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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3일째) 런던 : 자연사 박물관, 사이언스 박물관

by 연우아빠. 2010. 8. 5.

그린파크와 버킹엄 궁 사이를 지나 하이드 파크 모퉁이에 있는 하이드 파크 지하철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곳이 사우스 켄싱턴 역이다.
역 바로 앞에 옛날 궁전을 개조해서 만든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방문자들이 공룡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공룡의 근골구조와 움직임,
그리고 울음소리까지 실감나게 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고성 공룡박물관이랑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제국주의시대 그들이 침략했던 땅에서 이제는 멸종되어 사라져버린 도도새 같은
책에서만 본 동물의 박제가 진열되어 있어서 흥미있게 보았다.

에어컨이 없는 건물에 자연채광을 활용한 건물이라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워서 지친다.
구내에서 훌륭한 점심을 싼값에 먹고 하이드파크 방향으로 몇블록 떨어진 사이언스 박물관을 찾아갔다.
투덜대는 아내. 비슷비슷한 주제로 아이들 중심으로 구경을 하고 있으니. 


사이언스 박물관은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교통도구와 1~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무기의 발달사를 잘 보여준다.
‘사이언스’를 ‘과학’이라 생각한 것과는 좀 동떨어진 콘텐츠였는데 세계 각국의 배를 전시해 놓은 공간은 흥미있었다.
연우와 준기의 반응 역시 별로였다.
우리나라에서 웬만큼 다 본 때문인지 ‘뭐 별로 대단한 것은 없는데’ 하는 반응.

준기는 세계 배 발달사 전시물에서 왜 거북선이나 우리나라 배는 없는지 궁금해했다.
‘그거야 우리가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으니까.’ 전시물의 수준이나 공간 구성에서 특별히 탁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큐레이터들이 서로 교육과 정보를 공유하는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수준이 벌써 이 정도에는 놀라지 않을만큼 올라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5시쯤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하이드 파크를 가로질러 전철을 타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혹시 시내버스가 있으면 2층버스를 타고 구경하면서 갈 수도 있다는 준기의 기대를 안고.

하이드 파크는 옛날 왕실 사냥터였다고 하는데 정말 넓다.
우리나라 같으면 여기에 아파트를 마구 올렸을텐데 하면서 웃었다.
우리는 시원한 그늘을 찾아 영국사람들처럼 드러누웠다.
약간 습기가 올라와서 돗자리 생각이 간절했다.

우리는 그늘에 누워있는데 벤치는 모두 양지바른 곳에 있었다.
햇빛쬐기를 많이 하는 나라이긴 한가 보다.
달리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넓디넓은 하이드 파크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대한항공 비행기가 파란 하늘을 뚫고 지나갔다.
“헐! 집에 가고 싶은 걸”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온다.


전통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자연사박물관의 바깥모습.
옛날 궁전을 개조해서 만든 모습을 보면 우리도 옛날 건물을 활용해 이런 전시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뭔가 역사가 이어져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참 편안합니다.



자연사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장경룡 화석이 여기가 자연사박물관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전체 구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글씨를 몰라도 구조를 알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답니다.



가급적 사람 정면 모습이 나오지 않은 사진을 올려야 하는데 도도새 사진은 이것 밖에 없네요.
영국이 세계 곳곳을 헤집고 다니던 시절, 커다랗고 착하게 생긴 이 도도새는 멸종당했답니다.
살아 있었다면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텐데...



공룡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 봅니다.



공룡의 걸음걸이와 현대 파충류의 걸음걸이가 어떻게 달랐는지 체험할 수 있는 장치



공룡 둥지를 복원해 놓았습니다.
정말 살아 있는 듯 앙증맞은 새끼 공룡이 알에서 막 나오는 모습도 있고요.



공룡 전시실 내부에는 공룡의 근골격 구조를 알 수 있는 모형도 있어서 호기심 많은 어린이의 발길을 잡습니다.



자연채광을 최대한 살린 에너지절약형 건물입니다.
통로에는 작은 새나 동물들의 표본을 전시해 놓았는데
박물관이 제국주의 정책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자기들의 발길이 닿았던 세계 곳곳의 진기한 동물박제가 즐비합니다.



지구상의 현존 동물 중 가장 큰 긴수염고래의 실물크기 모형.
그 앞에서는 코끼리도 코뿔소도 강아지 처럼 보입니다.
찬찬히 살펴보려면 이틀 정도는 걸릴 것 같습니다만, 마냥 그럴 수도 없는 여행자의 조급함 때문에
길을 나와서 북쪽에 있는 사이언스 박물관으로 갑니다.



이름은 과학박물관인데 사실은 배와 항공기 그리고 전투용 무기의 발달사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17세기 프랑스의 몽골피에르 형제가 열기구로 하늘을 날아본 이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보려고 각종 기구를 만들어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하늘을 날게 된 인류가 이런 살상 무기들을 만들어 서로 죽고 죽이는데 사용할 줄
라이트 형제나 네오나르도 다 빈치는 알았을까요?



해양을 지배하고 세계를 침략했던 영국인들답게
세계 각국의 선박모습과 발달과정을 상세하게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이순신의 거북선이 없다고 준기와 연우가 허접한 박물관이라고 평가절하해 버리더군요. ㅋㅋ