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4.10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솔바람 정모
2월달 번개 모임에서 그동안 계속 불발로 끝났던 카페 정모를 이번에 제대로 해 보자는 의견을 모으고 4월 둘째주 희리산해송휴양림으로 장소를 정했다. 그런데 휴양림관리사무소의 예약 프로그램 오류로 결제까지 끝낸 수련관 단체숙소 예약이 취소돼 버리는 사고가 생겨 부랴부랴 숲속의 집을 추가로 예약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2008년에 갔던 303호 제일 큰방을 예비로 잡아 놓았기에 날씨가 좋으면 남자들은 야영을 하면 얼추 숙소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가능. 다행히 취소분이 나와서 숙소문제는 해결했다. 카페에서 휴양림 정모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우리 사무실 정과장은 금요일 밤에 가족들을 데리고 야영을 떠났다고 연락이 왔다. 빵빵한 오리털 겨울침낭을 장만했는데 성능 테스트도 할 겸. 토요일에 만날 수 있을 거라 약속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휴양림 가는 길에 은주가족과 연락을 해서 중간에 만났다. 상린이네는 너무 막혀서 좀 늦겠다는 연락이 왔다. 날씨가 조금 우중충 했지만 간만에 휴양림 나들이 길에서 만난 은주네가 정말 반가웠다. 점심은 이 지역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서해실비횟집’의 해물칼국수로 푸짐하게 해결했다.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바닷가에 자리잡은 이 집은 주인 내외께서 인심도 좋으셔서 아이들과 함께 먹으라고 작은 고구마를 한 대야 내 주셨다. 난로에 둘러앉아 이야기하며 구워먹는 재미는 옛날 난로 피우던 초등학교 시절과 비슷하다.
점심을 먹고 가게 앞 바닷가에서 노닥거렸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계단식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며 “왜 이런 걸 쓸데없이 만들었을까?” 구구한 상상을 하며 안좋게 생각했는데 횟집 주인 아저씨께서 설명을 해 주신다. 해안방호벽을 만들어 놓은 뒤 파도가 치면 모래가 씻겨 내려가서 이걸 막으려고 아래 위로 구멍이 뚫린 계단식 구조물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예단은 금물.
상린아빠께서 펼쳐놓은 음식만들기가 결국은 상린맘님의 손으로 들어가고, 다들 입맛다시며 구경만 하는 모드로...
음식하는 손은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휴양림에 들어갔으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산책을 하며 어슬렁 거렸다. 휴양림 안에 있던 낡은 휴양관을 헐고 그 자리에 오토캠핑장을 만들었다는데 1박에 2~3만원 정도 한다고 한다. 세면장과 화장실도 새로 지어서 깔끔하다. 뙤약볕이라 여름에는 타프가 있어도 무척 더울 것 같다. 봄 가을에는 아주 괜찮을 것 같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몽골텐트촌과 수영장은 눈에 익은데 그 외 시설은 낯선 모습.
하늘꽃님이 휴양림에서 1km도 안되는 곳에서 근무하고 계신다고 한다. 신랑과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함께 휴양림으로 들어왔다. 고기를 재워 오신 상린아빠님, 쭈삼불고기(쭈구미+삽겹살)를 하시자고 하셔서 서천특화시장에 따라 나갔다. 가리비, 조개, 쭈꾸미, 광어회, 각종 반찬거리를 준비해서 들어왔다. 저녁 때는 아니지만 출출한 시간. 상린아빠께서 요리를 시작하자 하나둘씩 둘러 앉아 군침을 삼키고. 우리 모임은 어째 가장 연장자인 상린아빠님과 상린맘님 두분이 요리를 다 전담하시는 이상한 체제가 굳어진 듯. 어째 나이어린 사람들은 구경만 하고 있냐고 나중에 아내에게 물어보았더니 “요리하는 동안 즐거워하는 두분 표정이 안보여? 그 즐거움을 뺏으면 안되지.” 라고 한다. 어른들이 요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밖에서 놀이에 열중한다. 꽃을 주워오고, 나뭇잎으로 탁자를 장식하고.
이번에는 몇 년동안 만나지 못했던 유니맘님 가족이 도착했다. 우탁아빠는 못 오시고 우탁이와 윤이를 데리고 합류했다. 그 사이 중학생이 된 우탁이는 엄청나게 체격이 커졌다. 으레 사람들이 늦을거라 생각하신 현지네는 부여 관광을 하고 계신다는 연락. 우진맘님, 큰 병으로 수술하고 요양하는 중인데 이번 모임으로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반가움과 함께 얼른 완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겹친다. 이번에는 현지도 따라왔다. 중학교 2학년이 된 현지는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고 너무 조용하다. 사춘기이구나. 정호아빠는 가족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 빠졌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혼자서 합류.
이미 탁월한 예술가인 은주의 화사한 꽃잔치
야영장에 있던 정과장 가족이 우리쪽에 합류하고 70년대생 3학년들의 자리가 자연스럽게 마련되었다. 금방 친해진 사람들이 오랜친구처럼 권커니 잦커니 이야기를 이어간다. 대구에서 밤 늦게 출발한 성영아빠와 맘님은 밤 12시가 다 돼서 합류. 성영이는 약속이 있다고 오지 않겠다고 했단다. 아이들이 오고싶어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다면 조만간 어른들만의 모임으로 전락할 것 같다. 비가 조금씩 뿌리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가족이 찾아 왔다. 청산도 갔던 산하네 가족, 아무런 연락도 없이 느닷없이 나타나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정모 계획을 짜던 그날도 예상치 못하게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래키더니 이번에는 더욱 더 놀라운 등장. 산하네는 야영장 몽골텐트를 빌려 숙소를 마련했다고 한다. 산하 아빠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약주를 하며 족대로 팔뚝만한 숭어 잡은 이야기와 청산도 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팔뚝만한 숭어는 사람들이 잘 안믿어줘서 나중에 카페에 사진을 올렸는데 정말 캈디. 완도에서 직접 잡아온 자연산 가리비에 즉석 양념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서비스. 바닷내음을 담은 그 맛이란 정말 비할데가 없다. 12시가 넘어서 성영아빠께서 사람들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자는 나를 배려해 녹차까지 따로 내 준다. 그 세심한 배려에 고맙고 함께 모여서 그리운 마음을 나눈 사람들이 반가운 모임.
철쭉을 따라 희리산 정상을 찾으로 갑니다.
4.10 밤 늦은 시간, 현지아빠께서 가족들의 휴양림여행기를 출판하자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시고, 각자 쓸 내용을 협의해 맡기로 했다. 몇일 전에 산 아이폰으로 직접 카페에 올리고, 아이폰의 편리함을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휴대폰이 아니라 미니PC라는 설명이 맞겠다. 5월 둘째주까지 원고를 완성해 현지아빠님께 보내기로 하고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저수지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아침식사는 유진맘님의 하동 친정에서 보내주었다는 쑥국, 취나물. 향긋한 봄내음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던 것은 쑥버무리와 쑥국 모두 싫어서 멀리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식성도 조금 변했나보다. 아침을 먹고나서 휴양림을 가면 이제는 뒷산 등산은 꼭 한다는 현지아빠님을 따라 희리산 정상을 가보기로 했다. 임도 산책팀과 헤어져 희리산으로 간 우리는 정상이 어딘지 알려주는 팻말도 불분명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주은아빠가 “저기가 정상입니다”하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멀리 보니 더 높은 봉우리가 저만치 보이는데 거기도 정상 같지는 않아 함께 등산한 것에 만족을 표하며 휴양림으로 내려왔다.
많이 큰 아이들,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나는 가족여행이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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