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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아이들이 너무 예뻤던 방태산여행

by 연우아빠. 2009. 10. 14.

아이들이 너무 예뻤던 방태산여행

2009.1010~11

상린맘님께서 날렵한(?) 포스로 그 어려운 방태산 예약(멧돼지방)에 성공하시고, 그저 가는 날만 기다리면 되는 널널한 여행.^^

왠지 첫 인상이 솔바람스럽다 싶은 하늘꽃님께서 동참한다는 쪽글도 올리고, 
연우는 은주언니, 상린언니, 채린이 만날 생각에 맘은 하늘을 날아 다니고.
하늘도 맑고 날씨 좋았는데 예상외의 장애가 불쑥 튀어 나왔으니 수요일 날 준기의 볼멘소리.
 


“다음 주에 시험인데 왜 휴양림 가냐고!”

허거덕!!! 이게 무신 소린고?
시험 치건 말건 학교에 중요한 행사가 있건 말건 예약이 되면 무조건 떠나고
날씨가 좋으면 무조건 짐싸던 우리 여행에 이 무슨 가당찮은 태클이란 말인가?

“공부는 평소에 하는 것이고 시험은 평소 공부했던 실력으로 하는 건데?”

“나도 시험에서 100점 맞아보고 싶다고! 왜 나한테 얘기도 안하고 여행 가냐고!”
눈물까지 살짝 보이며 목소리를 높인다.

순간 아내와 나는 마주볼 수밖에 없었다.

“오, 노! 이건 아냐. 이건 우리가 원하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 아니야!”

이리저리 물어보니 자의식이 강한 우리 준기에게 선생님이 던진 몇 마디가 오기를 끓게 했나보다.
학기 초에 선생님이 70점 이하를 받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점수를 가지고 아이들을 평가하는 선생님의 생각 없는(어쩌면 모든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말들이 100점을 꼭 맞아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게 만들었나 보다. 원래 수업이 끝나면 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책 읽고, 집에 와도 가방은 책상 위에 던져놓고 좋아하는 책만 읽고 공부에 그닥 관심이 없던 녀석인데 몇 달 전부터 알게 모르게 변했다. 학교에 갔다 오면 숙제하고 예습복습하고 책가방 싸고....너무나 범생이 스타일로 티를 냈던 게 그런 이유였구나. 짐작해 본다. 그냥 열심히 놀아야 할 나이인데....

휴양림에 공부할 것 가져가서 너 하고 싶은 공부 하면 되지 않냐고 살살 달랬다. 기분이 썩 내키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런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서는 휴양림 갈 때 늘 끼고 다니던 곤충도감, 동물도감, 식물도감 이런 것을 한번도 들고 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 공부나 숙제꺼리를 들고 다녔다. 아이의 변화를 이제야 알다니... 한편 기특하고 한편 씁쓸했다.

상린채린아빠님은 토요일에 일찍 휴양림에 도착해 아침가리골 트래킹을 해 보겠다고 사람들 의향을 물어 봤지만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다. 요즘에 물은 얕겠지만 한여름에도 뼈가 시린 곳인데 쉽게 나설 사람이 없을 듯. 예전에 다친 무릎 때문에 등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방태산 등산을 얘기하셔서 그것도 내심 고개를 설래설래 가로젓고 있었다.

중학생인 유진이가 다음 주에도 시험이라 유진아빠와 지환이만 동참한다고 해서 우리 차를 함께 타고 가기로 했다. 하동에서 가져온 밤과 땡감(요거 절편 썰어서 말려 먹으면 아주 좋은 간식꺼리지요?) 그리고 진천에서 가져온 청국장으로 우리들 일요일 아침식사를 하라 하시니 입안에 군침이 먼저 돈다. 그동안 좀 부실한(?) 침낭들이라 공동구매 이후 창고에 고이 잠만 재웠던 사이비 오리털 침낭을 3년여 만에 챙기고 야영용 베개 4개도 챙기고 길을 나섰다. 혹시 이부자리가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기우 때문에. 생협에 돼지고기가 없다고 해서 휴양림 근처에 가서 사기로 했다. 텐트가 빠지긴 했지만 만만찮은 수납의 압박을 요리조리 테트리스 신공으로 마감하고 아침 10시에 집을 나섰다. 아버지께 들러 반찬을 전해드리고 평촌 유진네 집으로 향했다. 유진아빠와 지환이를 태우고 10시 30분 방태산으로 출발. 상린아빠님은 이미 휴양림에 거의 다 가신 듯 홍천을 지나고 계신다는 연락.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12시 쯤 홍천IC를 빠져 나왔다. 지난 8월에 못 먹었던 막국수로 점심을 해결하려고 양평방향으로 되짚어 나와 장원막국수를 찾았다. 반주로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옥수수 막걸리 한 사발을 걸치고. 그냥 타고 가기 미안하다고 슬그머니 가서 점심 계산해 버린 유진아빠. 하여튼 솔바람에는 너무 반듯한 어른만 많아서.... 나중에 애들 따라나서지 않으면 부부끼리 한차 만들어서 나들이 갈 일이 많이 생길 수도 있는데.... 나도 아이들 간식으로 메밀뻥튀기 과자 2봉지 사고 따뜻한 메밀차를 보온병에 받아서 휴양림으로 다시 갔다. 배달은석님 안내를 참고하여 늘 가던 철정 삼거리 대신 구룡포에서 우회전 해 지방도로를 타고 행치령을 넘어가는 길로 가 봤다. 삼봉휴양림 갈 때 지나 갔던 길 같기도 하고...암튼 경치 좋았는데 행치령 정상에서 정차할 만한 공간이 없어서 그냥 패스. 멀리 아랫동네 전망이 멋있게 보인다.

철정삼거리로 다니는 길보다 5~6km 우회하는 듯하다. 휴양림 들어가기 전 저녁에 먹을 돼지고기를 사려고 보니 마을에 고기 파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내려와 3군 아파트 근처에서 지나가시던 할머니께 여쭈었더니 3군 아파트 안에 마트에서 판다고 한다. 이 지역에는 거기 밖에 없어서 다들 거기서 사신다고. ‘충성마트’ 이름도 ’80년대 군대스러운 곳에서 두텁고 맛있게 생긴 목살을 1.5kg 샀다. 가격도 다른 곳 보다 10% 정도 싼 것 같다. 은주네도 휴양림에 도착했다는 연락.

얼른 내달려 휴양림에 도착하니 계곡에 빠알간 단풍잎이 상쾌한 공기와 함께 엔돌핀을 높인다. 2시 반쯤 멧돼지 방에 도착했다. 마당에서 요즘 대세인 막걸리를 펴 놓고 한잔 하고 계신 두 분.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함께 하는 즐거움을 나누었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우리에게 알리지 않은 섭섭함을 담아 은주아빠를 잠시 성토(?)하고, 거기에 대한 은주아빠 나름의 이유를 들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을 당하면 착실하게 연락하기로 하고 곧 이어 도착한 하늘꽃님 부부를 맞았다. 붙임성 좋은 인상을 주시는 하늘꽃님과 듬직하게 생긴 신랑을 열렬히(?) 환영하며 정담을 나누었다. 첫 인상은 딱 우리 카페 분위기. 대구 말씨에 충남이 본적이며 안양에 산다는 것은 우리 카페의 스탠다드 ? 
하늘꽃님은 ‘해리포터’를 무지 좋아하고 우리 카페가 잠시 열려 있었을 때 검색을 통해 들어왔다가 가족적인 후기에 너무 좋았다고.

아이들은 방안에서 TV를 보다가 여자아이들이 몰려 나와 줄넘기를 한다. 늘 가녀린 인상을 주는 채린이 줄넘기 솜씨가 예술이다. X자 뛰기, 가위뛰기..오! 놀라워라. 은주의 만만치 않은 2단뛰기에 유진아빠의 날렵한 2단뛰기 시범을 보여 주시고 이어서 연우의 2단 뛰기. 서로 “으잉? 너도 2단뛰기를?” 하는 분위기.

잠시 후 아이들의 춥고 배고프다는 아우성. 천하무적 은주아빠님이 아이들을 위해 나무를 쪼개려고 손도끼를 들고 나왔다. 은주아빠의 요술상자 안에서 돼지꼬리 3개도 나오고 야영을 몇 번이나 같이 다니면서도 못봤던 7번국도표 스테인레스 코펠도 보인다. 돼지꼬리 3개 세트로 파는 것이라 3개나 된다며 하나를 선물로 준다. 감사!! 1년전에 바뀐 쥐포 굽는 석쇠도 제 주인을 찾고, 지난달에 집나온 밥그릇과 두달전에 집나온 젓가락이 제 주인을 찾았다. 은주아빠께서 모닥불을 만드는 사이 나도 훈연용 숯불을 준비 했다. 맘님들이 밥을 준비하기 전에 아이들이 몰려나와 우선 소시지를 구워 나눠주고 하늘꽃님이 준비해 온 훈제오리고기를 데웠다. 하늘꽃님이 가져오신 절임반찬의 맛이 예술이라 다들 감탄하며 열심히 젓가락을 놀린다. 숯불이 오른 다음 목살훈연을 했다. 각자 준비해 맛깔스런 반찬과 채소를 내오고 맛있는 고기를 곁들이니 상차림이 풍성하다. 적당한 반주를 곁들이며 저녁을 마치고 아이들은 방안으로 몰려 들어가고 어른들은 모닥불에 둘러 앉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바구를 하는 사이 별 하나가 동쪽 하늘에서 남쪽하늘까지 움직였다.

딱 솔바람스러운 신입회원이 생겼으니 공유해야 할 정보도 많다. 어떻게 우리 카페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묻다가 우리 카페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또 고민이다. 호구 조사를 하다 보니 역시나 세상은 좁다는 격언을 다시 확인했다. 카페 유래부터 시작해서 주저리 주저리 우리의 특징(?)을 설명해주고 휴양림 여행을 즐기는 노하우도 전수해 드리고 소소한 준비물을 챙기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유진네가 가져온 밤도 굽고, 그 사이에 은주아빠와 유진아빠가 매점에 가서 감자를 사왔다. 아이들에게 맡겼더니 호일을 가지고 달걀꾸러미처럼 싸기도 하고 토끼처럼 싸기도 한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었다. 군밤은 대부분 아이들 먹으라고 방안에 들여주고 감자를 구워먹으며 많은 얘기를 했다(그런데 왜, 모닥불 앞에서 한 얘기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지 모르겠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앞으로는 혈연, 지연, 학연보다 동호회 네트웍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거라는 얘기는 한 것 같다. 가족지구 야영장 위에 가면 불빛이 없어서 하늘에 별이 쏟아질 거라고 했더니 두 분은 그 별을 보러 올라갔다. 날씨가 매우 추울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따뜻한 밤이었다. 이맘때면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많이 생각날 때. 본 지 너무 오래된 우탁이네 생각도 나고, 함께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립다.

10시 반쯤 자리를 접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준기만 공부 하는 줄 알았더니 은주도 탁자위에 책을 펴놓고 열심히 영어공부하고 지환이 승환이 모두 휴양림에서 공부. 이른바 자기 주도형 학습의 결정판인가? 얘들아! 왜 이리 기특한 것이냐? 아들아! 100점 안 맞아도 관계없다. 뭔가 스스로 깨닫고 판단해서 행동을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는 너무 훌륭하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라면으로 야식을 끓여먹고 나니 이번에는 유진아빠께서 “나도 너구리”한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지환이가 아빠를 위해 라면을 더 끓였다. 11시쯤 하나 둘씩 잠자리에 들고 은주, 연우, 채린 이렇게 세 아이는 끝까지 놀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놀이에 몰입한다. 12시쯤 아이들 셋만 남기고 모두 잠자리에 들어갔다.

........
 

일요일 아침. 눈은 자동으로 떨어지고 시계를 보니 7시 15분. 다들 아직 자고 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상쾌하고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어슬렁어슬렁 가족지구 야영장까지 올라가 봤다. 상쾌한 아침을 즐기려고 아이들 손을 잡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너무 서늘해서 다시 숙소로 내려와 쌀을 씻고 은주아빠는 밤새 불려 놓은 석쇠를 씻으러 밖으로 나갔다. 유진맘님이 보내주신 청국장 재료로 맛있는 청국장을 끓이고 연우맘이 준비해 온 꽁치김치찜도 데우고 꿀맛 같은 아침을 먹었다.

아이들이 등산에 경끼를 하기 때문에 30분만 산책한다고 누가 그랬다나? 암튼 등산은 생략하기로 하고(하긴, 방태산 종주를 두 번했으니 또 올라가봐야 별 감동도 없을 것 같다.) 슬슬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먼저 방태산의 명물 2단폭포를 들렀다. 이맘때만 되면 대포를 장착한 사진전문가(?)들이 득시글 거리는데 오늘도 역시나. 폭포 앞에서 시원한 모습 감상하며 가족 사진 찍고 있는데 한 사람이 인상 쓰며 내려 오더니 우리더러 폭포 밖으로 나가란다.

잉? 이게 무신 소리야? 언제부터 2단 폭포가 개인 소유물이었나?

떼거지로 폭포 근처에 자리 잡은 대포들이 우리 때문에 사진을 못 찍는다는 소리.
바른생활 사나이. 유진아빠가 바로 한마디 한다.

이때는 바로 거들어야 한다. 왜?
그건 이 폭포는 만인의 것이고, 누구나 이 가을을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이며, 이 폭포는 누가 선점하는 대상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누군가 바른말을 할 때 옆에서 응원을 해 줘야 그 바른말이 제대로 살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이 폭포를 독점하며 사진을 찍고 싶거든 사람들 출입이 적은 평일에 산림청에 출사대회를 하겠다고 비용을 내고 신청을 해서 허락을 받고 출입을 막아 사진을 찍던지. 남들 많이 다니는 주말에 그것도 방태산 단풍구경 온 수많은 사람들이 왜 당신들 취미 생활에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어이가 없는 인간들이었다. 암튼 기분 잡쳐서 잠시 구경하다가 돌아 나와 위로 계속 올라갔다. 10.2km 왕복 등산로 출발점에서 오른쪽으로 1km쯤 더 들어가 400m 관찰로를 돌아 반대쪽 등산로로 내려왔다.

잘생긴 낙엽송 군락을 지나 깨끗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는 정상정복(?)에 나선 보무도 당당한 아저씨 아줌마들과 대포와 삼발이를 장착한 사진꾼들이 줄줄이 이어 있다. 올라가는 도중에 어른들이 대충 약속한 30분에 휴대폰 알람을 맞춰 놓고 이제 내려가겠다고 나서는 녀석이 있다. 10분만 더 올라간다는 말에 몇 녀석은 그래도 따라 오고 그냥저냥 아빠 말씀에는 묵묵히 따라주는 지환이와 지환이 형만 따라다니는 승환이 그리고 준기랑 연우가 남았다. 덕분에 연우는 휴대폰 습득에 필요한 마일리지 2개째를 챙겼다.

가족지구 야영장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은주아빠의 소망(?)을 눈치채지 못한 나는 그냥 마당 넓은 여기서 점심 먹고 노닥거리자고 하여 어제 저녁에 먹지 않고 남겨둔 고기를 굽자고 불을 피웠다. 상린아빠께서 허브 소금이랑 허브 잎사귀를 뿌려 잘 재워놓은 항정살과 삽겹살을 하늘꽃님 신랑이 열심히 굽고, 아이들이 점심 먹자고 몰려왔다. 잊어버렸던 옥수수 막걸리도 냉장고에서 꺼내오고 남은 음식과 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해결했다. 이제 슬슬 정리해서 돌아가야 할 시간인데 아무도 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시간. 점심을 먹고 난 아이들은 꼬마야꼬마야 놀이에 열중하더니 한꺼번에 커다란 통나무 쪽으로 몰려갔다. 은주가 가르쳐 준 통나무 가위바위보. 양쪽으로 편을 갈라 통나무 가운데를 향해 달려가서 상대쪽 사람과 만나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편은 계속 앞으로 달려나가고 진 사람은 자기 줄 제일 뒤로 가서 다시 통나무로 올라가 달려간다. 결국 상대편 끝까지 간 팀이 이기는 경기.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내가 정신이 없다. 어른들은 그 사이에 돗자리를 펴고 상린아빠님 가져오신 양주 한병을 조금씩 마시며 어정쩡한 시간을 보냈다. 야영장으로 올라갔으면 전을 부쳤을 것 같은 분위기. 햇살은 따뜻하고 가을을 즐기기 딱 좋은 시간. 한시간쯤 지나서 어른들이 이제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몰려 한발 멀리뛰기를 한다. 술래 한명을 정해놓고 술래가 제시하는 걸음 수만큼 뛰어가고 술래는 한걸음 덜 뛰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술래에게 잡히면 다음 술래가 바뀐다. 도약력, 순발력이 많이 필요한 운동인데 저렇게 뛰어도 괜찮을까 싶다.

“그래! 너희들은 TV, DVD, PC 앞에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자연에서 맘껏 뛰어야 건강해지지!”

어른들은 뒤에서 흐뭇하다. 학년은 제일 낮고 이기고 싶은 고집은 거의 제일 높은 준기는 계속 술래로 잡히자 뒤집어 진다. 형들과 누나들이 조금씩 배려해 줘서 그런대로 잘 어울려 놀지만 아무래도 쉽게 술래로 잡히는 것은 준기. 6학년인 지환이는 거의 날아다니고, 다른 아이들도 뛰면 뛸수록 점점 도약폭이 커진다.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 술래에서 벗어나고 싶은 노력. 그리고 넓은 땅에서 맘껏 뛸 수 있고 좋은 공기 속에서 깔깔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여행.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우리가 해 주고 싶은 것이다. 다들 이런 정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이런 정도 집을 지어 놓고 살고 싶다는데 공감을 했다.

우리 때문에 너무 늦어질 것 같아 하늘꽃님 부부는 먼저 들어가시라 보내 드리고 우리는 아이들 아쉬움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 16:30분쯤 겨울에 청태산이나 대야산에서 다시 모이자는 얘기가 나오고 아쉬운 이별을 했다. 헤어지기 아쉬웠던 아이들 때문에 결국 춘천고속도로 가평 휴게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아이들은 각자 타고 싶은 차에 몰려 탔다. 약간 지체가 있긴 했지만 7시쯤 가평 휴게소에서 다시 만나 간식거리만 사 들고 안녕을 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너무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 때문일까? 아이들은 이번 여행이 제일 좋았고 헤어지기 제일 아쉬웠단다.

평촌에 들러 유진맘님과 만나 함께 저녁을 얻어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9시 정도 되었다. 유진맘님이 하동에서 가져온 땡감을 썰어 채반에 널어 놓고 짐정리 대충 끝내고 준기는 자러 들어갔다. 그러나, 연우는 들여다보지 않았던 숙제하느라 반 12시 30분까지 낑낑대고...그러게 동생처럼 미리미리 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