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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춘설이 분분한 날에 [48시간의 행복]을 맞이하다

by 연우아빠. 2013. 4. 10.

춘설이 분분한 날에 <48시간의 행복>을 맞이하다.

 

2013.4.6~7 오서산 수련관에서 모이다.

 

다유네에서 그리고 솔바람에서

거의 10여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여행기를 모아 책을 냈다.

원고를 모으기 시작한지 3년여, 그리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주말을 이용해

교열, 사진 맞추기, 원고 보완 작업을 한 지 두어달 만에

마침내 <48시간의 행복>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우리들 책을 실물로 받으러 가는 날.

주은아빠가 미리 잡아 놓은 오서산에서 뜻 깊은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일기 예보에는 토요일에는 비바람이, 일요일에는 눈보라가 있을 거라고 예고했다.

아름다운 봄날을 맞이하고 싶었으나,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지만

지난 세월동안 우리 여행에서 날씨는 그리 중요한 변수는 아니었다.

 

주은아빠께서 다른 준비없이 그냥 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으므로

몸과 마음이 다 가볍기는 했으나,

또래 친구들이 없다는 연우는 따라가기를 포기하고

올해부터 대학원을 다니게 된 준기맘은 집에 남아 발표과제를 준비하기로 했다.

준기는 숙제와 공부꺼리를 챙겨 아빠를 따라 나섰다.

 

아들과 둘만 가는 여행은 처음인 것 같다.

서울 본사로 복귀한 뒤에는 야근이 너무 많아 몸과 마음이 지쳤는지

여행을 간다고 해도 준비를 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여행의 2/3는 준비하는 동안에 느끼는 즐거움인데

그 즐거움은 오롯이 준기 차지가 되었다.

준기가 지도 상자를 뒤져 오가는 동안에 들르고 싶은 장소를 찾고

점심 먹을 식당을 고르는 동안에도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

평일에는 30분 정도 얼굴 보는 게 고작이니....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다 바람까지 제법 불었다.

이발을 하고 11시 반쯤 준기와 함께 출발을 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그런지 길에는 차들이 별로 없다.

서해 대교를 지나는 순간에는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보는 지

자동차가 좌우로 흔들거렸다.

 

서산 동부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자는 준기의 뜻을 따라

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댔다.

준기가 날씨가 좋지 않으니 개심사는 생략하고

보령에 석탄 박물관을 가보자고 했다.

‘그러마’ 대답을 하고 석탄박물관을 검색해보니 60km가 넘는 거리다.

 

이상하다 싶어서 오서산 휴양림까지 거리를 검색해보니 60km쯤 나온다.

그제서야 운전 중에 상린아빠께서 전화주신 내용이 생각났다.

서산 동부시장에서 가까운 곳은 용현 휴양림과 개심사였고

광천시장에서 가까운 곳이 오서산이었는데 착각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멀리 돌아오네?”라고 하셨구나. 어이쿠!

 

밥을 먹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주차장은 ‘양심주차장’이라 시간계산을 알아서 하고 돈을 집어 넣고 가는 시스템인데

최초 30분에 1천원, 이후 30분마다 500원 추가였는데

45분이 되었으므로 1,500원을 넣고 돌아서는데

컨테이너 문이 열리더니 할아버지 한 분이 준기 주라며 사탕을 주신다.

‘양심’을 잘 지킨 선물인가?

 

이제 마음이 급해졌다.

석탄박물관과 개심사는 내일 보기로 하고

냅다 달려서 3시 40분쯤에 휴양림에 도착했다.

 

늘 다니던 휴양림 같은데 오서산은 4년만이다.

비가 와서 그런 지 더 깔끔해진 듯한 느낌이 드는데

입구 쪽에 저런 저수지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린, 은주, 유진 이렇게 세 집의 아빠들은 가족 대표로 혼자 오시고

주은네, 수람이네, 주연이네, 재욱이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저녁 준비를 하며 정담을 나누고 계셨다.

2006년 오서산 정모 때처럼 상린아빠께서 주방에서 생선을 다듬고 계셨다.

 

수육을 끓이는 솥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았다.

사람들이 정답게 모일 수 있는 시골 잔칫날 같은 풍경을 보자

잠시 동안이지만 바깥에 차가운 비바람에 오그라진 몸과 마음이 활짝 펴진다.

 

잠시 후 비바람은 눈보라로 바뀌었다.

처음엔 싸락눈이더니 마치 겨울처럼 함박눈이 바람을 타고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그 눈을 뚫고 <48시간의 행복>을 책으로 내주신 현지아빠께서 현지맘과 도착하시고

잠시 후에 대구에서 성영아빠와 성영맘이 도착하셨다.

 

휴양림 여행길에 만나 제법 긴 세월을 같이 하는 동안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건강한 모습을 뵈니 가족처럼 반가움이 밀려온다.

아내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운 상황.

 

재욱아빠께서 혼을 실어(?) 가지런히 썰어 놓은 수육과

주은아빠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주연아빠 자당어른의 맛있는 김치

그리고 모든 생선요리의 대가이신 상린아빠께서 만든 매운탕을 차려놓고

모든 사람들이 밥상에 둘러앉았다.

 

지난 세월동안 함께 했던 휴양림 여행의 추억들과

병마와 싸우며 힘들었던 이야기를 옛 이야기처럼 풀어 놓고

부모들의 영원한 주제인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중에

인형보다 예쁜 서우를 데리고 서우아빠와 맘께서 뒤늦게 도착했다.

 

사람들은 서우를 안아보고, 사진을 찍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서우를 환영했다.

신기하게도 서우는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음에도 전혀 낯가림이 없다.

엄마 아빠와 친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들만 있는 아빠들이 더 부러운 듯

 

똘망똘망하고 예쁜 서우를 보니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창 밖에 비바람은 어느덧 눈보라로 바뀌어 있었다.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고 책을 낼 동안

고생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끝없는 이야기 꽃을 피웠다.

모자란 술을 사러 면 소재지까지 차를 끌고 나섰는데

이 시골 땅까지 대기업 체인점인 슈퍼마켓이라니 씁쓸하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있다고 했는데

가진 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어디다 버린 것일까?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를 뜯고 외거노비처럼 만들어 수천년 동안 써도 다 쓰지 못할

거만금을 쌓아놓고도 만족을 모르니.....

 

술을 사가지고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나눈 대화에서

이제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부부끼리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자정을 넘긴 시각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기로 하고 자리를 파했다.

상린아빠, 은주아빠, 유진아빠, 나 이렇게 셋은 예전 정모 경험을 생각해

얇은 침낭을 두 개씩 들고 왔다.

우린 이렇게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이가 되었다.

 

새벽 5시쯤 상린아빠께서 일어나 움직이는 소리에

다들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오서산 등산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등산 장비를 하나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따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행 대부분 오서산 등산을 떠난 뒤

혼자 휴양림 안을 산책했다.

날카로운 바람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실감나게 한다.

오서산 정상 부분은 하얀 눈을 이고 빛이 나다가

구름 속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등산을 하지 못해 직접 보지 못했지만

주은아빠가 찍어온 오서산 정상의 눈꽃은 환상적인 세계였다.

 

등산을 끝내고 내려온 사람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지리산 자락 하동의 친정에서 유진맘께 보낸 향긋한 취나물.

우리를 위해 오서산까지 보내주신 그 정성이 입 안 가득히 봄 내음을 전해 준다.

 

이 아름다운 모임이 세대를 이어서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다유네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몇십명씩 모여

또래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뛰어 놀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모든 것이 늘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

이제라도 새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형제 자매가 적은

요즘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를 만날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했기에 더 빛났던 우리 여행은

앞으로도 다른 모습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바람이 차서 보령 석탄박물관만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서해대교의 바람은 여전히 차를 좌우로 흔들만큼 강력하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나도 모르게 6시쯤 잠이 들었는데

저녁도 건너 뛴 채 월요일 아침까지 내쳐 잠만 잤다.

휴양림에 다녀왔어도 산책이나 등산을 생략하게 되니

몸에 원기가 예전처럼 충전되지 않는 듯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




오서산, 비바람이 어느덧 눈보라로 바뀌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미는 일요일 아침


햇빛을 받아 능선이 하얗게 빛을 낸다.


등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아쉬움에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 본다.


오서산 정상은 일요일 아침에 이런 모습이었다. 정상에 올라간 주은아빠가 찍어온 사진.


칼바람이 부는데도 산수유는 노란 꽃을 피웠다.


어솨요! 이런 봄이 처음은 아니죠? 새 순이 팔을 벌려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끼는 차가운 칼바람에도 여전히 초록빛이다.


오서산 정상은 눈구름이 만든 안개 때문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보령에 있는 석탄박물관. 칼바람이 부는 날씨 탓에 개심사 가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아들이 가자고 한 이 곳에 왔다.


국내 석탄박물관 가운데 규모는 가장 작다.


십구공탄 찍는 기계. 아들녀석 만한 나이 때 어머니 심부름으로 연탄공장에 연탄 주문하러 갔던 때 봤던 그 기계


고생대에도 생물들은 모여 살았던 듯. 암모나이트 화석이 덩어리로 모여있다.


석탄 박물관 지하 갱도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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