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 빅톨 위고 / 민음사 / 전 5권 / 정기수 옮김
작년 12월 국내 개봉된 영화 <레 미제라블>이 호평을 받은 뒤에 번역본들이 새롭게 나오기 시작했다.
연우가 완역된 책을 보고 싶다고 해서 샀는데 딸 아이가 다 읽고 난 뒤에 뒤늦게 2주전에 책을 잡았다.
두꺼운 책이라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짬짬이 읽다보니 무려 2주 정도 걸렸다.
역시 프랑스 사람이라 장황하고 복잡하게 풀어가는 책이다. 장발장의 스토리는 너무나 유명하니 말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소설이라기 보다 장대한 역사책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했기 때문에 공화정이 유럽에 퍼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워털루 전투에 승리한 왕당파 연합국들은 입헌군주제로 전환함으로써 부르봉 왕가와 같은 피의 숙청을 당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는 위고의 견해에 공감이 갔다.
이 책을 통해 워털루 전투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꾼 계기가 되었다.
위고의 문체를 보면 등장인물에 대한 개인사적인 배경을 아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등장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아주 지나치다 싶을만큼 자세한 배경설명과 사건에 전말에 대한 지루한 설명이 붙는다.
널리 퍼진 축약본이 원본이 아닌가 싶을만큼 원판(또는 완역본)을 다 읽어본 사람이 드문 책이 고전이
갖게 되는 운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영화나 축약본 책에서는 미리엘 주교의 동정심으로 단순하게 인식할 행동(예를 들면 장 발장에 대한 용서)이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지위나 당시 사회배경으로 볼 때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는 지 알 수 있다.
뮤지컬이나 다이제스트 판에서는 19년 형을 받으며 굳을 대로 굳어버린 장 발장의 감정을 녹여버리는 주교의
행동이 얼마나 무게감이 있는지 잘 느낄 수 없는데 완역본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설킨 인연 역시 다이제스트 판과 달리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지루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혁명에 대한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계급별 인식차이,
그리고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이 갖는 역사적 무게감
혁명과 반동의 반복으로 인한 역사의 발전 지체가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과 행동을 유발하는 것인지도 잘 묘사되어 있다.
최근 60년의 한국사를 민주주의 발전사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광복 후 백가쟁명 > 이승만의 반동정치 > 4.19 혁명 > 5.16의 반동 > 10.26 거사 > 12.12 반동 > 5.18 저항과 반동
> 6.10 항쟁 > 민주정부 수립 > 수구정권 복귀 등 혁명과 반동의 격렬한 움직임이 반복된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가 19세기에 겪은 혁명과 반동의 격렬한 반복이 묘사되어 있고
이런 과정을 거쳐 프랑스 5공화국이라는 민주주의 체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을 인지하게 해 준다.
그 과정 속에서 각 계급이 받는 고통은 당사자들에겐 죽음 보다 더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지금 살고 있는 순간은 힘들지만 결국은 민주주의와 개인권리의 신장이라는
역사 발전의 방향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지하철을 오가며 각자의 스마트 폰에 몰입하는 사람들을 보니, 출판사의 가장 큰 적은 스마트 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디지털 북 시장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연우가 쓴 레 미제라블 감상문]
처음에는 영화를 보고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장 발장의 일생이 아니라 실패했던 프랑스의 혁명 중 하나가 주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책 내용은 어떤지 궁금해서 책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화에 나왔던 장면이 아니라 미리엘 신부의 삶에 대한 것이 더 많았다.
미리엘 신부 집에서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다 잡혔을 때, 미리엔 신부는 장 발장이 훔쳤다고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 주었다. 그러고는 장 발장은 자신의 삶에서 알던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이었는데 그런 삶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깨닫게 된다.
사실 거의 함무라비 법전 같은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 방법 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평화롭게 해결하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뒤로 가면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가 잘 몰랐던 실패했던 혁명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과 이런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프랑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책이고, 단지 장 발장의 일생에 대한 소설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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