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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다시 제조업이다

by 연우아빠. 2012. 10. 31.

[기고]다시 제조업이다  2012.10.31 매일신문


우리는 대개 선진국일수록 산업 구조는 3차 산업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사실 독일 을 제외한 선진국 대부분은 그러했다. 역사 적으로 볼 때, 이런 인식은 얼마나 근거가 있는 사실일까?


자본주의가 등장하기 전, 인류 사회 는 제조업으로 부를만한 산업은 없었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선하고,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펴내 분업의 효율성을 거론하면서 제조업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를 가능케 했던 제조업은 기술혁신과 관리혁신을 통해 비용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는 마술 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런 성과는 여러 석학들이 지적했듯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사람들은 숫자에 현혹되어 제조업 비중이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착각했지만,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에서 제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도 큰 비중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제조업은 강국의 운명을 좌우했다. 신대륙에서 약탈한 금과 은으로 지구를 반씩 나누어가졌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약탈경제 와 금융에만 의존하다 무적함대의 파멸과 함께 무너졌다. 유럽대륙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산업혁명을 이룬 잉글랜드의 제조업에 무너지고 말았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 한 잉글랜드는 값싼 노동력과 낮은 땅값을 찾아 신대륙으로 제조업 기지를 옮겼다. 그 결과 세계대전 때는 제조업 왕국인 미국 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고 미국의 참전은 양차 대전의 승패를 결정했다. 자국에서 자동차 한 대 제조하지 못하는 대영제국은 사라졌고 제조업 강국 미국이 세계를 장악했다.


미국은 원가절감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해외로 제조업을 옮겼다. ‘제조업공동화’현상이 생겼고 1985년 미국은 GDP 규모에서 일본에 뒤지는 충격적인 결과를 냈다.이 무렵 걸프전에 투입된 핵심 무기기술은 대개 일본산이었고, “일본 제조업이 없었다면 미국은 걸프전을 수행할 수 없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85년 이후 미국은 정책을 바꾸어 제조업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반대로 값싼 노동력과 땅을 찾아 해외로 제조업기지를 옮겼다. 일본의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그 충격은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 역시 혁신과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대신 값싼 노동력과 땅을 찾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로 공장을 옮겼다. 자동차 산업 같은 대규모 고용을 담당하던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현지공장으로 이전했다. 그 결과 중산층을 지탱하던 안정적인 일자리는 사라졌고, IMF 경제위기 같은 금융위기에 쉽게 노출되어 버렸다.


아담 스미스 이후 세계의 부를 창출했던 자본주의 250여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나라는 부실화 되었고, 소리 없이 강한 나라들은 모두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3차 산업은 중산층을 지탱할만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쉽게 빈곤 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오랫동안 유럽열강에 약탈당한 것도 있겠지만,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은 꽃에 비유할 수 있다. 꽃은 잠시 아름답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그건 잠시일 뿐이다. 뿌리와 줄기가 번성하지 않는다면 좋은 꽃을 볼 수 없다. 제조업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금융업이나 서비스업 같은 3차 산업에서 제대로 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가 없다. 꽃에만 주목해 나무 키우기를 소홀히 한다면 꽃은 결코 피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지역본부 수출협력팀장 홍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