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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유럽출장보다는 미천골자연휴양림 야영을....

by 연우아빠. 2007. 8. 30.

유럽출장과 맞바꾼 미천골 야영모임

2007.8.25~26(1박2일)

지난 7월 15일, 검마산 야영을 끝내며 주은아빠가 8월 마지막 주에 야영정모를 하자고 제안했고 다들 동의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이 생겼다. 8월 25일부터 9월2일까지 프랑스와 이탈리아 출장을 가야할 일이 생겼는데 나더라 담당직원 1명과 함께 다녀오라는 것이다. 몇 년 전 같으면 기뻐할 일이었겠으나 지금은 “이게 웬 날벼락?!!!”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다유네 야영에 가야하는데 무슨 핑계를 대고 이 자리를 빠지지....여권이 없다고 했더니 여권 새로 만드는데 하루도 안 걸린다고 한다. 난감하다.... 그래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일주일 쯤 있다가 “저기, 실무 담당자 한명만 출장가면 안될까요?” 라고 했더니 함께 출장을 갈 회사들이 모두 팀장 1명, 실무자 1명씩 가기로 되어 있어서 우리 쪽에서도 2명이 가야한단다. 미치겠다...

드디어 주은아빠 야영공지가 떴는데 분위기 깰 것 같아 유럽출장 간다는 얘기를 못하고 기다렸다. 대관령 휴양림 다녀온 다음 드디어 변화의 조짐이 보였으니, 같이 가기로 한 회사들이 휴가철과 겹쳐 업무공백이 크니 1명씩 가는 것이 어떠냐고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얼른 실장님에게 건의했다. “1명이 가야 한다면 실무 담당자가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실장님은 의아한 듯 묻는다. “아니, 이상하네. 출장 안 가려고 계속 빼는 소리만 하는데 뭔 일 있어?” 야영가야 한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얼른 둘러댔다. 마침내 실무자 1명만 보내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고 나는 준기엄마에게 전화했다. “여보! 성공이야. 나 유럽출장 안가도 돼!!” 준기엄마는 어이가 없다고 혀를 찬다. 완전 휴양림 중독증이라고....



26일 아침, 미천골의 하늘은 가을빛을 보여 준다



일행들이 친 텐트

어쨌거나 담당 직원 1명 유럽으로 보내고 25일 아침 8:30분에 우리는 미천골 휴양림으로 출발을 했다. 주은아빠에게 문자를 날리고....날씨는 아침부터 확확 달아 오른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팔당대교 넘기 전 한강 남쪽 45번 도로를 따라 가서 6번 도로의 번잡함을 피할 계획이었으나 잠시 아차하는 순간 팔당대교로 가는 지하터널로 들어서버렸다. 원래 가기로 했던 45번 도로는 잘 빠져 가는데 우리는 기어간다. 양평을 통과해 용문까지 기다시피 가다가 강원도로 넘어서는 고갯마루에서부터 어느 정도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주은아빠 전화로는 상린채린네도 나와 비슷한 곳을 가고 있는 것 같았고 유니맘님이 전화로 야영데크를 좀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주은아빠 전화로는 2시 전까지는 도착해야 자리가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주은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천골열차'놀이를 시작했다.
체력 좋고 사람 좋은 3학년 주은아빠, 이날 아이들에게 인기 만땅이었다.



물놀이에서 빠질 수 없는 물싸움

화니맘님 추천 길로 가니 차는 없고 경치 좋고 계곡 좋고~~ 룰루랄라 하면서 달렸다. 12시쯤 휴양림 5km 전방 쯤 도착했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주은이 때문에 병원에 들렀다 늦게 출발한 주은아빠가 야영데크 사용료를 미리 내고 들어가면 선점할 수 있다고 해서 주은네 데크를 잡아주기로 하고, 주은아빠는 주문진 들러 횟감을 사가지고 오겠다고 한다. 두루치기를 준비하기로 한 우리는 준기엄마가 두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해서 고향집에 들러 두부전골로 점심 먹고 모두부를 하나 사서 미천골휴양림에 도착했다. 근데 관리사무소에서는 다유네 누군가가 데크 4개 사용료를 지불했다고 하고 나는 주은아빠 부탁이 있어서 2개를 잡았다. 계산이 뒤죽박죽... 모르겠다.(누가 데크 사용료 정리좀 해주세요. 정은네와 주은네가 저에게 데크 사용료를 줬는데 누구 덜 받은 사람 없나요? 없으면 다음에 정은네랑 주은네에게 반반씩 반납할게요.)



선림원지, 최근에 만들어 배치한 듯한 미륵보살상의 미소

1야영장까지 들어가는 길이 상당히 좁다. 화니맘님 이야기가 생각난다. 1야영장에 도착하니 건너편에 상린채린네가 보였다. 얼른 짐을 챙겨들고 야영장까지 걸어가는데 이거 제법 힘이 든다. 서너번 왔다갔다 하면서 짐을 나르고 텐트를 치니 땀이 비오듯 한다. 다 젖혀두고 그냥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수영복 가져올 걸... 어차피 여름, 서로 적당히 민망한 뱃살을 양해하고 몸매를 못 본 척 하는 미덕을 발휘하며 물속에서 목만 내놓고 하루종일 있고 싶은 열기다. 현지네랑 나윤네랑 금요일에 들어왔다고 했던가요? 암튼 부지런한 분들입니다. 생각보다 계곡물은 차갑지 않아서 물놀이하기에 아주 좋았다. 현지네는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시원한 계곡물 속에 의자를 갖다 놓고 맛있는 닭 철판요리와 함께 여름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은 바로 계곡물로 뛰어들고 개학 전 마지막 여름 물놀이를 만끽했다.

정은네 가족, 유니맘님 가족, 그리고 주은네 가족이 도착해서 모두 모였다. 정은네 텐트가 우리랑 같은 노마드라서 동류의식이 생겼다.^^  우리 사이에 사이클 동호인 모임이 끼어 있어서 조금 불편을 끼칠 것 같았는데 다들 시원시원하게 양해를 해 주신다. 6시 30분 저녁준비를 위해 각자 타프 아래로 모였다. 타프 폴대를 따로 구입하려다 결국 실패하고 다행히 사방이 나무라서 적당히 매달았다. 주은아빠의 살신성인(?)으로 주은아빠의 어깨를 밟고 올라간 내가 마지막 줄을 묶었다. 몸이 무거운 탓에 그냥 내려오다 양쪽 팔이 소나무 껍질에 좀 긁혔다. 내려와서 생각해보니 아뿔싸, 풀 때 나무에 올라가지 않고 잡아당기면 바로 풀리게 묶었어야 했는데 그냥 생각없이 묶었다. 저거 어떻게 다시 올라가서 풀지???  끌끌.....



시대상황이 예술품의 표정을 만드는 듯, 힘찬 모습과 강인한 조각이 돋보이는 홍각선사 탑비

우리는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맛있는 모두부, 주은아빠는 주문진에서 싱싱한 오징어회와 세꼬시, 윤이네와 현지네는 닭철판요리와 닭도리탕을 내놓았다. 윤이네는 냄비에 현지네는 철판요리 스타일로...상린채린네는 불고기... 정말 많은 뷔페요리가 훌륭하다. 에...또... 일주일이 지나버려서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아무튼 먹을 것 무지 풍부하고, 맛도 좋고, 톰과 제리 이야기로, 아이들 키우면서 다들 고민하는 교육문제로, 다유네 운영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도 나누고...역시 변함없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다양한 술의 퍼레이드....  이날 모두들 야영의 즐거움을 만끽하느라 아무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사진 찍는 것으로 이 즐거움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탁이아빠, 현지아빠, 주은아빠 이렇게 모여서 설거지를 끝내고 자리를 파했다. 12시쯤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 비가 오지 않으니 너무 좋다...여름 휴양림의 밤은 침낭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적당히 선선했다. 이젠 물소리에도 잘 적응해 잠자는데 방해를 받지 않았다.



선림원지의 밤송이

눈을 뜨니 일요일 6시, 날씨 화창하고 잠을 깬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건 한 장 들고 시골에서 살 던 어릴 적 하던 대로 계곡물에 머리를 푹 담그고 세수를 했다. 시원하다. 상쾌하다. 바로 이런 맛에 여름 계곡을 찾는다. 아침을 먹고 계곡을 내려다보니 주은아빠가 아주 시원하게 물에 몸을 맡기고 있다. 나도 연우가 갖고 놀던 튜브를 놓고 그 위에 몸을 얹었다. 물 흐르는데로 흘러가다가 물장구도 치고....예전 용대 휴양림에서 튜브를 베개 삼아 물속에 누워 하늘을 보던 그 편안함을 느꼈다. 등골이 서늘하고 온몸이 시원하다. 주은아빠가 여자 아이들을 모아 미천골 수중열차(아이들 말로는 미친골 열차)를 만들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준다. 아무리 물속이지만 저 많은 아이들 달아서 저렇게 끌고 다니다니...역시 3학년은 다르네.... 정은네와 현지네 가운데에 텐트를 친 사이클 동호회 아자씨들은 어른 1명, 아이 1명만 남겨놓고 어디론가 갔다. 그 남자아이 1명이 주구장창 미천골 열차놀이에 끼어 볼려고 애를 쓴다. 다유네 남자 아이들은 모두 윗동네에서 물놀이 하느라 여자아이 남자아이 따로 논다.

1년에 커피를 5잔~10잔 정도만 마시는 사람이라 커피 이름만 몇 개 알지 대체 구분이 안되는 처지라서 주문을 애매모호 엉거주춤 했건만 유니맘님이 건네주신 커피는 내 입맛에 너무 잘 맞다. 역시 뭘 해도 잘하시는 분이다. 사과 먹고 사진 찍고 이야기하고 유니맘님 커피를 한잔씩 받고 매번 빗속에서 보낸 여름여행을 이번에는 제대로 잘 보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한 가족씩 차례로 떠나고 유니네, 정은네, 우리만 남았다. 짐을 차에 싣고 나니 땀은 비오듯 흐르고 차가운 계곡물을 두고 떠나기가 너무 아쉽다. 다시 물속에 텀벙 뛰어 들었다. 베개 삼을만한 돌을 골라 물놀이 하려고 쌓아 둔 돌둑 위에 얹고 물속에 누웠다. 등골이 서늘하고 온몸이 너무 시원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2시간 쯤 더 물에 담그고 있다가 4시쯤에 선림원지로 내려왔다.



3층석탑에 돋을 새김, 안악3호분 고구려 귀부인과 같은 헤어스타일.

1,200여년전 건축한 선림원은 1,000여년 전 대홍수로 건물터와 3층석탑, 그리고 부도 등의 유물만 남고 폐사된 절이다. 거란족이 고려를 침략해오던 시절이라 복구할 여력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동국대 발굴팀이 발굴보고서를 내면서 선림원이라는 이름을 확인 한 것 같은데... 좀 특이한 절이다. 사(寺)가 아니라 원(院)으로 표기된 절은 대개 임금의 임시거처(행궁)이거나 교육기관이거나, 왕실과 관련이 있는 절이 많은데 건물주춧돌을 보니 적어도 40칸은 됨직한 큰 건물이다. 아마도 불교 교육기관이거나 고려왕실과 관련이 있는 건물인 것 같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듯이 남아 있는 절은 쓸쓸하다. 한때 2천명이 넘는 스님들이 정진하던 터에는 가을이 곧 다가옴을 알리는 메뚜기와 밤송이가 마지막 여름 열기를 받고 있다.

송천 떡마을에 들러 구경하고 떡을 조금 산 다음 구룡령과 운두령을 넘어 영동고속도로에 올랐는데 그야말로 죽음이다. 월요일부터 광주, 순천, 목포를 도는 2박3일간 출장을 떠나야 하는데 차는 지겹도록 움직이지 않고 장장 6시간을 걸려 12:30에 집에 도착했다. 짐도 내리지 못하고 곤히 잠든 아이들만 들쳐업고 집으로 들어갔다.



양양 송촌민속떡마을에서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