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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4일째) 런던 : 런던의 발상지 런던타워와 타워브리지

by 연우아빠. 2010. 8. 7.

□ 2010.6.29(화)

이제 런던이 익숙해졌는데 내일이면 떠나야 한다고 아이들이 몹시 섭섭해한다. 
요그러브님의 125일간의 유럽일주(http://blog.naver.com/iloveyog) 블로그에서
영국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영국을 가보고 싶긴 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나라였다.

아이들과 해리포터 시리즈를 함께 읽었을 때 영국을 꼭 가봐야 한다고 해서 여행 국가에 넣긴 했지만
물가도 비싸고 우중충한 날씨로 유명했던 나라라서 차라리 스페인을 가 보는게 어떨까 했었다.
스페인어를 전공한 아내도 스페인을 강력히 밀었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대로 스페인은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고 영국으로 결정했다.

론리플래닛을 보고 그래도 나름 기대했었는데
우리나라의 어떤 숙소보다 허름했던 피카딜리 호스텔과 주변 환경은 가족들에게 별로 즐겁진 않은 환경이었나 보다.
공용화장실과 세면장을 이용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장염이 낫지 않아 고생했던 연우는 지금도 투덜거리는 장소였다.
그래도 영국은 갈수록 정이 드는 훌륭한 나라였다는 평가.


친절한 사람들과 편리한 여행시스템이 점점 맘에 든다.
정말 한 달 정도 여유가 있다면 영국을 샅샅이 여행해보고 싶다.
연우의 골드쌤(6학년 담임선생님인데 정말 골드쌤이시다. 시원시원하고 우리 정서에 딱 맞는 훌륭한 선생님 ^^)께서
연우에게 인증사진을 찍어서 올려 달라는 문자를 보내 주셨다.

출발하기 전에 장거리 여행 사실을 알려드리러 학교에 갔을 때 여행하는 동안 자주 소식을 전해 주길 바라셨다.
그걸로 학생들 수업교재로도 쓸 겸 아이들에게 여행에 동참하는 간접 경험을 선물하려고 하신다고...
해서 트위터로 계속 글은 올렸는데 연우는 작년부터 사진을 찍기 싫어해서 인증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대신 준기만 신나서 계속 “찍어!”를 외치며 인증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 의식하지 않도록 사진을 찍었는데
나이가 한 살 두 살 늘어나는 아이들이 이제는 사진 찍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의식해서 어렸을 때 보다 표정이 영 부자연스럽다.
오늘부터 인증사진 핑계로라도 기록을 남겨야지.

오늘은 원래 계획에 넣었던 큐가든이나 옥스퍼드 대학을 가 볼 생각이었지만 가족의 체력상 불가능할 것 같다.
해서 이번 여행에는 런던에 충실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구름이 낀 시원한 날씨. 데일리 패스를 끊어 동쪽에 있는 런던 타워를 먼저 찾았다.
잉글랜드의 발상지이자 처칠이 잉글랜드 역사의 시작이라고 불렀다는 런던 타워.
카에살이 처음 잉글랜드에 쳐들어 온 지 100여년이 지난 2세기 초,
트라야누스 황제는 여기에 성을 쌓아 로마제국 최대 판도를 구축했다.

그 뒤 잉글랜드의 지배자들은 여기에 하나 둘 타워를 덧붙였고
1066년 노르만족의 정복왕 윌리엄이 프랑스에서 건너와 잉글랜드를 장악하며 이곳에 성곽을 구축했다.
빠리의 시작이 시테섬이라면 런던 역사의 시작은 바로 여기.
지하철 역(Tower Hill)을 나오면 바로 이 건물이 강변에 보인다.

커다란 해시계, 트라야누스 황제의 동상, 성곽 그리고 세계 12개 국어로 만든 설명판이 있는데 한국어가 10번째에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나보다.
해시계는 계산을 해 보니 이 지역 자오선 기준으로는 정확하게 잘 맞는다.
해시계에 런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새겨놓았다. 흑사병, 런던 대화재....

런던 타워를 지나 왼쪽에 보이는 타워브리지로 갔다.
영화나 사진에서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익숙한 모습.
그래서 거금 16파운드을 써서 가족권을 사서 들어갔다.
아내의 잔소리 한참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약간 맛이 갔었다고 본다.
사실 영국 외에는 쓸 일이 없는 파운드화가 제법 남아 있는데다 오늘이 런던의 마지막 날이니 남겨서 뭐하랴 싶은 생각도 있었다.

입구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있는데 사진을 찍고 나더니 쿠폰을 준다.
관람을 다 마치고 마지막 견학장소인 엔진실까지 가면 사진으로 전달이 된다는데
엔진실까지 가지 않아서 사진을 받지 못한 게 조금 아쉽지만 시간을 금쪽같이 써야할 마지막 날이라 할 수 없다.
계속 되는 아내의 잔소리. 이런 걸 뭘 시간과 돈을 버려가며 보냐는 핀잔. 슬슬 열을 받는다.



런던 타워 강 건너편에 있는 청동 해시계


해시계에는 청동 부조가 있다.
흑사병, 정복왕 윌리엄의 잉글랜드 점령 등 중요한 역사를 돋을새김 해 놓았다.


트라야누스 황제의 동상과 그가 세운 성벽의 유적
카에살이 점령한 런던. 그리고 하드리아누스가 나중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가르는 방벽을 쌓았는데 트라야누스는 그 방벽의 기초가 된 영토를 구축한
최대판도를 만들었다. 그는 처음으로 로마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황제가 된
사람이다. 요즘 미국으로 치면 오바마 대통령 쯤 될려나?


노르만 족이 침입해 세운 런던 타워를 설명하는 안내판.
런던 타워의 기원과 발달사를 차례로 설명하는 표지판에는 한글 안내가 있어서 반가웠다.
사진에는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데 오른족 아래에서 세번째 안내문이 한글본이다.


런던 타워와 타워 브리지를 함께 찍은 사진.
지금은 관리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다닐 수 있지만 옛날에는 여기에 템즈 강물을 끌어들여 해자를 구축한 곳이다.
정복자들의 고민이 보이는 건축물이다.


침략자, 정복자들이 하나 둘 증축을 거듭해 지금 모습이 된 런던 타워.
잉글랜드 사람들은 이걸 자기들의 자랑스런 역사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사뭇 다른 관념을 볼 수 있다.


런던 브리지를 보러 달려가는 중. 런던은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는 듯.
비가 와서 한결 시원해진 날씨 덕분에 상쾌한 여행을 할 수 있었는데...


타워브리지에서 본 템즈강 건너편 모습.


타워 브리지 상단 전시실.


타워 브리지에서 본 템즈강. 한강보다는 한참 좁다.


템즈강은 바다와 연결되어 배들이 드나들고 있다.
갈매기도 많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