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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통고산 자연휴양림과 울진 여행

by 연우아빠. 2004. 9. 29.

통고산 자연휴양림과 울진 여행

2004.9.25~2004.9.27(2박3일)

9.28일 한가위 전후로 무려 5일간 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 긴 휴일동안 무엇을 할 것이냐 하는 아내의 질문에 마땅한 대답거리가 없다.
아내가 부모님 거처 근처에 갈만한 휴양림이 없을까? 묻는다.
지난 여름휴가 때 갔던 용대 휴양림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났다.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니 울진 가는 길에 통고산휴양림이 보인다.
예약하러 들어가보니 제일 큰 숲속의 집인 머루랑다래랑이 비어 있다.
방 3개 거실 1개, 우리 형제 가족들 모두 들어갈만한 크기다.
얼른 2박3일 예약을 하고 울진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광지도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올렸다.



부산과 영주에 사는 동생들에게 연락하니 좋다고 한다.
부모님께 연락을 해서 오랜만에 가족 전체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24일 저녁에 출발해 본가에 도착했다.

25일 아침 일찍 부모님을 모시고 막내 동생네랑 출발했다.
동생은 결혼한지 아직 다섯달이 채 되지 않은 신혼.
둘째네는 부산에서 바로 휴양림으로 오기로 했다.

영주에서 통고산휴양림까지는 70km남짓한 거리지만 구불구불한 길이라 2시간 정도 걸린다.
부모님은 오랜만에 손자손녀까지 대동한 여행이라 그런지 기분이 좋다.
멀미가 날 정도로 구불구불한 길을 웃으면서 가신다.


경북 울진 민물고기연구소 양어장

휴양림은 오후 3시부터 입실이라고 해서 울진 쪽으로 더 들어가 민물고기연구소에 들렀다.
여기 전시관에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고 희귀한 표본과 강의 생태에 대해 볼만한 자료를 많이 전시해 놓았다.
수족관 속에 물고기와 연구소 뒷마당에 양식하고 있는 물고기는 아이들에게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였나 보다.
가까이서 물고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름을 외우기에 바쁘다.
저마다 관찰한 모습을 자랑하고 신기해 한다.

휴양림 쪽으로 되돌아와 아름다운 불영계곡과 불영사를 구경했다.
‘천축산불영사기 天竺山佛影寺記’에는 651년(진덕여왕 5)에 의상대사가 이 절을 지었다고 하는데 이런 전설이 있단다.

의상대사가 동해로 향하고 있는데 계곡에 어린 오색의 상서로운 기운을 발견하고 가보니 연못 안에 9마리의 용이 있었다.
이에 도술로 가랑잎에 불화(火)자를 써서 연못에 던지니 갑자기 물이 끓어올라 용들이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친 자리에 절을 지었다는 것이다.
의상대사가 경북 북부지역에 지은 절에 대한 전설에는 영양, 영주, 울진 지역에
불교가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강력한 토착 신앙세력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내용이 많다.
불교의 입장에서 토착 신앙세력을 축출한 과정을 전설로 윤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불영사 법고

불영사는 참 아름답고 단아한 건축미를 볼 수 있는 절이다.
홍수 피해로 새로 지은 다리를 건너 가는 길에 길을 가로지르는 민달팽이가 보인다.
10cm 가까이 되는 큰 놈이다.

아이들은 민달팽이가 움직이는게 신기한가 보다.
하긴 콘크리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느릿느릿 지나가는 민달팽이가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에 치여 죽을 것 같아 나무로 집어서 숲 속에 내려 주었다.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절에는 구경 온 사람이 우리 가족을 빼고는 4~5명 정도 밖에 없다.
오랜만에 가족사진도 찍고...

부산에서 출발한 동생이 전화를 했다.
휴양림에 도착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고. 예약을 한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모양이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예약자의 주민등록증 확인부터 시작해서 사람 머리숫자까지 확인한다.
수용인원을 초과하면 입실 불가라나. 좀 오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절하고는 담 쌓은 사람들.. 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를 대 놓고 일부러 출렁다리를 건너 머루랑다래랑에 들어 가보니 시설은 좀 낡았지만 커다란 벽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벽장 속 이불을 끌어내더니 놀이터를 만들어 버린다.

방이 세 개라 하나는 부모님,
그리고 삼형제가 거실 포함해서 하나씩 차지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넓은 계곡, 그리고 아름답고 울창한 숲을 보니 정말 좋은 곳을 선택했다 싶다.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께서 텃밭에서 깨끗하게 키운 상추랑 깻잎이랑 준비해서 정말 맛있는 숯불구이를 해 먹었다.
어머니는 당뇨를 앓고 계셔서 고기를 들지 않으셨다.
어머니께서 우리랑 함께 오랫동안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영사. 연우가 모기에게 물려서 눈이 퉁퉁 부었네요.

26일 아침, 아름다운 새 소리에 잠을 깼다.
혼자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 봤다. 여름에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영을 하는 사람도 몇 있고 긴 연휴 때문인지 휴양관에도 사람들이 많다.

아침을 먹고 부산에서 오느라 민물고기연구소에 가보지 못한 애들을 데리고 다시 연구소에 들렀다.
먹이를 사서 뿌려 주니 물고기들이 햇살처럼 모여든다.

울진으로 나가 TV 드라마 촬영무대(폭풍속으로)였던 곳도 돌아보고 바닷가에 있는 횟집에 들어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회를 시켜 점심을 먹었다.
2층 집에서 바다를 보며 가족끼리 모여서 먹는 회는 정말 좋다.
연호정 주변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주변에 저수지와 함께 정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정말 시원하다.
해가 지자 날씨가 정말 서늘하다.
덕구온천을 찾아가 아이들은 스파에서 물놀이를 하게 하고 어른들은 온천욕을 즐기기로 했다.

가는 길에 국보인 '울진봉평비'가 보인다.
6세기 초 신라가 이 지역에서 일어난 소송사건을 중앙정부에서 판결을 하면서 그 내용을 새겨 놓은 것으로 최근에 발견한 아주 귀중한 역사자료다.
가족들이 한꺼번에 움직여 보면서도 내려서 구경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다음에 올 기회가 있겠거니 하며 입맛을 다시며 지나갔다.

덕구온천은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온천이지만 사람들 정말 많이 찾아왔다.
관광버스로 단체로 온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시골이라 그런지 스파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아주 좋았다.
해가 지고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서 오려니 맞은 편에서 오는 차에 아찔한 순간이 여러번이다.
경북 동해안 발전을 위해서도 고속도로가 하나쯤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이 좋은 계곡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망가지려나?

27일 아침,
어머니는 추석 준비를 해야겠다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신다.
막내 동생은 어머니를 모시고 돌아가고 둘째네도 봉화에 들렀다 가겠다고 먼저 떠났다.

아버지만 모시고 우리는 울진 소광리 금강송 육송지를 찾아 길을 나섰다.
지방도로를 얼마 들어가지 않아 비포장 계곡길이다.
여기서부터 10km를 들어가면 조선시대부터 금봉지로 황장목을 키우던 소광리 계곡이다.
거기에 산림청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춘양목(금강송의 일종)을 키우는 곳이 있다.

비포장 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니 두어 가구씩 있던 인가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가끔 재래종 염소를 방목하는 사람만 있을 뿐...계곡에는 지난 여름에 있었던 태풍의 수해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사람 없는 곳에 자라는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있어 몇 개 줍고 계속 길을 찾아 갔다.
가도가도 끝이 없어서 혹시 길을 잘못든 것은 아닐까? 이러다 차가 고장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후회가 밀려올 무렵 표지판이 보이고 육중하고 아름다운 춘양목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소광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안내소에 연우가 서명을 하고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금강송 향은 정말 황홀하다.
입구에는 나무를 베어내고 금강송 후계목을 심어 놓은 군락지가 있고 조금 더 들어가니 5백살이 넘이 멋진 소나무가 하늘을 이고 서 있다.
그 소나무를 안아보고 사진도 찍었다.
여기까지 들어온 보람이 있다. 나무가 너무 아름답고 웅장하다.
우리 가족 말고 한가족이 더 이 먼 곳을 찾아 왔다.


경북 올진, 소광리 금강송 육림지 가는 길, 꾀가 생긴 준기가 할아버지 등에 업혀서 갑니다.

숲에서 나와 다시 울진으로 갔다.
7번 국도를 따라 평해 쪽으로 내려가다가 망양정과 월송정에 들렀다.
동해안을 따라 서 있다는 9개 정자 가운데 두 곳.

불에 타 근세에 새로 복구한 것이지만 주변 해송과 함께 동해의 장관을 보여주는데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월송정을 지나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데 따사로운 노란 햇빛과 황금빛과 초록이 어울린 논은 금빛처럼 아름답게 반짝인다.
7번 국도는 상당부분 자동차 전용도로로 만들어 놓아 해변을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아주 좋다.

평해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백암온천 뒷길로 올라가는데 여기 또한 장관이다.
배롱나무(일명 목백일홍)의 붉은 꽃이 끝없이 이어진 아름다운 길을 따라 구주령까지 구불구불 어지럽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니
구주령 꼭대기에서 바닷가가 정말 장관이다.

어머니에게 이 길을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는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먼 바다에는 오징어잡이 배에서 빛나는 집어등이 강렬하다.
휴게소에서 간식을 먹고 집을 향해 달렸다.

영양 수비를 지나 봉화쪽으로 오는 동안 30여분 가까이 불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깜깜한 길이다. 
준기가 오줌 마렵다고 보채서 아무도 없는 캄캄한 길에 차를 세웠다.
너무 고요해 순간 소름이 오싹 돋는다.

옛날에 호랑이가 다녔을 법한 길이다.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볼 수 있는 휴양림 가는 길을 왠지 계속 사랑할 것 같다.


경북 울진, 금강송 육림지. 5백살이 넘은 금강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