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삼한을 통일한 다음 신문왕이 수도를 달구벌(대구)로 옮기려 하자 귀족들이 집단으로 반발해 결국 실패합니다. 서라벌(경주)은 삼한을 통일한 입장에서 보면 동쪽 해안 끝에 치우쳐 있는 취약한 위치지요. 왜구의 침입을 받을 위험도 높고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방에 5개의 작은 수도(소경)를 만듭니다. 충주에 설치한 중원경은 국토의 중심이었습니다. 거기에 중앙탑까지 만들지요.
고구려가 427년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천도한 다음에는 전통귀족세력이 몰락하고 새로운 세력(조상의 가계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은 을지문덕, 온달, 연씨 가문)이 등장하여 구 귀족들을 교체하는 메인스트림의 교체현상이 일어 납니다.
고려에 묘청일파가 평양으로 천도하고 북송과 연합하여 금나라를 치고 칭제건원하자고 주장했을 때 개경귀족인 수구 기득권 세력들은 결사반대하여 결국 무력으로 이를 진압했고 활력을 상실한 고려는 무신정변과 몽골의 침략으로 서서히 쇠망해 갑니다. 물론 수구 귀족들은 산천을 경계로 토지를 나눌 만큼 부를 누리지요.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했을 때 개국에 가담한 세력들 가운데서도 천도를 반대한 세력들이 있었습니다. 태조가 은퇴한 뒤 그들은 정종을 움직여 다시 개경으로 환도하지만 태종이 즉위하면서 즉시 한양으로 재천도합니다. 이로써 과거 문벌귀족은 완전히 몰락하고 신흥사대부가 조선의 주도세력이 됩니다.
18세기 말 정조임금은 당쟁을 혁파하고 노론벽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화성(경기도 수원)으로 천도를 계획합니다. 개혁세력을 활용해 화성을 축성하고(얼마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성) 20만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농토와 관개시설을 완비하는 계획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효(孝)를 무기로 노론벽파의 반대를 누르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노론벽파는 기득권을 상실하는 것을 두려워해 정조를 밤낮으로 공격했고 자객을 궁중에 투입하는 만행도 서슴치 않습니다. 결국 정조의 개혁은 그의 죽음과 함께 꺾이면서 조선은 영정조 중흥기의 활력을 잃고 몇몇 세도가문의 휘둘림 속에 멸망의 길로 들어섭니다.(오늘날 몇몇 가문에 한국경제가 좌지우지되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모골이 송연합니다)
수도를 옮기는 것은 기득권세력의 몰락과 신흥세력의 대두를 가져와 사회 주도세력이 교체되는 결과를 빚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떼기당이나 수구파들은 바로 이런 현상이 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수구기득권 세력들이 잃을 것은 많지만 일반 국민들은 얻을 것이 훨씬 많은 것이 수도이전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수도이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어쩔 수 없이 공기도 나쁘고 환경도 좋지 않고 집값도 비싼 곳에서 고생하고 있는 대다수 수도권 주민들은 공감하리라고 봅니다.
통일은 먼 훗날의 일이며 독일의 예를 참고해도 앞으로 30년 정도의 세월은 필요할 것입니다. 그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토의 균형발전은 필요합니다. 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면 그 영향권에 있는 충청, 강원, 경북, 전북 지역은 직접적인 개발혜택을 누리게 되며, 국민들의 생활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24평짜리 아파트도 얻기 어려운 돈으로 수원에서 39평에 살고 있습니다.(저도 어쩔 수 없이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직장이 서울이 아니라면 이 돈으로 지방에 내려가 텃밭이 있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채소를 가꾸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아이들이 도랑에서 자라는 올챙이와 개구리를 보고 흙을 밟으며 뛰놀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인구의 분산과 시장의 확산으로 소득의 분배가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며, 교통지옥이 완화되고 이에 따른 사회간접비용은 크게 절감될 것입니다. 인구 분산은 지방에도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가 창출될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수도이전에 따른 피해는 상위 5%도 안되는 극소수 기득권층에 불과하며 95%의 국민은 혜택을 받게 됩니다.
풍수적으로 보아도 이미 서울은 지맥의 수명을 다했습니다. 고려말에 무학대사는 한양의 기운이 500년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땅에서 조선이 518년을 지냈고 일제가 35년을 짓밟았고 대한민국이 60년 가까이 땅 기운을 우려먹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은 지금 창밖을 내다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인지요.
유럽의 수도와 도시들을 본 사람이라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수도가 어떤 모습인지 공감하실 것입니다. 우리 힘으로 얻은 해방이었다면 이미 60년 전에 우리는 수도를 옮겼을 것입니다. 마땅히 나라의 기운을 새롭게 해고 교통비용, 주거비용, 사회간접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도 수도는 이제 남한땅의 가운데로 옮겨가야 하며, 개혁을 위한 국민의 힘을 결집하기 위해서도 수도는 옮기는 것이 타당합니다.
게다가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비용낭비를 고려하면 수도는 옮기는 것이 옳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행정수도 이전뿐만 아니라 천도를 단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서울의 차량주행속도는 시속 24km 이하입니다. 일반인이 자전거 타는 속도가 시속 16Km 정도이고, 마라톤 선수 이봉주가 뛰는 속도가 시속 21km정도입니다. 정체와 지체로 인한 연료낭비와 공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서울에서 차량지체로 인한 연료낭비가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수도권 도시 대부분은 매년 6월부터 8월 사이에는 오존 경보가 수시로 발령될 정도입니다.
반면 지방의 도시들은 인구부족, 산업기반시설 부족으로 활력을 잃었습니다. 서울에서 100만명 경기권에서 100만명 해서 2백만명이 줄어들고 이들이 지방으로 골고루 분산된다면 지방에는 활력이 넘치고 서울과 수도권은 쾌적한 환경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공해와 에너지낭비는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며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제공될 것입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시설과 인구는 명절 때마다 민족대이동 현상까지 만들어 내고 남한땅 구석에 수도를 처박아 둔 결과 지역간 격차만 커집니다.
국민세금으로 국가가 운영된다면 마땅히 부의 재분배와 국토의 재분배 경제발전 효과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며, 국토의 균형발전은 당연한 것입니다. 손발과 몸통 그리고 머리에 영양이 골고루 공급되고 균형 있게 발달해야지 지금처럼 머리에만 집중된 상태라면 고혈압에 걸린 환자로 국토의 목숨을 재촉하는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30년 50년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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