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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2박3일 같은 1박2일 여행..통고산과 울진

by 연우아빠. 2011. 10. 5.

후다닥 다녀온 통고산 여행

2011.10.1~10.02(1박2일)

장모님 생신 때 특별히 해 드릴게 없는데, 아내가 백운산 휴양림 잡아서 처가 식구들과 같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마침 군대간 처조카도 외박을 나올 수 있다고 해서 10월 둘째주에 원주 백운산 예약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추석 전에 벌초를 하러 가느라 아내와 동생에게 예약을 부탁했는데 실패. 일단 대기를 걸어 놓고 한달이 다 되도록 기다리는데 입질이 전혀 없다. 그런데 9월 25일에서야 외박이 아니라 휴가라고 한다. 뒤늦게 대야산, 구수곡 기타 등등 주변 휴양림 다 뒤져 봤지만 빈틈이 없다. 게다가 지난주 화요일에서야 처질녀와 얘기가 서로 잘못 전달됐다면서 처가 식구들은 10월1일날 여행가는 걸로 알고 있다는 머리가 핑 도는 얘기를 전한다.

기가 꽉 막힌다. 연우는 중간고사 준비한다고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하니 연우와 연우맘이 빠지면 설령 숙소를 구한들 준기와 나만 갈 수 있는데....다행히 주은아빠가 통고산 예약을 해 놓은 8인실이 있다는 게시판 글을 읽은터라 주은아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주은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쳐 병원에 급히 왔다는 얘기를 한다. “어이쿠!” 횡단보도를 건너는 주은이를 비보호 좌회전 하던 차량이 치었다는 아찔한 사고. 나도 급하게 가다가 이런 비슷한 일을 저지를 수 있으니 운전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할 일. 소식을 전해 들은 아내도 경악하고, 주은아빠에게 말로 위로하는 것 외에 딱히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주은이가 무사히 낫기를 기도할 뿐....


주은아빠가 잡아 놓은 산철쭉. 정작 주인공은 빠지고 객들만 다녀온 미안한 여행
저 세 집 앞에 바베큐 통을 하나씩 가져다 놓으면 안될까 싶다.


시작이 어수선하니 여행자체도 어수선했다. 30일 밤 늦게 집에 도착했더니 처가 식구들이 다들 일이 있다고 장모님을 제외하고는 2일날 다 집으로 간다고 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주은아빠에게 부탁해 1박2일로 다시 줄이고 연우를 설득해 함께 갔다 오기로 정했다. 주은아빠가 마련해준 소광리 소나무 길 탐방은 아쉽게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안양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새우와 조개를 사고, 아이들을 태우고 출발했다. 추석 때 보다 더 많은 자동차 행렬. 게다가 처조카를 원주에 가서 픽업해야 하는 관계로 다른 길로 갈 수도 없고 그냥 계속 갈 수 밖에. 원주에 도착하니 벌써 4시가 훨씬 넘은 시각. 처가에는 먼저 통고산으로 들어가라고 연락은 했지만 음식은 대부분 우리가 준비해 가기로 한 탓에 갑갑하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통고산 휴양림 입구 계곡



그 계곡에 있는 아름다운 제1야영장. 평지가 많아서 야영장 조건은 좋다.


쉬지 않고 달렸지만 통고산까지 가는 길은 멀다. 현동을 지나서는 구절양장 같은 길이 계속이니 속도도 나지 않고, 통고산에 도착한 처조카는 배고파 죽겠다고 전화를 했다. 가는 도중에도 지난 여름 휴가 때 상린아빠께서 가져오신 닭꼬치 파는 걸 찾겠다 하고, 돼지고기 목살도 꼭 먹어야겠다고 딴죽거는 아내 땜시 스팀이 오른다. 큰처남이 그 맛있다는 영주한우를 세근이나 사가지고 들어갔다는데 새우 1kg, 조개 1kg, 게다가 생신 음식 잔뜩 만들어 가면서 그 많은 걸 어찌 1박2일동안 다 먹겠다고 이러는 건지. 결국 닭꼬치는 찾지 못했고 목살만 현동에서 사서 통고산에 도착한 시각은 거의 8시가 다 됐다.


그런데 산철쭉, 개나리, 진달래 방 모두 숯불구이 통이 없다. 바람은 초겨울 인데 배가 고프니 이런 상황들이 은근 짜증났다. 산림경영실 앞에 야외식탁과 바비큐 통이 있는데 거기 가서 구워먹자고 했더니 아내가 싫단다. 아니, 여기서 불 피우면 옆집에도 민폐인데 우길걸 우겨야지? 하지만 융통성 없다고 막무가내. 결국 장정 둘이 가서 바비큐 통을 가져오고 바베피아를 꺼내고 토치로 불을 붙였다. 바베피아에는 새우 소금구이를 올리고 바비큐 통에는 소고기를 먼저 구웠다. 새우 굽는 동안 몇 마리가 살아서 튀어 나오니 처조카가 질색을 한다. “에이! 형아. 군인 아저씨가 새우가 무서워요?” 하고 준기가 까분다.

역시 뭐니뭐니 해도 참숯에 구워먹는 영주한우가 제일 맛있다. 영월, 태백, 정선, 평창, 횡성, 정읍, 봉계....다 먹어 봤지만 소백산 기슭에서 자란 영주와 봉화의 한우가 제일 맛있다.(우리 가족 입맛에...^^;;)


이거 구절초 맞지요?



한의사 선생님이 육고기는 소화가 잘 안되니 해산물을 많이 먹으라고 했다고 한동안 육고기는 손을 안대던 준기가 쪼르르 달려와서는 한번 맛보더니 새우를 밀쳐놓고 소고기 먼저 먹는다. 숯불 붙이느라 바베피아에 숯을 넣지 않고 가스불로만 새우를 구웠더니 새우가 제대로 익지 않았다. 역시 바베피아에는 숯을 넣는 게 정답이다. 뒤늦게 숯을 넣고 한 번 더 구웠다. 완전히 굽자 새우 전체가 바삭바삭해졌다. 통째로 다 먹어도 될만큼. 안에서 식사를 하시던 장모님도 숯불 피워 놓은 곳으로 내려 오셨다. 원래 술을 잘 마시는 집안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저녁 식사. 장모님께 술을 따르고 친정 식구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니 평소의 표정이 아니다. 영락없는 장모님의 딸. 그런 모습이다. 등심과 안창살도 다 먹지 못할 만큼 양이 많았다. 게다가 새우와 조개구이까지 더하고 마지막에 군고구마까지 등장하니 돼지고기 목살이 명함을 내 밀 틈이 없다.

무척 늦게 시작한 저녁은 숯불이 사그라들 때쯤엔 너무 추워서 바깥에 있을 수가 없었다. 방으로 들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느라 새벽 1시가 넘었다. 내일 울진 여행을 생각해서 이제 그만 잠을 자야할 시간. 2인용 침구 4세트 밖에 없어서 8명이 자는데는 좀 곤란했다. 다음에는 어딜가든 침낭 두어개는 꼭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울진 죽변항.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검푸른 겨울색을 띠기 시작한 바닷물.
오징어 잡이 배가 한가득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7시가 넘었다. 그래도 잠이 모자란 듯하여 다시 잠을 청했다가 눈을 뜨니 9시가 넘었다. 아내가 아침을 하는 동안 숙소에서 나와 주변을 잠깐 산책했다.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짐정리 하니 벌써 12시가 넘었다. 다들 시간약속이 제각각이라 울진에 들어가기도 뭣한 시간.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점심으로 회를 먹고 온천욕이나 하러 가자고 죽변항으로 길을 잡았다. 구름 한점 없이 티없이 파란 가을하늘. 그러나 바다는 벌써 검푸른 겨울색이다. 계절의 변화는 참 무섭다. 죽변항 회센터에 들어가 어느 집에 가서 먹을까 왔다갔다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맛있는 집을 찾는게 아니라 손님 많은 집에 몰려 들어가는 듯 하다. 맨 앞에 있는 집은 울진에서 어업을 하는 분인 것 같아 손님 한명도 없는 그 집으로 들어갔다. 8명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금새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식탁을 다 채워버린다. 개시 손님이라 그랬을까? 회도 넉넉히 주시더니 “요즘도 오징어 값이 비싸죠?”하고 물었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오징어 한 마리를 서비스로 회쳐서 주신다.


이 동네에 넙치는 주종이 아닌가 보다. 넙치를 비롯해 5종류나 되는 활어회
오징어 한접시는 서비스. 매운탕 포함 10만원.


먹을 만큼 먹었더니 밥 생각도 없고, 매운탕도 손을 못 댈 정도였다. 10만원. 이제 온천을 하러 가자고 했더니 장모님께서 힘이 드신가 보다. 그냥 집으로 가시겠단다. 울진 들어오는 길이 너무 구불구불 하니 운전하는 사람도 멀미를 느낄 정도인데 여긴 정말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가 필요한 지역이다. 울진 들어가는 아름다운 불영계곡 곳곳에 거대한 교각을 세우고 있었다. 인간의 편리성이 아쉽긴 한데 그러자니 아름다운 불영계곡을 훼손할 수 밖에 없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 관광자원의 활용이 절실한 지역민들이 울진이 육지의 섬이 되었다고 한탄하고 있다. 처가 식구들은 각각의 일정으로 영주로 돌아가고, 우리만 덩그라니 남았다. 어차피 내일은 휴일이니 오늘 늦게까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서기 524년 신라 법흥왕 때 이 동네의 심각한 분쟁을 해결하고 그 처리과정을 비석에 새겨 놓은 것을 우연히 발견해
이렇게 전시관을 만들었다. 비석 하나 때문에 전시관을 만들어야 할 만큼 역사학계에 충격을 안겼던 봉평신라비.
자세한 내용은 골치가 아프다. 이거 하나로 예전에 역사21 사이트에서 1년 넘게 갑론을박 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단 가까이에 있는 울진 봉평신라비 전시관을 들렀다. 신라 법흥왕 때인 서기 524년에 세웠다는 이 비석은 6세기 신라와 울진의 사회모습을 신라인의 손으로 기록한 1차 사료다. 원본은 박물관 한 가운데에 모셔놓았고 사진 촬영은 금지. 전시관은 단순히 봉평비에 대한 것만 다루지 않고 삼국의 금석문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당시의 삼국의 모습과 시대상황 등을 함께 다루었더라면 더 풍부한 전시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건물 구조는 개방형이며, 자연채광을 통해 밝은 구조를 갖춘 것이 인상적이었으나 여름에는 무척 덥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관 옆, 체험공간. 달팽이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
유리 외벽이라 밝고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여름에는 비닐하우스 못지 않게 더울 것 같더라는....



체험의 여왕 연우. 여섯살 때부터 지금까지 체험에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는....
중간고사를 코앞에 두고도 따라와준 네가 고맙구나.



4시가 넘자 가을 햇살이 서서히 사선을 그리고 있었다. 덕구온천에 들어가 온천욕을 하며 피로를 푸는 것도 좋을 듯 하여 온천으로 향했다. 수영이 가능한 구간은 20m 정도도 채 안되는 짧고 얕은 온천이었으나 넷이서 수영을 하며 재미있게 잘 놀았다. 아이들 수영 가르친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에 속으로 흐뭇하다. 피로가 싹 풀리면서 얼굴도 뽀송뽀송해졌다. 예전에 유니맘님이 여행 마지막은 꼭 온천욕으로 마무리 했었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랑권의 원조. 사마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보는데도 전혀 겁내는 기색이 없다.


노천 온천에서 해가 벌써 진 것을 보고 온천욕을 끝내고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온천 근처에서 칼국수 간판을 보고 들어갔더니 다들 닭백숙을 먹고 있다.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라 칼국수를 시켜서 먹었는데 옛날 홍두깨로 편 그런 칼국수 였다. 맛도 좋았고 양도 너무 많았고 가격은 싸고 김치는 맛있고. 저녁을 먹고 나니 8시 30분이 되었다. 네비게이션으로 보고 삼척을 거쳐 38번 국도로 가는 길을 선택했는데 네비 말 안들었다가 구불구불한 높은 산길을 넘느라 시간을 엄청 써버렸다. 사북에서 38번 국도를 탄 시각은 이미 10시가 훨씬 지난 시간. 12시가 넘어 문막에 도착했지만 차가 너무 많다. 졸린 눈을 비비며 여주까지 와서 이대로 가다간 큰 사고 낼 것 같아 잠시 눈을 붙였다. 잠시 후 눈을 떴더니 벌써 40분이 지났다. 다시 출발해 집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 반. 2박3일 같은 1박2일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야외 전시공간에 있는 광개토태왕릉비 실물 모형.
"아빠! 이거 보러 만주에 가요!"라고 말하는 우리 아들. 돈 많이 벌어야 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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