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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소기업의 파이를 빼앗지 말라

by 연우아빠. 2012. 11. 28.

중소기업의 파이를 빼앗지 말라 / 매일신문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은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 두 패밀리 그룹의 자산 총액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다.

금융업을 제외한 제조 서비스업 분야에서 10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현상은 심각하다. 비중도 문제지만 그 증가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 2011년 10대 대기업은 전체 매출의 41.1%인 756조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금년 10월, 전체 상장종목 중 6.1%에 불과한 10대 그룹 소속사가 전체 주식시장 시가 총액의 54.4%를 차지했다. 게다가 30대 그룹이 차지하는 시가총액은 무려 95.2%이다.

이런 현상은 바람직한 것인가? 우리는 자본주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다시 펼쳐볼 필요가 있다. 아담 스미스는 심각한 경제력 집중이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며, 독점 이익은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부의 증진을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많은 보수를 주어 근면하고 부지런하게 일하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을 주장했다. 노동자에 대한 많은 보수는 아이들을 양육하여 인구를 성장시키며, 지나친 노동은 과로와 질병을 초래해 결국 전체 생산성을 떨어뜨리므로 경영자는 이런 과도한 노동을 막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특정 대기업 중심의 경제 집중화 현상은 생태계 파괴만큼 심각한 문제이다. 생태계에서 초식동물이 사라지면 육식동물도 멸종한다. 경제 생태계 역시 중소기업이 마르면 대기업도 죽는다.

기업생태계의 건강을 위해서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1920년대 미국의 후버대통령은 강력한 대기업 규제책을 발동해 미국 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키려 노력했다. 기술과 경영능력이 탁월하더라도 시장을 지배하는 자는 미국 경제의 이익을 해친다는 미국의 인식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의 독점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점 기업은 그 나라의 축복이 아니라 해악이라는 인식에 우리도 주목해야 한다. 대기업의 파이가 커질수록 부가가치는 한쪽으로 편중되고, 중소기업 종사자의 몫은 줄어든다. 결국 사회 전체의 임금과 고용이 불안해진다. 아담 스미스는 임금이 낮아지고 고용이 불안해 질수록 사회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쇠퇴해 간다고 경고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길은 간단하다. 대기업은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중소기업에게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그 플랫폼에 창조와 혁신,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아 우리 경제의 활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풍성해질수록 양질의 일자리와 중산층이 늘어나고 그것은 대기업의 몫도 함께 키워가는 공존의 지름길인 것이다. 법과 제도는 인간의 욕심을 조절하기 위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중소기업의 파이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 모른다.

기사 작성일 : 2012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