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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제주여행_셋째날

by 연우아빠. 2007. 5. 28.

한라산등산과 아프리카박물관  2007.5.23~5.26(3박4일)

5월 25일 아이들과 함께 한라산에 오르다

목이말라 눈을 뜨니 새벽 3시, 바람소리는 여전히 엄청나고 창밖에 세차게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천지를 뒤집어 놓을 듯 하다. 날씨가 좋으면 영실코스라도 올라가볼까? 어차피 애들이랑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는데...아버지께서 더 연세가 드시기 전에 한라산에 올라가 보는 것이 좋긴 한데...다시 잠을 청했다 눈을 뜨니 5시30분. 아버지는 역시 산책을 나가셨는지 자리에 없다. 밥을 안치고 창문을 열어보니 높은 나뭇가지를 쓸고 지나가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조금 뒤에 들어오신 아버지는 비가 그쳤다고 하시며 한라산에 가고 싶으시단다. 비가 그치면 올라가죠. 바람이 이렇게 심하니 곧 구름이 걷히지 않겠어요. 라고 대답하고 휴양림에서 가까운 영실을 택해 한라산을 오르기로 했다.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자기로 예약을 한 터라 아침을 먹고 짐을 싸서 나섰다. 출발하려는데 다시 비가 쏟아진다.


비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휴양림 앞 연못에서 올챙이를 관찰

약천사를 먼저 보고 올까 망설이는데 30분쯤 지나자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고 다시 안개가 낀다. 일단 영실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영실입구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하고 안개가 조금 끼었지만 비는 그쳤다. 매표소에 도착해 주차요금을 내고 영실입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갔다. 해발 1,280미터에서 출발하는데 숲속으로 들어가자 바람을 느낄 수가 없다. 다만 숲 위를 쓸고 지나가는 소리와 나뭇가지 흔들림만 요란하다.


영실입구에서 등산로를 신나게 뛰어가는 연우와 준기



영실에서 본 등산로 능선




해발 1,500m 지점에서 보이는 오백나한 바위, 큰 비가 와서 폭포가 흐릅니다.

어제 비가 많이 온 탓인지 등산로 곳곳이 도랑이다. 주목군락, 고사목, 철쭉을 보며 올라가는데 장관이다. 한라산 오르내리며 2백장이 넘는 사진을 찍어댔다. 오백나한바위가 보이는 1,500미터 지점에서 간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었다. 오백나한바위 사이에서 비폭포(큰 비가 와야만 흐르는 폭포)가 아스라이 떨어진다. 아이들 체력을 고려해 쉬엄쉬엄 오르는데 녀석들은 마구 달음박질친다. 수많은 까마귀떼가 마치 독수리처럼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 가까이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이미 익숙한 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 등산객들이 흘린 음식찌꺼기가 많은 것을 아는지 앉아서 쉬는 장소마다 까마귀가 날아와서 기다리고 있다.


등산로를 뛰어 올라가는 준기



가을 하늘 같은 한라산의 하늘



1,500미터 지역의 고사목

올라가면서 준기와 연우는 바위에 이름을 붙였다. 티라노사우르스 바위, 강아지 바위, 황소바위...주목지대 한 가운데에 구멍숭숭 뚫린 바위 덩어리 사이에 커다란 습지가 있다. 올챙이가 바글바글하다. 이 높은 곳에 올챙이라니.. 자세히 보니 도롱뇽 알도 여기저기 보인다. 참 대단한 생명이다. 준기는 올챙이 뜨기 한다고 한동안 정신이 없다. 올챙이가 화상 입을지도 모른다고 주의를 주고 두손을 모아 물과 함께 뜨고 잠시 보다가 바로 물에 놓아주라고 주의를 주었다. 시킨대로 잘한다.



우리가 이름 붙인 티라노사우르스 바위

주목지대를 벗어나니 한라산 정상이 보이고 평탄한 개활지가 펼쳐졌다. 12년전 설악산 종주 때 1,700미터 지점에서 보았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다. 나무로 만든 길을 따라 노루샘에 도착해 나머지 간식들을 모두 먹고 배낭을 비웠다. 연우와 준기는 아직도 힘이 넘치는지 뛰어 다닌다. 부산여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바글바글하게 올라온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여전히 힘이 넘쳐 뛰어다니는 연우와 준기

수많은 까마귀들이 멋진 날개 짓으로 등산객 머리위로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마침내 윗세오름에 도착했다. 연세 드신 아버지도 대단하시지만 연우와 준기도 대단하다. 업어 달라고 떼를 쓸 줄 알았는데 얼마나 잘 올라가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쉬엄쉬엄 왔더니 평상적인 속도보다 1시간쯤 더 걸렸다. 10시 10분에 영실입구에서 출발해 12시 30분에 윗세오름에 도착했다.


윗세오름 도착 후 하산길에서



해발 1,700m 근처에 있는 웅덩이, 도롱뇽 알을 발견

30분쯤 머물다 준기소원이 또 나온다. “아프리카박물관”가야 한다는 거다. 매일 나오는게 무슨 소원이람... 내려가면서도 미처 보지 못한 풍경사진도 찍고 해무에 가린 서귀포를 바라보며 천천히 길을 잡았다. 비폭포는 그새 물이 많이 줄었다. 아버지는 백록담을 보지 못해 못내 아쉬운가 보다. 나도 아이들이 이렇게 잘 걷는 줄 알았다면 하루일정으로 성판악 코스를 택했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하산 길을 재촉했다.


강한 바람을 견디며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나무

영실에 내려와 아프리카 박물관으로 갔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프리카의 역사, 유물, 문화를 모아놓은 이곳은 독특한 아름다움과 우리와 다른 표현방식을 느낄 수 있어서 볼만한 곳이었다.



아프리카 박물관


 

부산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후 5시 반쯤 제주공항에 도착한단다. 동생도 우리 땜에 필 받아서 제주도 가족여행에 나섰다. 월요일까지 3박4일 일정을 잡았단다. 저녁을 제주시내에서 같이 하기로 했다. 청해일로 오라고 약속하고 나니 주상절리는 볼 수가 없겠다. 제주도에서 제일 크다는 약천사를 구경하러 갔다. 야자수를 배경으로 서 있는 약천사는 다른나라 같은 분위기다. 새로 다듬었는지 옛스런 맛은 없는데 독특한 웅장함이 있다. 절 뒤에 있는 산책로는 귤과 귤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부처님 오신날 다음날이라서 그런지 동남아시아 쪽에서 온 관광객도 많다.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약천사



약천사 대웅전 뒷편에서 바다를 보며....

약천사 구경을 마치고 청해일(064-756-2008, 횟집)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간 탓에 1시간 넘게 기다렸고 한번에 앉을 자리가 나지 않았는데 다행히 다른 분들이 양보를 해 주셔서 한방에 10명 두가족이 다 앉을 수 있었다. 모듬회 중자(5만원) 두 개 시켜서 먹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간 사람들에게는 좋은 메뉴다. 정말 끝없이 나온다. 먹는 속도보다 나오는 속도가 더 빠르다. 손님이 너무 몰려오니 종업원들도 몹시 지쳤나보다. 가끔 필요한 것이 늦게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에 나온 죽 두 솥과 생선구이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포장해서 가지고 나왔다. 벌써 밤 10시가 되었다. 둘째네 가족과 헤어져서 절물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11시다. 국화실 열쇠를 받아 들고 긴 나무데크를 걸어서 도착했다. 아이들은 휴양림이 너무 좋은가 보다.

“아빠, 여기서 세밤을 다 잤어야지!” 연우가 잔소리를 한다.
커다란 냉장고, 식기건조기, 콸콸 나오는 따뜻한 물, 따뜻한 방, 상쾌한 삼나무 향기...
“그래도 아빠는 서귀포자연휴양림 같은 원시림이 더 좋다”

“여기서 두 밤은 자고 싶어” 준기가 아쉬운 투정을 한다.
“얼른 자거라. 내일 일찍 일어나야 멋진 숲을 보지”

* 이 글은 다유네(http://www.dayune.com/)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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