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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삼봉휴양림과 강릉유람

by 연우아빠. 2006. 8. 15.

삼봉휴양림, 강릉 유람기

2006.8.9~12(3박4일)

금년 여름이 정말 더운 것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위를 견디는 내성이 약하진 것인지 헷갈린다.
미천골에 신청했다가 미끄러지고, 추첨발표 당일 삼봉 휴양관에 빈 방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3박4일을 잡았다.
욕심이야 늘 숲속의 집에 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으니 여름휴가는 항상 휴양관 쪽으로 낙찰이다.
그래도 남들 다들 휴가로 정신없는 사이에 9월에 청태산 해송을 잡아서 조금 위안을 삼았다.
연우가 토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을 잘 활용해 계절별로 휴양림을 다녀볼 생각이다.

각설하고.....

집안 일로 갈지 못 갈지 당일 아침까지 오락가락하다가 9일 늦게 휴양림으로 출발했다.
원주역을 들러 일을 끝내고 원주IC를 찾지 못해 시내를 30분 돌다가 간신히 IC를 찾아 오후 3시 반쯤 영동고속국도에 올랐다.
뜨거운 지열에 지쳐 땀이 비 오듯 한다.

다행히 다유네 여러분이 쓴 후기에서 힌트를 얻어 커다란 수건을 찬물에 적셔 자동차 운전석 앞에 널어놓았더니
에어컨을 켜도 목이나 코가 마르는 현상이 없다.
집안 일로 여행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출발한 관계로 지도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고,
쌀, 양념, 밑반찬 3~4가지를 제외하곤 가다가 사기로 했다.
약수를 담을 통은 챙겼다.^^
이번 휴가는 그냥 물놀이장에서 3박4일 푹 담그다 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속사IC를 나와 31번 국도 인제방향을 잡아 올라갔다.
운두령은 서너군데 커브가 심한 곳이 있어서 회전반경이 큰 차들은 아주 위험하다.
창촌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여 56번도로를 타고 양양방향으로 올라가니 내면 창촌리 시장이 나온다.
아주 작은 시장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삼겹살, 목살, 수박, 상추, 양파 등등을 사서 다시 길을 재촉했다.

여행을 알뜰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창촌 시장에서 24km쯤 더 올라가면 S-oil 주유소가 오른쪽에 있고 거기서 2~3km정도 더 가면 삼봉가든이 있다.
삼봉가든 50m쯤 못미처 좌회전을 하면 삼봉자연휴양림 입구다.
(창촌 시장을 지나면 삼봉휴양림 **km 표지가 없고 미천골휴양림 **km라는 표지가 계속 나온다.
미천골 남쪽 20km 쯤에 삼봉휴양림이 있으니 초행길인 분들은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삼봉가든 바로 앞에 삼봉휴양림 입구라는 큰 바위를 세워놓았다)

5~6백미터 쯤 들어가 닭 한 마리를 사고(13,000원) 다시 길을 올라갔다.
하지만 거기서도 한참을 가야한다.
오른쪽에 찾아오는 사람들 심심치 않게 재미있는 입간판을 세워 놓았다.
읽으면서 올라가면 조금 덜 지루하다.

유명한 삼봉산지기(
http://blog.daum.net/jhsambong) 총각이 맞아 준다.
예약한 천남성 방 키를 받아 다시 2~3km를 더 올라가니 휴양관과 숲속의 집이 보인다.
뙤약볕에서 시달렸더니 머리가 몹시 아프고 컨디션 엉망이었다.

오후 7시 드디어 짐을 내리고 방에 들어서니 이게 웬일인가?
방이 찜통처럼 덥다. 전날 묵은 분들이 난방을 하고 있었나 보다.
 앞뒤로 맞바람이 치지 않는 구조이고 발코니가 전혀 없다.
휴양관 중에 처음 보는 독특한 구조다.
아마도 곤충이나 날벌레가 많거나 휴양관 앞 공터가 좁아서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짐작했다.

짐을 내리고 닭백숙 끓일 삼봉약수를 먼저 떠왔다.
방을 대충 정리하고 닭백숙을 먹었다.
시간을 너무 걸릴 것 같아 찹쌀은 불려 놓기만 하고 닭죽 끓이기는 포기했다. 아내가 닭을 먹다가 소곤거린다.

“여보! 닭대가리는 없는데 닭 발톱은 그냥 있어!”
 아뿔싸!

다유네 후기에서 봤기에 닭대가리는 잘라달라고 했는데 닭 발톱은 미처 생각 못했다.
아이들이 보기 전에 닭발은 옆으로 밀어 놓았다.
다른 집은 돼지고기 바비큐를 하느라 온 휴양관과 숲속의 집이 연기와 돼지고기 냄새로 가득 찼다.
아이들이 돼지고기 먹고 싶어하는 것을 내일 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딸(연우, 9살)만 데리고 주변을 산책했다.

계곡물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무더운 방안에서 9시에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휴양림 다섯군데 가봤지만 첫날만큼은 최악의 조건이었다.


10일 새벽, 몹시 더워서 잠이 깼다.

머리도 몹시 아팠다.
전날 하루종일 뜨거운 햇볕에 너무 시달린 후유증 같다.
잠이 깬 김에 큰 물통을 들고 약수터로 갔다.
신약수가 제일 싱거운(?)것 같아 20리터 물통에 가득 채웠다.
그 물로 쌀을 씻어 불렸다가 밥을 했다.

아들(준기, 7살)은 자고 아내가 일어나 반찬준비를 했다.
연우를 데리고 밖에 나와 산보를 했다.
연우는 숲속의 집을 보더니 산양집이 제일 좋아 보인단다.
역시 보는 눈은 애나 어른이나 비슷한가 보다.




7살 준기. 이날 아침 엄마 밥을 담아 드리겠다고 주걱을 들고 나선 것이 하도 귀여워서 찰칵.

삼봉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2시에 숲 해설을 한다고 해서 모두 나갔다.
세집 가족이 나와서 함께 했다.
약수를 많이 떠서는 안되는 이유도 설명해 주시고,
물푸레나무의 특징도 설명해 주시고, 도롱뇽도 찾아보고 만져서 안되는 이유도 설명해 주시고,
독초를 구별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셨다.

차에 깔려 죽은 40cm쯤 된 뱀을 보니 죄지은 기분이 든다.
곳곳에 ‘뱀조심’이라 써 놓았는데 정작 뱀이 ‘사람조심’ ‘차조심’해야 하겠다.



숲 해설 중



태어나서 처음 도롱뇽을 직접 보았습니다.


삼봉약수는 문종의 장인이 발견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욕심을 내면 물이 탁해진다고 하는 전설이 있는데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철분이 강해 하루만 지나도 물이 아주 탁하게 변합니다.
숲해설 하시는 분께서 물에 욕심을 내서 떠가는 분들이 있는데 통만 버릴 뿐 못먹게 된다고 하네요.
휴양림에 계시는 동안에만 드셔야 합니다.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위장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탄산이 들어 있어서.

날씨가 너무 덥고 참가한 아이들이 한둘을 빼고는 너무 어려서 숲해설은 1시간 남짓하셨고 남은 코스는 가족들끼리 돌아보았다.
정말 날벌레가 많다.
예전에 유령거미를 한번 가르쳐 준 적이 있는데 유령거미가 기어 다니는 것을 아이들은 쉽게 찾아낸다.
나무마다 이끼가 두터운 것으로 봐서 정말 좋은 생태계를 갖춘 숲인 것 같다.


 
숲 해설 코스 중간에 있는 나무다리

휴양관 내부는 아직도 숨이 턱턱 막힌다.
아이들이 졸라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물놀이장으로 내려갔다.
야영장과 붙어 있는 물놀이장은 그늘도 많고 깊고 얕은 곳이 구분되어 있어 놀기에는 딱 좋다.
물이 너무 맑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역시 너무나 차가운 물속에서 아이들은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햇볕을 쬐다가 물에 들어갔다가를 반복하며 하루종일 놀았다.
하루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다.


 
야영장 앞 물놀이장, 바닥에 돌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물, 물이 너무 차거워 심장마비 조심은 필수

5시쯤 휴양관으로 돌아와 숯불구이 준비를 하고 저녁밥을 올려놓고 바비큐 통을 하나 잡았다.
그런데 기분이 팍 상한다. 담배꽁초, 비닐, 음식찌꺼기, 나무젓가락 등등
바베큐 통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쓰레기를 꺼내서 쓰레기 봉투에 담으니 애들 과자봉지 절반은 채울 양이다.
유치원 다니는 준기는 최근에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배웠는데 담배 꽁초를 함부로 바비큐통에 버려 놓은 것을 보고
“담배 피우는 어른들 나빠!!!”하고 씩씩 거린다.

그런데, 어제 경황없이 시장을 보느라 구이용 철망을 사지 않았다는 난감한 사실....
다행히 휴양림 내 매점에서 팔고 있어서 거금 4천원을 주고 철망을 샀다. 준비완료...
철들고 처음으로 바비큐 통에 불을 붙여봤다.

착화탄에 불을 붙이고 옛날 군불 지피던 생각이 나서 부채를 가져와 부채질을 해가며 숯을 넣었다.
생각보다 쉽게 불이 붙어 다행이었다.
감자를 호일에 싸서 여섯 개를 넣고 고기를 구웠다.
역시 초보티를 벗어나지 못한 실수를 했다.
불이 완전히 붙은 다음에 굽기 시작해야 하는데 바로 굽기 시작한 탓에 고기가 타기 시작했다.
1/3쯤 태우고 나서부터는 제대로 잘 구워졌다.
아이들이 400그램이나 먹고도 입맛을 다시니 타버린 200그램이 더욱 아까웠다.
에고 아까워라.^^;;
얘들아 9월달 청태산에 가서는 제대로 해 줄게. 쬐금 지둘기라...

고기를 다 먹은 다음에 감자를 꺼내 먹었다.
아이들은 감자 아이스크림이라고 좋아한다. 정말 맛있었다.
호일로 싸서 굽는 법을 가르쳐 주신 선배 다유네 멤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허리둘레가 더 굵어진 것 같다. 게다가 수박까지...

아이들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산책을 했다.
약수를 한잔 걸치고, 별도 보고, 도롱뇽도 보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온다.
아직도 휴양관 안은 더워서 들어가기가 싫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잠을 청했다.


11일 새벽, 새소리에 잠이 깼다.

머리는 씻은 듯이 맑아졌고 오늘은 강릉을 한번 돌아볼 계획을 세웠다.
약수로 밥을 올려놓고 아내를 깨워 40분정도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김치찌게로 맛있는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미천골 → 송촌 떡마을 → 양양 → 강릉 코스(98km)로 갈까 하다가
수해복구가 덜 되었다고 들은 생각이 나서 영동고속국도로 강릉을 가는 길을 택했다.

먼저 참소리박물관에 들러 축음기의 역사를 둘러보았다.
사설 박물관이라 해설자가 일정규모의 사람들을 모아 함께 안내해 준다.
과거의 축음기는 예술작품 같았다.
아름다운 장식이 호사스러움을 더해준다(사진촬영 절대 불가),
금년 10월경에 경포대 북쪽 호안에 신축건물로 이전 개관한다고 한다. 건물은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박물관 설립자는 엄청난 부자였나보다.
8살 때 아버지에게 생일선물로 축음기를 선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당시 교장선생님 월급이 100원 할 때 그 축음기는 1,200원이었단다)
옛날기계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음악소리를 들으니 문외한이지만 왜 호사가들이 수억원씩 하는 진공관 오디오에 매달리는지 이해해 줄만도 했다.


 
강릉 참소리 박물관 기념촬영 장소, 내부는 촬영불가(2007년 경포대 신축건물로 옮겼습니다)

점심은 과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경포대 해변 신라횟집에서 먹었다.
아이들에게 “초당두부집에 갈래? 회를 먹을래” 하고 물었더니 조그만 녀석들이 회를 먹겠단다.
"니들이 벌써 회맛을 알어?"

모듬회 작은 것(6만원) 하나 시켜서 네 식구가 맛있게 먹었다.
횟집거리에는 점심 때가 좀 지나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해변 백사장에도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회는 맛도 좋았고 쫄깃쫄깃한 육질이 좋았다.
반찬들도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강문교를 건너 경포대 현대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전망도 좋지만 우리 가족과 인연이 깊은 호텔이다.
경포대 해변은 아내에게 결혼 승락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에서 인수하기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이 호텔은 지금은 외관도 완전히 달라졌지만 젊은 시절 강릉에 사셨던 우리 부모님이 묵었었고,
1999년 내가 금강산여행 갈 때도 2박을 했던 곳이다.
연우와 준기는 세상에서 제일 맘에 드는 곳이란다.
그럴만도 하다. 아이스크림이 무려 세 덩어리씩 나오는 커피숍이다.^^



어렸을 때 추억이 서린 경포대 현대호텔. 거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경포대 현대호텔 산책길

점심과 경포대호텔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한데다 길을 좀 헤맨 탓에 선교장에 5시가 돼서야 도착했다.
조선 후기의 아름다운 고택인 선교장은 우리나라 양반가옥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좋은 집터도 우물이 마르면 사람이 떠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수백년 이집 식구들이 먹었을 우물 2개가 뚜껑도 없이 방치되어 있다.

작은 궁궐을 보는 듯하다.
일본의 침략으로 근세를 맞이하지 않았다면 이런 집들이 주변의 풍경과 어울려 아직도 살아 있었을 것을...
이제는 체험학습장 역할로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선교장 안 활래정



 
선교장 . 예전에는 여기까지 경포호수였으나 지금은 매립하여 논이나 주택지로 이용하고 있다.
선교장은 배다리를 놓아 드나들던 곳이라고 한다




전통문화 체험장에서 오죽으로 피리를 만듦. 윷놀이, 널뛰기, 투호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음
관광을 하러 온 외국인이 널뛰기에 관심을 보이자 체험장 계신 아주머니께서 시범을 보여 주시고...

두 시간 가까이 돌아보고 나니 허난설헌, 허균 남매의 생가는 관람시간이 지난 듯하다.
생가는 초당두부마을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저녁 먹으로 가는 길에 담너머로 보고 왔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지 않겠나 하면서... 초당두부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휴양림으로 돌아 왔다.



조선 제일의 시인 허난설헌, 강릉의 상징인 홍길동 전을 지은 허균 두 남매가 나고 자란 곳


12일 새벽 서늘한 바람과 새소리에 일어났다.

비라도 올 것 같은 날씨였다.
하지만 곧 푹푹 찌는 폭염이
퍼붓는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물놀이장에 내려왔다.

집에는 오늘 내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오후 2시경까지 아이들과 물에서 신나게 놀았다.
휴양림 입구에 있는 삼봉가든에서 막국수와 산채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둔내로 내려왔다.
안흥찐빵마을에 들러 심순녀여사의 찐빵을 2박스 사서 싣고 심심풀이 삼아 먹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집으로 돌아 왔다.
집에 도착하니 더 덥다.

다시 강원도로 가고 싶다..... 



삼봉휴양림 야영장 앞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