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국립자연휴양림 여행
2015. 4.4. ~ 4.5.(1박2일)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아빠와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 생각 했는지
올해는 가급적 자주 가 보자고 한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여행이 없는 방학이 되었다.
이재정 교육감께서 봄과 가을에 단기방학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게 된 덕분에
늦었지만 봄 가을에는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마지막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
4월부터 여행을 하려고 계획했지만 4월 마지막 주가 중간고사 기간인지라
4월 첫째주 여행을 하면 또 한 달 간 여행이 어렵다.
시험성적과 대학이 골품을 정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사회가 되어 가니
지금이 신라시대인지 21세기인지 알 수가 없다.
놀 줄 모르고 책상머리에만 앉아 청춘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만들도록 놔 둔 기성세대로서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오랜만에 예약사이트를 붙들고 도전을 시도했는데,
무한 루프에 걸려 예약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30분 이상 지났다.
그 탓에 방 2개가 예약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렵게 예약한 방은 사무실 동료 가족과 함께 가는 것으로 의논을 했다.
오랜만에 개기월식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아들은 망원경을 챙기고,
공부한다고 집에 남겠다는 딸을 혼자 남겨 둘 수 없다는 아내 때문에
결국 아버지, 나, 아들 이렇게 남자 3대만 운악산휴양림으로 가게 되었다.
광릉, 하마비. 대소인원은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글이 쓰여 있다.
일정은 아들이 짜 놓은 대로 먼저 광릉을 들렀다.
조선 7대 임금 자리를 차지한 수양대군.
나는 수양대군을 조선을 망친 악질적인 인간으로 인식한다.
수양은 사단과 오상, 삼강과 오륜 등을 기본 윤리이념으로 건국한 조선을
개인적 권력욕으로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의 국가로 변질시킨 원흉이다.
그가 어떤 문화적 성과와 역사적 업적을 내었건 그것은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인간의 성과에 불과하다.
그는 왕도정치를 지향한 조선의 이념을 패도로 갈아치운 양아치일 뿐이다.
무덤 구조는 동원이강릉. 한 뿌리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형상이라는 뜻.
정면 가운데 정자각을 중심으로 왼쪽은 수양대군, 오른쪽은 그의 부인이 묻힌 곳이다.
역시나 다른 왕릉처럼 마사토가 많고, 물기가 많은 땅인데 물길을 내어 물기가 고이는 것을 방지하였다.
세종은 수양대군의 야심을 몰랐지만, 문종과 신하들은 수양대군을 경계했다.
어린 왕을 보좌해 주나라 800년의 기초를 닦은 주공(周公)의 역할을 수양대군이 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수양대군은 파락호와 돈과 권력을 쫓는 부패관료들을 긁어 모아 쿠데타를 저질렀다.
그리고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문무관료를 제 맘대로 즉결처분했다.
그 패거리들은 강상의 도를 무너뜨리고 인륜을 파괴할 천인 공로할 짓을 자행했다.
친구 부인과 딸을 종으로 데리고 놀았고, 자기들끼리 권력을 사유화했다.
부정하게 권력을 장악한 자들에게 늘 뒤따르는 정통성 시비에 힘으로 대했다.
왕도를 목표로 하는 왕조에 패도를 자행해 대군 형제들을 죽이고 귀양보냈다.
명나라의 위세가 아직 약한 때였는지, 망한 명나라를 사대하는 정신나간 사람이 적었던 조선 초기여서 그랬는지
<조선국> 위에 대명(大明)이라는 국호는 없는 비석이 비각안에 있다.
세종대왕은 왕자와 공주들도 능력이 뛰어나면 일을 시켰다.
그러나, 수양대군이 왕 행세를 하게 된 이후 역대 임금의 형제들은 늘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 첫 단추를 꿴 것은 태종이었고, 그걸 체계화 시켜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되게 만든 것은 단연코 수양이다.
형제 가운데 한 명이 왕이 되면 나머지 형제는 사회생활을 접고 언제 칼날 아래 죽을지 모르는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그런 인간이 왕이랍시고 이렇게 떡하니 광릉에 누워 있다.
그는 살아생전에 천벌을 받지 않았지만 그의 자녀들이 천벌을 대신 받은 듯하다.
정자각 기단 위에서 본 광릉 올라오는 길
속리산에 있는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씨앗을 틔워 키운 소나무
봉선사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점심을 먹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나들이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밥을 먹고 쉬엄쉬엄 봉선사를 둘러 보았다. 운악산에서 제법 거리가 먼데 이 절의 이름이 운악산 봉선사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절에 한글 현판이 제법 많다.
대군 시절 석보상절 등 불경 한글화 작업에 참여했던 수양대군의 무덤을 지키는 절로 지정이 되어서 그랬는지
봉선사에는 대웅전 대신 큰법당이라는 한글현판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한글편액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준비하는 지 절 안에는 연등을 다는 작업이 한참이다.
운악산은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데 운악산 봉선사이다.
원래 운악사였는데 세조의 부인이 봉선사로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특이하게 현판이 한글로 되어 있다.
절 안에는 이런 연못도 있다. 오리가 한가로인 헤엄치고 있었다.
수양대군의 부인이 심었다고 전해 오는 느티나무.
수양대군과 부인의 무덤을 지키는 절이라서 왕궁이나 왕릉에 있는 하마비가 이 절 안에도 있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을 위해 준비 중인 연등
절 안에는 이렇게 한글로 된 현판이 수두룩 하다.
살아 생전에 불경을 한글로 번역한 작업에 참여한 수양대군의 영향일까?
세종임금과 같은 당뇨병 합병증을 앓았던 듯한 수양대군은 병치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때문인지, 이 절안데도 대의왕전이 있다.
임금의 무덤을 지키는 절 답게 남아 있는 당간지주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학교 과제물을 많이 내 주는 탓에 예전처럼 휴양림 멀리 유적을 둘러보기 어렵다.
궁예의 전설이 깃든 성과 산이 곳곳에 있는데 가보지 못하고 휴양림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포천 읍내 식육점에 들러 돼지불고기 재료를 샀다.
우리 가족은 운악산자연휴양림 개장 전인 2007년 2월24일 산림청 초청으로
휴양림 개장 전 고객모니터링을 위해 여기에서 숙박한 적이 있다.
2003년 <다유네>라는 이름으로 국립자연휴양림 가족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 사이트에는 참여하는 가족이 한 때 3,000가족 가까이 되었는데 국립휴양림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가족이 함께 국립자연휴양림을 즐길 수 있는 방법과 정보를 공유하던 곳이었다.
당시 운영자였던 다경이 유경이 아빠 엄마는 산림청 자문단으로 활동했는데
그 때 산림청에서 우리 모임에 운악산 휴양림 모니터링을 맡겼었다.
8년전 개장 당시에는 없었던 연립동
그리고 나서 벌써 8년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없던 연립동 건물과 멋진 기와집도 들어서는 등 내부 시설이 많이 다듬어 진 듯하다.
그러나, 모니터링 때도 지적했었지만 마사토로 된 휴양림 토질 때문인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절개지에 잔디와 관목이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8년전 우리가 묵었던 숙소동. 이 언덕길에서 일행 중 한명이 밤에 넘어져서 무릎수술을 해야 할 만큼 크게 다쳤었다.
경내는 작지만 깔끔한 휴양림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들어와 숲을 즐기고 있었다.
너무 훌륭한 국립휴양림을 많이 본 덕분에 운악산자연휴양림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지만,
숲 여행을 많이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나름 좋은 휴식처가 되리라 생각한다.
비가 올 것 같이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에도
망원경을 들고 개기월식을 볼 기대를 접지 못한 준기는 8시가 되자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너른 공터에 나왔지만 하늘은 온통 두꺼운 구름에 덮여 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3년 후 다시 개기월식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때는 고등학교 3학년. 여유를 가지고 개기월식을 즐길 수 있을까?
마당에서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생각이 나서 감회가 새롭다.
2층 다락에 올라가 준기는 과제물을 처리하고, 공부하기로 한 분량을 소화했다.
저녁을 지어 먹고 별달리 할 일이 없어서 그냥 TV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휴양림 경내가 큰 곳에 가면 트래킹도 하고, 산책도 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일요일 아침,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휴양림의 맑은 공기와 새소리 때문에 늘 일찍 일어나게 되는데, 이제는 좀 게으름을 부려보고 싶다.
역사과목을 좋아하는 아들이 궁예성터에 가는 것도 마다하고 집에 가서 과제물을 빨리 해야 한다고 조바심을 내서
근처에 있는 술박물관 산사원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미성년자에게 술 박물관이라니??
배상면 주가에서 운영하는 술 박물관은 술 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전시물을 갖추어 놓아서
그런대로 괜찮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술을 한방울도 못하는 나에겐 그림의 떡이었지만....
야외 전시물을 구경하는 도중에 간간히 보이던 빗방울이 비로 변해 오래 구경할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나름 구경하러 다니기는 편한 여행이었다.
휴양림에서 5km 떨어져 있는 배상면 주가의 술박물관
입장료 2,000원/인. 미성년자 무료. 구경을 마치고 1층에 내려가서 입장료를 내면 미니술병과 잔 하나를 준다.
1층에는 시음장이 있다.
술 내리는 단지 ?
사장님이 경상도 사람인 듯. 안주상 차림에 문어숙회가 들어 있다.
야외 전시장에 있는 술독. 술 익는 냄새가 가득해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냄새 만으로도 취할 지경.
차가운 공기가 산에 부딪쳐 구름과 안개를 일으킨다.
술 도가를 만들기에는 참 좋은 자리인 듯.
야외 전시장 일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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