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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이가 망치는 우리 말, 우리 얼

by 연우아빠. 1998. 10. 9.
배운 이가 망치는 우리 말, 우리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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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문화관광부장관(신낙균)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민족문화계승, 관광수입증대, 한자문화권과의 교류확대 등을 이유로 한자병용 정책을 쓰겠다고 보고 했다. 
대통령도 민족고유문화 전승 차원에서 한자 병용책을 쓰는 것이 좋겠노라는 말을 했다고 신문과 방송에 보도가 되었다.


1. 한자는 우리 글인가?


한자와 한문이 우리 글과 말이 아님은 명백하다. 
통일신라시대 우리말 표기를 위해 한자를 빌려와 이두를 만들었다는 설총의 기록은 한자는 우리 글이 아니며 우리말은 따로 있었다는 증거다.

신라 31대 신문왕은 당나라에서 유학한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우리나라 지명과 사람이름을 모두 한문식으로 고치도록 하는 민족문화사상 최악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그 결과 우리나라 지명과 사람이름과 성씨가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중국식으로 바뀌었다.

또 당나라 유학생 출신 최치원은 帝王年代歷이란 책을 쓰면서
 '우리말에 임금을 뜻하는 말이 있으나 천하고 더러워 한자식으로 王으로 표기한다'라고 썼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우리말은 분명 따로 있었지만 글자가 없어서 한자를 빌려쓴 것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단군 조선 때 제 3대 가륵 단군이 臣智에게 명하여 만들어낸 가림토(加臨土)문자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자음과 모음 38자로 구성되어 집현전에서 만든 한글이 이를 바탕으로 했다는 주장과 발해, 대마도, 일본 등지에서 사용한 흔적들이 있다는 기록들이 
심심찮게 있다고 하나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된 바 없다


2. 배운 사람들이 망치는 우리 얼

물고기, 꽃, 풀, 곤충, 새 이름 가운데 이상한 점을 느낀 적이 있는가? 
이 가운데 한자어로 된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느낀 적이 없는가?

버들치, 꺽지, 넙치, 가물치, 메기, 며느리밥풀꽂, 개나리, 달래, 냉이, 씀바귀, 버들강아지, 말똥구리, 개미, 고니, 개똥지바귀, 까치, 제비 등등 모두 한자어가 아니다.

왜 그럴까? 
나는 이런 현상이 바로 일하는 것을 천하게 여기는 유학과 그 계통의 주자학이 끼친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방안에 앉아서 소위 '죽은 귀신들이 말하는 수백 수천년 전의 넋두리'를 달달 외우고 
대국에 유학 가서 남의 글과 말을 배웠던 많은 지식인들이 일반 백성들의 노동과 생활에 관심이 없었기에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백성들의 삶 속에 한 뼘도 들어가지 못했던 사람들이기에 외국에서 줏어 들은 것들은 모두 한자어로 만들었지만 
그렇지 못한 풀, 새, 꽃 이름들은 다행히 우리말로 그대로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민족 고유문화 전승을 위해 한자를 같이 쓰겠다고 한다.


3.백성들과 따로 노는 한자말

민족고유문화를 파괴한 주범은 바로 한자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 多紐細線文鏡, 貝塚, 遺構石斧, 櫛文土器, 金銅彌勒 菩薩半跏思惟像, 前方後圓墳 등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이 모두 우리나라 최고의 석학들 이 모여 고고학 용어를 정하거나 일본에서 베껴온 것이다. 
물론 이 분야 뿐만아니라 전체적으로 비슷한 형편이다. 
보통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용어를 우리말이라고 만들어 쓰고 있다.

이러니 민족문화의 창달과 계승은 커녕 그들만의 학문으로 전락했고 
이걸 학교에서 배우는 젊은이들은 우리 문화와 역사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요즘은 미국물이 든 최치원과 신문왕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한자로 우리말을 훼손하더니 서양말로 우리말을 훼손하는 일이 많아졌다.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야 자기 분야에 필요한 글자나 부호를 어떻게 만들던 필요한 대로 만들어 쓰면 되겠지만 
일반 국민에게까지 이런 행위들을 따르라고 하니 무슨 민족문화 계승발전이 있겠는가?


4.한글을 아끼고 사랑하자

모든 이가 삼국사기 원서를 읽어야 민족문화가 계승발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이가 링컨의 게 티스버그 연설을 영어로 읽을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생물의 다양성과 함께 문화도 독특한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야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문자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든 것이 한글이다. 
그런 만큼 가장 체계적인 문자이다.


한글은 유네스코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체계라고 평가했다. 
배운 사람 몇 몇이 한자가 편하다고 국민모두 한자를 쓰자고 하다니. 
너무 오래되어 순 우리말로 모두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라도 우리말과 글을 더욱 잘 다듬는다면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배운 사람들이 우리말을 더 많이 파괴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명심하고 한글을 소중하게 갈고 다듬어야 할 것이다. 
항일 전쟁기간 동안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잡혀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고문을 받다 감옥에서 돌아가신 이윤재 박사님의 말씀은 
우리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준다.

"우리가 조선말을 잊지 않는다면 감옥 안에서도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10월9일은 한글날입니다. 
꼭 기억합시다. 

1998.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