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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서남해안 여행(4) - 완도

by 연우아빠. 2011. 3. 16.

□ 완도행(3.1) 

헐!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이 내렸습니다. 연우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도 눈이 왔는데 중학교 들어갈 때도 눈이 내리네요. 어제보다 훨씬 춥고 바람도 많이 붑니다. 습도가 높으니 더 춥습니다. 유럽의 겨울 날씨 같네요. 

갈 길이 먼 날입니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집에 도착하면 6시간 정도 걸릴겁니다. 10시 30분에 멋진 휴양림을 나왔습니다. 아내는 몹시 아쉬운 듯 합니다.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니까 당연히 집과 반대방향인 남쪽으로 내려 갑니다. 


까르페 디엠(Carpe Diem)!
천리 길을 내려왔는데 백리 길이 무서워 지척에 있는 완도를 두고 간다면 아깝지 않겠습니까? 완도로 들어가는 다리는 오래되서 낡았습니다. 그 옆에 멋진 사장교를 만들고 있더군요. 완도에 들어서자 한번 가봤으면 했던 완도수목원 표지가 보입니다만 그냥 지나갑니다. 옛날 청해진 자리에 있는 장보고 유적으로 보는 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입니다. 널디 넓은 땅에 장보고기념관이 서 있고 저 멀리 언덕에는 거대한 동상이 보입니다. 장보고 기념관은 당시 시대상을 소개하고 동서 교역과 동아시아 지중해 해상교역로를 상세하게 배울 수 있는 각종 자료들로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완도 장보고 기념관


대양을 누비던 장보고 선단의 배 모형


장보고 선단의 주요 거래 품목들
도자기, 유향, 비단..셔터 스피드 확보가 부족해 사진이 흔들렸네요.


장보고는 신비에 싸인 인물입니다. 삼국사기에는 그의 고향과 조상을 알 수가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신분이 매우 낮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당나라에서 산동반도를 중심으로 고구려의 후예인 이정기가 일으킨 제나라(평로치청)를 토벌하는데 큰 공을 세워 무령군 소장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어찌됐건 우리 역사에 보기 드문 수완으로 동아지중해의 한 가운데인 오늘날의 장도에 자리를 잡아 당, 신라, 일본, 필리핀 일대의 무역을 장악하여 엄청난 부를 쌓았습니다. 신라 말기의 왕통이 무너지고 권력다툼에 빠진 귀족들이 그의 힘을 이용했지만 그를 해도인이라 멸시하여 결국은 부하였던 염장을 보내 그를 암살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문에 아라비아 상인들이 “신라는 개도 금을 물고 다닌다”고 부러워할 정도로 대단했던 해상무역기지는 영영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살아남은 그의 부하들은 모두 육지로 강제이주 당하고 말았습니다. 


8세기~15세기까지 동아시아 해안을 다녔던 중국 선박 모형


아름다운 꽃무늬를 담고 있는 수막새


15세기 무슬림 출신 환관 정화가 남아프리카까지 원정항해를 했을 때 사용했던 배
삼각 돛을 갖추고 있어 역풍에도 항해를 할 수 있었던 배로 함포를 갖춘 대형 군함이었습니다.
인도항로를 개척하려 했던 폴투갈 배들이 조금만 더 일찍 희망봉에 도착했더라면 정화의 군함에게 초토화 되었을
거라는 가정도 있지만, 명나라가 대양활동을 중단시킨 뒤에 인도양에 등장했기이 서양은 운이 좋았습니다.


도려도경을 지은 서긍이 타고 고려에 왔던 배가 이렇게 생겼다고 합니다.
신주(神舟)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중국이 최초로 쏘아올린 유인 우주선 이름과 같습니다.


장보고 선단의 주요 무역 거점이기도 했던 천주는 해상 실크로드의 동아시아 관문이었습니다.
장보고 선단의 활약 덕분인지 9세기 경에 아라비아 여행자들이 남긴 기록에는 신라가 등장합니다.
개도 원숭이도 모두 황금을 두르고 있고, 도적도 없고 이 나라에 간 무슬림들은 너무 좋은 나라라서 돌아오질 않는다는
이상향으로 소개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완도 장좌리 일대를 발굴할 때 발견한 유물들을 가지고 만든 전시실


배를 정박할 때 썼던 닻


당시의 무역과 상업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형


기념관을 나와서 건너편에 있는 작은 섬인 장도로 걸어갔습니다. 썰물 때는 물이 빠지기 때문에 쉽게 건널 수 있고 밀물 때는 나무다리로 건너다닙니다. 거세게 부는 찬바람을 무릅쓰고 장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올라서 보니 사방이 한눈에 보입니다. 과연 군사기지로, 무역기지로 쓸만한 땅입니다. 적이 접근하기 어렵고 해안에 좋은 배후지도 거느린 곳입니다. 장보고라는 이름과 청해진 터만 남았지만 한번 성공했던 일은 후대 사람이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법입니다. 장보고처럼 넓은 사고를 가진 배포 큰 인물이 많이 나오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다들 세상을 돌아보기 보다 좁은 책상머리에 앉아 세상을 경영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니 많이 아쉽습니다. 


장보고가 사령부를 설치했던 장도의 성곽구조입니다.


완도와 작은 다리 하나를 두고 건너야 하는 작지만 전망이 좋은 섬 장도에 장보고는 요새를 만들었습니다.


발굴작업을 마치고 성벽과 장대 등을 모두 복원했습니다.
빈 터를 보여주는 것 보다 이런 시설물들을 복원해 보여주는 게 더 기억에 많이 남을 겁니다.


섬이지만 섬 같지 않은 절묘한 지형
그리고 완도라는 큰 섬을 배후에 끼고 있어 군사적으로도 무역항으로서도 훌륭한 자리입니다.



섬 건너편 완도에 장보고의 거대한 동상이 바다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장보고는 우리나라 역사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줬는데 역적으로 죽어 오랫동안 묻혀 있었습니다.
장보고 - 왕건 - 최무선 - 이순신으로 이어지는 서남해안의 왕성한 해상역량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 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준기는 앞으로는 섬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산과 다른 뭔가를 느낀 걸까요? “섬에 들어가는 것은 네 자유지만 나오는 것은 자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느니라” 라고 했더니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답니다. 올해는 징검다리 연휴가 많으니 야영짐을 챙겨 섬으로 자주 떠나야겠네요. 

돌아오는 길에 독천식당을 다시 만났습니다. 얼른 들어가서 연포탕, 갈낙탕, 낙지무침을 시켜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저렴하게 먹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금액입니다. 날씨가 궂은 탓이었을까요? 돌아오는 길은 막힘없이 금방 도착했습니다. 대구에 내려갈 기차를 예매해 놓은 시간이네요. 주차장에서 가족들과 헤어져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연우에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이나 관심 있는 일을 노트에서 정리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해 보라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이루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도 찾아서 함께 정리해보라고 했죠. 언젠가 현실이 될 날이 꼭 온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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