹었던 부대찌개를 해 보자는 제안에 따라
준기가 소시지를 썰고 제가 밥을 했습니다.
"밥 물 맞추기가 기가 막혀요"
"그럼, 자주 하면 금방 도사가 되지"
가스가 떨어져 준기랑 매점에 내려가 사오고 나서 야영장에서 제일 늦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비는 계속 굵고 짧게 반복적으로 내리다가 해가 지고 나서는 잠잠해졌습니다.
영화를 보려고 했으나 네비게이션이 하드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해 포기.
할 일이 거의 없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합니다.
아내는 후식을 먹고 난 뒤에 혼자 책을 봅니다.
동생이 만들어 준 LED등은 책을 보기에도 충분할 만큼 환합니다.
짙은 구름에 숲속이 컴컴해집니다.
한밤중에도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더워서 텐트 앞 뒤를 반 쯤 열어놓고 잤는데 새벽에 잠깐 깼습니다.
공기가 너무 차가워 머리가 살짝 아팠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문을 닫고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뜬 두 녀석은
"힐 하우스에서 점심을!!!"을 합창합니다.
"너희들이 전교 1등을 하거나 올 100을 하면 고려해 보지" 라고 했더니
"헐,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예요" 합니다.
"그럼, 그 집에서 밥을 사주면 무지 열심히 공부를 하나?"라고 했더니
"그건 할 수 있지"라고 하네요.
텐트를 걷는 동안 아내가 조용히 얘기합니다.
"당신, 연우가 당신에게 얘기할 때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알아?"
"응! 연우, 준기 두 녀석에게 대체로 그렇게 하고 있어.
주말에 대구에 내려가면서 늘 반성하게 되는데 쉽게 안 고쳐지네."
그렇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두 녀석이 하는 얘기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것을 하면서 건성으로 듣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집에 올라 올 때는 다른 일에 신경쓰지 않고 아이들과 얘기하리라 생각하면서도
늘 밀린 신문, 잡지 보고 자료 다운받고 하느라 건성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게 아이들이 함께 여행가는 것에 조금씩 반항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텐트를 걷고 힐하우스를 찾아갔습니다. 6년 반이 되었군요.
즐거운 표정이 가득한 아이들이 주문을 합니다.
헉! 두 녀석이 선택한 음식은 우리가 로마에서 먹은 제일 비싼 음식보다 더 비싸군요.
둘은 마냥 싱글벙글입니다.
공부하라는 이야기보다 함께 얘기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쉽게 행동이 바뀌지 않네요.
이번 주에는 아이가 즐겁게 공부하고
자기 의사 표현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한 주를 투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훗날을 위해서도...
타프의 중심선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주름이 생겼습니다.
빗물 골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타프에 물이 고입니다. 이걸 발견한 준기.
점프를 하더니 물을 튕겨 쏟아지게 합니다. 심심하니 별 장난을 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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